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51)
51화
“투 탑이 싹 다 미니 미션 말아 먹은 거 진짜 웃기지 않냐. 이게 바로 형평성이지.”
“표정 봐. 니콜라스 화났다.”
“한승범은 얼굴 보니까 조만간 사람 하나 죽일 것 같더라. 무섭다…….”
미니 미션의 결과에 따라 3차 경연의 리더가 결정된다. 이 충격적인 공지가 이루어진 후 오늘은 고작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통보에 혼자 쌍욕을 삼키고 있었고, 이화영도 별반 다를 바는 없었다.
‘…프로그램 말아먹으려고 환장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됐다.
인증 숏 많이 찍어 오는 짓거리가 실제 무대에서의 능력치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냐는 말이다.
아이돌 그룹에서 리더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능력이나 책임감이 없는 놈이 리더가 되는 이상 그룹은 기울어지기 마련이었다.
‘이런 근성 없는 놈들…….’
제작진 놈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에서 이런 행동을 벌였는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분명 하위권 연습생들에게도 위로 올라올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떠먹여 줘도 적당히 떠먹여 줘야지, 설마 뇌물을 받은 기획사의 연습생이 하위권에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이게 제비뽑기랑 뭐가 달라. 차라리 팔씨름을 하지 그래.”
“형, 기운 내요. 형도 한 번쯤은 리더 안 하고 남의 버스에 타는 일도 있어야죠.”
“…….”
버스에 타기는 개뿔. 지금 버스가 나를 우지끈 밟고 지나갔는데, 도유다는 속 편한 소리만 하고 있다.
“아무리 망해도 2차 경연 때의 저보다는 괜찮겠죠! 저는 이제 두려울 게 없어요! 아, 어차피 형은 저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죠. 제가 그걸 생각 못 했네. 하하!”
“…….”
도유다의 자학 개그에 답해 줄 말을 찾지 못한 나와 우강원은 고개를 처박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아하하!”
등 뒤에서 도유다의 미친 웃음소리가 들렸으나 이를 악물고 못 들은 척했다.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것도 아니면서 왜 짐을 정리하는가 하면, 탈락 여부에 상관없이 짐을 정리하라는 제작진들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저희들까지 짐을 정리하라고 하는 걸까요?”
“탈락 연습생들이 꽤 많았으니까… 방 배치를 다시 하려는 거겠지.”
때마침 도유다가 던진 질문에 우강원이 차분히 답했다.
연습생들에게 팬덤이 생겨남에 따라 그들이 생활하는 환경에 불안을 제기하는 팬들이 점점 생기기 시작했고, 각 방마다 살아남은 연습생들의 수에 꽤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방 배치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뭐, 프로그램이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등급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지고, 중요한 건 오직 등수뿐이니까.’
S등급 연습생들은 가장 좋은 환경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부족한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겠지만, 낮은 등급 연습생들에게는 희소식일 터였다.
이 인권 따윈 존재하지 않는 럭키 센터에 드디어 숨 쉴 구멍이 생긴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렇구나… 그럼 다시 새로운 친구들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아.”
도유다의 발언에 나는 주춤 멈춰 섰다.
그러고 보니 방이 다시 배치되면 다시 새로운 룸메이트들과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지게 될 텐데, 미니 미션의 혜택이 너무 충격적이라 잊고 있었다.
“하. 하하.”
‘X됐네…….’
나의 바닥을 드러낸 사교성을 자랑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나는 자신 있다.
작위적인 웃음소리를 들은 도유다가 못 미덥다는 얼굴을 하며 이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SU 엔터테인먼트에 있었을 때처럼 야만적으로 휘어잡으면 안 돼요. 그런 건 소통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형은 야생동물이 아니잖아요. 노려보기 금지, 화내기 금지, 엎어 버리기 금지, 멘탈 공격 금지.”
“…알아.”
“모르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저를 죽일 듯이 노려봐도 현실은 변하지 않아요.”
“…….”
아오.
진짜 뭐라고 반박하고 싶은데 못 하겠다.
‘나는 어른이다. 어린놈에게 금방 화내지 않는다.’
이놈은 유독 이런 상황에서만 기세등등해져 내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분명 내가 반박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분명 도유다가 없었다면 이화영과 비슷한 처지에 처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니까.
“하하. 유다야, 너무 그렇게 승범이를 몰아붙이지는 마. 승범이도 분명 나름 노력하고 있는 걸 거야.”
‘…나름?’
내 뭐라도 씹은 것 같은 얼굴에 우강원이 도유다를 말렸다. 하지만 나를 달래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도유다의 의견에 동의하는 뉘앙스였다.
순박하게 웃고 있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었기에 나는 언짢은 마음을 애써 숨기며 마저 짐 정리를 했다.
그러던 중 머리 위에서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제작진의 안내가 흘러나왔다.
[3층 중앙 기둥에 새로운 방 배정표를 부착해 두었습니다. 연습생들은 서둘러 짐 정리를 마친 후, 배정된 방으로 이동해 주세요.]아무래도 새로운 방 배정이 모두 결정된 모양이었다. 안내 음성이 언급한 장소로 가 보니 중앙에 있는 기둥에 커다란 종이가 붙어 있었다.
‘제발 도유다 우강원 도유다 우강원 도유다 우강원.’
나는 순간 이성을 잃고 두 놈의 이름을 속으로 외쳤다.
“내가 먼저 봐야지! 형들 것도 봐줄게요.”
“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르는 도유다가 총알같이 배정표를 향해 튀어 나갔다. 그리고 눈을 빛내며 외쳤다.
“우와, 형들! 우리 또 같은 방이에요. 짱! 예전에 S등급 2호실이 썼던 방으로 가면 될 것 같아요.”
도유다의 목소리에 갑작스레 전신에 피가 돌며 몸이 따뜻해졌다.
“난 아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요.”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도유다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형님을 이리도 공경할 줄 모르다니.
눈을 게슴츠레 뜨고 나를 응시하던 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명단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신 네 명이 한 방을 쓰게 됐는데, 또 다른 한 명은… 헉!”
‘헉은 무슨 헉이야. 카메라도 없는데 그냥 말하면 되지.’
“호들갑 좀 떨지 마.”
이놈은 별것도 아닌 일에 리액션이 항상 과했다. 그래서 방송 분량이 많은 것이겠지만, 지금은 카메라도 없으니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물었다.
“누구인데?”
“니콜라스 형이 같은 방이에요.”
헉.
“거짓말하지 마.”
“진짜라니까요! 여기 보세요!”
나는 그대로 멈춰 서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부정했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겨우 걸어 배정표를 내 눈으로 확인했다.
[1호실: 도유다 이화영 우강원 한승범]“그냥 S등급 1호실에 니콜라스 형만 더해졌네요. S등급 2호실에서 니콜라스 형이 잘 못 지내셔서 그런 걸까요?”
“…나는 그것 때문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워낙 니콜라스가 성격이 강하잖아. 그런 건 아마 신경 안 쓸 거야.”
이화영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듯한 도유다를 향해 우강원이 말했다. 그리고 흘끔흘끔 나를 훔쳐봤다.
‘나도 아니까 그만 쳐다봐.’
우강원은 2차 경연 당시 이화영이 내게 얼쩡거리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화영이 무언가 수를 썼고, 그로 인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만들어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 예상은 타당했다.
[배정표를 확인한 연습생들은 신속히 배정받은 방으로 짐을 옮겨 주십시오. 모든 연습생의 정리가 끝나면 3차 경연 안내를 하기 위해 시청각실로 이동할 예정입니다.]다시 한번 울린 안내 음성에 따라 들어간 방 안에는 눈을 시퍼렇게 뜬 이화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늦었네.”
“…….”
내가 메인 PD와 대화를 나눴던 그날, 이화영은 제작진들과 ‘은밀한 소통’을 가졌다.
메인 PD와의 접촉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하찮은 것이고, 2차 경연이 끝난 직후에 전달할 만한 하찮은 용건. 아마 방 배정에 이화영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어떻게 이렇게 쓰잘데기없는 짓을.’
모든 퍼즐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골이 아팠다.
“너 방 배치표 확인은 했냐?”
“아니?”
“…….”
보는 티라도 내라, 좀.
우강원과 도유다가 이화영의 발언을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도 그 둘은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너는 진짜…….”
“내가 왜?”
나는 이화영의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 * *
“안녕하세요, 트레이너 제이입니다!”
시청각실에 도착해 보니 스크린 앞에 서 있는 것은 제이였다. 영화관처럼 연이어 좌석이 준비된 그곳에 우리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모여 앉게 되었다.
“오늘은 여러분이 예상하셨던 것처럼 3차 경연에 대한 안내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와!”
“벌써 3차 경연이네.”
3차 경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연습생들이 과한 리액션을 취했다. 물론 카메라에 한 번이라도 더 자주 찍히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번 3차 경연은 저번 시즌과 동일하게 콘셉트 경연입니다. 콘셉트별로 하나씩 총 다섯 개의 곡이 주어지고, 각 연습생들은 대중 여러분의 투표를 통해 콘셉트를 배정받게 됩니다.”
제이의 멘트에 따라 화면상에 섹시, 시크, 큐티, 청량, 카리스마 콘셉트로 안무 시안의 미리 보기 이미지가 총 5개로 나타났다.
“대중 여러분들께는 콘셉트 키워드만 주어질 뿐, 곡에 대한 정보는 전혀 주어지지 않습니다. 본인이 무슨 콘셉트에 배정받을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죠?”
“저는 청량 콘셉트가 제일 끌리는 것 같아요!”
허리를 숙여 나와 눈을 마주친 도유다가 속닥거렸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놈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도유다는 아마 저 다섯 가지 콘셉트 중 청량 콘셉트가 가장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많은 팬들을 소유하고 있는 한승범 연습생! 한승범 연습생은 본인이 어떤 콘셉트에 뽑힐 것 같나요?”
도유다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던 중 제이가 내게 물었다. 대본으로 꾸준히 시선을 주는 것을 보니 나에 대한 개인적인 친분 탓이 아닌, 대본상의 지시 사항인 것 같았다.
“그건 당연히 카리스…….”
아무 생각 없이 입을 연 찰나에 내 머릿속에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도유다의 수작으로 의도치 않게 팬들의 적나라한 반응을 알게 되었던 기억 말이다.
– 와, 형. 이거 봐요. 형 팬들 진짜 살벌하게 싸우고 있어요.
– 뭐?
[한승범은 아무래도 아기천사? 인 거죠. 이거 방송에서 인정해준 거? 아닌지? 본인도 인정한 거 아닌지? 우웅? 갸웃?] [┗ 아니 나이 처먹을 대로 처먹은 사람 아기로 모에화하는 거 ㅈㄴ 역겹네 ㅋㅋ. 아 SNS 혼자 쓰냐고요~ 찐 아기 보고 싶어서 서치했는데 갑분 다 큰 성인 나와서 기분 잡침.] [┗ ┗ ㅋㅋ 누가 보면 님이야말로 SNS 전세 낸 줄.] [┗ ┗ ┗ 비슷한 애들끼리 싸우니까 웃기다.] [신한테 큐티 콘셉트 ㅇㅈㄹ 하고 있네 당연히 카리스마 콘셉트 아님? 한승범인데? 아 ㅋ 대장 하고 싶다는 거 다 하게 해주자고요, 이 센스없는 사람들아~!~!] [님들아,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셈. 대장의 취향과 데뷔권 연습생들을 고려해봤을 때 앞으로 청량이나 큐티 콘셉트를 볼 기회가 몇 번이나 남아 있을 것 같아? 솔직히 대장 이화영 우강원 도유다 이 네 명이 데뷔 안정권인데 도유다 빼고 다 진지한 컨셉이 어울리잖아. 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봄.] [┗ ㅇㅈ. 아이돌 덕질 원투데이 해봄? 청량 콘셉트 같은 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야 해…. 나이 먹으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이거 내 경험에서 나온 말임] [┗ ┗ 너 ㄴㄱ 팠냐?] [┗ ┗ ┗ ㅂㅇㅈㅎㄹ.] [┗ ┗ ┗ ┗ 씨바아아알 나도 ㅋ. 여기서 만나네. 얘들아 먼저 죽은 이들의 조언을 들어….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ㅜ.] [┗ ┗ 베네핏 받게 하려면 최대한 자신 있고 잘하는 콘셉트 줘야 할 거 아녀 ㅠㅠ 내 욕심이고 뭐고 이거 서바이벌이잖아 ㅜㅜㅜㅜ.] [┗ ┗ ┗ 어차피 1등은 한승범 걱정 ㄴㄴ. 대장 반바지 니삭스 가보자고 ㅋ. 마 멋있는거 나중에 많이 하고 한 번쯤은 청량도 해도 되지.] [┗ ┗ ┗ ┗ 이 새끼 욕망의 항아리야. 욕망에 이성이 패배함. 결국 인간의 삶을 포기했구나.] [┗ ┗ ┗ ┗ ┗ ㄲㅇㅇ.]“…….”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내 팬들은 그런 걸 좋아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