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431
431화
最終章 의지
혜석이 고꾸라진 채로 눈만 돌려서 허윤을 쳐다봤다.
“이보게.”
허윤이 주저앉아서 숨을 내쉬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혜석이 코에 힘을 주어 코피를 흥 하고 뿜어내곤 물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날 속일 수는 없지. 왜 마지막에 일 푼의 힘을 아꼈는가?”
허윤이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감자, 혜석이 대답을 종용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고우사에게 맹주를 따라가라고 한 것도 자네답지 못했네. 왜 그랬나? 맹주를 살려 두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는 않았을 테고.”
허윤이 눈을 감고 대답했다.
“미래를 보았소. 내가 어떻게 하든 변하지 않더이다.”
“하면 차라리 그냥 맹주를 처리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았겠는가.”
“내가 그를 죽이면 조화신공의 비밀은 영영 풀 수 없게 되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여기까지였고…….”
“응?”
“나머지는 이제 도진연이의 손에 달렸소.”
“허!”
혜석이 탄식 같은 탄성을 냈다가 문득 의아해했다.
“근데 방금 뭐라고 했나? 누구라고?”
“도연이라고 했소.”
“아닌 거 같은데. 내가 귀가 아주 밝아. 분명히 그게 아니었어.”
어쩌라고, 라는 투로 허윤이 바라보자 혜석이 엄지와 검지를 비비는 흉내를 내며 말했다.
“편(片)?”
허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 혜석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비볐다.
“편?”
“그게 뭐요?”
“아, 젊은 사람이 말귀가 어두워. 왜, 어편(魚片)이라고 부르는 그거 있잖나. 부월채(斧鉞菜)도 괜찮고.”
부월채는 큰 도끼와 작은 도끼로 다진 채소인데, 은어로 육(肉)고기를 뜻한다.
“거, 스님이 무슨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협박하고 그럽니까?”
“어허, 협박이 아니라 보시하란 걸세, 보시.”
도단경은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뎌 바닥을 구르면서도 죽을힘을 다해 무림맹으로 달렸다.
“헉…… 헉…… 말도 안 된다. 내가…… 내가 이렇게 당하다니.”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청력도 반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늑골이 폐를 찔러 숨쉬기는 어렵고 뼈마디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삐걱댔다. 써도 써도 모자랄 것 같지 않던 내공은 내상을 입으면서 바닥을 드러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도단경은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그토록 주의했는데 고작 이런 잔꾀에 당해?
그리고 그 망할 두풍은 대체 뭐란 말인가!
허윤이 혜석의 머리를 박는 순간 날아왔던 두풍의 가공할 위력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었다.
만일 한 번만 더 날아왔다면 도단경은 그대로 끝장났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공격은 없었다.
허윤도 먼 거리를 며칠이나 뛰어온 데다, 처음부터 엄청난 두풍을 날렸다. 마지막에 그를 죽이려고 무리하기도 했으니 회복에 시간이 걸릴 터.
“헉헉…….”
도단경이 다 부서진 무림맹 성벽의 돌 더미를 넘었을 때, 다리가 깔려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던 무인이 도단경을 보고 소리쳤다.
“맹주님! 도와주십시오!”
울분이 치밀던 차에 도단경은 신경이 거슬렸다. 그에게 걸어가 대뜸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퍼억!
무인이 피를 토하며 엎어졌다.
“끄윽…… 왜…….”
죽으라고 때렸는데 죽지 않고 숨이 붙어 있다.
도단경은 너무 약해진 자신의 모습에 더욱더 화가 났다.
“살려…… 살려 주…….”
희미한 소리로 무인이 애걸했다.
도단경은 발을 치켜들어서 아주 숨통을 끊으려 했으나, 시간을 낭비하기 아까워졌다. 게다가 몸 상태도 멀쩡하지 않아 쓸데없이 기력을 쓸 수 없었다.
하여 무인을 내버려 두고는 안으로 달려갔다.
그는 곧 맹주전에 도착했다. 백룡회원들이 사당을 부숴 놓았지만 어렵지 않게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누군가 뒤따라올까 봐 도단경은 급히 사당의 잔해를 치웠다.
다행히 방해받기 전에 기관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
끼익…… 끼기기긱.
육중한 철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도단경의 눈이 희번덕댔다.
“전부…… 다 죽여 버리겠다. 모두 나와서……!”
그가 막 열리는 문으로 얼굴을 가져다 대고 소리치는 찰나.
휙!
그의 목에 실이 감겼다.
보이지도 않는 어두컴컴한 공간.
그러나 초우인은 그들의 존재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하여 열심히 항변했다.
“사실 제가 잘못한 게 아니란됴. 저는 포로로 잡혀 있었던 거라잖됴? 보면 모르됴? 나만 팽개치고 저희들끼리 달아났됴. 아주 잡쓰레기들이됴. 맹세컨대 다시 보이면 진짜 죽여 버릴 거라니까는됴. 백룡장 놈들이 얼마나 삼류 양아치들이냐면, 돈도 안 주고 사람을 부려 먹는데…… 아,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물건을 월봉 대신 줘 놓고 생색을 낸다니깐됴?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는됴? 내가 나가기만 하면 진짜 그 새끼들 가만 안 둔다는됴. 모가지를 다 잘라서 괴뢰사에 걸어 버릴 거됴. 그런데…… 혹시 여기 나갈 방법은 진짜 없는됴? 너무 깜깜해서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누가 불 좀 밝히면 안 되는됴?”
“…….”
벌써 한두 식경 정도는 쉬지 않고 떠들어 댔는데, 봉마지기 일족은 말이라도 잃은 것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무거운 침묵이 초우인의 입을 자꾸만 더 열게 했다.
“뭐 궁금하신 건 없는됴? 답답하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쳐다만 보지 말고 물어보시됴. 제가 거짓말 하나 안 하고 있는 대로 다 말씀드릴 것이됴. 아니면, 할 일 없는됴? 제가 또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는 거 아니됴? 노동이 체질이라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리지 뭐됴. 뭐든 시켜만 주시면…… 아니, 근데 진짜 말 좀 하됴? 사람이 말을 하면 뭐라고 좀 대꾸를 해야됴. 내가 광대인됴, 이 됴끼들 벙어리처럼 입을 처닫고 듣기만 하고 자빠졌됴? 야, 이 개됴끼들아! 관됴, 관됴! 차라리 그냥 덤뵤! 다 덤뵤! 이런 개됴끼들. 너희들 다 죽이고 나가서 백룡장 새끼들도 다 죽여 버리겠됴!”
초우인이 괴뢰사를 사방으로 날리며 난동을 부렸다.
“한 놈만 걸려 보됴! 네놈들 전부 괴뢰인으로 만들어 버리겠됴!”
휘리리릭! 휘릭!
하지만 괴뢰사에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보이지도 않는데 용케 어떻게들 피하는지, 애꿎은 허공만 휘저었을 뿐이었다.
그때. 굉음과 함께 천장에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끼기기기긱…….
초우인은 갑작스러운 빛에 눈을 뜨기 힘들었으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가 바로 열리는 문에 보이는 머리를 향해 전력으로 괴뢰사를 날렸다. 실패하면 다시는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필생의 내공을 다 걸었다.
휘리릭!
목에 걸리는 감각이 확실하게 왔다.
즉시 괴뢰사를 당겼다.
팽팽!
“크크크! 내가 죽은 줄 알고 다시 돌아왔나 보됴? 그런데 이걸 어쩌됴. 아직 팔팔하게 살아 있는됴!”
까드드득.
초우인이 살기를 뿜으며 이를 갈았다.
“감히 나를 미끼로 내던졌됴? 당장 나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모가지를 뎅강…… 어?”
뭔가 이상했다.
초우인은 시력이 회복되자 위를 보고 물었다.
“누구됴?”
스으…….
초우인의 주위에 있던 봉마지기 일족이 위압적인 태도로 그를 둘러쌌다.
긴장한 초우인이 저도 모르게 괴뢰사를 더 팽팽히 당겼다. 그러자 봉마지기 일족이 다가오다가 멈췄다.
초우인은 눈치 빠르게 힘껏 괴뢰사를 당겼다.
“크윽!”
숨 막히는 신음이 들리며 문 사이로 머리가 당겨져 들어왔다. 그러자 봉마지기 일족은 한 치 정도를 더 물러섰다.
초우인이 살기등등한 얼굴로 그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어이, 어이. 가까이들 오지 말됴. 오면 재미없을 줄 알됴.”
그런데 봉마지기 일족이 돌연 전부 고개를 위로 향했다.
“마기?”
초우인으로서는 반갑기까지 한 기운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았다.
이들은 천마신공을 전수한 대종사로부터 신주를 지키는 사명을 가진 일족. 그리고 밖에는 그 대종사와 같은 마기를 풍기는 자가 와 있다!
심지어 자기는 그 일족의 대표인 맹주의 목을 줄에 건 상태였다.
초우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거……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 거됴?”
일단 중요한 건 하나였다.
괴뢰사를 놓치면 자기는 죽는다는 것.
도진은 도단경의 목이 걸린 직후에 맹주전에 도착했다.
엎드린 도단경은 머리를 문 안으로 넣은 채 문을 손으로 잡고 버티는 중이었다.
“이…… 이게 무슨……! 왜 천마총 안에서……! 이걸 풀…… 어라!”
당연히 초우인이 괴뢰사를 풀 리 없었다. 그건 봉마지기 일족으로부터 자기를 지킬 유일한 동아줄이다.
도단경은 도진의 도착을 눈치챘다. 마기를 풀풀 뿜어 대고 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목이 팽팽하게 졸려 있어서 뒤로 돌 수가 없었다.
도진은 즉시 도단경의 뒤로 가서 손을 치켜들었다. 살의에 사로잡힌 상태라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이대로 일장만 내려치면 도단경은 피떡이 되어 죽을 것이다.
그때, 도진의 마기에 반응한 봉마지기 일족의 투기가 문 안에서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왔다.
“윽……!”
그것이 순간 도진을 정신 차리게 했다. 도진은 주춤거리고 뒤로 물러나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곧 기관으로 향했다.
저런 투기를 가진 자들을 세상 밖으로 내보낼 순 없었다.
이를 느낀 도단경은 이를 악물었다.
도진이 이대로 문을 닫으면 봉마일족이 나오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자기 머리도 문에 끼어 박살 날 것이다!
그가 겨우 소리를 내어 말했다.
“너는 천마신공…… 의 마기에 의해 머잖아…… 죽게 될 것이다! 크윽…… 그래도 좋은가……!”
멈칫.
도진이 손을 멈추었다.
그러곤 아주 잠깐 갈등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문을 닫지 않으면 당신의 일족이 튀어나와 우리 모두를 죽일 것 아닙니까.”
아래에서 이야길 들은 초우인이 상황을 파악해 보니, 도단경은 문을 열려 하고 도진은 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만약 후자의 경우대로 되면 자기도 그대로 갇히게 되는 터라 도단경이 일단 도진을 설득하게 해 줘야 했다.
하여 괴뢰사를 아주 살짝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
도단경이 도진을 설득하기 위해 말을 계속했다.
“약속하마. 너와 아비를 살려 주겠다.”
“다른 사람들은요?”
“천마총의 존재를 아는 자들은…… 살려 둘 수 없다.”
끼긱 끼기기긱.
문이 계속해서 열리고 있다. 조금만 더 열리면 봉마지기 일족이 모두 튀어나오게 될 것이다.
도진은 갈등했다.
도진의 답이 없자, 도단경이 한마디를 더했다.
“한 명 더 살려 주마. 연백룡. 그자까지. 그리고 네게 조화신공을 알려 주마.”
“나는…… 천마신공을 익혔습니다. 조화신공까지 익혀 완벽해진다면 당신과 일족을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떠나겠다.”
“예?”
“천마총을 네게 넘기고 떠나겠다. 그러면 되지 않겠느냐!”
“다, 당신들은 봉마일족이고…… 그곳을 지키는 게 일족의 사명이잖습니까?”
“그까짓 게 뭐가 중요하단 말이냐! 그런 건 일족의 생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
그런데 순간 초우인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됴! 가까이 오면 이놈을 죽인다고 했됴! 내, 내가 못할 줄 알됴!”
도진이 놀라서 급히 도단경의 뒤로 달려갔다.
아래에서 봉마일족의 한 건장한 장년인이 초우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초우인은 발악했지만, 괴뢰사를 그의 손에 빼앗기고 말았다.
도단경이 소리쳤다.
“어서 풀어라!”
장년인은 위를 올려다보더니 돌연 괴뢰사를 힘껏 잡아당겼다.
어……?
누가 말리고 할 틈도 없이 도단경의 목이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툭.
도진은 장년인의 눈을 보았다. 감정 없이 담담해 보였으나 그 안에 일종의 분노 같은 것이 엿보였다.
그가 입을 쩍 벌리자, 그 옆에 있는 자들도 하나같이 다들 입을 벌렸다.
“아!”
도진은 왜 봉마지기 일족이 이렇게 말이 없는지 깨달았다.
혀가 잘렸다.
도단경은 조화신공을 익히게 하고, 그것이 유출될까 봐 일족의 혀까지 자른 것이다. 그로도 불안해 천마총에 가두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천마신공을 익힌 자에게 천마총을 넘기겠다고 하였으니…….
도단경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저들이 괴뢰사를 당긴 건 개인적인 분노든 사명감에서 온 행동이든, 어쨌든 그 무엇이리라.
도진은 왠지 그들이 불쌍해졌다. 하여 아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오겠습니다.”
바로 기관을 작동시켜 문을 닫았다.
끼긱, 끼이이익.
초우인이 도진을 불렀다.
“야? 야야? 나는? 나는? 야, 이……!”
쿵!
천마총의 문이 굳게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