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39)
39화
“도유다를 아끼는 입장으로서 객관성을 잃은 말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물론 저도 잘 알고 물어보는 겁니다. 편하게 이야기해도 괜찮아요, 저는 어디까지나 연습생들 사이의 분위기가 궁금한 거니까요, 한승범 연습생.”
내 밑밥에 제이가 천연덕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나는 예의 바른 아이처럼 고개를 한 번 숙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잠이 잘 안 왔습니다. 아픈 목을 부여잡고, 기침하는 소리가 밤마다 들렸으니까요.
구라였다.
나는 원래 잠을 잘 못 잔다. 예민해서.
“흐엉?”
옆에 서 있던 도유다가 금시초문이라는 듯 얼빠진 소리를 냈다. 다행히 아주 작은 소리였고, 마이크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나에게만 들린 것 같았다.
당연했다.
도유다는 그냥 무대에서 본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압박감을 느낀 것이지, 성대에는 별문제가 없었으니까. 튼튼한 게 장점인 놈이 이 정도로 결절이 올 리가 없었다.
‘그냥 잠자코 있어라.’
팔꿈치로 지긋이 누르자 도유다가 몸을 움찔 떨고 고개를 푹 숙였다. 대충 내 의도를 이해한 것 같았다.
”도유다는 항상 그랬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명랑한 척,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노래가 전부였던 아이가 그것을 못 하게 되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도유다가 과호흡을 겪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할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따라서 나는 놈이 받은 피해를 명시하기 위하여 가상의 사건을 만들어 냈다.
“하… 사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화도 나고. 내 동생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그걸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카메라 앞에서 울지 않는다.
이것은 오래전 내가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정해 둔 규칙이었다.
하지만 그 신념에는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나 힘들다고 흘리는 눈물이 아닌, 사나이의 불꽃 눈물은 괜찮다는 예외.
팬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때 흘리는 눈물 그리고 동료를 위해 흘리는 눈물.
이것들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내 이미지에 해가 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울겠다, 지금 당장.
“…….”
시선을 내리깔고 눈물을 쥐어 짜내자 한승범의 긴 속눈썹이 자연스럽게 파르르 떨렸다. 사실 들어오기 전에 최대한 깜빡이지 않고 버텨 눈을 빨갛게, 뻐근하게 만들어 두었다.
나는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처럼 고개를 사선으로 들었다.
사선이 예쁘게 찍히니까.
‘우는 모습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상한 것에 심장이 뛰는 특이 취향의 변태들이 존재하니, 그들의 수요도 가끔은 충족해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 아래로 고인 눈물이 조명에 반짝이며 떨어졌다. 그러자 제작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미쳤네…….”
“이거 보정 들어간 거 아니죠?”
내가 눈물을 두세 방울 흘리자 얼라리요, 같은 표정을 0.1초 지은 제이가 촉촉한 눈망울을 하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내 의도를 눈치채고 함께 장단을 맞추는 것이다.
“동료를 위해 그렇게까지 마음을 쏟다니, 정말 다정하네요. 우리 한승범 연습생이 마음고생이 참 많았던 모양이군요.”
“…네.”
내가 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도유다가 갑자기 손목으로 눈가를 쿡쿡 찍으며 눈물을 닦아 냈다.
“흐으엉.”
‘…뭐야?’
나는 순간 연기를 멈출 뻔했다.
이 웃기지도 않은 눈물 쇼에 도유다가 합류하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혀어엉, 저는 형 마음도 모르고오. 나 혼자 잘할 수 있다고. 흐엉, 허어엉.”
방금까지만 해도 내가 한 거짓말로 넋 빼놓고 있더니 왜 또 우는지 모르겠다.
내 예상으로는 그냥 사람이 울면 따라서 우는 타입이거나, 연기를 거들어 주려는 것 같았다.
“으어어, 끕, 형이 저를 그렇게까지 소중히 생각해 주다니… 흐윽!”
도유다가 나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쭐쭐 흘려 댔다.
내 사복은 오늘로 벌써 두 번째 눈물을 흡수하게 되는 것이다.
‘썅, 이 셔츠 두 번 다시 안 입는다.’
도유다의 얼굴 위치 그대로 검은 셔츠 위에 더 검게 자국이 남았다.
심령사진 같았다.
‘이쯤에서 Live MR 얘기를 꺼낼까.’
트레이너들은 이미 우리의 눈물 연기에 뿅 가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MR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지금이 딱 적절한 시기인 것 같았다.
“저는 처음에 분배받은 파트를 보고, 이건 도유다의 목에 너무 무리가 될 것 같아서 Live MR을 쓰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멤버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거라도 있어야 부담이 덜할 테니까요.”
“그것참 이상하군요. 저희가 본 무대는 MR만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제게 알려 주지 않았거든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은 팀원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것뿐입니다.”
“저런, 본인들이 고음 파트를 수행하는 것도 아닌데요? 송한서 연습생,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습니까?”
사실상 팀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이 전부였다.
뭐가 더 있는 건 아니었는데, 도유다가 내게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친 것처럼 보일까 봐 굳이 둘러 말한 것뿐이다.
“…팬분들께 진정성 있는 무대를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이와 내가 번갈아 가며 신나게 주거니 받거니를 하는 동안 표정이 점점 썩어 들어간 송한서가 나지막이 답했다. 제이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등받이에 등을 푹 기대며 탄식을 뱉었다.
“아아, 깨끗한 MR만 들어간 쌩 라이브 좋죠. 원곡자들이 그렇게 했으니까 본인들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고 그렇죠? ‘라이브 장인’ 소리 들을 수 있을 것 같고.”
“…….”
“이미 데뷔한 아이돌들 중에서도 Live MR 쓰는 분은 정말 많습니다. 그게 그분들이 진정성이 부족해서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닙니다. 음향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안무 난이도가 높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해요.”
– 형, 저는 라이브 장인 타이틀 못 놓쳐요. 목에서 피 토하는 한이 있어도 한다…….
– 감기 걸려서 목 다 쉰 주제에 무슨 소리 하는 거야. AR 넣는 게 그렇게 싫으면 다른 멤버한테 맡겨.
내가 장담하는데 저 말은 개구라다.
상황에 상관없이 라이브 하겠다고 떼를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뭘.
“본인 파트도 제대로 소화 못 해서 떠넘기는데 MR을 고집하면 그게 오만이 아니고 뭐죠? 팬들이 망한 무대를 보고 싶어하나? 글쎄요, 원곡자인 저는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삼켰다.
저 여우 새끼, 뉘 집 새끼인지 정치질 한번 잘하네.
‘슬슬 이 상황을 마무리해야겠군.’
제작진들은 이미 ‘송한서와 아이들’을 나락에 빠트릴 재료롤 모두 모았을 것이다. 더 이상의 개입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지금 빠져나가지 않으면 나는 이놈들이 모든 피드백을 들을 때까지 이곳에 남아 있어야 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파트 분배를 비롯한 모든 의사결정은 결코 모두에게 공정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도유다는 상처받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이 어린아이에게 모든 책임을 떠미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의미심장한 말로 도유다를 두둔하고, 인사를 한 후 무대에서 내려왔다.
“…….”
“…….”
무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메인 PD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허리는 숙이되 눈은 끝까지 메인 PD에게 고정하여 인사를 건넸다.
‘편집 제대로 해라.’
그러자 대충 알아들은 건지 어정쩡하게 웃은 메인 PD가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좋아.
* * *
결국 나는 도유다 팀의 리허설이 끝나는 시간까지 대기하다가, 그들과 같은 차량을 타고 럭키 센터로 이동하게 되었다.
도유다 팀의 멤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형, 저 다시는 형의 걱정을 모르는 척하지 않을게요. 말도 잘 들을게요.”
퉁퉁 불어 터진 눈을 한 도유다가 내 소매를 붙잡으며 웅얼거렸다.
자신이 괴롭힘 당할까 봐 끝까지 남아 기다려 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든가.”
나는 한숨을 픽 내쉬고 대충 대답했다.
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도유다의 멤버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대충 이 안의 피라미드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보였다.
“우리가 강요한 것처럼 트레이너들이 몰아갔잖아!”
‘아마 저놈들이 도유다를 따돌린 그룹이겠지.’
우두머리인 송한서를 달래는 놈이 둘, 함께 화를 내는 놈이 하나였다.
“한서야, 정말 고생 많았다.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지? 우리는 그냥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도유다는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어? 진짜 웃기는 새끼네. 지가 나서서 아니라고 말해야 할 거 아냐. 걔 어디 있어?”
도유다를 찾아서 책임을 물으려는 생각인지 호기롭게 고개를 든 놈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도유다는 절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 몸 뒤로 가려 뒀으니까.
“그냥 얌전히 가지?”
나는 도유다의 어깨를 잡아다 내리고 놈들을 똑바로 응시했다.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었다.
“…….”
“한승범은 우리 팀도 아닌데 왜 여기 있는 거야…….”
“씨, 도유다는 왜 하필 한승범이랑 친해서…….”
“아오, 내가 진짜 카메라만 없었어도 다 엎어 버리는 건데.”
곧바로 바른 자세로 착석한 멤버들이 작은 목소리로 꿍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눈도 못 마주치면서 허세 부리기는.’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나나 이화영같이 성격 드럽고 인지도 높은 놈들에게는 말도 걸지 못했다. 아마 카메라가 없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 실수. 나는 착한 성격이다.
“…형, 고마워요.”
왼손이 계속 위아래로 움직였다. 도유다가 훌쩍거릴 때마다 내 손도 같이 흔들리는 것이었다. 나는 주머니의 손수건을 놈의 얼굴에 던져 버렸다.
“너, 자꾸 울면 내일 못생긴 얼굴로 무대 올라간다.”
“또, 또! 말 그렇게 한다. 제가 우는 게 마음 아픈 거죠. 저는 다 알아요.”
에휴.
* * *
“승범아!”
럭키 센터로 돌아가 연습실 문을 열자 멤버들이 미어캣처럼 나를 향해 고개를 훽 돌렸다. 그리고 우르르 몰려와 나와 도유다를 부둥켜안았다.
“승범이, 추가 촬영 잘하고 왔어? 고생했네.”
“어어…….”
‘사람 살려.’
생전에는 나도 제법 허우대가 멀쩡해서 괜찮았는데, 한승범의 몸은 너무 나약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지쳤다.
“유다도 수고 많았다!”
“꾸엑.”
도유다는 찐빵 터지는 소리를 내며 숨을 몰아쉬었다.
쟤는 우리 팀도 아닌데 왜 같이 껴안는 걸까.
우강원이 도유다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보니, 대략적인 사정을 우강원이 이미 설명한 듯했다.
‘하긴, 새벽마다 운동하러 가는 놈이 도유다의 상태를 모를 리가. 모르는 척해 준 거겠지.’
도유다가 화장실을 점령하고 있었던 것은 새벽 5시쯤이었다. 우강원은 4시부터 일어나서 아침 운동을 하는 놈인데, 그날 유난히 늦게까지 침대에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
나는 우강원의 옆구리를 툭 치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우강원이 내 등을 툭툭 쓸어 주며 웃었다.
“수고 많았어.”
“어어.”
나는 어색한 동생 취급에 오소소 돋은 닭살을 잠재우면서도 눈알을 굴렸다. 그리고 멤버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스르르 빠져나왔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MR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파트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여전했다.
‘그렇다면, 도와줄 수 있을 만한 놈을 찾는 게 제격이지.’
내 목적은 한 놈뿐이었다.
유난히 기가 약하고, 우두머리 그룹에 끼지 못했던 놈.
도유다의 눈치를 보며 계속해서 입을 움찔거렸던 놈.
백기량.
프릭에게 인신공격을 당하고, 벌벌 떨며 울었던 S등급 출신 그놈이었다.
“안녕.”
나는 뒤에서 백기량의 목을 움켜쥐고, 어깨에 이마를 문댔다.
그리고 속삭였다.
“혼자 멀리 떨어져 있으면 죄책감이 좀 덜해? 방관한 주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