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71)
71화
메인 PD에게 ‘그 사람’의 말을 전달받은 이후로는 무슨 정신으로 대기실까지 돌아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언제부터?’
계속해서 그가 어떻게 내 정체에 대해 눈치챘는지에 대한 의문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고뇌해도 결론은 얻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언제나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 내 예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치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그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내 비밀을 이리저리 떠벌리고 다닐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언제나 내 보호자를 자처했으니까.’
그와 나의 지독한 악연은 아주 오랜 것으로 시작은 내가 갓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였다.
– 나는 이번에 새로 생긴 RH 엔터테인먼트 캐스팅 매니저인데… 아이돌 해 볼 생각 있어?
그를 만났을 즈음의 나는 강혁우에게 캐스팅을 당하고 아주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냥 냉큼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집의 경제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서유성을 대학까지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내 꿈을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은 사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눈앞에 찾아온 기회를 포기하기에는 나도 어렸지.’
무대에 서는 것은 내가 오랜 세월 간직했던 꿈이었다. 그를 이룰 수 있는 희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현실을 고려하여 깔끔하게 포기하기에는 나도 너무 어렸던 것이다.
– 평생 가족 뒷바라지나 하면서 인생 썩히기는 싫을 거 아냐.
– 내가 도와줄게, 네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그렇게 몇 날 며칠 끙끙 앓던 내 앞에 갑작스레 찾아온 게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내가 생활할 회사 근처의 집과 생활비, 의복까지 모든 것을 지원해 준다고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사람도 아주 어렸을 때인데, 왜 그렇게 어른처럼 보였는지…….’
갓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간절한 마음에 그 달콤한 유혹을 덥석 물어 버렸다. 서유성이나 아버지에게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래서 애들 옆에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고.’
지금의 내가 보면 딱 뒤통수를 쳐 버릴 행동이었다.
사이비나 장기 털어 가려는 사람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기억들 더듬어 보니 그 사람은 그 당시, 기사가 운전하는 검은 외제 차를 타고 밑바닥이 빨간 구두를 비롯한 명품으로 온몸을 도배했었다.
– 이게 마음에 들어?
내가 그것들을 빤히 쳐다보자 그 사람은 온화하게 웃으며 물었다. 불쾌할 법도 했는데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았던 걸 보니 그 사람은 처음부터 이상할 정도로 내게 호의적이었던 것 같다.
‘암만 생각해도 또라이잖아.’
뭔가 이상하다고 의심했어야 했는데, 그 당시의 나는.
– ‘오. 쥑인다.’
대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또 완전히 경계심을 풀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의 호의를 믿지 않는 성가신 놈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친절은 내게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따라서 내내 날을 세우고 있던 내가 그를 불렀던 호칭은 ‘야, 너, 거기, 저기, 어이.’ 정도였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내가 선을 넘을 때마다 기겁을 했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다.
정말 운 좋게도 그는 나를 정말 ‘보호할 대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사람과 나는 나란히 아저씨가 될 때까지 그 지독한 악연을 유지했고, 내가 돈을 아주 많이 벌게 된 후로도 우리는 좋은 파트너로 지내게 되었다.
그때는… 솔직히 말하면 우리 둘이 아주 좋은 친구 사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었다.
그런데 왜 이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사람과 사이가 틀어졌냐, 하면 그 사람의 기이할 정도로 이상한 행동 때문이었다.
–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 이제 돌아온 거야? 수고했어. 많이 힘들었지?
–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
– …….
– 네가 죽였어?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온갖 추잡한 지라시에 휘둘리는 일은 아주 빈번하게 일어났다.
나는 그에 대해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연예계에 뛰었기 때문에 억지로 무시할 수 있었지만, 그 사람은 그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 유태야, 예전부터 너에 관해서 계속해서 안 좋은 기사를 올렸던 기자 기억나?
– 기억은 나는데, 요즘은 기사 안 올려서 잘 몰라.
어느 날, 나에 대해 안 좋은 지라시를 지속적으로 퍼트리던 기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헛소문을 퍼트리는 사람이 하나 사라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 죽었대, 자기 집에서 목매달아서.
그들이 스스로 죄를 뉘우치고, 나를 괴롭히는 짓을 그만둔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뭐라고?
– 바람 피운 거 들켜서 와이프랑 자식한테 버림받고 직장에서도 쫓겨났다고 했던 것 같아. 적나라하게 찍힌 사진이 집이랑 회사에 보내졌다고 하던가. 폐인처럼 살다가 죽었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몇 번이나 반복될 즈음, 나는 그를 추궁했다.
네가 이런 짓을 벌인 게 맞냐고.
그 질문을 들은 그는.
– 응, 내 선물이야. 마음에 들어?
웃고 있었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그 미소를 본 나는 순간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이가 맞나 싶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가끔은 경제관념이 이상했지만,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려 노력했던 그 사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
– ‘이런 건 비정상적이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팔다리가 떨렸다.
나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 때문에 누군가가 손을 더럽혔다는 사실 또한 믿고 싶지 않았다.
– 내가 언제, 언제 이딴 짓을 벌여 달라고 했어! 너 지금 네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아?
크게 충격받은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는 그런 나를 조용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 몰랐겠지. 몰라서 한 거라고 해 줘, 제발…….
– …….
두려울 정도로 끔찍한 침묵에 내가 점점 할 말을 잃어갈 즈음, 그는 내게 다가와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말했다.
– 네가 이렇게 혼란스러워할까 봐 소리소문 없이 처리하려고 했는데.
– …….
– 누가 알려 줬어?
나는 그 질문을 듣고, 놈의 섬뜩한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게 이름을 말하면, 그 사람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친우라고 여겼던 사람은 보통의 사람들과 무언가 근본적으로 다른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그는 죄책감이나 두려움 따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저와 관계가 없는 이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게 난생처음으로 주어졌던 보호자가 준 안락함에 취해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아 버렸다.
나는 그 이후로 그 사람과 점점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했고, 그럴 때마다 그는 더 이상 숨기지도 않으며 점점 더 이상한 행동을 벌였다.
그리고 상황은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 새끼가 예전에 하던 짓을 그대로 하고 있어.’
그 사람이 강배영을 제거한 방식은 인사에 가까웠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특성상, 모든 관계자들의 입단속은 철저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이번 시즌은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제작진들은 더욱 엄격하게 정보를 통제했다.
모든 출연 연습생은 개인 핸드폰을 제작진들에게 반납해야 했고, 불시에 금속 탐지기를 이용한 소지품 검사가 이루어질 정도였으니까.
‘뭐, 간혹 닌자처럼 숨기고 들어오는 애들도 있긴 하지만, 글을 올리거나 사진을 유포하는 간땡이 큰 놈은 없었지.’
그런 와중, 나와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연습생을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정보를 파악한 것뿐만 아니라 강배영의 약점을 쥐고 순식간에 판을 뒤집었다.
‘메인 PD 얼굴이 참 볼만했지. 불쌍할 정도였어.’
이건 일종의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굳이 본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내가 본인을 알아볼 수 있도록 벌인 일이었다.
‘왜 이렇게 내 인생에는 또라이가 많이 꼬이는 거지?’
거대한 또라이의 횡포가 지나간 후로, 나는 내 인생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의자에 앉아 있던 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주변 인물 중에 정상인이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또라이였고, 내 동생도 애가 영 싸가지가 없는 게 이 형님의 마음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이는…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걔도 솔직히 정상은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그렇게 흉기 들고 협박 안 하지.’
나는 대기실 스크린에 비친 제이의 얼굴을 짜게 식은 얼굴로 쳐다봤다.
생각해 보니까 또라이 3번과 1번이 다 내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에 한숨이 푹 나왔다. 아니, 나는 진짜 잘못한 거 없다니까?
‘그래요. 내 비밀 따윈 다 가져가세요. 무료 나눔이다, 이 새끼들아.’
“3차 경연 무대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현장 평가단 10분 내로 퇴장할 예정이니 연습생들 슬슬 나갈 준비 하실게요!”
그러나 현타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3차 경연의 결과 발표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 * *
“안녕하세요, 연습생 여러분! 3차 경연 무대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큐 카드를 손에 든 양하준이 무대 위에서 우리에게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한참 어린 연습생들 앞이었으니 무시할 법도 했는데 언제나 예의를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연습생들은 그에 활짝 웃으며 박수로 화답했다.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제작진들의 수신호가 양하준에게 주어졌다.
“3차 경연은 포지션 배분과 관련된 권한이 베네핏으로 주어졌기 때문에 그사이에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내 말이 그 말이다.
다시는 이딴 짓을 벌이지 말아라, 이런 어리석은 놈들.
“그렇게 고생이 많으셨을 여러분께 또 힘들게 만들 수는 없죠! 따라서 속 시원하게 순위를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속 시원하게?’
평소와는 다른 전개였다.
제작진들이 연습생들을 위한 마음을 가졌을 리가 없었다.
등수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게 더 재미있는 장면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특별한 일이 벌여졌음이 틀림없었다.
“3차 경연의 결과는!”
그 이유에 대해 추론할 시간도 없이, 씨익 미소 지은 양하준이 입을 열었다.
“다음과 같습니다!”
두둥!
“으워억.”
등수가 공개된 찰나의 순간에 도유다가 내 신발에 음료수를 엎었다.
“악! 죄송해요! 손에 식은땀이 너무 많이 나서!”
차가운 액체의 느낌에 고개를 돌렸던 나와 도유다는 결과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뭐야?”
“순위 잘못 나온 거 아니야?”
그런데 주변 연습생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나는 지독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인간이었기에 설마 우리 팀이 1위를 뺏긴 건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아오, 진짜 촬영할 때 먹을 거 들고 오지 말라니까.’
축축하게 젖은 발을 무시하고 서둘러 고개를 들어 가장 윗줄을 보니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1위: 청량 콘셉트 팀 (센터: 한승범)]‘결과 제대로 나온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지?’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성적에 나는 숨을 돌리며 더 아래쪽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바로 아래의 이름을 발견하고 나서야 연습생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놀랄 만도 했다.
“…허.”
[2위: 카리스마 콘셉트 팀 (센터: 나기 젠)]3차 경연의 복병은 이화영도 우강원도 아닌.
나기 젠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