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42)
42화
만약 가족 구성원 중 자신과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가 있다면 조금 더 즐거운 취미 생활이 가능할까?
어림없는 소리.
그 의문은 네임드 홈마 친족을 가진 김하솔에 의해 처참히 부서졌다.
– 네가 내 새끼와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알긴 하냐? 네가 그러니까 네임드가 못 되는 거야. 남이 주는 것만 받아먹지 말고, 채널이라도 하나 만들어 보든가. 직장에서 썩고 있는 네 영상 편집 스킬이 정말 아깝다.
– 맨날 밑바닥에서 구르는 애들 좋아하니까 누나도 그렇게 성격이 괴팍해지는 거야. 네임드가 뭐 밥 먹여 주냐? 나는 취미생활에서도 일하기 싫거든?
김하솔은 제 누나와 다르게 1군 아이돌만 잡는 대중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갓 데뷔한 성장형 아이돌에만 눈이 돌아가는 누나, 이미 성공한 완성형 아이돌만 잡는 동생. 이 두 취향의 사이에는 엄청난 벽이 존재한다.
‘아이돌이 내 인생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스트레스 해소할 정도로만 좋아하면 되지. 망돌 될까 봐 마음 졸이는 거 딱 질색이라고.’
따라서 김하솔은 누나가 좋아하는 아이돌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우리가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벌컥!
“내 어머니의 두 번째 수컷 자녀야. 이 위대하신 누님께서 감사하게도 네게 임무를 하사하겠다.”
“아, 발가락! 미쳤냐! 발 언제 씻었는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김하연이 발가락으로 동생의 머리채를 잡으며 말했다.
“이 누님이 온 가족의 명의로 Survive IDOL 2차 경연 현장 평가단을 신청했는데, 발칙하게도 네가 당첨되었다.”
“누구 마음대로. 내 핸드폰 언제 가져갔는데!”
“내 마음대로. 그러니 네가 좀 방청 가서 우리 대장님에게 승리의 한 표를 던지고 오거라. 다른 놈 투표하면 네 컴퓨터의 직박구리 딱따구리 송골매 참새 폴더를 말살하겠다.”
“이상하게 말하지 마라. 그거 이상한 거 아니라 여자 아이돌 직캠이다. 엄마 오해하면 기절한다! 그리고 내 컴에 손대면 가만 안 있어!”
“어쩌라고. 그 컴도 내가 사 준 거잖아.”
“나가!”
누나를 내쫓고 방의 침대에 드러누웠지만 김하솔은 알 수 있었다.
결국 자신은 누나의 명령대로 방청을 가게 될 것이라는 미래를.
“씨… 독립한다. 김하연 짜증나서라도 내가 독립한다!”
동방예의지국에서 늦게 태어나 버린 죄를 가진 김하솔은 집 안에서 하찮은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누나의 명령에 반항하는 일 따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누나는 원래 저 정도로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승범이라는 놈이 누나의 뇌를 지배하여 인격을 개조한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한승범이 뭐길래 저렇게 눈깔이 돌았냐고.’
“이 새끼 뭐야. 뭐 하는 새끼야!”
김하솔은 분노에 가득 차 Survive IDOL의 팬들이 모인 익명 커뮤니티를 뒤지기 시작했다.
[같은 남자도 홀리는 한승범]커뮤니티에 들어가자마자 추천 수가 굉장히 높은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같은 남자도’라는 말에 콧방귀를 뀌며 그것을 눌러 보니 대문짝만 하게 인하트그램의 캡처본이 펼쳐졌다.
[(‘yanghajun_official 님 외 여러 명이 좋아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이는 캡쳐본)양하준 한승범 홈마가 올린 게시글에 좋아요 눌렀다가 칼삭함 ㅋ 양하준 승교도인 듯.] [┗ 다른 계정으로 눌러야 하는데 헷갈려서 공식 계정으로 누른 듯ㅋㅋㅋㅋ 어케ㅠㅠ 놀랐겠다. 소속사한테 혼나는 거 아냐?] [┗ MC라고 공정성이니 뭐니 문제 안 됐으면 좋겠다. 덕질은 가슴이 시켜서 하는 거임. 다들 알잖아.] [┗┗ 아니 MC는 당연히 공정성 지켜야지. 지금 데뷔하고 싶어서 간절한 애들 데려다 놓고 뭐 하는 거임 ㅋㅋ? 출연료 받았으면 양심 있게 하차했으면 좋겠다.] [┗┗┗ 누가 보면 양하준이 순위 조작한 줄 알겠음. 그냥 혼자 몰래 덕질하다가 걸린 건데ㅋㅋ 애들 간절함 방패 삼아서 그럴듯하게 양하준 패지 말고 네가 배팅하는 연습생 홍보나 열심히 해.] [┗ 아니 한승범 남덕 왤케 많음? 이제는 하다 하다 연예인도 물어오네.] [┗┗ 대장 은근 남덕 많더라. 비율은 여덕이 압도적이긴 한데 그냥 팬이 많아서 그런지 남자도 종종 보이더라고.] [┗┗┗ 한승범은 솔직히 성별과 종족을 초월하는 미인이지…. 나는 돼지로 태어났어도 한승범 잘생긴 거 알아보고 꾸에엑 옆구리에 앵겼을 거임. 성별이 뭐 대수냐. 얼굴이 저렇게 생겼는데.] [┗┗┗┗ 꾸에엑.] [┗┗┗┗ 꾸에엑 2.] [┗┗┗┗ ㄲㅇㅇ 3.] [┗┗┗┗ 여기 뭔 돼지 우리여?]
김하솔은 게시글에 끝없이 늘어진 댓글을 보며 기가 차 헛웃음을 뱉었다.
“남자도 홀리는? 하, 웃기는 소리. 나는 걸 그룹에만 심장이 뛴단 말이다. 걸 그룹 보기도 바쁜데 같은 사내놈 봐서 뭐 해?”
그는 심각한 걸 그룹 중독이었기 때문이다.
김하솔은 Survive IDOL이 큰 화제가 된 이후로 이미 한승범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요즘은 여자가 여돌 파고, 남자가 남돌 파는 일이 있다고는 하던데… 나는 절대 그쪽은 아니야.’
조각 같은 미모에 감탄은 나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본인이 덕질할 마음은 역시 들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내일 실물을 보게 될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뛰지 않았다.
쾅!
“빨리 자고 내일 방송국 시간 맞게 가라! 제대로 안 가면 생일 선물로 주문한 헤드셋 빠꾸할 거야!”
“…….”
누이가 방문을 발로 차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김하솔은 권력자의 지시에 따라 얌전히 눈을 감았다.
* * *
결국 누나의 등쌀에 밀린 김하솔은 2차 경연의 현장 평가를 하기 위해 방송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뭐, 한승범 투표만 해 주면 되는 거 아냐.’
계속 딴 생각을 하느라 연습생들의 무대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어차피 대충 투표나 해 주러 온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럼, 지금부터 [Motorcycle> 팀의 무대를 시작하겠습니다!”
사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한 양하준이 위풍당당하게 멘트를 뱉었다.
“와아아! 승범아, 화이팅!”
“대장! 믿고 있다고!”
‘한승범 팬들이 왜 이렇게 많아?’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한승범의 팬인 것 같았다. 김하솔은 순간 이곳이 콘서트장인지 헷갈리기까지 하였다.
부르릉!
무대의 모든 불이 꺼지고, 웅장한 드럼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차례로 일렉 기타의 소리, 오토바이의 엔진음 그리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하나씩 더해졌다.
“뭐야?”
‘[Motorcycle> 인트로에 이런 부분이 있던가? 편곡했나?’
김하솔은 결국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인트로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그리고 현장 평가단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전에, 한승범이 나타났다.
“꺄아아악!”
“와!”
무대 위의 한승범은 온통 매트 블랙으로 뒤덮힌 레이싱 바이크를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실제로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것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도로가 스크린에 비쳤다.
우우웅!
오토바이의 속도를 표현하기 위해 매우 강한 강풍기를 얼굴에 바로 쐬고 있는 것 같았지만, 한승범은 그 어떤 어색함도 없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클로즈업 숏을 찍기 위해 카메라가 한승범을 향해 역동적으로 다가가고, 스크린에 한쪽 눈을 찡그리며 미소 짓는 한승범의 모습이 송출되자 관객들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실제로 보니까 진짜 다르긴 하네. 조각 같다.’
김하솔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무대 위의 한승범을 바라봤다.
– 쿵!
한승범이 카메라를 옆으로 강하게 밀고, 충돌하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다시 무대의 모든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활주로의 조명처럼 줄지어 들어오는 불빛 사이에는, 한승범을 필두로 8명의 장정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정말 8명을 다 끌고 왔어… 그 궁예가 진짜였구나.”
“1등 자신 있다, 이거지.”
방청객들이 넋을 놓고 헛웃음을 지었다.
나란히 서 있는 엄청난 수의 멤버는 그 숫자만으로도 그림이 됨과 동시에 증명이기도 했다.
이 팀에는 낙오자 따윈 단 한 명도 없다는, 한승범은 모든 멤버를 살렸다는 증명.
‘와, 개멋있다.’
김하솔은 그 순간만큼은 반발심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한승범이 몸을 굽히고, 그 위를 뛰어올라 나타난 인물에 현장 평가단이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젠이야!”
“뭐? 저게 젠이라고? 걔가 저렇게 원래 잘생겼다고?”
사람들의 의문을 비웃듯 능숙한 표정 연기를 해낸 젠이 카메라를 향해 손짓하며 외쳤다.
– [ついて来れるか? (따라올 수 있겠어?)]
“와아아!”
‘뭐라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신난다!’
조금씩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심장을 부여잡은 김하솔은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가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젠뿐만 아니었다. [Motorcycle> 팀의 모든 멤버들이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발전하여 저마다의 매력을 빛내고 있었다.
한승범은 아무런 생색도 내지 않았지만, 회장 내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이 멤버들의 눈부신 변화는 모두 한승범의 손끝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 Engine, On
낮은 저음의 우강원이 부르고.
– Light, On. Broom Broom!
허스키한 젠이 부른 후.
– 3, 2, 1, go!
박자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뛰어나온 한승범이 외쳤다.
– 쿵! 쿵! 쿵! 쿵!
그리고 강렬한 비트와 함께 군무가 펼쳐졌다.
이 팀에 안무 구멍 따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류 댄서처럼 안무를 완벽하게는 추지 못하더라도, 박자에 맞춰 정확한 안무를 수행하는 멤버들. 그것이면 충분했다.
한승범의 강렬한 존재감이 시선을 센터로 끌어당겨, 멤버 전원의 춤이 마치 그처럼 뛰어난 것 같이 느끼게 만들었으니까.
“한승범!”
현장 평가단이 할당된 표를 마구 [Motorcycle>팀 에게 던지는 버튼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김하솔이 1군 아이돌의 덕질만을 고집했던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 여유에서 나오는 멋, 짬에서 비롯된 실력, 압도적인 인지도. 그는 그것을 선망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하솔은 오늘 한승범에게서 그 모든 것을 충족해 주는 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근 몇 년간 퍼포먼스로 저 정도 퀄리티를 낸 그룹이 있던가?’
기억을 아무리 뒤집어 보아도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스타즈와 프리즘 외에는.
– 다들 여기 모여. 떠나 보자고
시동을 걸고, 푸른빛이 들어오면 출발해
Blow the horn
두려움 없이 달려 볼까
어디까지나. 언제까지나
Moto Moto Motorcycle
지금부터 보여 줄게. 새로운 세상
네가 원하는 곳이라면
나는 세상의 끝까지 갈 수 있어. I will
무대의 어느 곳에서든 빛나는 한승범을 보며,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저 사람은 정상에 오를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 Broom Broom!
거친 소리 울려. 브레이크 없이 달려!
시동을 걸고, 푸른빛이 들어오면 출발해
“다 멋있어졌는데, 특히 젠이 180도 달라졌다. 고작 몇 주 사이에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서 온 거야?”
“젠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듣기 좋았나.”
프로처럼 파트를 소화한 젠이 한승범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한승범은 그것을 칭찬하듯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무대를 정말로 즐기는 듯한 모습에 현장 평가단의 분위기가 덩달아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한승범의 파트가 찾아왔다.
– 고민 없이 달려 볼까
걱정하지 마. 망설이지 마
눈꺼풀과 눈동자의 움직임, 격한 춤사위에 흐트러진 의상, 흩날리는 머리카락까지 모든 것이 계산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Moto Moto Motorcycle
시원한 바람이 우릴 둘러싸고 있으니까
거대한 스크린에 한승범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잡혔다.
“아…….”
슬로우라도 걸린 것처럼 몽환적으로 찍힌 클로즈업 숏에 현장 평가단들이 탄식 소리가 크게 들렸다.
평가장 안이 매우 시끄러웠기 때문에 비명 소리가 아닌 이상, 평가단의 소리는 절대 들릴 수 없었다. 이는 모든 사람이 같은 타이밍에 탄식을 흘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승범은 그것이 아주 만족스러운 듯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는 바로 다음 대형을 위해 이동했지만, 김하솔은 잊을 수 없었다, 그 미소를.
– 내 허리에 팔을 감아 기대
하지만 눈은 감지 말아
Moto Moto Motorcycle
이 광경을 놓치기는 아깝잖아
몇 번이고 자유를 외치며 달려
.
.
.
“이상으로 [Motorcycle> 팀의 무대를 마치겠습니다. 연습생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상기된 얼굴을 한 양하준의 멘트를 마지막으로 한승범 팀의 무대는 마무리되었다.
‘저건 형이다. 타고나길 형님이다.’
김하솔은 무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박수도 치치 못한 채 한승범이 멤버들을 데리고 나가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봤다. 얼굴을 만져 보니 미지근한 액체가 느껴졌다.
“저 사람 울어?”
“우와, 남 팬이다. 엄청 좋아하나 봐. 우는 거 너무 웃겨.”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수근거려도 김하솔은 굴하지 않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내 제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투표 잘했냐?”
누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김하솔은 누나의 질문을 무시하고 숨겨 두었던 마음을 고백했다.
“누나, 나…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뭐라는 거야. 돌았냐? 승범이 너보다 한참 어려.”
김하솔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승범에게는 같은 남자의 심금마저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누나는 그런 것도 몰라? 형은 신분이야.”
“취향도 결국 유전이구나.”
그렇게 2차 경연일은 한승범의 네임드 영상 채널이 탄생한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