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49)
49화
“SU 엔터테인턴트에서 한승범 연습생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통보해 왔어요. 전달받았나요?”
“아니요.”
이 프로그램은 핸드폰이 사용 불가능하다는 규칙이 있었으니, 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PD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쉬었다.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워서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지?”
“…….”
“저희는 일단 회사 측과의 합의로 한승범 연습생의 촬영을 수락한 건데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촬영을 속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나는 PD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뭔가 이상했다.
나는 프로그램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기 때문에 설령 기획사와 트러블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하차시킨다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본인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일이니까. 그런데도 저런 태도를 취하는 게 이상했다.
‘오히려 개인 연습생으로 그냥 출연해 달라고 제안해야지.’
그리고 SU 엔터테인먼트가 나를 쉬이 놔줄 리가 없었다. 별다른 투자도 없이 최고의 결과를 뽑아낸 나를 포기하면 그건 그냥 바보였다.
이유인도 이런 방식으로 퇴출을 통보할 사람이 아니었고 말이다. 그 사람은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할 인물이었다.
이상을 감지한 나는 그 말을 듣고 차분히 능력을 사용했다.
‘이유인.’
– 오늘 끝나고 같이 술 마시러 갈 사람!
이런 통보를 한 이후에는 당연히 회사 분위기가 혼란스러울 텐데, 이유인에게 그런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
나는 속으로 비웃음을 삼켰다.
그리고 주변을 쭉 둘러보곤 확신했다.
“이거 거짓말이죠?”
“한승범 연습생, 우리가 이런 거 가지고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PD는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내가 너무 큰 충격에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고쳐 다시 했다.
“깜짝 카메라인 거 알고 있습니다.”
대뜸 날아온 말에 제작진들은 헉 소리를 내더니 우왕좌왕하며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
나는 그 눈에 훤히 보이는 반응에 한숨을 쭉 내쉬었다.
‘저렇게 당황한 티를 너무 내니 더 못 봐주겠네.’
제작진들이 나를 부른 이유는 깜짝 카메라 촬영 때문이었다. 아까의 허접한 인터뷰는 분명 나를 속이기 위한 의미 없는 행위였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촬영을 중단한다고 과하게 어필했지만, 마이크는 벗지 않은 채 이야기한 것, 인터뷰의 질문이 성의 없었던 것, 굳이 내가 아닌 제작진이 자리를 옮기게 만든 것, 굳이 우리의 순서를 나, 우강원, 도유다 순으로 배치해 놓은 것.
‘인간, 호구, 바보 순서잖아.’
차분히 생각해 보면 마음에 걸리는 점은 수두룩했다.
다른 연습생들은 놀란 마음에 이런 사소한 것 따위는 눈치채지 못할 테지만.
“어, 벌써 들켰어. 얼른 들어와.”
뒤통수를 벅벅 긁은 PD는 더 이상 나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무전기로 나머지 제작진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하하, 한승범 연습생, 도대체 어떻게 눈치챈 거예요?”
“…그냥 눈치채지던데요.”
“저희 이렇게 금방 들킬 거라고 생각 못 했거든요. 뒤에 촬영도 망칠 수는 없는데, 어색했던 부분 말해 줄래요?”
“…….”
제가요. 사실 죽었다 살아난 서유태인데요. 그래서 이런 깜짝 카메라 정도는 쉽게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방송 짬이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 건성으로 짠 게 다 티가 납니다. 아, 추가로 남의 말 도청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요. 파이팅!
‘그렇게 말할 수는 없겠지.’
“…PD님이 제 입장에 너무 공감해 주셔서 뭔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그런가아? 아니, 나 꽤 연기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아, PD님. 그러니까 제가 말했잖아요! PD님 연기 어색하다고!”
“왜! 나 열심히 했어!”
핑계를 찾지 못한 나의 생트집에 다른 제작진들의 장난스러운 공격이 PD를 향해 쏟아졌다. PD는 빽 고함을 지르며 불퉁한 얼굴을 하더니 다시 나를 향해 몸을 굽혔다.
“일단 나머지 연습생들한테는 말하지 말아 줄래요? 한 명씩 다 진행해야 방송에 넣을 수 있을 만한 영상을 건질 수 있거든요.”
“…….”
그 말을 들은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개인적으로는 깜짝 카메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싫었다.
그건 기만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강원과 도유다에게 언질을 줄 수는 없었다.
‘나름 방송의 한 부분으로 기획한 것일 텐데. 내가 그 기회를 몽땅 날려 버리면 안 되지. 그냥 내버려 둬야겠어.’
연습생들은 분량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나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경연 과정에서 분량을 뽑아내고 있었지만, 그 두 놈들은 달랐다.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됐다.
특히나 도유다 같이 리액션으로 방송 분량을 차지하는 놈은 더더욱.
생각보다 이런 일상적인 모습에서 팬이 되는 사람들이 꽤 많단 말이다.
‘진짜 성가시네…….’
입 다물고 있겠지만 기분은 더러웠다. 나는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공범자가 되는 요상한 감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일단 우강원 형과 도유다에게는 말하지 않고 있겠습니다. 리액션 제대로 찍어야 하니까요.”
“고마워요! 그러면 이제 방으로 돌아가도 괜찮아요.”
“인터뷰는요?”
마지막으로 확인하자 PD가 순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깜짝 카메라용 거짓말이에요!”
‘그럴 줄 알았다, 이 사람들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닥에 앉아 있던 도유다와 우강원이 벌떡 일어나 나를 맞이했다.
“인터뷰 잘하고 왔어? 곤란한 건 묻지 않았지?”
“저 인터뷰 예쁘게 나오려고 립밤 발랐어요! 어때요?”
두 놈들은 나를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들에게 찾아올 위협의 정체도 모른 채.
“어, 나는 괜찮았어.”
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리며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괜찮았으니까.
* * *
“형, 어떻게 한마디도 언질을 안 해 줄 수가 있어요! 저 진짜 깜짝 놀랐다고요…….”
“나도 정말 놀랐어……. 승범이가 너무 평온하게 돌아오길래 아주 가벼운 촬영인 줄 알았는데 설마 이렇게 속아 넘어갈 줄이야.”
“제작진분들이 다른 연습생한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셔서 어쩔 수 없었어,”
촬영을 마치고 온 도유다와 우강원은 산발이 되어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도유다는 심지어 눈이 퉁퉁 부은 채 돌아왔으니 아마 심리적으로 많이 몰렸던 것으로 보였다.
결국 나는 다른 팀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두 놈들의 눈물 어린 하소연을 들어 줘야만 했다.
깜짝 카메라 촬영이 마무리된 후 저녁 식사까지 마친 우리는 조금의 휴식을 취한 후, 스튜디오로 이동하게 되었다.
깜짝 카메라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촬영하기 위함인가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편집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오로지 2차 순위 발표식뿐이었다.
미니 미션의 혜택을 발표하든, 3차 경연의 내용을 안내하든 그 전에 2차 순위 발표는 이루어져야 했으니까.
“으어어, 저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못 서 있겠어요.”
체육관까지 우강원에게 업혀 온 도유다가 바닥에 주저앉아 눈썹 끝을 잔뜩 늘어트렸다.
“카메라 다 깔려 있으니까 좀 참아.”
“제 다리가 이렇게 된 것도 다 제작진분들 때문…….”
목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우려던 찰나에 도유다는 내 옆의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스스로 일어났다.
“기량 형!”
“…유다야.”
도유다를 도와 2차 경연 무대를 했던 백기량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도유다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 줬던 것이 백기량이었는데, 깜빡 잊고 있었다. 도유다의 행방, 메인 PD와의 대화, 미니 미션까지 끊임없이 일이 터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무슨 일이에요? 우리랑 놀러 왔어요?”
아까까지 시무룩했던 인상을 활짝 편 도유다가 물었다. 그러자 백기량은 도유다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는 것이 어려운지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이제 탈락해서 네게 말을 걸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사과하고 싶어서 왔어.”
“사과라니요? 탈락은 또 무슨 소리고?”
도유다와 나는 백기량의 헛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백기량은 우물쭈물거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분명 오늘 떨어지게 될 거야. 프릭 트레이너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나는 형편 없으니까… 지금까지 버틴 것도 용해. 그래서 탈락하기 전에 제대로 사과하려고. 정말 미안해. 2차 경연을 준비할 때 너를 제대로 지켜 주지 못 했던 내 행동이 정말 후회스러워. 내가 정말 나약하고 비겁했어.”
“…….”
“…….”
이번에는 옆에서 그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우강원까지도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백기량은 상위권 연습생이었다.
기본적으로 외모과 실력이 준수했고, 그의 안경이 특정 인간들의 취향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프릭에게 심리적으로 몰리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타며 많은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샀던 것도 그 인기에 한몫을 했다.
그런데 오늘 탈락하게 된다니.
헛소리도 이런 헛소리가 없었다.
‘자존감이 얼마나 낮은 거야.’
도유다에게 벌어진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도 혼자 계속 땅굴을 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내가 손보기 전까지는 그 적은 파트에도 아무 말 못 했던 놈이니 대충 짐작은 갔다.
조금 벌어진 눈으로 백기량이 고해성사를 하는 모양을 바라보던 도유다가 백기량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형, 저는 형이 저한테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해요. 나약하고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해 본 적 없고요.”
“…왜?”
의아한 낯을 한 백기량이 눈물을 그렁그렁 단 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형도 파트 분배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지만, 결국 본인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써 줬잖아요. 제가 오히려 고맙죠.”
“하지만, 나는 승범이가 도와줘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야. 만약에 승범이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도와줄지도 모르는 채 계속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을 거고.”
‘그냥 문제 해결하는 거에 저놈을 써먹은 것뿐인데.’
두 놈들의 뜨거운 우정과 나를 추켜세우는 듯한 분위기에 실시간으로 점점 쓰레기가 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서둘러 이 양심이 짓눌리는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기량의 등짝을 팡팡 두드렸다.
“본인이 고맙다는데 네가 계속 그렇게 죄책감 느끼면 도유다는 이번 2차 경연의 결과를 온전히 기뻐하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각자의 최선을 다한 거로 마무리하자고.”
“그래요! 이 이상 그렇게 풀 죽어 있으면 저 속상해져요!”
“…고마워.”
도유다와 내 말에 백기량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며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주변을 지나가던 제이가 우리를 보곤 짧게 물었다.
“…집단 괴롭힘?”
그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