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72)
72화
서유성이 말하기를.
서유태가 ‘그럭저럭이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춘 것이라고 했다.
서유태가 ‘괜찮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서유태가 ‘제법이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프로로 데뷔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서유태가 ‘실력이 좋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해당 분야에서 성공할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서유태가 ‘아주 마음에 든다.’라고 하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그런 식으로 사람을 나누어 판단하는 줄은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하는 생각이었으니까. 놈이 그런 소리를 하는 때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말라며 코웃음을 쳤다.
– 내가 무슨 재능 탐지기냐?
– 탐지기보다는 탐지견에 가깝지. 형이 어떻게 사람이야? 개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서유성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마음에 든다고 찍어 뒀던 놈들은 정말 재능의 원석들이 맞았다.
내가 직접적으로 관련됐던 이들 중 아주 괜찮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딱 다섯 명이었다.
서유성, 제이, 도유다, 이화영.
– ‘이 정도면 아주 마음에 들어. 아직 개선할 부분은 많지만.’
그리고 나기 젠.
그들의 차이를 알기 쉽도록 예를 들면, 서유성은 수많은 보석이 박힌 왕관에 비유할 수 있었다. 모든 보석의 연마가 끝나고, 본인의 스타일을 체계화하여 디자인까지 마친 완성품. 그게 서유성이었다.
그에 비해 도유다는 이제 막 세공사의 손에 들어와 연마되기 시작한 보석이었다. 2차 경연을 기점으로 크게 성장했으니, 이제 곧 제대로 된 보석의 형태를 띄게 될 것이다.
‘무대 순서 때문에 유일하게 못 본 무대가 젠의 무대였는데, 설마 이런 결과가 만들어질 줄이야.’
그리고 나기 젠은 바위 속에 파묻혀 있는 원석이었다. 아직은 누구도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원석.
‘일단 데뷔할 때까지 내버려 두기에는 아까워서 조금 건드려 놓긴 했는데, 설마 혼자서 이 정도까지 올라올 줄이야.’
생각해 보면 나기 젠은 참 이상한 놈이었다.
– 저는 쉭쉭 비얌, 젠.
– 트레이너님을 기절하게 만들겠습니다.
– [ついて来れるか? (따라올 수 있겠어?)]
젠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본 적이 없었을 텐데, 무대에서 떠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무대 위에서는 연습했던 것을 그대로… 아니, 연습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대게 연습을 100% 했다고 치면, 실제 무대에서 나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 봐도 80%나 나올까 말까였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했고, 언제나 자신의 상태에 만족해서는 안 됐다.
‘그런 와중에 무대에서 자신의 100%를, 그리고 그 100%마저 뛰어넘는 120%를 보여 줄 수 있는 건 굉장한 재능이지.’
‘완벽한 무대 체질’이란 그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연습 때 제대로 가르쳐 놓기만 하면 본무대에서 그걸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으니까. 둔한 성격 때문에 얼떨결에 얻은 재능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찌 되었든 아이돌을 목표로 한다면 앞으로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요인은 젠과 나와의 궁합이 아주 좋았다는 것이다.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의 궁합은 아티스트의 성공을 판가름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젠이 콘셉트 투표에서 카리스마 콘셉트에 배정되었던 것은 이번 결과에 큰 도움을 준 것 같았다.
‘카리스마 콘셉트의 노래는 내가 만든 훅을 그대로 가져다 썼으니까.’
무대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놈과 곡의 시너지가 좋았을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번 결과에 대해 대충 이해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 석연치 않은 부분이 아직 남아 있었다.
‘트레이너 중간 평가 때까지만 해도 나름 나쁘지는 않았지만,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무대는 아니었는데.’
원래대로라면 서서히 이뤄졌어야 할 변화가 너무 갑작스레 이뤄졌다. 2차 경연에서 기초를 잡아 주긴 했으나, 이 정도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무언가의 도움이 있었음이 분명했다.
나는 그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조용히 젠의 옆으로 가 물었다.
“트레이너 중간 평가 때 무슨 일 있었어?”
그러자 젠은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동그랗게 모았다.
“오. 어떻게 알았습니까? 대단합니다. 역시 리다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여느 때와 같은 말투로 말했다.
“차운 선배님께서 따로 찾아와 연습 도와주셨습니다. 오천 번 감사합니다.”
“차운 선배님이?”
차운이 도와줬다고?
당혹감에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굳힐 뻔했지만, 겨우 평온한 얼굴을 유지했다.
정신 차리자. 사방에 카메라가 깔려 있다.
침착하게 질문을 던지자 젠은 순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 너희들이 이 노래를 이렇게 낭비하는 것은 절대 두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많이 화 냈습니다.”
“언제?”
“중간 평가 끝나고 한 시간 두 시간 후였습니다.”
“…….”
‘나와 대화를 마쳤을 때군. 도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거지?’
차운이라면 납득이 됐다. 젠과 체형이 비슷했고, 목소리도 닮은 편이었으니 이래저래 조언해 줄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중간 평가 내내 연습생들을 공격하기에만 바쁘던 놈이 갑자기 왜 마음을 바꿔 젠을 도와줬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 열심히 했습니다. 2차 경연 때 리다가 알려 준 것들 빠지다 것 없이 매일 연습했습니다. 차운 선배님 말도 잘 들었습니다. 기량 형 말도 잘 들었습니다. 승리.”
“열심히 했네. 축하한다.”
‘나중에 숙소로 돌아가서 무대 모니터링 좀 해야겠군.’
나는 내게 칭찬을 받고 싶다는 티를 팍팍 내며 눈을 빛는 젠의 머리를 툭툭 헤집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우선 칭찬은 해 줘야 하니까.
“감사합니다. 리다도 1위 축하합니다.”
그러자 젠은 발갛게 달아오른 귀를 하고는 폴더처럼 허리를 굽혀 내게 인사했다.
“연습생 여러분 모두 에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깜짝 놀랐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3차 경연의 베네핏을 받게 될 팀은 1위, 청량 콘셉트의 [Marine Marine!> 팀과 2위, 카리스마 콘셉트의 [Growl> 팀입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양하준은 우리의 대화가 끝났음을 짐작하고 바로 경연 결과를 정리했다.
그러나 양하준의 정리에도 불구하고 연습생들은 웅성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두 사람의 속삭임으로 시작한 그 웅성거림은 점점 커져 시장판처럼 요란해졌다.
무대 위의 양하준이 당황하여 PD를 향해 시선을 보낼 정도였다.
“그럼 니콜라스 팀은 베네핏 못 받는 거야?”
“처음 아니야? 니콜라스가 베네핏 놓친 거.”
순위가 오른 사람이 있다면 내려간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된 건 그 순위가 떨어진 연습생이 너무나도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3위: 시크 콘셉트 팀 (센터: 김송기)]한승범과 이화영.
Survive IDOL의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투 탑 체제가 무너졌다.
이건 연습생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놀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연습생들은 곧바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니콜라스가 무너졌다고 보기에는 개인 득표 순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잖아.”
“니콜라스의 득표수는 2등이었는데 팀 순위가 어떻게 3등이야? 표 엄청 벌어다 줬잖아.”
“심지어 이번에는 한승범이랑 다섯 표밖에 차이 안 날 정도로 득표수 좋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리고 결론을 맺었다. 이번 결과의 원인은 이화영에게 있지 않다는 결론을.
‘분위기 한번 볼만하군.’
이화영은 이전 경연과 마찬가지로 높은 표를 가져왔다. 1위 팀의 최다 득표자와 득표수가 비슷했으니 이화영은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결국 문제는 나머지 멤버들의 득표수가 형편없었던 것이다.
“…….”
“…….”
모든 연습생들이 뒤를 돌아 이화영 팀의 멤버들을 바라봤다. 본인들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난을 뱉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분명한 책망의 의도가 서려 있었다.
이화영 팀의 멤버들도 그걸 알았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위태롭고, 싸한 분위기 속에서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무대가 여러 번 전환되면 정신 사나울 수도 있다고 하는 너희의 말에 파트까지 넘겨 주었지.”
이화영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
“…….”
이화영의 질문에 멤버들은 더 굳게 입을 다물었다.
방송각을 잡은 카메라 몇 대가 이화영 팀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메인 PD는 양하준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이렇다면 분명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는 거겠지.”
“…….”
끝없는 멤버들의 침묵에 이화영의 목에 핏대가 섰다. 아무리 화가 나도 평소의 행동거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이화영은 결코 난폭하거나 상스러운 행동을 벌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차분한 분노가 오히려 멤버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으으, 어떡해요, 형.”
내 옷자락을 조금 잡아당긴 도유다가 내 귀에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도유다와 매우 친했던 우강원도 이화영의 책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
도유다는 이 상황을 말리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눈치가 없는 게 아닌 이상, 이 상황에서 끼는 건 선을 넘는 짓이었다.
‘…그럴 필요도 못 느끼겠고.’
그 뒤에 이어진 생각을 도유다가 들으면 까무라칠 수도 있었다.
나는 애써 우강원에 대한 생각을 억누르고 상황을 지켜봤다.
“니콜라스, 일단 진정해. 속상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데 조금 진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 지금 이런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니잖아.”
점점 상황이 심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우강원이 애써 웃는 낯을 하고는 이화영을 달래려 들었다. 그러자 이화영은 살벌하게 우강원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올 수가 있지?”
“잠깐, 내 얘기 좀…….”
“나만 진지했던 건가? 나머지는 다 장난삼아서 여기 나왔고?”
“…….”
우강원의 말을 끊고 계속해서 날카로운 질문이 떨어졌다.
‘…저 자식 완전히 꼭지 돈 것 같은데.’
우강원의 필사적인 노력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화영은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화가 난 것 같았다. 차분하게 내려앉았던 눈꺼풀이 점점 벌어져 홍채의 둥근 모양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 매서운 시선을 그대로 마주한 우강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멤버들 중에서도 우강원이 나선 게 오히려 독이 됐군.’
이번 경연에서는 나와 이화영의 득표수가 비슷했기 때문에 두 번째로 많이 득표한 연습생이 얼마나 표를 끌어왔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고 볼 수 있었다.
[ 개인 득표 순위 ]1위: 한승범
2위: 이화영
3위: 도유다
4위: 나기 젠
5위: 백기량
6위: 김새명
우리 팀에서는 도유다가, 젠의 팀에서는 5위와 6위가 활약했다.
하지만 이화영의 팀에서 비슷한 포지션에 있었던 우강원은 그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화영은 그 사실을 알고 정확히 지적했다.
“도대체 어떻게 당신이, 이 결과를 보고도 웃을 수 있는 건지 물었어.”
우강원의 얼굴이 안쓰러울 정도로 창백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