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67)
67화
리허설 날은 어느새 훌쩍 다가와 버렸고, 우강원에 대한 찝찝함을 해결할 겨를도 없이 나는 무대에 서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리허설 무대 마친 우리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뿌듯한 얼굴을 한 트레이너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정말 빠른 시간에 이렇게 변신해서 깜짝 놀랐어요.”
“이 [Marine Marine!> 팀이 중간 평가 때는 가장 걱정됐었거든요. 사실 트레이너들한테 가장 많이 혹평을 들은 팀이었잖아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해서 겁먹고 그대로 밀고 갈까 봐 걱정도 됐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긍정적인 말로 평가가 시작되자 불안해 보였던 멤버들의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강배영은 본인의 파트가 줄어든 지금의 무대에 트레이너들이 만족하는 것에 열이라도 받았는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있었다.
“뭔가 드디어 모든 게 제자리를 잡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중간 평가 때는 뭔가 억지로 꾸려 놓은 무대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지금은 아주 자연스러워요.”
“이게 참 이상해요. 센터로 가야 하는 사람들은 꼭 있어. 그 사람들을 억지로 치워 놓으면 무대가 망한다니까? 나는 처음부터 미니 미션이니 뭐니 베네핏 주는 거 마음에 안 들었어. 사진 잘 찍는다고 무대를 잘하나?”
“베네핏 받은 친구들도 눈앞의 이득만 쫓지 말고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했어야 하는데, 생각이 너무 짧았어요.”
평소에도 말을 자극적으로 하는 편이었던 트레이너들은 강배영과 나를 보며 대놓고 빈정거렸다. 그 말을 들은 강배영은 분한 마음을 숨기지도 못한 채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어차피 센터는 한승범이야, 그렇지?”
“나 승범이 백금발 탈색한 거 보고 기절할 뻔했잖아. 무슨 애가 저렇게 생겼어?”
“아, 감독님. 저 찍지 마세요. 저 목소리만 나갈래요.”
“방송 나가면 사람들 뒤집어지겠다. 요즘 애들이 이런 거 보고 입덕각이라고 한다면서요.”
“…….”
과하게 띄워 주는 트레이너들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꾸벅 숙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차운의 시선이 미치도록 뜨거웠기 때문이다.
“…….”
“…….”
‘얼굴 뚫리겠네.’
카리스마 콘셉트 팀의 무대 외에는 평가할 생각이 없었는지 굳이 마이크를 잡지는 않았지만, 눈빛이 정말 매서웠다.
너는 이 미인 페이스 금발 마린 룩 소년이 서유태로 보이냐?
그렇다면 빠른 시일 내로 병원을 가 보도록 해라.
‘…그만 쳐다봐라, 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나는 쿵쿵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놈의 시선을 외면했다. 평소 내 버릇이 나올까 봐 초긴장 상태로 말이다.
“평가는 이상입니다. 이만 들어가 봐도 좋아요.”
“감사합니다!”
“[Marine Marine!> 팀 리허설 끝났습니다. 내려와 주세요.”
트레이너를 대표하여 제이가 평가가 끝났음을 알리자 제작진들이 우리를 향해 내려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시크 콘셉트 팀이 무대 위에 올라왔다.
‘잘해라.’
잘하라는 당부를 담아 그들을 보자 이화영은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렸고, 우강원은 빙그레 웃어 보였다.
* * *
대기실의 스크린 앞에 모여 앉자 시크 콘셉트 팀의 무대가 보였다. 스크린에는 무대뿐만 아니라 트레이너들의 모습까지 번갈아 가며 비춰 주었는데, 딱 봐도 그들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난리 났네.’
별다른 의문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나 같아도 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저런 반응을 보였을 것 같다.
‘잘하고 오랬더니 잘하기는 개뿔, 죽 쒀 놓고 있잖냐.’
시크 콘셉트 팀은 그야말로 폭풍 앞의 배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라이브도 제대로 소화하고, 대형도 맞는데 이상하게 무대에 집중이 안 됐다. 그냥 딱 어수선하다고 정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그들이 지금 상황에 부닥친 정확한 이유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화영과 우강원을 제외하고는 다 스타성이 부족해.’
분명 중간 평가 때까지만 해도 이화영 팀은 나름 괜찮았다. 이화영과 우강원의 서늘하고 강렬한 이미지에 힘입어 콘셉트도 잘 표현됐고, 다소 어려웠던 안무도 잘 숙지했다. 당시에 포지션으로 지적받았던 우리보다 더 칭찬을 많이 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화영이 빠진 것만으로 멤버들의 허점이 다 까발려지고 있어.’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들일수록 센터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센터의 존재감이 멤버들의 미숙함과 실수를 가려 줘야 하니까. 서바이벌 연습생 프로그램에서 과할 정도로 센터, 센터 염불 외우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전까지 이화영에게 너무 의존했군.’
이화영은 분명 센터가 아니었다.
미니 미션에서 이화영은 뒤에서 2등이었기 때문에 센터는 따로 있었고, 놈이 맡게 된 포지션은 메인 보컬이었다. 그마저도 시크 콘셉트의 노래는 개인 파트가 적고, 가창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곡이었기 때문에 메인 보컬 파트는 적은 편에 속했다.
그런데도 이화영은 마치 센터처럼 자리 잡아 팀의 무대를 완성해 주였던 것이다.
‘만약 이화영이 아니라 다른 멤버가 빠졌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
누구 하나가 다치거나 스케줄로 빠져 무대가 수정되는 일 따위는 실제로 활동을 시작하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들 모두가 저 정도로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결국 문제는 멤버 하나가 빠졌다는 점이 아닌, 이화영이 빠졌다는 점이었다.
이화영이 중심을 잡아 줄 수 없다면 우강원이라도 그 역할을 정신 차리고 수행해야 했는데, 우강원은 이번 경연부터 이상하게 무대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팀 오늘 왜 이러지? 중간 평가 때는 잘했잖아요. 퍼포먼스 멤버에 변동이 생겨서 이래요? 집중해야지.] [멤버 하나 빠졌다고 이 정도로 흔들리는 게 말이 돼? 정신 안 차리지, 너희!] [니콜라스 연습생은 부상과 함께 슬럼프라도 온 건가요? 평소랑 많이 다른데?]무대가 끝나자마자 트레이너들의 살벌한 평가가 떨어졌다. 시크 콘셉트 팀의 멤버들은 본인들도 무대를 하며 느낀 게 있었는지 푹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서로에게 미루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카메라가 오거나 센터에 서면 그 순간만큼은 시선을 집중시켜서 파트를 소화해야 하는데 그냥 겁에 질려서 ‘실수만 안 했으면 좋겠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티가 나요. 이건 니콜라스 연습생의 부재와는 상관이 없죠. 멤버들 개개인의 역량이 부족한 겁니다.]제이는 트레이너들의 두루뭉술한 비평을 끊고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읊었다.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만큼 납득가는 지적이었다. 나는 트레이너들의 평가를 들으며 간질거리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내가 참 잘 가르쳐 놨어. 그리고?’
감탄을 삼킨 나는 제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찾아낸 문제점은 그것만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니콜라스 연습생이 따로 빠져서 노래를 부르는 파트가 굉장히 이질적이네요. 마치 서로 다른 무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건 멤버들끼리 호흡이 맞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죠. 제가 볼 때는 이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정답이었다.
‘이화영과 멤버들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다른 무대에 서 있는 이화영이 노래를 할 때마다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지. 멤버들이 이화영이 끼어들 틈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어.’
관객들은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예리하다.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더라도 뭔가 어색하다는 분위기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고작 개인적인 감정 따위로 무대를 망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 같았다.
이화영도 뭘 답지 않게 주춤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저 팀 망한 거 보니까 우리 팀 1위는 따놓은 당상이겠네.”
“긴장 덜 하고 경연에 임해도 되겠어.”
“니콜라스가 가장 경계됐는데 저렇게 돼 버렸으니까.”
연이은 혹평에 다른 팀과 우리 팀 멤버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그 상황에서 웃지 않고 있는 것은 나와 도유다뿐이었다.
“형들 괜찮겠죠?”
“…글쎄.”
“우.”
도유다는 잘 알고 지내던 이들의 고난에 걱정을, 나는 이화영을 향한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끝까지 퍼포먼스에 참가하려던 이화영을 억지로 끌어내린 건 나였다. 놈은 언젠가 내 행동에 고마워하게 되겠지만, 그건 지금이 아니었다.
‘내 잘못은 아니지.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하냐.’
쳐질 대로 쳐진 이화영 팀을 보니 나까지 쳐지는 기분이 들어 혀를 찼다. 그러자 내 무덤덤한 반응에 이를 앙다물고 있던 도유다가 눈을 빛냈다. 그리고 나를 곁눈질로 흘끔거리며 중얼거렸다.
“아, 니콜라스 형 많이 아픈데.”
“…….”
“강원이 형 요즘 힘들어 보였는데.”
“…….”
‘뭐야?’
“저 걱정되는데. 도와주고 싶은데. 승범이 형도 같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신경 쓰이는 것 같은데에?”
“…….”
‘아, 망할.’
“형 눈동자 흔들린다. 와아.”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도유다의 얼굴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놈의 눈동자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숨을 삼켰다.
‘이 자식, 내가 자기한테 져 주는 걸 벌써 눈치챘어!’
“도와줄 거죠? 룸메이트잖아요.”
“어어…….”
나는 도유다의 초점 잃은 눈동자를 외면하다가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알았으니까 좀 떨어져.”
“와! 역시 형은 짱이에요!”
“대신 우강원 형은 네가 알아서 해. 나는 이화영 데려가서 연습시킬 테니까.”
“으에? 알겠어요. 시키면 해야죠. 화이팅!”
그렇게 도유다와 나의 [적팀 도와주기 두근두근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 * *
숙소로 돌아와 보니 분위기가 정말 최악이었다.
이화영은 ‘서유태’와 함께 활동을 했던 제이에게 혹평을 들어 꽤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고. 우강원은 3차 경연 들어서 가장 다운되어 있었다.
“형?”
‘하…….’
나는 도유다의 새카만 눈과 은근한 미소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이화영의 앞에 섰다.
“야, 잠깐 얼굴 비춰라.”
“…….”
이화영은 내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나를 향해 얼굴을 쭉 내밀었다.
‘아오, 이 영국인 자식.’
정말 말 그대로 얼굴을 비춰 보라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이거 뭔 강아지 훈련도 아니고. 나는 급격히 치솟는 혈압에 목덜미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거 말고. 잠깐 따라오라고.”
“아.”
나는 의아한 낯짝을 한 이화영을 이끌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연습생들에게 주어진 자유 연습실에 들어갔다.
“이 시간에 여긴 도대체 왜 온 거야?”
“연습하러.”
“나랑?”
“그래. 오늘 네 무대는 아주 형편없었으니까.”
부러 자존심을 긁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던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화영은 바로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그게 온전히 나의 잘못이라고 하고 싶은 거야?”
“아니? 그 추태는 너희 팀 멤버들의 허접한 실력과 옹졸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그렇다면!”
나는 이화영의 외침을 무시하고 연습실의 벽 중앙에 서서 리모컨의 스위치를 눌렀다.
우우웅.
기계가 작동되는 소리가 크게 연습실 내에 울리며 형광등이 꺼졌다. 그리고 뮤지컬의 독백 장면처럼 내 머리 위로 불빛이 떨어졌다.
“너…….”
내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 짐작한 이화영은 그대로 멈춰 섰다.
오직 한 사람을 비추는 조명, 텅 빈 무대.
이것은 이화영의 무대 환경과 아주 유사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화영에게 주어질 것은.
“하지만 네가 그렇게 존경하는 서유태 선배님이라면 너처럼 이 상황을 내버려 뒀을까?”
이화영의 우상, 서유태의 코칭이다.
“…아니.”
나는 이화영의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빛나는 것에 작게 미소 지으며 스탠딩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