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63)
63화
강배영이란 어떤 사람인가.
– 저놈은 갑작스럽게 무대를 수정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다고! 우리는 그것에 대한 사과를 받을 필요가 있어.
송한서의 패거리로 몰려다녔던 시기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듯, 제정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연예계에는 그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학교 폭력, 패싸움, 미성년 시기의 음주와 흡연. 별걸 다 저지른 친구들이 매해 TV 나오겠다고 난리 치다 걸리는데, 고작 강배영 정도는 약과 아닌가 싶었다.
‘본인이 진심으로 화내면 방송에 멋있게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내가 분위기 흐리지 않으려고 그동안 봐줬으면 적당히 눈치를 좀 채야 할 거 아냐.”
중간 평가에서 사정없이 털린 강배영은 분명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고, 그것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터였다. 멤버들도 더 이상 파트 분배를 했을 때처럼 자기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중간 평가에서 망신을 당한 이후로는 은연중에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까지 돌았으니까.
기강 한번 잡아야지 안 되겠다.
그게 강배영의 생각이었다.
의자도 한번 걷어차야 하고, 한 대 치려다가 참아 줘야 이놈들이 내 앞에서 기가 좀 죽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제작진들은 연습생들의 갈등을 절대 중재해 주지 않았으니 더욱 기고만장해졌겠지.’
하지만 그 모든 행위에는 일단 함께 싸워 주는 상대가 있어야 하고, 말려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했다. 정말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강배영은 그 사실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
“…….”
“…….”
아무도 말려 주지 않았다.
강배영에게 쏟아지는 건 싸늘하게 식은 시선뿐이었다. 넓은 연습실에 덩그러니 서 있던 강배영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멤버들을 둘러봤다.
하지만 멤버들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중 누군가는 나를 향해 질문을 하기까지 했다.
“승범 형, 우리 연습 언제부터 해요? 고쳐야 할 거 많잖아요.”
“지금 하려고 왔잖아.”
“그럼 바로 해요. 저희 준비됐어요.”
혼자 씩씩거리는 것을 방치하고 대화를 진전시키자 놈은 주춤하여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다음으로 무슨 행동을 취할지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앉을지, 다시 한번 화를 낼지.
“그만하고 앉으세요, 여기 카메라도 있는데.”
결국 그 숨 막히는 어색함을 깨고 일어나 강배영을 말려 주는 것은 도유다밖에 없었다. 물론 도유다의 눈에도 강배영은 예쁜 구석이 없었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불편해 도와준 것 같았다.
“…….”
강배영은 그렇게 싫어하던 도유다에게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일단 파트부터 다시 짜 봐요! 대형 변화 최대한 없도록 강배영 형 파트 위주로 다시 나눠 보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찜찜한 느낌이 들었지만, 제일 골칫거리였던 강배영이 조용해진 덕에 우리는 빠른 속도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문제가 다분했던 무대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 * *
회의 결과 센터 포지션은 내게 주어지게 되었다. 리더 스티커는 여전히 강배영의 이름표 위에 붙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실질적인 리더는 나였고 그 사실은 트레이너들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이미 카메라가 그것을 모두 찍었기 때문이었다.
강배영의 파트는 가장 적은 분량을 받았던 내게 대부분 돌아오게 되었다. 동선상 도저히 내가 수행할 수 없는 파트는 도유다에게 주어졌고, 놈은 그 모든 것을 바로 소화해 냈다.
강배영은 동선을 짤 줄 모르니 다른 차선책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그저 자신의 파트가 줄어드는 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강 수정을 마친 우리는 늦은 시간까지 연습을 진행하고 해산했다.
매점에서 간식을 가득 물어 온 도유다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가자 TV 앞에 앉아 있는 우강원이 보였다.
[Survive IDOL 시즌 4! 당신의 연습생에게 베팅하세요!]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Survive IDOL의 방송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연습 끝난 거야? 피곤하겠네.”
“아니, 연습은 아까 끝났는데 얘 군것질거리 산다고 좀 더 늦게 온 거야.”
“수고했어. 방송 같이 볼래?”
“당연하죠! 지금 딱 2차 경연 촬영 분량 나오는 시기죠? 저는 2차 경연에서 일이 너무 많았어서 걱정해야 할지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도유다는 우강원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봉지를 부욱 뜯어 과자를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걱정보다는 기대가 큰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도유다는 2차 경연에서 처음으로 현장 평가 2위를 차지했으니 어떻게 편집이 될지 기대가 될 수밖에.
애같이 들떠 있는 것을 보니 나까지 웃음이 나왔다. 작게 웃음을 흘리고 그 옆으로 다가가 앉자 도유다는 과자 봉지의 입구를 내 쪽으로 틀어 주었다.
“헝도 머글래여?”
“너나 많이 먹어라.”
“네에.”
내게 거절당한 도유다는 바로 우강원에게 과자를 내밀었다. 나와 우강원은 군것질을 하지 않았으니 이제 그만 물어볼 법도 했는데, 도유다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우리에게 함께 먹기를 권유했다.
‘보나마나 우강원도 안 먹을 텐데.’
그렇게 생각할 즈음 우강원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과자 봉투 안에 손을 넣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으에?”
우강원이 과자를 집어 먹는 것을 본 도유다와 나는 눈을 의심하며 딱딱하게 굳었다. 저놈이 과자를 먹는다고? 저 광기의 헬스 인간이?
뭔가 문제가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거나 지금 당장 열량이 필요한데 닭가슴살이 없었거나.
“그러고 보니 형 시크 콘셉트로 배정받았다고 했죠? 다행이에요, 잘 어울리는 콘셉트로 배정받아서.”
도유다는 본인이 놀랐다는 것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애써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다. 분명 우강원을 위해 한 행동이었을 테지만, 놈의 의도와 다르게 우강원의 얼굴은 빠르게 웃음기를 잃었다.
“아, 응… 나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 그렇죠. 형은 역시 그런 멋있는 옷 입으면 태가 난다니까. 저도 형처럼 남성미 넘치는 몸 갖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해 줬다니 고맙네.”
“뭐, 뭘요.”
“…….”
대화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우강원은 도유다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 듯 다시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한 듯한 기색이었다.
‘완전히 지뢰 밟은 느낌인데.’
도유다는 입을 놀릴 때마다 점점 어두워지는 우강원의 표정을 보며 안절부절하여 눈치를 보다가 내 허리를 쿡쿡 찔렀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런 종류의 일에는 완전히 무능했다.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있지만, 남의 감정 상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도유다의 얼굴은 배신감과 경악으로 물들었고, 나는 그것마저 못 본 척하였다. 놈은 그제야 드디어 지금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욕심을 놓았는지 무릎을 껴안고 쭈그려 앉았다.
[다음으로 진행될 무대는 많은 시청자분들께서 기다리셨을 바로 그 노래! 프리즘의 [지배 > 팀입니다!]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득표 현황 같이 본경연의 촬영본과 크게 상관이 없는 방송 도입부가 지나가고, 2차 경연의 분량이 드디어 등장했다.
이화영 팀의 무대는 이미 지난주에 방영된 것 같았고, 바로 도유다 팀이 소개되었다.
[[지배> 팀, 아주 어렵기로 유명한 노래를 하게 되었는데요, 백기량 연습생,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됐나요?] [어…….]답을 망설이는 백기량의 모습이 잠깐 나오고, 바로 심각한 BGM과 함께 연습을 진행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송한서의 말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한 도유다와 백기량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나타났다. 그리고 곧이어 원곡자들의 영상 자료가 이어졌다. 대체로 초고음을 뱉는 서유성의 모습이었다.
[할 수 있지? 참고로 우리는 프리즘 선배님들처럼 쌩 라이브로 진행하고 싶은데 괜찮을 거라고 믿어.]그리고 다시 강요하는 듯한 송한서의 목소리가 나오고 도유다의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송한서를 빌런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역력하게 느껴지는 편집이었다.
[[도유다 연습생에게 치중된 고음 파트>] [하아… 진짜 어떡하지.]다음 장면으로는 편한 마음으로 쉬는 시간을 가지는 나머지 멤버들과 혼자 머리를 쥐어뜯으며 연습을 하고 있는 도유다의 모습이 나타났다.
‘도유다의 입장에 맞춰 편집했군.’
메인 PD는 나와 한 약속을 잘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긴장을 풀고 뒤로 기대앉자 도유다는 내 손을 물어뜯으며 바들바들 떨었다.
“편집은 괜찮게 된 것 같아서 다, 다행이네요.”
[[그리고 리허설 날>] [형편없는데? 정말 무대에 올라서도 이런 식으로 할 거예요?] [도유다 연습생 때문에 무대가 전체적으로 조잡해 보여요.]트레이너들의 혹평이 이어지고, 울망울망 눈물을 머금고 있는 도유다의 얼굴이 화면 가득 담겼다. 그리고 바로 스크린을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는 내 얼굴이 나왔다.
‘…내가 여기서 왜 나와?’
”저거 그냥 내 무대 모니터링 하는 건데.”
“서사 빌드 업 하는데 쓸 장면이 없었나 봐요. 형이랑 제가 바닥에 굴러다녔던 건 카메라에 안 찍혔으니까요.”
‘에라이, 방송국 놈들아.’
방송국 놈들에 대한 한탄을 삼킬 즈음, 바로 제이와 송한서의 언쟁이 단 한순간도 잘리지 않고 흘러나왔다. 두 번의 리허설을 마치 하나인 것처럼 편집해 놓은 것이었다.
[아, 한승범 연습생. 잠깐만 이리 와 줄래요? 물어볼 게 있어서.]제이의 부름에 따라 무대에 오른 나는 도유다를 눈물을 짜내며 두둔하는 말들을 쭉 뱉었다. 그것들을 보고 있으니 송한서가 아주 조금 불쌍해지기까지 하였다.
‘이번 회 방송 끝나면 송한서 팬덤 망하겠는데.’
“와, 얼굴 미쳤다. 저는 요즘도 자고 일어나면 깜짝깜짝 놀라잖아요, 형 얼굴 신기해서.”
도유다는 클로즈업된 내 얼굴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 옆에 퉁퉁 불어 터진 본인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밤늦게 도유다 연습생과 백기량 연습생을 찾아온 한승범 연습생>]그리고 도유다, 백기량 그리고 나의 새벽 연습 장면이 감동적으로 연출되었다. 마치 내가 두 사람의 구세주가 된 것처럼. 사실은 내가 백기량을 납치하여 부려먹은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잘 부를 수 있어.]내 마지막 응원의 말과 함께 도유다 팀의 무대가 시작되었고, 무대 중간중간에 놈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어졌다. 무슨 천재의 각성과 그를 이끈 스승, 한승범처럼 연출된 걸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방송으로 아무리 연출해도 실제로 느끼는 감동보다는 좀 덜하네요. 역시 당사자가 아니면 무슨 느낌인지 모르는 건가.”
그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도유다가 짧게 중얼거렸다.
‘이미 충분히 과할 정도로 뽕 차게 연출한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불쑥 튀어 올랐지만, 그냥 입을 다물고 있기로 하였다.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이 슬슬 질릴 즈음, 내내 가만히 침대에 앉아 있던 이화영이 화장실을 가려는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낌새가 이상했다.
‘왜 저렇게 절뚝거리지?’
나는 그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기억을 더듬으며 팽팽 돌아가던 머리는 하나의 의문을 이끌어 냈다.
‘설마.’
나는 벌떡 일어나 놈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 어디 다쳤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