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어?”
“설마 저거 젠이야?”
리액션이 풍부한 트레이너 몇 명이 입을 틀어막으며 소리쳤다.
당연히 못 알아볼 만했다.
내가 손을 보기 전까지의 젠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본 양아치와 호스트를 반쯤 섞어 둔 것 같은 스타일이었다.
촌스러운 금발과 이상한 고집이 있는 왁스 세팅, 헤어 컬러와 맞추지 않은 어두운 눈썹색까지. 정말 총체적으로 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게 모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냐 물어보니 젠은 일본에서도 사람들이 자기를 피했다고 했다.
‘이놈아, 사람들이 피하면 문제가 뭔지 생각해 봐야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 좋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돌이다.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젠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승범 이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 잘 부탁드려요. 저희 팀 멤버인데, 머리카락이 엉망이라.
– 뭐어? 승범이네 멤버라고? 그럼 우리가 꼭 잘해 줘야지!
나는 한승범 이모의 숍에서 젠의 금발을 부분적으로 남겨 둔 채, 나머지는 검은색으로 덮은 투톤 브릿지 스타일을 의뢰했다. 그리고 한계까지 상한 머리카락은 헤어 디자이너의 영혼을 퍼부은 클리닉으로 찰랑거리게 복구해 놓았다.
반묶음으로 스타일링한 화려한 머리카락 옆으로는 심플한 실버 톤의 피어싱과 악세사리들이 다채롭게 흔들려 동작을 더욱 화려하게 만들어 주었다.
후배들아, 이것을 보아라.
이게 팬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양아치 스타일링’이다.
리얼 양아치 따위를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단 말이다.
‘방송 지대로 나오겠네.’
나는 젠을 미용실에 데려가는 장면부터 옷을 새로 입히는 장면까지 모두 카메라를 끌고 나갔다. 패션 센스가 좋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패션 쪽으로 일가견이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패션 행사, 뮤즈 활동 등 폭넓은 활동이 가능해진다. 최근에는 그것이 해외 진출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었고.
하지만 한승범의 몸에 옷을 잘 입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한승범은 얼굴이 너무 화려해서 스타일링이 잘 안 보이거든.’
이게 바로 상부상조 아니겠나.
젠은 멋진 스타일링을 얻고, 나는 패션 감각이 있는 이미지를 얻고.
– [ついて来れるか? (따라올 수 있겠어?)]
송곳니까지 보일 정도로 시원하게 미소 지은 젠의 외침과 함께 강렬한 비트와 효과음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젠은 킬링 파트를 소화함과 동시에 나와 자리를 바꾸어 뒤로 빠졌다.
본격적인 군무를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 Engine, On, light, On.
Broom Broom!
“와.”
“안무를 더 어렵게 어레인지 했네.”
“으아아! 한승범 미쳤어!”
한 몸이 된 것처럼 정갈하게 펼쳐진 군무에 트레이너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왕 메인 댄서급 멤버가 2명이나 있고, 멤버들의 평균적인 실력이 높은 김에 원곡자의 안무를 살리되, 조금 더 화려해 보이도록 안무를 수정했다. 안무를 단순화했던 1차 경연과 반대로.
굳이 킬링 파트를 젠에게 준 이유가 이것에 있었다.
젠은 관절의 각도를 하나하나 고쳐 주며 가르친 결과, 대부분의 안무는 어찌어찌 출 수 있을 만큼 성장했지만, 아직 고난도 안무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본인의 장면은 확실히 가져가야 제대로 1인분을 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운 좋게도 우리 팀의 콘셉트는 오토바이였기 때문에, 젠의 양아치 같은 느낌을 중심으로 팀의 콘셉트를 강조할 수 있었다.
– 다들 여기 모여. 떠나 보자고
시동을 걸고, 푸른 빛이 들어오면 출발해
Blow the horn
두려움 없이 달려 볼까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파트는 대체로 고르게 분배된 편이었지만, 상대적으로는 우강원이 많은 파트를 가져갔다.
곡의 분위기와 우강원의 굵은 목소리가 잘 어울렸던 것도 있었고, 빡센 안무를 추면서도 쉽게 숨이 차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로 작용했던 것이다.
나도 여유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군무에서 센터를 맡았기 때문에 보컬 파트는 조금 줄여야 했다.
‘혼자 다 해 먹는다고 욕 처먹으면 안 되지.’
나처럼 겸손하고 참한 캐릭터는 이화영처럼 파트를 다 뺏어가면 욕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
– Moto Moto Motorcycle
지금부터 보여 줄게. 새로운 세상
– 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나는 세상의 끝까지 갈 수 있어. I will
다른 멤버들이 본인의 파트를 소화할 때마다 트레이너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평가지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지금도 충분히 좋게 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직 젠의 파트가 남아 있으니까.
– Broom Broom!
거친 소리 울려. 브레이크 없이 달려!
젠이 입을 엶과 동시에 트레이너들이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레이션에 가까웠던 처음 파트와 달리 지금은 바뀐 창법을 제대로 구사했으니 놀랄 법도 했다.
젠이 지금 내고 있는 소리는 기존의 비음 가득한 것에서 아예 180도 바뀐 일명 ‘일렉 기타’ 창법이었다.
– 일본 대중들은 언어 특성상 비음에 덜 민감한 면이 있지만, 한국 대중들은 달라. 지금 창법을 유지하면 ‘코창력’이니 뭐니 별 지적이 다 쏟아질 수도 있어.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한국인의 취향에 어느 정도는 맞춰야 해.
– 비음이 무엇입니까?
– 코에서 울리는 소리. 너나 일본 아이돌들이 자주 쓰는 소리 있잖아. 비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남발하면 듣는 사람이 피곤해져. 목소리에 공간감도 없어지고.
– 공기 반, 소리 반!
– 그래, 그게 안 된다고. 지금까지 쌓아 온 습관을 쉽게 버리는 것은 어려우니 비음을 빼는 것을 의식하기보다는 반대에 위치하는 창법을 의식적으로 구사하자.
나는 젠이 원래부터 자주 들었을 법한 J-POP 노래를 예시로 들며, 같은 파트라도 비성을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시범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대표적인 록 가수들과 허스키한 목소리가 특징적인 가수들의 노래를 모아 하루 종일 듣도록 하고, 그들의 노래를 모창하게 시켰다.
– 시동을 걸고, 푸른빛이 들어오면 출발해
그 결과로 젠은 지금과 같이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긁어 일렉 기타처럼 한 번에 귀를 사로잡는 스타일을 확립했다.
원래 본인의 목소리가 아주 허스키했기 때문에 이런 창법을 찰떡같이 소화할 뿐만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던 단점인 비음이 드라마틱하게 사라졌다.
강렬한 스타일로 약간 어눌한 발음도 거의 티가 나지 않게 되었고 말이다.
– 목 안 아파?
– 안 아픕니다. 정신력으로 승리하다.
–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정신력의 한계를 까발리게 되고 싶지 않다면 바른대로 불어.
– 하나도 안 아픕니다. 그냥 그 대사 해 보고 싶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젠의 성대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했고, 파트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이 정도면 아주 마음에 들어, 아직 개선할 부분은 많지만.’
도유다라는 원 탑 메인 보컬을 두고 감초로 젠의 특이한 목소리를 중간중간 활용하면 노래가 더욱 다채로워질 것 같았다.
젠을 내 미래의 그룹 중 일원으로 점찍게 되는 순간이었다.
– 고민 없이 달려 볼까
걱정하지 마. 망설이지 마
Moto Moto Motorcycle
시원한 바람이 우릴 둘러싸고 있으니까
그다음으로는 포인트 안무가 함께 진행되는 후렴구였기 때문에 내 파트였다.
나는 문제 없이 파트를 수행하고 트레이너들의 왼쪽에 애매하게 설치된 카메라를 바라보며 카메라 어필을 했다. 어차피 이것도 방송에 나가게 될 텐데 그냥 평가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면 좀 아까울 것 같았다.
그러자 트레이너들이 헛웃음을 지으며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독하다, 쟤. 진짜… 천생 센터다.”
“도대체 몇 년차야. 연습생이 어떻게 저러냐고.”
트레이너들도 경력이 장식은 아니었는지 꽤 날카로운 말을 했다. 물론 본인들은 별생각 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나는 코웃음을 치며 바로 다음 대형으로 이동했다.
– 내 허리에 팔을 감아 기대
하지만 눈은 감지 말아
Moto Moto Motorcycle
이 광경을 놓치기는 아깝잖아
몇 번이고 자유를 외치며 달려
.
.
.
“감사합니다!”
노래를 마치고 일렬로 모여 선 멤버들이 다 함께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다른 팀 연습생들이 눈물을 머금고 박수를 쳤다.
‘아마 우리 무대는 프로그램 내에서도 레전드로 꼽히는 무대가 되겠지.’
내 전반적인 평가는 ‘나름 괜찮다.’였다.
하지만 삐약삐약 병아리들을 데리고 한 것치고는 아주 성공적인 무대라고 볼 수 있을 터였다.
나는 감격에 겨운 멤버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줬다. 잘했다는 칭찬이었다.
“쟤 표정 봐. 우리가 혹평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걱정이 아예 없는 얼굴이야, 저건. ‘아, 오케이. 마음에 들어.’ 이런 생각 하고 있는 게! 어우, 너무 잘 느껴져요.”
제법 까부는 편에 속했던 남자 트레이너 하나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내 안의 꼰대 기질이 순간 뛰쳐나오려던 순간 제이가 눈치 빠르게 끼어들었다.
“하하, 정말로 잘했어요. 연습복 입은 상태에서 해도 이렇게 멋있는데 무대에서 제대로 차려입고 하면 얼마나 멋있겠어요.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의상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더니 제이가 입을 헙 다물었다.
저 자식이.
“승범 군은 정말 항상 지적할 거리 없이 무대를 잘 준비하는 것 같아요. 보고 있으면 우리 트레이너들이 굳이 보완해 줄 부분이 없어서 머쓱하기도 하고… 아주 경력이 풍부한 탑 아이돌을 보는 느낌이 들어요.”
“승범이는 긴장 안 하지, 아예?”
“네, 안 합니다.”
“그럴 줄 알았어. 부럽다. 부러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난 항상 긴장하는데.”
저런 말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고개나 한번 꾸벅 숙이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젠 연습생이 아주 큰 성장을 이뤄 냈네요.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단점들이 사라지고 보는 사람이 훨씬 편해졌어요. 연습은 누가 도와준 거예요?”
“연습은… 리다가 많이 도와줬습니다.”
“뭔가 그럴 것 같았어요. 계속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걸 보니 승범 군을 많이 의지하는 게 보여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아, 맙소사.’
주먹을 불끈 쥔 젠의 다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금도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데 더 열심히 따라다니겠다니. 벌써부터 무서웠다.
“하하! 그래요. 그리고 다음은… 우강원 연습생!”
내 마음은 어찌 되든 좋은 것인지 트레이너들은 각자 적어 놓은 메모를 확인해 가며 평가를 이어 갔다.
“강원 군은 본인의 몸을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좀 더 멋있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춤을 잘 췄지만, 이제는 본인의 스타일이 확실하게 정해진 느낌이 들어요. 듬직한 체격을 활용한 춤선이 참 인상적입니다.”
“감사합니다!”
댄스 트레이너의 칭찬에 90도로 허리를 숙인 우강원이 나를 바라보며 순박하게 웃었다.
‘왜 날 봐?’
칭찬 들었으면 혼자 좋아하면 되지 왜 나를 보나 싶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놈이 내가 춤을 출 때마다 유심히 쳐다보고, 특정 동작을 반복해서 보여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 생각났다.
스스로 눈치껏 배운 것까지 생색낼 생각은 없었다.
어깨를 으쓱거리자 우강원은 눈썹 앞머리를 끌어 올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 후로는 다른 멤버들과 전반적인 팀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중간 평가를 마친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리허설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