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7)
7화
“아무리 그래도 2개월밖에 안 됐는데 이런 친구가 데뷔하면 얼마나 다른 연습생들이 상실감이 크겠어요.”
놈은 내 프로필이 적혀 있는 종이에 사인펜으로 죽죽 선을 그었다. 무대 하는 내내 프로필에만 코 박고 있더니 저럴 줄 알았다. 연습생 경력을 먼저 보고, 무대는 제대로 볼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2개월이면 깜찍하지, 뭐.
‘십몇 년 해 먹었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후배 님.’
“배우나 모델 하지. 여기 뭐 하러 나왔어요”
옆에 앉아 있던 보컬리스트 Seezy가 ‘이 새끼 왜 이러냐’ 하는 얼굴로 나머지 트레이너에게 눈짓을 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걸 그룹 출신 하늘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할 말 있으면 해 보세요.”
이렇게 싸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굳이 나에게 말을 시킨다는 것은 완전히 자존심을 밟아 놓겠다는 뜻이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감히 후배가 선배의 평가에 말대답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하물며 연습생과 트레이너의 관계에는 더욱 심했다. 부정적인 평가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은 편집에 따라 고집스러운 비호감 이미지로 박힐 수도 있었다.
‘한국은 유교에 미쳤으니까.’
눈물을 뽑아서 동정 여론을 가져오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를 통해 즉각적인 팬덤을 끌어올 수는 있어도 불쌍하고 유약한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모범적인 대답이 가장 낫겠군.’
“다음에는 꼭 좋은 무대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온화한 어투로 차분히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네가 말하는 거 알아들었으니, 이제 입 좀 싸물라는 의도였다.
그러자 프릭이 코웃음을 쳤다.
“아니 그런 형식적인 대답 말고. 내 질문에 대답을 하라고요. 말귀 못 알아 들어요?”
…이 새끼가, 진짜.
도유다가 ‘저놈, 저러면 아니 되지 싶은데’ 같은 얼굴을 하고는 손끝을 맞잡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할지 걱정돼 가슴이 벌렁거리는 모양이었다.
“…….”
전생의 나였다면 꼬우면 실력으로 뜨자며 진작 자리를 박차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달랐다. 그런 대응이 결국 나의 심심한 말로에 일조했음을 깨달았으며, 또한 한승범은 난폭한 태도가 잘 먹히는 생김새도 아니었다.
눈을 뜨는 각도, 목소리 톤, 마이크를 쥔 자세, 그 모든 것에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했다.
“…저는.”
화를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
“배우나 모델이 그저 용모의 뛰어남만으로 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게 칭찬을 해 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현재 활동하고 계신 선배님들께서 쏟으신 노력을 알고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입에 담아도 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너는 감히 같은 업계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선배들의 노력과 성과를 무시했으며.
“저는 연습생이 되기 오래전부터 꾸준히 아이돌을 목표로 연습을 해 왔고, 지금도 그 목표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 짬바는 고작 프로필상의 연습생 기간에 비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트레이너님들의 칭찬에 안주하지 않고, 프릭 트레이너님께서 제 무대의 어떤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셨을지 면밀히 고민하여.”
여럿 있는 트레이너 중 오직 너만이 나를 폄하했지만, 그 폄하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앞으로 실력으로 꼭 증명하겠습니다.”
나의 실력으로 깨부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하! 좋아요! 한번 기대해 봐겠어요.”
긴말이 끝나고 프릭이 뭐라 되받아치기도 전에 제이가 웃으며 박수를 쳤다. 트레이너 중에서도 커리어가 가장 화려한 제이의 행동에 나머지 트레이너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박수를 쳤다.
반박할 새도 없이 자신의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는 것을 깨달은 프릭이 얼굴을 굳혔다.
이렇게 되면 악마의 편집에 휘말리는 것은 저쪽이었다.
‘프릭이 대차게 욕을 처먹을 수도 있겠군.’
나약하게 하차하지 마라. 아직 안 끝났으니까.
“등급 발표하겠습니다.”
스크린에 나와 도유다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S등급이었다.
“한승범 연습생과 도유다 연습생의 등급은 S입니다. 무대에서 내려와 주세요.”
무대에서 내려가 순위석으로 올라가려던 중 제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맙다, 짜식아.’
고개를 꾸벅 숙이자 제이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실소를 삼켰다.
‘이 새끼, 일부러 그랬네.’
웃음을 흘린 것은 스튜디오 내 모두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함이었고, 박수를 친 것은 내 발언에 타당성을 실어 주기 위함이었다. 제이가 별말을 덧붙이지 않았기에 오히려 프릭의 말은 시비에 불과하게 되었고, 나머지 트레이너와 프릭의 사이에는 경계가 생겼다.
“…….”
흘긋 시선을 돌리자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것 같은 프릭의 얼굴이 보였다.
‘완전히 제이의 눈 밖에 났군, 멍청한 놈…….’
최전선에 서 있는 아이돌들은 모두 영리하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그들은 병아리 키우기에 쓸 시간도 없었으며, 하물며 눈물 콧물 다 짜는 편집에 휘말렸다가는 득보다 손이 컸다.
생전의 나도 비슷한 이유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 위원 제안은 매번 거절했다.
이 자리에 있는 트레이너들이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눈에 훤했다.
정말로 교육에 보람과 열정을 느끼는 지도자. 혹은 최전선에서 밀려나 선택지가 없었던 패배자.
제이를 비롯한 대부분의 트레이너는 전자였고, 프릭은 후자였다.
‘더군다나 저쪽 그룹은 더러운 뒷얘기도 오가서 그룹 존폐의 위기인 것 같고. 반박도 못 하는 어린애들한테 짜증이나 내다가 냉철하고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를 얻어 갈 생각이었겠지.’
그 영악한 마음은 제이에게 단번에 간파당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놈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저 오만한 태도를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누구 앞에서 주름을 잡아?’
대선배님 들어가신다. 길 뚫어라, 이런 싸가지 없는 후배님아.
* * *
등급 평가의 촬영이 모두 끝나고 77명의 연습생들은 프로그램을 위해 마련된 시설, 럭키 센터로 이동했다. 참고로 우리의 바로 다음으로 무대를 한 연습생들은 최저 등급을 받았다.
대형 버스에 앉아 이동하는 시간 동안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음악 1시간’을 듣고 있던 중 진동이 울렸다.
[형, 괜찮아요?]옆에 앉아 있는 도유다였다.
마이크를 아직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문자로 말을 건 것 같았다. 핸드폰의 밝기를 최대한 낮추고 답장을 보냈다.
[ㄴ.] [아까는 정말 조마조마했어요. 형이 못 참고 황소처럼 들이받으면 어떡하나 했다니깐요.] [그럴 뻔함.] [그래도 형이 잘 참고 원만하게 넘어가서 다행이에요.] [그냥 넘어간다고는 한마디도 안 했어.] [아, 형. 제발. 깡패 같아요.]시답잖은 대화를 마칠 즈음 버스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벌써 럭키 센터에 도착한 것이었다.
“우리는 S등급 1호실로 가야 해요!”
버스에서 후다닥 내려 숙소의 배치도를 본 도유다가 ‘S등급 1호실’이라고 표시된 방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등급별로 나누어진 방은 S등급에서 D등급까지 시설, 평수 그리고 위치까지 적나라하게 차이가 났다. 등급 간의 차별을 심하게 두어 연습생들을 압박할 생각인 것 같았다.
“D등급은 한 방에 여덟 명씩 몰아넣네.”
배치도 옆에 정리된 등급별 혜택을 보아하니 D등급에는 침대도 없는 것 같았다.
“헉, 진짜요?”
‘가뜩이나 낮은 등급을 받은 아이들은 멘탈이 위태로울 텐데 아예 대놓고 차별을 하는군.’
“S등급은 한 방에 세 명이고.”
“형이랑 저는 같은 방이죠?”
“어.”
“나머지 한 사람은… 우강원 형이네요.”
“모르겠는데.”
‘무대를 허접하게 했나?’
전혀 기억에 없었다.
“형 화장실 갔을 때 등급 평가 했던 사람이에요. 유도 선수였다가 접고 군대 갔다 와서 여기 나왔다고 했어요. 키가 지이인짜 크고 슈퍼맨처럼 근육이 우락부락해요.”
‘오, 군필.’
아이돌 업계에서 귀하디귀하다는 군필 아닌가.
“저도 나중에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근육맨처럼.”
“…그래. 안 어울릴 것 같긴 한데.”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고 있을 즈음 누군가 뒤에 와서 배치도를 봤다. 이화영이었다.
‘이화영은 S등급 2호실이군.’
“앗, 안녕하세요! 저희 옆방이에요. 저는 도유다고 이 형은 한승범 형이에요. 등급 평가 무대 잘 봤습니다. 멋있던데요! 나중에 연습 같이해요. 프로그램 촬영하는 동안도 잘 부탁드리고요. 같이 올라가실래요?”
“…….”
사교성이 좋은 도유다가 먼저 이화영에게 말을 걸었지만 깔끔하게 무시당했다. 도유다를 보고 피식 비웃음을 흘린 이화영은 몸을 휙 돌려 중앙 엘리베이터를 향해 사라졌다.
“헝잉이. 창피해요.”
“괜찮아. 잘했어.”
거절당한 것이 창피했는지 혼난 강아지처럼 눈 끝을 축 늘어트린 도유다가 등 뒤에 숨었다. 굿 보이. 굿 보이. 네 친화력이 없으면 내 숙소 생활은 암흑에 빠진다. 기죽지 마라.
방으로 이동한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 S등급이라고 해도 어차피 연습생이 생활하는 곳이라 허접할 줄 알았는데 제법이었다. 다른 등급의 방과 다르게 침대가 2층이 아니었고, TV와 전자레인지, 공기 청정기도 있었다.
‘방송 콘셉트 만들려고 제대로 작정했네.’
“상화 그룹 전자 제품이에요!”
방 내부를 쭉 둘러본 도유다가 소리쳤다. 어디서 이런 걸 다 마련할 돈이 나왔나 했더니 상화 그룹에서 지원한 것 같았다.
“형, 나중에 다른 등급 방 놀러 갈 거예요?”
“아니.”
S등급 옷 입고 삐쭉삐쭉 들어가 봤자 눈치 없는 놈처럼 보일 뿐이었다. ‘한승범 연습생과 도유다 연습생(S등급)의 등판을 보며 눈물을 삼키는 D등급 연습생들’ 같은 식으로 방송이 나가는 건 딱 질색이다.
“그럼 저도 안 갈래요. 형이 다 생각이 있겠지. 전 바보라서 몰라요.”
“그래.”
현명하구나.
‘음?’
개인 캐비닛에 짐을 풀던 중 안쪽에 뭔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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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센터 내 연습생 생활 규칙>1. 스마트폰 및 통신기기의 소지(SNS 업로드 불가).
2. 의도적인 기물 파손 금지.
3. 흡연 및 음주 금지.
4. 레슨 지각 및 결석 금지.
5. 외부인 및 동물 출입 금지(집사 출입 불가능).
6. 과도한 신체 접촉 금지.
7. 화기를 이용한 음식 조리 금지.
1번 규칙의 경우 발각 시 즉시 프로그램 하차. 이외의 규칙 위반은 누적 시 프로그램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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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출입 불가능은 또 뭐야.’
보나 마나 이화영 때문일 것이다. 럭키 센터 코앞까지 검은 리무진이 쫓아왔다가 돌아갔으니까. 나머지 규칙은 평범했다.
“…하하.”
요즘 같은 세상에도 굳이 굳이 고수한 인권 상실 규칙을 보니 내가 다시 연습생이 되었다는 것이 드디어 실감났다. 도대체 이 짓거리가 몇 년 만인가.
“후…….”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대중에게 인기를 얻으면 데뷔한다.
그게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나는 허접들과 함께 데뷔할 생각 따위 전혀 없다.
내 계획은 이렇다.
‘내 X대로 멤버 짠다.’
국민 투표고 뭐고 내 알 바 아니다.
마음에 드는 놈은 뒤질 때까지 쫓아가서 데뷔시키고, 마음에 안 드는 놈은 절벽에서 밀어 버린다.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