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69)
69화
JBS 플러스 서비스.
별다른 특별한 콘텐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JBS 방송국의 방송을 볼 수 있다는 특권이 주어지는 그 프리미엄 서비스는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으며 꿋꿋하게 출시되었다.
과연 이딴 서비스를 구독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겠지만…….
[상쾌한 드링크! 드링크 잇! 편의점에서 만나요!]“아니 구독료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에 광고를 먹이는 게 어디 있어! 진짜 이것들이 돈에 미쳤나!”
여기 있다.
흑우가 한 마리.
“핵심 콘텐츠라곤 Survive IDOL 경연 생중계밖에 없는 주제에! 아주 그냥 연습생 애기들이 돈 벌어 준다고 아주 그냥 드러눕네, 이 새끼들이!”
한승범의 네임드 홈마, 김하영 씨다.
“누나 조용히 좀 해 봐. 안 들리잖아. 방금 MC가 승범이 콘셉트 소개해 줬는데 누나 고함 소리 때문에 놓치게 생겼네.”
그리고 두 마리째, 김하영 씨의 동생, 김하솔 씨다.
“놓치긴 뭘 놓쳐.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구먼. 너야말로 아까부터 뭘 그렇게 부스럭거리는 건데.”
“방금 승범이 지나간 부분 영상 쪄서 올려야 해. 마린 콘셉트 미쳤다.”
남매는 결국 상반된 취향의 정중앙인 한승범이라는 존재 앞에서 만나 함께 덕질을 하게 된 것이다.
“빨리 올려, 돌려보게. 승범이 차례 넘어가서 심심해.”
“이미 올렸거든? 누나, 내 계정 팔로우했어? 차단할 거야.”
“응, 비계임. 수고.”
“진짜 열받는다. 물론 나도 누나 계정 팔로우했지만.”
“꺅! 승마이티 님 새 게시물 올라왔다! 타임라인에 공유해야지.”
“그거 나잖아!”
“조용히 해. 내용물이 너인 거 별로 안 궁금하니까.”
서로의 존재는 인정하지 못하면서 서로의 실력은 인정하는 두 사람은 결국 인터넷 속의 네임드 홈마, 네임드 채널 운영자와 서로의 내용물을 별개의 존재로 나누어 숭배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
[아, 한승범 연습생! 우리 팬분들께 인사 한 번만 해 주세요! 지금 채팅에 한승범 연습생 팬분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계시거든요.]“…….”
“…….”
남매는 MC가 한승범을 부르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싸움을 멈추고 눈을 크게 뜬 채로 멈췄다. 그 누구도 소리를 내서는 안 됐다.
[안녕하세요. 승… 교도 여러분? 이렇게 부르던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이렇게 응원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윽!”
한승범이 고개를 가로 기울이며 부끄러운 듯 살며시 웃으니 금방이라도 숨통이 끊어질 것처럼 억눌린 비명 소리가 남매의 다물린 입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를 잊은 짐승의 울부짖음이었다.
[새로 바뀐 헤어가 정말 잘 어울리네요. 채팅 반응이 아주 폭발적입니다. 사실 저도 좀 놀라워요. 와, 정말 잘생겼네요.] [감사합니다. 콘셉트에 맞춰서 조금 변화를 줘 봤어요.]양하준에게 전환되었던 화면이 다시 클로즈업된 한승범의 얼굴을 비추자마자 아직 테스트 중이었던 조명이 기적적인 타이밍으로 한승범 쪽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원래도 밝았던 눈동자와 피부에 빛이 확 들어오며 원래부터 비현실적이었던 얼굴이 더더욱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미쳤, 아니, 사망. 금발?’
‘신…….’
그들의 마음속에는 차마 문장을 맺지 못한 주접이 야생마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는 비단 남매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라이브 방송 옆에 차근차근 올라가던 채팅창이 댐이 터진 것처럼 폭발적인 속도로 올라갔다.
[얼굴 미쳤다.] [조명남 2탄 잘 먹었습니다.] [위대하신 한승범이시어….] [사람들 다 한승범 얼굴 보고 벙쪄서 채팅 잠깐 멈췄던 거 개웃김ㅋㅋ] [아 나 순간 채팅 치는 거 까먹었잖아ㅋㅋㅋㅋ 진짜 황당하다. 걍 황당하다는 말밖에 안 나옴.] [아니 SU 엔터테인먼트는 얘를 도대체 어떻게 숨기고 있었던 거임. 얼굴이 자체 발광인데. 빛을 가리는 초능력이라도 얻은 거냐.] [SU 요즘 폼 미쳤다.] [얘가 그 한승범이야? ㄷㄷ….]MC 양하준과 함께 채팅창을 차근차근 읽던 한승범은 사람들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두 남매는 그 모습을 보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한승범의 눈에 자신들의 채팅이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토독토독 채팅을 쳤다.
[네가 내 빛이다, 승범아. 오늘 잘하자!] [승범이 내버려 두세요. 그냥 제가 군대 두 번 갔다 올게요.]먼저 나온 채팅은 누나의 것이었으며, 그 뒤를 따라 나온 채팅은 동생의 것이었다.
[여러분이 제 빛이죠. 오늘 잘하겠습니다. 파이팅.]그리고 한승범의 눈에 들어오는 행운을 얻은 건 누나의 것이었다. 김하연은 한승범이 자신의 채팅에 대답을 해 줬다는 사실에 과하게 감동하여 눈물을 찔끔 닦아 냈다.
“우리가 자기 빛이래. 우리 승범이는 말도 예쁘게 잘 해액!”
“아, 부럽다…….”
“야, 남자 아이돌한테 군대 얘기하면 당연히 스루당하지, 바보야.”
“맞네. 나는 그냥 내 사랑이 그 정도라고…….”
한승범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지 양하준이 손에 쥐고 있는 마이크에 허리를 숙여 입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양하준은 바로 한승범에게 편한 높이로 마이크를 들어 주었다.
양하준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한승범은 세일러복의 깃을 양손 끝으로 잡고 물었다.
[이거 한 번쯤은 입어 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들 많던데 어떤가요. 마음에 드시나요?]한승범의 질문과 함께 카메라가 한승범의 의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주었다. 백금발 위의 흰 베레모, 네이비 컬러의 깃, 흰 니삭스를 눈에 담은 김하솔은 우렁차게 고함질렀다.
“마음에 들어어억!”
김하연은 어느샌가 한승범의 얼굴이 프린트된 슬로건을 들고 와 텅 빈 눈으로 흔들고 있었다.
“사랑해…….”
현장 평가단에 당첨되지 못한 자의 최후였다.
[감사합니다. 무대 기대해 주세요.]채팅창의 뜨거운 반응을 지켜본 한승범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미련 없이 인사를 하고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났다.
화면에서 한승범이 사라진 후에야 남매는 멈췄던 숨을 푸학 내쉴 수 있었다.
“허억, 헉… 죽는 줄 알았다.”
“…아기 예수를 영접하다.”
“누나, 무교잖아.”
“아니, 있어. 한승범이라는 신을 믿고 있다.”
“…….”
* * *
“드디어! 드디어! 승범이네 차례다!”
“맙소사, 승범이 무대 앞에 도대체 광고를 몇 개나 넣는 거야? 이 새끼들 알고 이러는 거야. 승범이 무대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까!”
한승범이 사라진 후로 동태눈을 하며 다른 팀의 무대를 지켜보던 남매는 한승범 팀의 차례가 돌아오자마자 주먹을 불끈 쥐고 과몰입하기 시작했다.
다른 연습생의 무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한승범을 제외한 다른 연습생은 적이다.’, ‘아무리 꼬셔도 넘어가지 않겠다.’ 그런 생각을 할 즈음 전주가 바로 흘러나왔다.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닥쳐!”
– 준비하시고, 출발합니다!
3, 2, 1!
한승범의 외침과 함께 무대가 시작되었다.
– 쿵쿠구궁! 쿵! 쿵 쿠구궁!
찢어질 듯한 현장 평가단의 비명 소리를 뒤로하고 멤버들은 한승범의 곁에 순식간에 모였다. 한승범은 한쪽 팔은 카메라 앞으로 뻗고, 나머지 한쪽 팔은 경례하는 것처럼 머리에 댄 채 비트에 맞춰 천천히 몸을 돌렸다.
카메라는 한승범을 돛대처럼 기준으로 두고, 손끝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흔들리는 배와 같이 무빙하며 멤버들의 모습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멤버들은 카메라가 무대의 밖을 담지 않도록 얖 옆 끝에 도달할 때마다 반동을 주며 더욱 실감 나게 갑판 위의 모습을 표현했다.
‘헉 저게 승범이가 추가했다고 말했던 도입부 안무인가 보다!’
‘이게 바다다… 동해 바다 서해 바다가 다 무슨 의미가 있냐. 여기에 대장이 만든 바다가 있는데.’
남매들은 노래를 방해하지 않도록 비명을 삼키며 한순간도 빠짐없이 한승범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소리를 내서 감상을 방해하는 놈이 있으면 척살이었다.
– Marine Marine!
시원한 바다 바다
닻을 올리면 우리의 출발을 알리는 거야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봐!
Marine Marine!
고래와 인사하고 (Hi!)
바람 사이를 뚫어 (Hey!)
물방울이 노래하고 있어
Do-Re-Mi! (Do-Re-Mi!)
Sing together! (Hey!)
‘노래 잘 뽑았네…….’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래를 들은 김하솔은 감탄을 뱉었다. 뭔가 이상한 취향에 눈을 뜬 팬던 분위기에 휩쓸려 청량 콘셉트에 투표했지만, 만약 이 노래가 다른 연습생에게 갔다면 억울해서 잠을 자지 못했을 것 같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승범이 콘셉트를 너무 잘 소화했다.
– 얘들아 먼저 죽은 이들의 조언을 들어.
김하솔은 초반에 팬덤 분위기를 잡아 주었던 이들에게 백번 감사하며 무대를 쭉 지켜보았다.
.
.
.
– Yeah! Yeah!
바다는 나의 친구야
Marine Marine!
반짝반짝 물방울
그 사이 알록달록 무지개
내게 주는 선물인걸
청량 콘셉트의 안무인 만큼, 아이들이 뛰노는 것처럼 따라 하기 쉬운 안무가 이어졌다. 다만 동선만큼은 고퀄리티로 언제나 가뿐한 스텝과 함께 다채롭게 이루어졌는데, 이는 한승범의 고집인 듯했다.
‘동선 이동할 때 쉬려고 하지 말아라.’
한승범이 입이 마르도록 했던 말을 따르듯, 멤버들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난잡해 보이지 않도록 엄격한 질서를 지키며 움직였다.
그야말로 결점 하나 없는, 프로 같은 무대였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어느덧 클라이맥스가 다가왔다.
쿵쿵쿵쿵쿵!
대각선 대형으로 곧게 서 있던 아이들이 빠른 박자에 맞춰 차례로 경례를 하고, 가장 마지막 차례였던 도유다가 화려하게 턴 하고 손을 뻗으며 고음을 질렀다.
-Marine Marine!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물결을 봐!
전혀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승범이 껌딱지 정말 잘한다…….’
‘후보정도 없는데 이 정도라고?’
그것은 한승범 외에는 큰 관심이 없던 남매의 시선마저 끌 정도로 아주 완벽한 라이브였다. 도유다의 맑은 고음과 함께 곡의 청량한 분위기는 더욱 증폭되어 듣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한 번에 끌어올린 텐션을 유지하려는 듯 그 뒤로는 남매가 가장 기대했던 댄스 브레이크가 이어졌다.
‘우리 승범이!’
‘당연히 댄스 브레이크 대장이 가 줘야죠!’
한승범이 시작을 끊고, 그 뒤를 한승범 다음으로 뛰어난 춤 실력을 갖췄던 멤버가 이었다. 하지만 센터가 바뀌어도, 현장 평가단은 오직 한승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승범은 아무리 구석에 박아 두어도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재주가 있었으니까.
남매는 그것을 보며 새삼 뽕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가슴을 부여잡았다.
댄스 브레이크가 끝나자 청량하고 리듬감 있던 MR이 사라지고,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 같은 실제 바다의 소리가 들렸다.
어려운 댄스 브레이크를 마치고 모두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 지금, 홀로 평온한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멤버가 있었다.
한승범이었다.
한승범은 천천히 돌아 카메라를 향해 한 발짝씩 걸어갔다.
– 파도가 치면 저 넓은 바다로 향하는 거야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멜로디가 조금씩 커지고,
–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한승범의 속삭임과 함께 큰 폭으로 휘몰아치듯 한순간에 기세를 찾았다.
-Marine Marine!
오늘도, 내일도, 언제까지나 함께할 거야!
우리들의 즐거운 모험
지금부터 시작이거든
그 기운을 몰아 무대는 단숨에 엔딩을 행해 달려갔고, 청량 콘셉트 팀은 다른 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아, 턱 아파…….”
“나는 목… 너무 흥분해서 힘이 많이 들어갔나 봐.”
무대가 끝난 후에야 두 남매는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었고, 저마다의 한승범 부작용을 호소했다.
하지만 고통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좋다…….”
인터넷 가족들과 무대에 대한 감상을 나눌 차례였으니까.
김하연과 김하솔은 아무 말 없이 각자의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