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병원에서 치료를 하는 동안 아이는 내 품에 안긴 채 내내 조금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얼굴, 폭력, 자신이 강혁우를 거부했다는 사실까지. 다 큰 성인마저 버거워할 일들을 연달아 경험했으니 당연히 기력이 모두 소진될 수밖에 없겠지. 어쩌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다시 강혁우의 옆으로 돌아가고 살지도 몰랐다.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따라가는 게 무서울 수도 있었고.
– 언제든지 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도 돼.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내 손을 꽉 움켜쥐고 있을 뿐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오른손으로는 내 손을 붙잡고 왼손으로는 최적현의 자켓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지만, 아무튼.
기억을 되살려 보면 강혁우는 내 품에 안겨 점점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그저 망연하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아들에게 거부당한 이후의 강혁우는 완전히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도 한몫하긴 했을 것이다. 자기 손으로 애를 때려 버렸고, 다른 누군가에게 아들의 존재가 알려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기도 어려웠겠지.
그렇게 납득하면서도 사실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긴 했다. 원래 강혁우의 성격 같았으면 이성을 잃고 애가 거부를 하든 말든 힘으로 아들을 끌고 갔을 텐데, 놈은 그러지 않았다.
‘…강혁우답지 않아.’
그에 엄청난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나는 가뜩이나 혼란스러울 아이의 앞에서 티내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강혁우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채율이는 처음에 왔던 그대로 최적현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고 나는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왕이면 함께 있어 주고 싶었지만, 숙소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 매니저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릴지도 몰랐다.
‘채율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조금 더 생각을 해 봐야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숙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나는 두 바보들에게 냅다 깨물리게 되었다. 아니, 두 바보들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에게 혼쭐이 나게 되었다.
–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 무대에서 쫓아가도 우리 쳐다보지도 않고! 막 뿌리치고 나갔잖아요. 진짜 괜찮은 거 맞아요?
무슨 파도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질문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했다. 나는 ‘일이 좀 있었거든.’, ‘미안하다. 그때 내가 주변이 잘 안 보여서 몰랐어.’ 같은 대답을 얼떨결에 뱉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득달같이 내게 다가와 끝까지 질문 공세를 했다.
–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 …몸 자체는 크게 다치지 않았대. 어디 부러진 곳도 없고 그냥 근육 다친 거랑 타박상이 전부야.
뭔가, 또 체중이나 수면시간에 대한 잔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일단 내가 어찌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으므로 일단 다물고 있었다. 멤버들에게 괜히 걱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조금 컸던 것 같다.
그러자 ‘타박상’이라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젠이 등판을 훌렁 까보더니 경악하며 외쳤다.
– 큰일났습니다. 리다의 등이가 얼룩소입니다!
저런 말에는 도대체 뭐라고 반응해야 하는 거지?
지딴에는 나름 심각해서 걱정한다고 해 준 말인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온몸의 긴장이 쭉 빠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그 뒤로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한승범이 서유태를 따라한다.’는 여론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무대에서 떨어진 뒤로 해당 이야기에 대해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남이훤의 인하트그램 라이브 방송의 클립 영상이 너튜브에서 큰 화제가 된 것이었다.
딱히 심각하게 입장 표명 방송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스케줄이 끝난 후 메이크업까지 다 지운 상태로 침대에 누워서 팬들과 소통을 하고자 방송을 킨 것 같았다.
[‘막둥이 어디 갔어요?’, 제이 운동하러 갔어요.] [아뇨. 워터 페스티벌 때문에 하는 건 아니고 걔는 항상 스케줄 끝나면 바로 헬스장으로 가요.] [운동 그만하라고요? 뭐야, 언제는 벌크업 그만하라고 했다가 막상 콘서트에서 벗으면 좋아하고. 어느 쪽이에요. …아, 식단 빡세게 하는 게 마음 아픈 거라고. 알았어요. 전해줄게.] [안 그래도 요즘 애 몸이 점점 두툼해지니까 운 형이 전전긍긍하잖아요. 넌 막내고, 우린 아이돌이라고. 그런데 제 생각에 프리즘은 일단 유태 형부터 잘못 돌아가기 시작해서 이제 그냥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투어 가면 호텔 헬스장에서 맨날 마주쳐. 진짜 징글징글하다.] [운 형이랑 제이랑 몸으로 주먹다짐하면 누가 이기냐고요? 이건 노코멘트. 리더의 권위를 위해서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아, 나 운형한테 혼나는 거 아냐? 이거 클립 영상 올리면 안 돼요. 알겠죠? 약속.] [‘워터 페스티벌에서 뭐 입을 거예요?’ 그건 아직 못 정했어요. 코디 누나가 뭐 이런저런 아이템을 많이 들고 오긴 했는데 약간 민망해서 서로 폭탄 돌리기 하는 중.] [어어? 누가 음흉한 이모티콘 올려. 세라 그런 거 좋아하는 거 다 소문나요. 원래 우리만 알고 있었는데.]처음에는 아주 평범한 방송이었다.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원래 짓궂은 성격의 소유자인 남이훤은 세라를 놀리기도 하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 주기도 하며 능숙하게 방송을 이끌어 나갔다. 문제가 생긴 것은 방송의 중반부터였다.
키득거리며 신나게 세라들과 대화를 나누던 남이훤이 무슨 이상한 채팅을 발견한 듯 눈동자를 미세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간 사이를 찌푸리더니 귀찮음과 짜증이 섞인 투로 중얼거렸다.
[뭐야, 누가 자꾸 채팅창을 이렇게 도배해.] [네, 승범이가 왜요.]남이훤은 도배글을 작성하던 사람을 콕 집어 그렇게 묻고는 어디 한번 자리 깔아줄 테니 말이나 한번 해 보라는 듯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사이버 렉카의 영상 내용을 요약하긴 한 채팅이 올라오자마자 심드렁한 얼굴로 그걸 읽기 시작했다.
[어, 승범이가 리더고 프로듀서인 게 유태 형을 따라해서 그런 거라고? ‘견과류 알레르기 있는 것도 서유태는 없으니까 일부러 숨긴 거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글이… 어, 너무 산만해서 읽을 수가 있어야지.]10초 이내로 답장이 올라온 것을 보니 애초에 그 글을 찌라시처럼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에 복사 붙여넣기로 유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이훤은 원래 인내심이 그리 많은 놈이 아니었던지라 처음부터 그 글을 끄적끄적 쓰고 있었다면 아마 그냥 입 다물고 꺼지라고 했겠지.
그렇게 채팅을 모두 읽은 남이훤은 대놓고 비웃음을 픽 흘리곤 정말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시간도 많다, 참.] [어디 이상한 데에서 별 같잖은 소리 주워듣고 온 주제에, 굳이 라이브 방송 하고 있는 나한테 보여 주려는 이유가 뭐예요? 내가 같이 욕해 주기라고 할 것 같아서? 아니면 누가 그렇게 하면 돈 준대요? 그래서 내가 읽어줄 때까지 채팅창 도배하는 거야? se08563님?] [재밌네, 프리즘 멤버들도 아무 생각 없었던 걸 실제로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이렇다 저렇다 말 얹는 거. 신박하다고 해야 하나. 이 정도면 소설 연재 해도 되겠어.]정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저 영상을 처음 확인했을 때, 잘도 저렇게 철판을 깔고 있다고 생각하긴 했다. 사실 남이훤도 내 빙의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왜 서유태를 따라하냐며, 자기를 괴롭히려 하는 것이냐며 내게 울고불고 난리를 쳤으니까.
‘연기 잘하네. 허투루 상 받은 건 아닌다, 이거지?’
저렇게 ‘한승범’을 공격했던 사람들을 말도 안 되는 일에 시간 낭비를 하는 놈들처럼 취급해야 지금까지 제대로 분위기를 몰아갈 수 있으니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녀석이 처음에 당부했던 것과는 다르게 해당 영상의 클립은 그대로 너튜브 채널에 업로드되었고, 아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다들 이번 논란에 대해 프리즘 멤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던 것이겠지.
[ㅋㅋㅋㅋ 와 사이다 목에 걍 들이붓는 느낌] [아 역시 프리즘은 다르다 ㅋㅋㅋㅋ 기존쎄ㄷ] [억까하던 애들 다 팩폭당해서 하나둘 사라지는 거 진짜 웃긴다.]녀석의 특유의 시니컬하고, 지 할말 다 하는데 또 밉지는 태도는 세라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까지 무심코 동조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번 논란은 사람들에게 ‘부당한 괴롭힘’ 정도로 인식이 되어 버렸다.
내게 좋은 방향으로 일이 풀리긴 했지만, 사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남이훤이 나를 감싸기 위해 취한 행동으로 대중에게 큰 질타를 들을까 걱정이 되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남이훤은 그런 내 염려따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사람들이 대부분 좋게 봐 줘서 망정이지 인성 논란이라도 생겼으면 어떡할 거야
– [그럼 뽀록나는 거지.]
– …너, 정말.
– [어차피 이런 일로 나 싫어할 사람이었으면 원래부터 나 싫어했을걸. 내가 이러는 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나는 원래 이런 성격이니까 꼬우면 알아서 피해 가라고 해.]
하, 그 망아지 같은 놈…….
나는 남이훤의 대가리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멤버들에게 의지하면 안 되는데. 내가 보살펴 줘야 하는 멤버들에게 도움을 받아 버렸다는 죄책감과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위화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쩐지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지는 듯해 나는 간만에 편안한 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게 이렇게나 안심이 되는 일이던가.
…어쩐지 마음이 복잡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이번 논란에서 내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역시나 팬들이었다.
[나 렉카 채널에 지랄노라고 댓글 달았는데 썰림 ㅋㅋㅋㅋ] [┗ 아 나도 채널 주인 대가리 깨졌다고 했다가 차단당한 듯] [┗ 제발 세라들아 성질 좀 죽여 봐] [구독자 어중간한 사이버 렉카들만 줄줄이 한승범 까는 영상 올린 거 보면 빼박이지 ㅋㅋㅋ 돈 먹여서 언플한 거잖아] [이번 논란 터지고 기사 ㅈ같이 내는 곳 다 모니터링 했고 거기 서유태 아버지 사채 스캔들 터졌을 때랑 아버지 살해 의혹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부정적으로 분위기 유도했던 곳임 여기 창업주 비공개 SNS 털어보니까 강혁우랑 예전부터 꾸준히 술자리 가짐 개인적인 친분 있는 것 같음] [(대통령의 영상을 짜깁기하여 서유태와 비슷해 보이게 만든 자료) 일부러 비슷해 보이게 특정 부분 배속 돌리고 좌우반전해서 편집하면 개나 소나 다 서유태 카피 만들 수 있음 이래도 한승범이 문제야? ㅋㅋ] [┗ ㅇㄴ 누가 저런 예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요 미치겠네 대통령이 프리소스냐고요 ㄱㅇㄱ]세라와 뮤즈가 합심하여 강혁우가 지금까지 타 연예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 준 덕분에 나는 대중으로부터 다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나 친구가 거기에서 잠깐 알바했는데 거기서 뭐 이상한 거 판다고 했던 것 같음]하지만, 강혁우의 불법적인 사업에 대한 내용은 그들이 기대했던 만큼 크게 퍼지지 않았다.
[이렇게 소문이 떠도는데 어떻게 기사가 하나도 안 나오냐고 그냥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됨] [사람 죽은 일도 처음에만 조금 난리나지 시간 좀 흐르고 사람들 관심 빠지면 은근슬쩍 지나가잖아 이번 일도 똑같이 끝날 거임 진짜 환멸난다]사실 나는 이 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강혁우의 손님 중에는 정치인이나 재벌이 다수 있었다. 강혁우의 사업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면 그들의 평온이 위협받을 것은 분명했고, 때문에 그들은 단순히 뒤를 봐주는 수준이 아니라 본인을 위해 필사적으로 강혁우의 사업을 덮으려 들 게 뻔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겠지.’
벌써 지금만 해도 뉴스나 기사가 한두 개 정도는 나올 법도 한데 정말 조용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관련 정보들이 새로고침을 한 사이에 이미 삭제되는 일도 빈번했고 말이다.
[삭제된 게시글입니다.]그를 보며 나는 이미 사태가 강혁우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를 향한 지나친 경쟁심리 때문인지, 위기감 때문인지, 자존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혁우는 선을 넘어버렸다.
강혁우의 사업에는 너무 많은 인물이 연루되어 있었다.
지금 그의 경솔한 행동으로 위기에 빠진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과연 그들은 강혁우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채율이를 데리고 와서 다행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