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I’m Taking Revenge, I’ll Take Down The Top Idols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이러시면 안 돼요!”
“내가 뭐 얼마나 큰 걸 바랐다고 이래. 고작 하나 부탁했잖아. 아무것도 기대 안 하니까 집안 망신시키지 말고 조용히 살라고. 네 형처럼 콩쿨 우승을 해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얼마나 나를 실망시킬 생각이야!”
날카로운 목소리가 제작진의 다급한 제지 사이로 흩어졌다.
여러 명의 손아귀 사이를 비집고 기어코 들어온 백기량의 어머니는 새하얀 복도에서 곧바로 자신의 아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말릴 새도 없이 올라온 손이 허공을 가르며 백기량의 얼굴을 향해 내리쳐졌다.
그것을 발견하자마자, 다리가 멋대로 움직였다.
짜악!
“…….”
“…….”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대기실 안의 모두가 입을 틀어막았다. 이성을 잃고 손을 휘둘렀던 이조차도 당황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고 봐야 했다.
“승범 군! 괜찮아요?”
나는 급히 다가와 얼굴을 살피는 Seezy에게 손을 들어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백기량의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어머님, 여기는 관계자 외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니 일단 나가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백기량의 어머니가 손을 드는 것을 본 순간 바로 뛰쳐 나가 백기량을 옆으로 밀쳤고, 매서운 손길에 대신 얻어 맞은 참이었다. 물론 퉁퉁 부은 얼굴로 무대에 오를 수는 없기 때문에 얼굴은 최대한 피하려 노력했고, 귀만 아슬아슬하게 빗겨 맞은 상태였다.
‘약간 긁힌 정도인가.’
귀를 문질렀던 손을 펼쳐 보자 피가 조금 묻어 있었다.
스친 상처라면 크게 부어오르지는 않을 테니 무대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나 때문에…….”
하지만 백기량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지금껏 봐 왔던 녀석의 겁에 질린 모습은 모두 약과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새하얗게 질린 백기량은 빨갛게 묻어 나온 피를 보며 손을 떨었다.
“미안, 미안해…….”
‘열심히 해감해 놨더니 다 말짱 도루묵 되게 생겼네.’
“됐어. 신경 쓰지 마.”
나는 그런 백기량의 시야에서 손을 치워 버리고 녀석을 내 등 뒤에 밀어 둔 채 백기량의 어머니를 응시했다.
‘이 사람인가, 백기량의 자존감을 모두 깎아 놓은 사람들 중 하나가.’
의도치 않게 외부인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긴 했는지, 조금 주춤하던 그녀는 애써 나를 무시하며 백기량의 손목을 낚아챘다.
“…당장 따라와. 더 이상 엄마 창피하게 만들지 말고.”
나는 그것을 바로 제지하며 말했다.
“본경연이 시작된 시점에 연습생은 외부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거든, 경연이 끝난 다음으로 미뤄 주세요.”
“…….”
내 말에 멈춰선 백기량의 어머니는 조용히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 봤다. 그리고 아이돌 무대에 어울리게 화려하게 세팅된 머리와 의상을 한 번씩 더 눈에 담더니 조소를 머금었다.
“그래, 한승범인가, 뭔가 하는 그 친구지? 프로그램 1등 한다던.”
제 손아귀로는 도저히 모두 쥘 수 없는 아들의 팔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손톱을 세운 채 말이다. 백기량의 어머니는 내가 그것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썩 인자한 투로 말을 늘어놓았다.
“승범이가 너무 쉽게 성공해서 아직 인생을 잘 모르나 봐. 내가 좋은 마음으로 승범이한테 충고하는데, 남의 가정사에 그렇게 참견하려 들지 마렴. 세상에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란 게 있단다. 관계없는 네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관계없는 사람이 함부로 끼어들면 불쾌하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무슨 의도로 이런 말씀을 하는지도 잘 이해하고 있고요.”
약간의 동의를 표하며 누그러진 투로 말하자 백기량의 어머니는 내가 기가 죽은 것이라 착각했는지 다시 백기량을 끌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이끄는 백기량의 팔 윗부분을 단단히 붙잡아 그걸 제지했다.
그리고 노기가 서린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래서 아까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여긴 관계자 외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라고. 선을 넘은 사람은 제가 아니라 어머님입니다.”
“그게 무슨…….”
“주변을 봐 보세요. 누가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내 말에 백기량의 어머니는 뒤늦게 주변을 돌아봤다. 그녀의 주변에는 외부인을 내보내고 싶지만, 백기량의 보호자라는 위치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 없었던 제작진들이 몇 명이나 있었다.
분노에 이성을 잃었던 시야에 드디어 상황이 들어오기 시작했는지 백기량의 어머니는 흉흉하던 기색을 조금 억누른 채 입을 다물었다.
나는 다시 차분히 말을 이어 갔다.
“이 프로그램에는 수십 명의 연습생이 출연하고 있고, 모두 부모님을 만나지도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설마 그들의 부모님이 어머님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죠.”
“…….”
“저는 기량 형이 속한 팀의 리더로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멤버들을 챙기는 것이 저의 책임이고요. 그러니 기량 형을 이대로 데리고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다시 한번 나와 주변의 제작진들을 쭉 둘러본 백기량의 어머니가 이를 악물었다. 민망한 상황에 초조하게 머리를 굴리던 그녀는 본인의 통제하에 있는 인물을 공격함으로써 그것을 파훼하려 들었다.
“봐, 너 때문에 내가 무슨 수모를 당하고 있는지. 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야? 부모 망신?”
“…….”
“그렇게 수준 떨어지는 음악을 하고, 수준 떨어지는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몰려다니니 네가 지금 그 모양 그 꼴인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항상 충고하지 않았니,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나는 백기량의 가족 관계를 모조리 망가트려 놓기 위해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아니었다. 아무리 망가지고 병든 관계라 할지라도 부모는 부모였고, 가족은 가족이었다.
따라서 나는 백기량의 어머니가 아무리 선을 넘어도 최대한 둥글게 일을 해결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 당사자가 지금 상황을 용서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확신할 수 없었다.
“그만하세요, 어머니.”
차분하게 가라앉은 낯을 한 백기량이 제 어머니의 손을 떼어 내며 분명하게 말했다.
“제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굴지 말아 주세요.”
“…백기량!”
항상 도망치기만 했던 아들이 처음으로 거부의 말을 입에 담으니 백기량의 어머니는 기함하며 윽박질렀다. 하지만 백기량은 계속해서 말했다.
“아무리 그러셔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자식이지만, 제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두 분도 저나 형이 아닌, 두 분의 인생에 집중하며 살아가 주세요.”
부드러운 투였지만, 핵심은 더 이상 자식의 성공에 연연하지 말고 본인에게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남들의 앞에서 자식에게 그러한 말을 들은 것이 수치스러웠는지 백기량의 어머니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분노를 드러냈다.
“네가 어떻게 감히!”
백기량의 어머니가 다시 손을 휘두르려 하자 이번에는 Seezy가 나서 팔을 낚아챘다. 백기량의 어머니는 또 다른 제삼자가 개입하자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경고했다.
“이거 놓으세요.”
“아니요, 못 놓습니다. 신미현 씨야말로 물러서세요.”
Seezy는 살벌한 경고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백기량의 어머니를 억누르고 있었다. 그 단단한 모습에 비웃음을 흘린 백기량의 어머니는 비꼬는 투로 입을 열었다.
“내 자식한테 실패작 도장 찍어 놓았으면서 갑자기 동정심이 들끓어요? 듣자 하니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고 지적질 했다던데,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참견하는지 모르겠네요.”
악의에 가득한 말에 Seezy는 한번 숨을 훅 들이마셨다. 그리고 잘 들으라는 듯 고개를 들고 똑바로 말했다.
“저는 심사 위원이 아닌 트레이너예요. 빛나는 꿈들에게 값을 매기는 사람이 아닌, 이끌어 주기 위한 사람들이죠. 형편없는 평가를 들으면 그게 뭐 어때서요.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개선하면 되죠. 그러라고 알려 주는 거니까요.”
“…….”
“지금에 와서는 조금 더 좋은 방식으로 전해 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후회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백기량 군은 저의 부족함을 커버해 줄 정도로 우수한 조언자를 스스로 찾았고, 제가 지적했던 내용들을 모두 극복해 왔어요. 제가 더 이상 말을 얹을 수 없을 정도로요.”
다른 조언자를 언급하며 잠시 동안 내게 시선을 돌렸던 Seezy는 다시 백기량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선언했다.
“그러니 저는 지금 제게 남겨진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신미현 씨, 이 프로그램의 트레이너로서 말씀드립니다.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가 주세요.”
* * *
“지금까지 [Go Go Ring> 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atch me!> 옆에서 대기할게요!”
우리의 앞 순서인 연습생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들리고, 곧바로 우리를 찾는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엉켰다.
그러자 가만히 관중석을 응시하고 있던 백기량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침착한 척하고 있긴 했지만, 역시 어머니의 방문은 생각보다 타격이 컸던 모양이다. 나는 그 옆으로 다가가 냅다 놈의 팔을 낚아챘다. 그리고 녀석의 어깨부터 손끝까지 팔의 모든 부분을 강한 힘으로 움켜쥐듯 압박하며 내려왔다.
저릿한 팔에 약간의 감각이 돌아오고, 떨림이 잦아들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주무르고 있으니 정수리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의 행동을 잠자코 지켜보던 백기량이 웃음을 터트린 것이었다.
나는 놈의 반응에 불퉁한 얼굴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뭐야, 왜 웃어.”
“옛날 생각이 나서. 어렸을 때 콩쿨에 가면 거기 참가자들 부모님들이 애들 팔다리를 이렇게 주물러 줬었거든……. 나는 그게 항상 부러웠어. 그런데 설마 이 나이를 먹고 받게 될 줄은 몰랐네.”
“…실실 웃는 거 보니까 생각보다 할 만한가 보네. 괜히 걱정했어.”
피식 웃음을 흘린 나는 마지막으로 놈의 손등을 찰싹 쳤다. 잠깐 닿은 손등은 마사지 덕분인지, 웃음 덕분인지, 따뜻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좋아. 손끝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어.’
“집중해. 흔들리지 마. 해야 할 건 변하지 않았어.”
작게 던진 말에 백기량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무거운 신뢰가 담긴 그 눈을 보며 말을 골랐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마지막 시간이다. 나는 백기량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하지?’
사람마다 수용할 수 있는 비판과 칭찬의 정도는 모두 다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내가 선택한 멤버들의 성향을 철저하게 파악하여 기억해 두었고, 백기량도 그중 한 명이었다.
백기량은 당근이 9, 채찍질이 1이어야 하는 놈이다.
워낙 의심이 많고, 자기 비하가 심해 9의 칭찬을 해도 수용되는 것이 1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4차 경연을 준비하는 내내 놈에게 죽도록 칭찬을 해 주었다. 아마 백기량은 평생 들어 본 칭찬보다 근 일주일 동안 나의 칭찬을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Catch me!> 팀 스탠바이해 주세요!”
“연습생들 준비!”
그리고 내 인내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그 짓거리는 다 오늘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9의 칭찬을 채워 주었기에 드디어 놈에게 1의 자극을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떠올려 봐, 어째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백기량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1을.
“이 꿈을 처음 가졌을 때, 형이 꿈꿨던 형의 모습은 뭐야?”
“…….”
“정말 지금의 모습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어?”
그 질문에 답하듯 백기량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나는 그것에 씨익 웃어 보이며 주먹을 내밀었다.
“보여 주자고,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을.”
백기량은 주먹을 들어 나의 것에 부딪치더니 활짝 웃었다.
그리고 무대를 등진 채 한 걸음씩 멀어지며 말했다.
“고마워, 승범아. 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인 것 같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