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41)
41화
“너는 내가 선택한 메인 보컬이니까.”
도유다는 내 말에 순간 숨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며 웅얼거렸다.
“…그런 말 해 준 적 한 번도 없으면서. 이런 순간에 와서야 말하는 거 정말 치사해요.”
작은 목소리가 남긴 말은 약간의 툴툴거림과 불만이 담겨 있었지만, 나는 그저 웃어넘길 수 있었다.
놈의 얼굴에는 더 이상 두려움 따윈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그것이면 되었다.
“다녀올게요.”
도유다는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동요는 어디 갔는지 망설임 없이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와아아아아!”
“니콜라스!”
“이화영! 이화영! 이화영! 이화영!”
무대 위에는 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바로 전 순서로 무대에 섰던 이화영 팀의 여파 때문이었다.
‘환호 소리가…….’
나는 그 열기를 바라보며 결코 평범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기묘하게도 관중들의 외침은 모두 이화영을 향해 쏟아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 수많은 관중 사이 다른 멤버들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화영…….’
이화영은 저번 1차 경연에서도 압도적인 득표 수를 보이며 같은 팀원들을 억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의 팀원들은 그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이화영의 압도적인 인지도와 놈에게만 치중된 파트를 지목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이번 2차 경연에 배치된 이화영 팀의 멤버들은 모두 실력을 갖춘 상위권 연습생이었고, 파트는 고르게 배분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다시 같은 결과가 되풀이되어 버린 것이다.
관중들은 오로지 이화영만을 향해 열광했고, 내내 상위권으로서 높은 득표를 자랑하던 멤버들은 오늘 처음으로 패배감을 맛보게 되었다.
이화영은 이번 2차 경연을 계기로 증명한 셈이다.
저번 1차 경연의 결과는 결코 단순한 파트의 분량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화영의 강한 존재감은 같은 그룹의 멤버들을 지우고, 압도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놈이 누구를 참고하여 그런 행동을 벌이는지는 눈에 훤히 보였다.
그의 일련의 모습이 누군가와 아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기분 나빠. 아니, 찝찝하다고 해야 하나.’
프리즘 시절의 ‘서유태’ 말이다.
이화영의 모든 것들이 그 시절의 나와 상당 부분 일치했다.
무대를 사용하는 방법, 카메라를 사로잡는 방법, 관중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법, 마이크를 잡는 사소한 습관까지도.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 온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단순히 따라 하고 싶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중을 끌어들이는 아이돌로서의 재능을.
이화영 팀의 멤버들도 이 상황에 대해 눈치챈 것인지 동요를 그대로 드러내며 이를 악물었다. 양하준의 지시에 따라 무대 아래로 내려가긴 했지만, 누가 보아도 그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아직도 이화영 이름만 부르고 있어.”
“쟤네 어떡해…….”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은 그저 동정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현장 평가단의 분위기가 이래서는 다음 팀의 부담도 커질 수도 있겠어.’
나는 무대 위로 올라간 도유다의 안색을 살펴봤다.
다행히 놈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결의에 가득 찬 얼굴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다행이군.’
도유다의 평온함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릴 때, 우리 팀의 멤버 중 하나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왜?”
“저기… 니콜라스가 네 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은데…….”
멤버가 은밀하게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 이화영이 있었다. 방금 같은 팀 멤버들의 멘탈을 개박살 낸 주제에 아주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내 코앞까지 다가온 놈은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물었다.
“내 무대, 봐줬어?”
“…그래. ‘네’ 무대였지. [Euphoria> 팀의 무대가 아니라.”
내 퉁명스러운 대답에 이화영이 느긋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말했잖아, 나는 너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고.”
“…….”
“내가 무대다운 무대를 하기 위해서는 네가 반드시 필요해. 너는 내게 잡아먹히지 않을 유일한 존재니까.”
탐욕에 가득 찬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나를 응시했다.
‘나를 함께하고 싶은 멤버로 계속 지목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군.’
놈의 끈질겼던 접근의 이유를 드디어 알 수 있었다.
이화영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날뛰어도 잡아먹히지 않으며 함께 무대에 공존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고, 결국 유일하게 찾아낸 사람이 나였던 것이다.
정말 웃기지도 않은 소리였다.
나는 작위적으로 웃음을 터트리고는 놈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나와 무대를 하고 싶다면… 내가 아니라 네가 잡아먹힐 걸 걱정해야지.”
명백히 도발을 담은 말에 이화영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놈의 사고방식은 우물 안의 개구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 세상에 재능 있는 사람들은 널리고 널렸고 이화영은 수많은 별 중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을 성실히 갈고닦는 것이었다.
하지만 놈은 아직 그것에 대해 깨닫지 못한 듯했다.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말고. 가끔은 아래도 봐.”
나는 이화영의 어깨에 툭 팔을 얹으며 말했다.
“…무슨 의미야?”
“계속 그렇게 위만 보고 있으면 너는 언젠가 네 아래에 있던 놈들에게 목덜미를 잡히게 될 거라는 말이야. 가령, 지금부터 무대 위에 설 도유다, 라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지켜본 바로는 이 프로그램에 너를 제외하고는 전부 별 볼 일 없는 놈들뿐이었어.”
이화영은 고개를 저으며 비웃음을 내보였다. 자신의 생각을 굽힐 마음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이놈 고집 한번 참 세네…….’
뒤통수를 긁적인 나는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냥 혼자 자멸하게 내버려 둘까도 싶었지만, 이화영은 어찌 되었든 최종 데뷔 멤버에는 합류하게 될 놈이었다. 그렇다면 작은 깨달음을 얻게 해 주는 것쯤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이동해야 해요!”
“…….”
“이화영.”
나는 제작진의 채근에 마지못해 자리를 뜨려는 놈을 불러세웠다.
내 부름에 이화영은 스태프의 손을 떼어 내고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놈을 향해 웃어 보이며 무대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철컹!
내 목소리와 함께 층 전체를 환하게 비췄던 불빛이 꺼지고, 무대 아래에 스모그 효과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핀 라이트 조명 하나가 도유다를 비추기 시작했다.
그 조명은 작았지만,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는 도유다를 빛내기에도, 백스테이지의 어둠을 몰아내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내기해도 좋아.”
희미하게 새어 들어온 조명이 등 뒤로 쏟아지자 나는 이화영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놈의 눈동자는 나를 비추며 일렁거리고 있었다.
“지켜봐. 내가 키운 놈이 얼마나 무대 위에서 빛날지.”
“…지켜볼 필요도 없어.”
내 말에 끝까지 동의하지 못하는 것인지 얼굴을 일그러트린 이화영이 몸을 휙 돌려 자리를 빠져나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너는 볼 수밖에 없을 거야, 네 의지와는 상관없이.”
– 수없이 많은 고비를 넘어
더 높은 정상을 향해 달려
어수선한 분위기를 지우지 못하던 관객들 사이로 도유다의 고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MR 하나 없이 귀에 꽂힌 그 목소리에, 무대는 순식간에 정적을 찾았다.
“와… 우리 괜찮을까? 1등 할 수 있겠지?”
“이런 거 볼 때마다 노래 잘하는 게 그냥 제일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우리 팀의 멤버들은 도유다를 응시하며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지배>는 처음부터 3옥 도를 때려 박고 시작하니까.’
이화영은 내게 무언가 특별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놈의 태도는 곧 오만이었다.
Survive IDOL은 최종적으로 7명의 멤버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데뷔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놈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함께 데뷔할 멤버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너는 내가 키운 놈들을 보며 감탄하기만 하면 돼.’
눈을 내리깔고, 무반주 노래에 집중하던 도유다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 나는 공포를 먹고 자라는 괴물이야
도망쳐.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 봐
네 입에서 나오는 거짓말 따윈 우습지도 않아
넌 날 위해 만들어진 제물이야
Yes we are PRISM.
“프리즘 노래야!”
“연습생이?”
“와아아!”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곡의 정체를 눈치챈 현장 평가단이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
.
.
“미쳤네…….”
도유다 팀의 무대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즈음, 우리 팀의 멤버들은 완전히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무대는 어제 이루어졌던 드라이 리허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당장 오늘 아침에 이루어졌던 카메라 리허설보다 훨씬 더 좋은 무대였다.
도유다는 본인이 두려워하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고, 원곡자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괜찮은 무대를 해 보였다.
– 지켜봐 주길 바라
이 무대
도유다가 먼저 부르면.
– 이 노래
백기량이 중간을 채워 주고.
– 나의 외침을
도유다가 다시 이어 부른다.
놈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연계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연계의 중심에는 백기량이 있었다.
‘저놈도 꽤 쓸 만하겠는데.’
백기량은 도유다의 상태를 틈틈이 확인하며 도유다가 충분히 호흡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었다. 기본적으로 센스가 있고 머리가 좋은 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괜찮네.”
나는 놈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팔짱을 꼈다. 이 정도면 마음 놓고 편히 후배들의 무대를 관람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뭐야?’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내내 관중석 향해 있던 도유다가 관중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찰나의 순간 동안 나를 돌아보고, 나를 손가락으로 지목한 것이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의 가사를 불렀다.
– 이 자리에서 증명해 보일게
본능마저 극복한 나의 모습을
‘네게’ 감사해
덕분에 나는 이 두려움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거든
[지배>는 프리즘 멤버들이 공포스러운 무대와 관중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보란 듯이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탄생한 곡이었다.‘그런 의미로 쓴 가사 아닌데.’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유다는 클라이맥스의 가사를 아예 직관적으로 받아들여 나를 향해 정말 감사를 표하는 의미에서 저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
‘설마, 이 가사를 들으면서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해석 능력으로 치면 0점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렇게 웃으면서 부르는 노래 아니라고.”
– Be brave. move on. Don’t stop
설령 다른 해석일지라도 틀린 해석은 아니었으니까.
두려움에 지배당한 사람은 저런 표정을 지으며 웃지 않는다.
놈은 내가 의도했던 [지배>의 존재 의미를 정확히 꿰뚫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승범아, 고생 많았다.”
도유다의 무대가 끝나고, 우강원은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나는 우강원의 따뜻한 시선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고 있었으나, 모르는 척했다. 우강원은 나를 너무 좋은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더 이상의 오해는 사절이었다.
“[Motorcycle> 팀 무대 올라갈게요!”
[지배> 팀의 여운이 끝날 새도 없이 제작진들은 우리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가자.”
“응!”
나는 멤버들을 이끌고 무대 위로 올라섰다.
기분 좋은 승부욕이 온몸을 휘감았다.
‘네가 그렇게 좋은 무대를 보여 줬는데 내가 뒤처지면 안 되지.’
자, 지금부터는 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