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66)
66화
3차 경연을 위한 대략적인 연습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2차 경연을 마친 후 촬영했던 깜짝 카메라 영상에 리액션 촬영을 하기 위해 이동한 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뭐라고 반응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제작진들은 아마 그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래야 리액션을 잘 뽑을 수 있으니까.
“연습생들 모두 촬영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의상 잘 입어 주세요! 준비된 의자에 차례대로 앉으면 됩니다. 빈칸 없이 붙어서 앉아 주세요.”
“네!”
그런데 이런 촬영이 있을 때면 항상 내 주변에 앉아 있던 이화영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두리번거리던 나는 놈과 같은 팀으로 배정받았던 우강원에게 물었다.
“이화영은?”
“허리 치료하러 병원 갔대. 최대한 연습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이런 자투리 시간 활용해서 갔다 온다더라.”
이화영은 나와 대화를 나눈 이후로 주기적으로 병원에 이동하여 집중적인 허리 치료에 들어갔다. 의사의 말을 전해 들어 보니 무리하지 않고 초기에 병원에 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던 것 같다.
‘금이야 옥이야 자란 도련님이니 그쪽 집안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 후로 놈이 어떤 치료를 하고 있는지, 지금 상태는 어떤지에 대해서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이화영의 부모가 아니니까.
내가 이화영에게 줄 수 있는 친절은 딱 병원에 보내는 것까지였다.
…아마도.
“벌써 소문이 다 퍼진 것 같아. 우리 방에서 얘기가 새어 나간 건 아닐 테니, 분명 우리 팀 멤버들이 이야기한 거겠지?”
“…그러겠지. ”
이화영이 3차 경연의 퍼포먼스에서 빠지게 됐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모든 연습생들에게 퍼지게 되었다.
도유다는 말이 많았지만, 남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이리저리 퍼트리고 다니는 놈은 결코 아니었다. 우강원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렇다면 소문이 퍼지게 된 원인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이화영 팀의 멤버들을 흘끗 바라봤다.
‘이화영 팀 멤버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저 멀리에서 자기들끼리 몰려 있는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그쪽 멤버들 반응은?”
“좋지는 않아.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퍼포먼스에서 빠지는 게 맞지만, 다들 감정적으로 욱하는 게 앞서 버렸어. 너도 알다시피 니콜라스가 ‘팀에 폐를 끼치게 되어 미안하다.’ 이런 소리를 하는 친구는 아니잖아?”
“…….”
우강원은 자기 팀의 멤버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숙인 후, 조심히 대답해 주었다. 나는 그 짧은 설명을 듣고도 대략적인 상황이 머리에 그려졌다.
‘나 허리 다쳐서 춤 못 추게 되었으니 그런 줄 알아라. 그러니 최대한 빨리 동선을 수정하는 게 좋을 것이다.’
놈은 대충 이런 식으로 짧은 설명을 한 후, 별다른 사과의 말 없이 연습을 속행했을 것이다.
“다들 니콜라스한테 불만을 가지고 있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이 들끓고 있는데, 니콜라스는 그걸 알면서도 신경 안 쓰고.”
“…….”
‘염병들 하네.’
나는 이 상황에서 이화영이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다쳐서 무대에서 빠져야 한다는 사실은 어찌 되었든 변하지 않는다.
어쩌겠는가. 다쳤다는데. 그것도 허튼짓하다가 다친 것도 아니고 연습하다가 다쳤다는데.
‘자기 관리도 실력이다.’라는 말을 뱉는 것은 모두가 마시는 물에 독을 푸는 것과 같다. 그 누구도 자신이 원해서 아프거나, 다치게 되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아니야. 네 잘못 아니니까 죄책감 가지지 말고 회복에 집중하자.’ 이 짓거리 한 번씩 해 줘야 하는데 안 해서 저러는 거 아닌가.
나는 그 과정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설마 나 지금 팔이 안으로 굽는 건가?’
그 짧은 사이에 정이라도 들어서 무의식적으로 이화영의 편을 들어 주는 건가 하는 의심이 불쑥 튀어 올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은 나는 팔을 손바닥으로 싹싹 문지르며 그 의심을 지워냈다.
“그래도 안무는 다 익힌 상태였고, 화영이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해 줘서 어떻게든 늦지 않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우강원과의 짧은 대화를 마칠 즈음, 스크린에 영상이 띄워졌다.
[[깜짝 카메라 첫 번째 주자 등장>]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내 팔에 기대 퍼질러 자고 있는 도유다의 목덜미를 붙들어 똑바로 앉혀 줬다.
“으어? 뭐예여? 시작했어요?”
“그만 자고 스크린 봐라. 너 나오잖아.”
[SU 엔터테인먼트에서 도유다 연습생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통보해 왔어요. 전달받았나요?]심각한 BGM과 함께 제작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기운에 취해 있던 도유다는 스크린의 목소리를 듣고 심장이 철렁 떨어진 듯 바로 눈빛이 돌아왔다.
“와… 저 접때 진짜 놀랐어요. 진짜인 줄 알고. 그런데 왜 내가 첫 번째지.”
“네 반응이 제일 볼만해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럴 리가요. 저 어른처럼 잘 대응했어요. 조금 놀라서 울기는 했지만요.”
‘…퍽이나.’
내 옆의 도유다가 쎈 척을 하자마자 스크린 속의 도유다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진짜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럽네요. 그래서 더 이상 촬영을 속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 프로그램 하차하라는 말씀이에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것 같네요.]대본은 내게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뒤에 촬영했던 연습생들은 꽤 쉽게 속아 넘어갔다고 하던데, 어떻게 저 연기력으로 속을 수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 [[울먹울먹>]똑같은 대본에 다른 것은 연습생의 반응뿐이었다.
[도유다 연습생? 괜찮아요?]제작진을 농락했던 나와 다르게 정말 드라마틱할 정도로 구겨진 도유다의 얼굴은 으깨 놓은 찐빵 같았다. 나름 열심히 울음을 참던 놈은 제작진의 괜찮냐는 물음이 던져지자마자 빼앵 울음을 터트렸다.
[안 괜찮아요! 윽, 끅! 제가 도대체 몇 년을 SU 엔터테인먼트에 공헌했다고 생각하세요! 꺽, 끄흑! 저를 이렇게 버릴 수는 없어욧!] [[급기야 SU 엔터테인먼트의 공헌자 등장>]회사를 향한 원망을 뱉으며 꺽꺽 우는 도유다가 화면 가득 들어왔다. 그러자 그 하찮은 얼굴과 서운함이 뚝뚝 묻어나는 말에 연습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승범이 형은요? 끕, 그 형도 짤린 건 아니죠?] [한승범 연습생에 대해서는 별말 없었어요.] [다행, 으윽, 다행이에욕. 컥.] [[그 와중에 형아 걱정하고 있음>]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제작진의 대답에 도유다는 급기야 딸꾹질까지 해 대며 울었다. 착해 빠진 저놈은 저 상황 속에서도 내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형은 괜찮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왜?’가 뒤섞인 얼굴에 내 양심이 쿡쿡 찔렸다.
[[너무 울어서 깜짝 카메라 종료>] [이거 깜짝 카메라입니다.] […….]제작진의 말에 정적이 흘렀다.
[이게 뭔!] [[길어서 편집>]잘려 나간 듯한 외침과 함께 화면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도유다가 찡찡거리는 장면이 너무 길어서 편집한 것 같았다.
그리고 ‘칼퇴’라는 자막을 머리에 단 도유다가 깜짝 카메라가 이루어졌던 방에서 나왔다. 훌쩍거리며 저벅저벅 걷는 도유다의 발밑에는 ‘도벅도벅’이라는 자막이 붙어 있었다.
숙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 얼굴이 보였다.
[[형아 등장>]스크린 속의 나는 도유다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ㅋㅋㅋㅋ>]접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일단 도유다의 얼굴이 웃겨서 웃었던 것 같다. 소리 없이 어깨를 떨며 웃고 있는 나의 머리 위에 똑같은 자음이 나열된 자막이 함께 들썩거렸다.
[울었냐?] [당연하죠!]내 웃는 낯을 본 도유다가 와다닥 뛰어가 불만을 쏟아 냈다.
[형, 다 알면서 저한테 입 다물고 있었던 거죠! 웃어? 웃어!] [말하지 말라는데 어떡해, 그럼.] [[ㅋㅋㅋㅋ22>] [[프로그램 시작한 이래로 가장 밝은 웃음>]‘내가 저렇게 웃고 있었던가.’
나는 웃음을 머금고 있는 내 얼굴을 보며 위화감을 느꼈다. 프리즘 활동 초반에나 저렇게 웃어 봤던 것 같은데, 참 이상했다.
[저는 형이 너무 멀쩡해서 진짜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단 말이에요.] [[멀쩡했다!?>] [[형아는 어땠길래?>]멀쩡했다는 말과 함께 제작진 앞에 내가 앉아 있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깜짝 카메라가 시작됐다.
[SU 엔터테인먼트에서 한승범 연습생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통보해 왔어요. 전달받았나요?] […….] [[ㅋ>]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너무 당황스러워서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지?] […….] [[ㅋ>] [저희는 일단 회사 측과의 합의로 한승범 연습생의 촬영을 수락한 건데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촬영을 속행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ㅋ>]무표정한 내 얼굴과 지진이 난 것처럼 마구 흔들리는 효과가 적용된 제작진의 몸통이 번갈아 가며 나왔다. 제작진이 설명을 이어 갈수록 내 표정은 점점 진한 비웃음을 띄게 되었다.
[[승, 승범아, 뭐라고 반응이라도 해 줘. ㅠㅠ…>] [이거 거짓말이죠?] [[……!>] [[들 켰 다>]절망적인 BGM과 함께 제작진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쾅쾅 박혔다.
[한승범 연습생, 우리가 이런 거 가지고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마지막 발악>] [깜짝 카메라인 거 알고 있습니다.] [[깜짝 카메라 강제 종료>] [[제작진 패배> [어차피 우승은 한승범>] [[그렇게 됐다, 유다야…>]“진짜 지독하다, 한승범…….”
“한 번쯤은 망가져 줘라! 눈치가 왜 저렇게 빠른 거야!”
“그만 잘생겨라!”
내 건조한 반응과 함께 깜짝 카메라가 끝나자 주변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그만 잘생기라는 건 또 뭐야?’
나는 콧방귀를 뀌고 그들의 야유를 흘려보냈다.
시선을 스크린에 고정하고 있자 다른 연습생들의 눈물겨운 리액션이 지나가고 곧 우강원의 차례가 왔다. 이화영이나 젠은 편집당한 것 같았다.
[허쉬 엔터테인먼트에서 우강원 연습생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저희 쪽에 통보했어요. 혹시 먼저 전달받았나요?]잠시 숨을 멈췄던 우강원은 눈을 한 번 꾹 감더니 차분하게 말했다.
‘깜짝 카메라인 걸 눈치챈 건가?’
지나치게 차분했다.
나는 우강원의 반응을 보며 눈을 의심했다.
우강원은 아주 둔한 사람이었다. 특히나 이런 악질적인 장난이라면 더더욱.
이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 눈치채지 못했을 텐데, 너무 동요가 없었다.
[아니요. 지금 처음 듣습니다.] [[차분>] [[설마 들킨 건가?>] […….] [우강원 연습생은 개인 연습생으로 출연한 게 아니기 때문에 소속사와 계약이 해지된 후에는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가 없게 됐어요.]우강원은 생각을 정리하는 듯 짧은 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나름의 결론을 지은 듯 숨을 훅 내쉬고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렇군요. 이해합니다.] [네?] [언제까지 짐 빼면 되나요?] [우강원 연습생, 잠시만요. 괜찮은 거예요?] [네, 괜찮습니다. 촬영 피해 안 가게끔 조용히 나가겠습니다.]당황한 제작진이 삐걱거리는 동안 우강원은 기계적으로 평온을 가장한 말을 뱉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짐을 챙기러 나갈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제작진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나는 그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쉽게 당황하지 않는 큰 형아>] [[농락당하는 제작진>] [[깜짝 카메라 종료!>]자막을 보니 제작진들은 우강원이 깜짝 카메라임을 눈치채고 장난스레 한술 더 뜨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우강원은 그 정도로 능글맞고 요령 좋은 놈이 아니었으니까.
‘정말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려고 했던 거겠지.’
나는 고개를 돌려 내 옆의 우강원을 보았다. 그러자 우강원은 나를 마주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내가 너무 진지하게 군 것 같아. 차라리 유다처럼 재미있게 반응할걸.”
‘저건…….’
웃고 있지만, 마음은 복잡한 게 역력히 느껴졌다.
나는 그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스크린 속 우강원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하! 승범아, 도대체 무슨 표정이야, 그게.”
우강원은 마음의 준비를 이미 마친 것이었다. 언젠가는 회사에 버림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수십 번, 수백 번 거쳐 체념한 사람처럼.
“…….”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