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7)
37화
일이 이렇게 된 수많은 원인 중 하나는 나였다.
사실 도유다의 실력이라면 웬만한 곡은 아무리 압박이 많은 상황에서도 혼자 캐리 하여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번에 도유다 팀이 고른 곡은 프리즘의 [지배>였다.
그리고 그 곡은 내가 메인 보컬과 대가리 터질 정도로 싸운 후 엿 먹어 보라고 쓴 것이었다.
– 형, 미쳤어? 보이 그룹 노래에서 3옥 레를 연속으로 넣을 생각을 한 걸 보니 이미 미친 것 같네. 숨 쉴 구간은 도대체 어디고?
– 위대하신 서유성께서는 이제 다 컸다고 형 말도 안 듣고 알아서 잘할 수 있다면서. 그러면 이 정도 노래는 누워서 떡 먹기 아냐? 쫄?
형제 싸움의 결말만을 말하자면 프리즘의 메인 보컬, 서유성은 결국 이를 악물고 그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는 놈과의 기 싸움에서 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돌은 달랐다.
곡이 대히트를 침과 동시에 [지배>는 프리즘 외의 다른 그룹은 절대 소화할 수 없는, 아이돌 공개 처형곡으로 등극했다.
연차에 상관없이 커버 무대를 시도한 아이돌들이 방송에서 삑사리를 내거나 박자를 놓치는 등 형편없는 무대를 해 버린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 노래를 연습생들 수준에서 할 수 있을 리가.’
연습생들은 본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멋있고 인기 있는 노래를 가벼운 마음으로 고르는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도유다는 이전부터 프리즘의 곡을 기피했으니, 아마 곡을 결정한 것은 다른 멤버들일 터였다.
“숨이 잘, 안 쉬어져요. 저, 저 어떡해요. 내일이 무대인데……. 흐, 윽.”
“…….”
위태로운 호흡 숨소리가 좁은 소품실 안에서 날카롭게 흩어졌다.
‘숙소에서는 전혀 내색 안 했는데.’
밝은 얼굴로 혼자 잘 이겨 낼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설마 이 정도까지 상태가 악화하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과할 정도로 힘이 들어간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으나, 주먹을 쥐지는 못했다.
파랗게 질린 얼굴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형, 저… 흐, 저 지금이라도 연습해야… 헉, 연습하러 가야 할 것 같아요. 저 갈래요.”
“…….”
위험 신호를 알리듯 신체는 온통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본인은 내일 있을 무대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어? 히, 힘이 안 들어가…….”
억지로 일으켜 세운 몸이 맥없이 바닥에 넘어졌다.
할 말을 잃었다.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너 잘할 수 있어. 연습한 대로만 하면 돼. 진정해.
이 상태가 되면 그따위 말들은 들리지 않는다.
놈이 내 몸에 상반신을 기대게 만들고, 손을 꽉 잡아 가슴팍 위로 포개어 올려두었다.
방송국 내부는 히터가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을 텐데 도유다의 손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젠장, 손끝이 차가워.’
과호흡의 원인은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다.
나는 놈에게 안정을 되찾아 주어야만 했다.
“괜찮아. 노래 부를 때처럼 최대한 가슴으로 숨 쉬지 않게 노력해 봐. 금방 괜찮아져.”
“…….”
“내가 언제 들이마시고, 내뱉는지 조용히 들어. 그리고 천천히 따라오면 돼. 믿고 따라와.”
갈팡질팡하며 불안해하던 놈이 내 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내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가 다시 더 긴 시간에 걸쳐 느릿하게 숨을 내쉬었다. 한참을 그렇게 내 가슴이 올라오고, 내려오는 것을 느끼던 도유다는 조금씩 내 속도에 본인의 호흡을 맞춰 오기 시작했다.
“후우, 후…….”
어느 정도 호흡이 정돈되자 사지를 축 늘어트린 녀석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그리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뭐지? 뭐였지?”
얼뜨기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을 보니 지금은 좀 살 만한 모양이었다.
“가벼운 과호흡. 호흡의 속도를 줄이고, 진정하면 괜찮아져.”
나는 엉망으로 흩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짧게 대답했다.
도유다는 팔다리의 힘이 풀려 널브러져 있었고, 나는 놈의 어깨를 부둥켜 잡고 있느라 머리가 산발이 되었으니 정말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아하.”
“…….”
본인은 원래 단순한 성격이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으나 이번 일은 결코 쉬이 넘겨서는 안 됐다.
이런 과호흡 증후군은 놈을 벼랑까지 내몬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테니까. 그리고 오늘처럼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곁에 있는 행운이 없다면, 상황은 빠른 속도로 악화될 것이다.
생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방금 뭐라고 생각했지?’
잠시 두통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짚고 한참을 가만히 있던 중 도유다가 이쪽을 향해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 왔다.
“형, 저…….”
내 눈치를 살살 보기 시작하는 것으로 짐작해 보니, 다시 노래 연습을 하러 가겠다는 것 같았다.
택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적어도 내가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절대 못 보낸다.
나는 도유다의 양 볼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
“도유다, 내가 자주 했던 말 기억 나?”
“…으으음.”
“대답 못 해?”
“쟐못된 호흡에서능 좋은 노래가 나올 수 없당.”
눈을 이리저리 피하며 시간을 끌던 놈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연슙의 양보댜는 질을 우선해라.”
“그래. 네가 판단했을 때 지금의 너는 그 두 가지를 염두에 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앙니영…….”
내 의도를 눈치챈 것인지 도유다는 풀이 죽어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도유다의 볼을 놓아 주었다.
아마 지금 이 상태라면 아무리 연습을 해도 성대를 혹사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렇게 무리를 일삼는 것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리허설에서 무슨 일 있었어?”
대충 답변이 예상되는 질문을 던지자 도유다는 정곡을 찔린 듯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내 매서운 시선을 견디지 못했는지 하나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리허설 피드백에서 트레이너분들이 제 파트 때문에 노래가 엉성해 보인다고 했어요. 제 욕심 때문에 무대가 망했다면서,”
“네 욕심이 거기에서 왜 나와.”
메인 보컬 파트의 난이도가 헬이니 엉성해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것은 트레이너들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욕심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잘 이해가 안 됐다.
“어려운 부분은 잘하는 사람한테 맡겨야 한다면서 메인 보컬 파트 외에도 고음 파트가 다 저한테 넘어왔거든요. 트레이너분들은 상황을 모르니까 그냥 제가 욕심내서 남의 파트 뺏은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 그걸 아무 말도 못 하고 듣고 있었어?”
“평가 분위기는 이미 개판인데, 서로 책임 떠미는 모습 보이면 더 엉망이라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멤버들은 제 탓으로 하려는 것 같아서… 절대 제 편 안 들어 줬을 거예요.”
“…하.”
가슴팍을 확 뜯고 킹콩처럼 주먹으로 맨가슴을 우어어 내려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지성을 가진 현대인이니 참겠다.
“Live MR은? 내가 MR은 무리라고 했잖아. 녹음한 거 파일까지 가지고 있을 텐데?”
내 물음에 도유다는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입을 다물었다. 이것만큼은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바른대로 불어.”
“…멤버들이 AR이 들어가면 진정한 무대가 아니라고, 쌩 라이브로 하겠다고 제가 없는 사이에 제작진분들한테 말해 버렸어요.”
“…….”
“…….”
“하하. 하하하. 하하하. 아하하!”
작위적으로 웃음을 쏟아 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대가리 뚜껑이 열려 돌아가실 것 같았다.
‘XX…….’
강철 긍정 멘탈인 도유다가 이리도 처참히 무너져 버린 이유를 이제야 알아버렸다.
노래와 함께 빡센 춤을 출 경우 100% 라이브는 정말 어려웠다.
특히나 연습생이라면 더더욱.
상반신이 크게 움직이거나 숨이 너무 차는 부분에는 녹음된 목소리를 조금씩 흘려보내 라이브를 보조해 줘야 한단 말이다.
그런데 우리 도유다의 멤버들은 지들이 부르는 것도 아니면서 깨끗한 MR을 고집한 듯했다. 그것도 ‘아이돌 처형곡’에.
“애를 참 알차게도 괴롭혀 놨네? 나이도 어린 것들이 어떻게 이렇게 치밀한지 몰라. 아주 구색이 다 갖춰져 있어. 욕심쟁이 메인 보컬, 프로 정신! 하하하!”
내 분노가 담긴 폭소에 도유다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혀, 형! 진정해요!”
“내가, 봐주려고 했는데. 도유다 얼굴 봐서 봐주겠다고. 봐준다고! 그랬는데, 감히?”
“심호흡, 심호흡!”
어째 상황이 역전된 것 같았다. 사색이 된 도유다가 오히려 나를 진정시키려 드는 것을 보니.
웃음을 뚝 멈췄다.
그리고 도유다를 바라봤다.
“대화가 필요하겠어. 나 간다. 너, 이제 괜찮지?”
“네?”
“대화 나누고 온다고.”
“누구랑 무슨 대화… 헉! 아니에요. 알려 주지 마세요. 저는 알고 싶지 않아요. 형이 하는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요. 세상에는 알지 못했을 때 더 아름다운 일도 있는 법이에요.”
무의식적으로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한 질문을 하려던 도유다가 입을 헙 막고는 고개를 미친 듯이 저었다. 놈의 쫄보 영혼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모르는 게 좋을 거야. 현명하네.”
나는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 * *
곧장 향한 곳은 리허설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있는 관중석의 입구였다.
제작진들은 무언가 부산스럽게 준비를 하는 것 같았고, 트레이너들은 무대 앞에 앉아 지루한 대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찾았다.’
나의 목적은 제이였다.
놈은 트레이너진의 가운데에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아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그렇게 속으로 말하자마자 뒤통수를 어루만진 놈이 뒤를 돌아봤다.
눈이 마주쳤다.
제이와 나 사이에는 긴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검지손가락으로 내 앞을 가리키고,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건드렸다.
생전, 제이에게 자주 사용했던 수신호였다.
“헉!”
그러자 그것을 확인한 놈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 잠시만 쉬는 시간 가질까요? 트레이너들도 체력이 많이 소진됐고, 연습생들도 너무 긴장한 것 같으니 제작진분들 상황 정리하고 다시 제대로 갑시다.”
그럴듯한 핑계로 촬영을 중단시킨 제이는 부리나케 뛰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들을 통솔하여 피드백을 이끌어 가던 여유는 어디 갔는지 당황스러움을 만면에 드러낸 채였다.
나는 놈을 뒤로하고 비상구를 통해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진짜 미치겠네!”
뒤통수에서 제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차에서 차근히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으니까.
그러자 제이의 발소리가 더욱 빨라졌다.
놈의 다급한 심정을 드러내는 구두 소리가 조용한 주차장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제이의 차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 제이가 도착했다.
조용히 차 키를 꺼내 문을 연 제이는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벌을 서듯 제 손을 내려다봤다.
“…….”
‘애새끼들 말에 속아 넘어가? 이 여우 새끼가? 차라리 지구가 평평하다고 해라.’
조수석에 앉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들끓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함이었다.
“…형이 아끼던 애야?”
내가 단단히 화가 난 이유를 눈치챘는지 제이가 눈썹 끝을 축 늘어트리고, 조용히 물었다.
“…….”
“잘못했어…….”
수신호의 뜻은, ‘넌 지금 X 됐으니 당장 튀어나와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