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79)
79화
“선택지를 줄게.”
내 자신만만한 말투에 희망을 느꼈는지 우강원의 얼굴이 화사해졌다.
그에 으쓱해진 나는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첫 번째 선택지는 그 후배에 관해서 욕할 거리를 던져 주는 거지. 사람들은 등신의 말을 믿지 않거든. 폭로 글의 신빙성을 낮추는 거지.”
“…….”
화사함이고 나발이고 그냥 다 죽어 버린 얼굴을 한 우강원이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봤다.
‘싫어할 건 예상했지. 애초에 그 후배 놈 위하자고 가만히 욕 처먹고 있었던 건데.’
나는 우강원의 반응에 두 번째 선택지를 꺼내기로 하였다.
“두 번째 선택지는 대화로 해결하는 거야.”
우강원의 눈동자에 다시 생기가 돌아왔다. ‘파아앗’ 같은 효과음이라도 들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냥 말로 설득될 놈들이었으면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이미 형 선에서 해결됐겠지, 그러니까 그냥 대화로는 안 돼.”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걸까?”
“입 똑바로 안 놀리면 털어 버린다고 협박해야지. 하지만 그놈은 이미 형의 성격을 알고 있으니 형이 협박해 봤자 결국 허풍인 것을 들키게 될 수밖에 없을 거야.”
우강원의 얼굴이 다시 수척해졌다.
지금까지 본 놈의 표정 변화 중 가장 다채로웠다.
나는 해탈한 우강원을 두고 계속해서 떠들었다.
“다른 제삼자의 개입이 필요해. 통제할 수 없고, 속을 읽을 수 없는 누군가가 사이에 껴서 일을 꼬이게 만들어야 하는 거지.”
소속사 관계자도, 제작진도 안 된다.
우강원을 보호하는 이들의 압박이 있었다고 오해받으면 골치 아팠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필요한 제삼자는, 우강원과 동일한 위치에 있어 표면적으로는 위협적이지 않되, 돌발 행동을 일삼고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누군가였다.
“설마.”
우강원의 낯빛이 더욱 칙칙해졌다.
나는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승범이가 함께 갑니다.”
내 대답을 들은 우강원은 꺼질 것 같은 한숨을 뱉었다.
부탁하는 입장이니 내 행동에 대해 이래저래 딴지를 걸 수는 없으나, 막상 그렇게 하자니 또 마음이 편치 않은 게 뻔히 보였다.
‘자업자득일 뿐인데.’
후배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선택지는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거짓으로 대중을 기만해 버린 이상, 일을 돌이키는 과정에 있어서 다소 아픈 말을 듣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강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망설임과 미련의 근저에 있는 것은 애정이었다.
설령 자신을 상처 입히고 모두를 병들게 할지라도 그것은 분명한 애정이었다.
실패한 리더.
그 경험은 나에게도 똑같이 있었으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해 줄 수 있는 말이 있었다.
“형 눈에는 지금 그놈이 행복해 보여?”
“…….”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애써 모르는 척하고 있었을 테니까.
“단순히 형이 참고, 가만히 당해 준다고 해서 그놈의 미래가 행복해지지는 않아.”
“…그래도 나는 그 아이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해 주고 싶었어.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내가 너무 무력해서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고.”
“그래, 알아. 나도 잘 알고 있어.”
“…네가?”
“그놈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고 싶었던 거잖아.”
우강원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아마 본인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 낸 것에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리더라고 해서 그놈들의 평생을 책임져 줄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러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본인의 선택으로 얻은 결과를 수용하는 경험을 가지도록 도와줘야 해. 무작정 보호하기만 하면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어.”
나는 서유성, 유제이, 차운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까지, 프리즘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말했다.
만약 내가, 우강원이 이 사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 수 있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원히 찾지 못할 것이다.
분명한 건 내게 리더라는 자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놈들에게 최악의 리더였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놈을 막아 주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당장 그놈을 매섭게 끊어 내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러니까 내가 해 준다고, 그거.”
우강원은 내 말을 차근히 듣더니 나름의 납득을 얻을 수 있었는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너를 보고 있으면 꼭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형을 보고 있는 느낌이야. 승범아, 너는 정말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그 말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지, 우강원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 * *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새벽,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공간에서 우리는 폭로 글의 주인공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나타났다.
“또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부르셨어요?”
갓 성인이 된 것 같은 얼굴, 빈정거리는 말투, 일반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다부진 몸집. 굳이 설명받지 않아도 상대가 누구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얘는 또 뭡니까?”
우강원의 후배는 나를 발견하고는 헛웃음을 뱉으며 우강원에게 물었다. 나는 우강원이 그에 대답할 새도 없이 바로 끼어들었다.
“아, 들키셨어요.”
“네?”
“국대 선발전 승부 조작, 저한테 들키셨다고요.”
깜빡이 없이 훅 찌른 말에 정적이 흘렀다.
“…….”
“…….”
“지금 뭐라고…….”
그 정적을 가르고 겨우 뱉은 말에는 동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어디서 들었습니까?”
나는 협박을 하러 왔다.
놈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끝없이 몰아세워야 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뇌가 놈이 두려워할 만한 답들을 도출해 냈다.
“아는 기자분이 있어서요. 여차하면 까발리는 것도 그쪽으로 할 거고요.”
“…당신이 무슨 상관이라고 이 일에 관여하는 겁니까.”
애써 침착해 보이려 노력하는 말투가 가소로웠다.
목소리는 이리저리 꺾이고, 손이 떨리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저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저는 우강원 연습생과 함께 데뷔를 하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이런 같잖은 거짓말로 방해당해서 매우 불쾌합니다.”
“…본인은 당신이 이렇게 행동하는 걸 원하지 않을 텐데요.”
“우강원 연습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건 제 알 바가 아닙니다. 방송 열심히 보셨으면 제 성격 아실 텐데 무의미한 트집은 잡지 마시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나는 내 X대로 까발리겠다는 말이었다.
그에 벌벌 떨리는 손을 주머니에 넣어 가린 놈은 으름장을 놓았다.
“한번 끝까지 가 보든가요. 나는 안 무서워.”
‘내가 우강원의 의사를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에 걸었군.
아마 놈은 지금도 매우 불안한 상태일 터였다. 놈의 폭로 글에는 거짓이 가득했고, 우강원의 팬들은 이미 이를 갈며 그것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들의 날 선 반응을 마주한 놈은 이제와서 돌이키기에는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놈이 끝까지 버티는 것은 내 예상의 범주 안이었고, 나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우강원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하기 위해.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아버님 혼자 대중의 모든 비난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뭐, 라고.”
아버지를 언급하자 후배의 표정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고, 우강원 또한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아들 곧 국대 될 거라고 그렇게 자랑을 하고 다니셨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돌아다니지도 못하시겠죠.”
– 우리 수용이, 지금은 부상 때문에 열심히 치료하고 있어서 소식이 없는 거지 조만간 국대 자리 꼭 정정당당하게 따낸다고 했어요.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
그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미 파악을 해 두었다.
‘정정당당하게’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하나뿐인 아들과 아들을 키워 낸 도장 뿐이었지만, 긍지에 가득 찬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진실이 모두 밝혀지면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안 봐도 뻔했다.
내 말의 의미를 이해한 후배는 발끈하여 주먹을 움켜쥔 채 소리쳤다.
“부모를 가지고 협박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나는 놈의 분노를 바로 되받아쳤다.
“왜, 당신도 했던 짓이잖아.”
“뭐?”
“우강원 연습생이 자기 후배들이나 때리는 놈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놨는데 그걸 우강원 연습생의 가족들은 보지 못했을 것 같습니까?”
“당신도 알잖아. …나는 이 더러운 체육계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그 이야기가 지금 대화 주제와 무슨 상관인지 잘 모르겠군요.”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니 급기야 본인의 정당성을 끌고 오기 시작했다. 나는 흥분에 이성을 잃은 놈을 지긋이 올려다보며 차분히 답했다.
“그리고 그쪽은 이제 완전한 피해자로서 존재할 수 없게 되었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번 일에 대한 해명이 이루어지면, 이후에 나타날 체육계의 폭로는 심한 검증을 필요로 하게 될 겁니다. 그들의 비명은 하나부터 열까지 의심받게 될 거고, 겪은 고통을 모두 적나라하게 곱씹으며 밝히지 않는 이상 신뢰를 얻기 힘들어지겠죠. 거짓 폭로라는 전례가 생겨 버렸으니까요. 당신은 그들에게 간접적인 가해자가 되는 겁니다.”
“아니야!”
“당신에게 벌어진 일들에 대해 동정은 합니다. 하지만 분노의 방향이 잘못됐어요.”
“동정하지 마! 그건!”
놈은 끊임없이 내 말에 반박하려 들었다. 여전히 억울함을 지우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놈이 말문을 떼는 족족이 잘라 냈다.
“대단하신 분들 상대하는 것보다 호구 같은 사람 하나 괴롭히면서 억울한 마음 푸는 게 더 할 만하겠죠. 당신은 겁쟁이야. 그러니 지금처럼 코너에 몰리기만 하는 거지.”
“…….”
“자, 이제 어떡할 겁니까? 해야 할 일이 딱 하나 남아 있잖아요.”
이제 놈에게 남은 탈출구는 없었다.
놈이 벌인 일은 그만큼 위험했고, 허술했다.
그 허술함을 메꿔 줄 단 하나의 퇴로가 우강원의 무른 성격이었지만, 그것은 나로 인해 막혀 버렸다.
놈은 몇 번이고 입을 뗐다가, 다물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했는지 생기를 잃은 눈으로 조용히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왜, 도대체 왜…….”
“…….”
“왜 우강원에게만 너 같은 구원자가 있는 건데. 왜 나만 이렇게 되는 건데! 하나를 위해 인생을 바친 건 다 똑같잖아!”
처음에는 혼잣말에 가까울 정도로 미약한 것이었다. 하지만 놈의 열등감이 불어날수록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난폭해졌다.
“왜 나만!”
쿵, 쿵, 하고 다리를 박찰 때마다 지면이 울렸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마지막 정도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도 되잖아!”
‘이 새끼가…….’
나는 후배의 얼굴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이놈의 열등감은 우강원만을 향한 게 아니었다.
“남들한테 사랑받으면서 돈 버니까 좋냐? 도대체 내가 뭐가 부족해! 네가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우강원이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이성을 잃은 놈이 주먹을 움켜쥔 채 한 발, 한 발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진정 좀 하시죠.”
“뭘 진정해. 왜, 이제야 겁이 좀 나냐? 아까까지는 그렇게 잘난 척했으면서?”
놈의 흥분은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커지기만 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놈이 다가올 때마다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놈은 굴하지 않고 팔을 휘둘렀다.
‘이 또라이 새끼가 진짜 돌았나.’
유단자가 일반인에게 위협을 가한다니, 진심인가 싶었다.
“어디 한 번 더 지껄여 봐!”
후배의 팔이 내 목을 움켜쥔 순간, 단단한 무언가가 내 뒤통수에 닿았다.
‘…어?’
나는 뒤를 돌아 그것을 보려 했다.
그리고 시선이 돌아간 아주 짧은 사이에 무언가가 벌어졌다.
쾅!
“적당히 하고 정신 차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닥에 낙엽처럼 내던져진 후배가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사람이… 저렇게 날아가는 거던가?’
우강원 개빡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