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03
제103화
하일리는 지주 회합에도 초대받는 대지주다.
마르할이 표면으로 다루는 주요 사업은 물류의 중간 유통이다.
마르할이 가진 두 개의 거점 도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람과 물건을 유통하며 돈을 번다.
하일리의 주 수입원은 마르할과 비슷하다. 다른 건 품목과 유통 경로다.
마르할이 동부의 물품을 서부로 운반한다면, 하일리는 서부 안에서 돈과 사람이 돌게 한다.
현재 서부에서 특산품이라 부를 만한 것들은 모두 하일리의 땅에서 나온다.
양을 키우는 목장을 둘러보고 있던 하일리는 부하에게 어떤 소식을 듣고 눈썹을 좁혔다.
“까네, 이건 아니지.”
까네는 아프란체어로 영혼의 동반자를 뜻하는 남성형 명사. 하일리와 까네가 되려는 사람은 많지만, 하일리가 까네라 부르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옆에 있던 그의 또 다른 부하가 물었다.
“내 형제가 마을에서 축제를 연다는군.”
“그분의 영지는 철저히 중립 아니었습니까?”
“그랬었지.”
마르할이 가진 토지는 세 개다. 마르할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땅을 모두 토지 경주에서 직접 쟁취했다는 점은 대단하지만, 지주 회합에 참가하는 지주들 평균으로 보면 대단한 건 아니다.
당장 하일리가 있는 이 목장도 땅문서 세 개를 합친 분량이다.
마을을 만들기 애매한 위치에 있는 토지를 사서 직접 울타리를 올리고 양을 들여왔다.
그런 식으로 얻은 땅문서가 열 개가 넘는다. 하일리만이 아니라 지주 회합에 불려가는 대부분의 지주가 그렇다.
그런 면에서 마르할은 특이하다. 단 세 개의 땅을 가지고 서쪽에서 손꼽히는 지주가 되었다.
마르할이 얻은 땅은 하나같이 서부의 주요 거점이다.
최서단에 있는 개척촌도 최근 토지 경주의 깃발 판매소로 선정되었다.
마르할은 겉으로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을 지켰다.
아젠만과 친하긴 했지만, 아젠만이 공국의 축일을 챙길 때 마르할은 어떤 축일도 챙기지 않았다.
경계를 빼고 마르할이 다스리는 두 개의 땅도 마찬가지였다.
그 마르할이 중립을 깼다. 하일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어디에 붙었답니까? 공국, 제국? 설마 성황국은 아니겠지요?”
하일리의 부하가 물었다. 하일리 대신 지주 일을 처리하는 대리인이기도 하며 뉘테 출신이기도 하다.
서부 정세에 늘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현재 서부의 주요 중립 세력은 아젠만과 하일리, 그리고 마르할이다.
중립을 지탱하는 세 개의 축의 하나가 빠져나가면 아젠만과 하일리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
“서부다.”
“…서부요?”
부하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서부를 대표할 세력이라는 건 딱히 없다. 그나마 하일리가 서부의 대표처럼 여겨지지만, 하일리의 측근인 남자도 최근 마르할 쪽과 연락한 적이 없다.
“바체아 제국의 건국제를 한다고 해. 멸망한, 소실된 서부 국가들의 문화를 끌어모으고 있다는군.”
“그러면, 아프란체도?”
“그래.”
“그건 안 좋군요.”
하일리가 이룬 세력의 핵심은 아프란체 출신을 중심으로 한 서부인들이다.
하일리가 지주로 있는 땅에서는 아프란체의 축일을 챙긴다.
그의 아래 서부인들이 모이는 이유에는 하일리가 여는 축제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서부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땅이 하일리의 토지 말고는 없으니까.
마르할이 서부 문화를 복원하면 직격탄을 맞는 건 하일리다.
그의 아래에 있는 핵심 인재 중에는 아프란체 출신 말고 다른 서부 출신도 있다.
하일리가 중시하는 건 아프란체 문화다. 뉘테를 모으려면 그게 최선이다.
마르할이 다른 서부 문화와 축일을 챙기기 시작하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있던 서부의 인재들이 움직일 수도 있다. 어쩌면 하일리 휘하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그건 좋지 않다.
하일리의 부하 하나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그는 하일리에게 편지 한 장을 건넸다.
“형님! 전서구로 온 편지입니다!”
하일리가 편지를 받았다. 서부에서 전서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그분입니까?”
“노린 것처럼 딱 맞춰 편지를 보낼 위인은 까네밖에 없지.”
하일리가 편지를 뜯었다. 편지를 읽는 그의 미간이 점점 좁아졌다.
“무슨 내용입니까?”
“읽어봐.”
하일리는 부하에게 편지를 넘겨주었다. 편지를 읽는 부하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썩어갔다.
편지의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흑단목 관련으로 한번 찾아가겠다. 축제 이야기도 그때 하자. 그리고 축제에 쓸 식량 좀 팔아라.
가짜 흑단목은 하일리의 부하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아는 하일리의 사업이다.
“어쩌실 겁니까?”
“이리 쉽게 들킬 줄은 몰랐지만, 언젠가는 접었어야 할 일이야.”
“그것 말고, 축제 말입니다.”
“그게 골치 아프단 말이지.”
바체아 제국 건국제, 연합이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연합이 아니라 서부 세력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하일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부하들이 빠져나가는 걸 막으려면 그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
“아프란체 축일 중에 근시일 내에 겹쳐 있는 축일이 있던가?”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그런가. 이유야 만들면 되지. 우리도 축제다.”
“갑자기요?”
“그럼, 보고만 있을까?”
부하는 잠시 고민했다.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마르할이 정말 서부의 문화를 복원해 낸다면, 이쪽에도 위협이다.
최소한 지금 있는 세력만이라도 유지하려면, 이쪽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
“향수로는 저쪽을 이기지 못해. 그러면 규모로는 이겨야겠지?”
“그렇습니다.”
“성대하게 준비해.”
“알겠습니다.”
도시로 돌아가는 길, 하일리는 생각에 잠겼다.
마르할은 쉽게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 그가 전조도 없이 이토록 큰일을 벌이는 이유가 전혀 짐작되지 않는다.
‘찾아온다고 했나.’
가짜 흑단목 유통이 들통난 건 아무래도 좋다. 협상으로 풀어가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축제 이야기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만한 사고를 친 사람이 축제 현장에서 자리를 비울 것 같지도 않다.
마르할이 여기까지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축제가 끝난 다음이다. 축제가 끝난 다음에 축제 이야기로 오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진짜 목적은 그때 알 수 있겠지.
도시에서 때아닌 축제 준비가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일리는 비슷한 소식을 몇 개나 접했다.
작은 제국이, 남쪽 경계 도시가, 아젠만이, 각자 식량 창고를 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 * *
마리나는 작은 제국에 있는 연합 건물에 불려왔다.
“배당된 일은 끝냈을 텐데요?”
그녀는 자기 상관을 삐딱하게 바라보았다.
기분 나쁜 남자. 그녀가 남자에게 내리는 평이었다.
짙은 눈썹에 강렬한 눈매는 기사처럼 보이지만 기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군대와 연관이 없는 사람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제국군 전략 사령관. 그게 한때 남자의 직책이었다. 그랬던 남자가 지금은 연합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연합에서 남자가 맡은 직책은 이사다. 연합 이사 말리바 리시.
연합에서 마리나에게 사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간이다.
“일이 없다고 밥만 축낼 거면, 제국으로 돌아갈 텐가?”
“제 거취는 저만 정할 수 있습니다.”
마리나가 말리바를 노려보았다. 말리바는 평소와 똑같았다. 그러나 그 눈매 탓에 자연히 노려보는 느낌이다.
마리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실라나티엘이다. 제국에서도 절대적인 자유를 인정받는다.
그녀에게 간섭할 수 있는 건 그녀를 후원하는 몇몇과 제국에서 누구보다 높이 있는 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직속 부하들 정도다.
말리바는 그녀가 거절할 수 없는 이름을 가져왔다.
“폐하의 명이다.”
“들어는 보죠.”
“개척 지역 끝자락에 있는 마을이다. 토지 경주로 한 번 간 적이 있을 테지.”
개척 지역 끝자락에 있는, 그녀가 토지 경주로 들렀던 마을. 마르할의 마을이다.
마리나는 혼란을 숨겼다.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건 기본적으로 나쁜 소식이다. 누가 죽거나 누굴 죽이라거나 하는 것들.
그걸 위해 연합 이사 자리에 있는 남자니 당연하다.
“무슨 일입니까?”
“남쪽에 대기 중인 기사단이 있다. 그들과 함께 마을을 불태워라. 네가 할 건 마을에 불을 지르는 일뿐이다.”
“왜죠?”
“이유를 묻게 되어 있나?”
진짜 황제의 명이라면 그녀에게 거부권은 없다. 질문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그게 황제의 권위다.
마리나가 입을 다물었다.
“…언제 가면 되죠?”
“지금 당장.”
“좋습니다.”
마리나가 등을 돌렸다.
저 남자와 오래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다.
연합 건물에서 나온 마리나는 남쪽으로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편지가 도착했나? 하지만 그녀가 편지를 보낸 건 그녀의 후원자들이다. 다짜고짜 황제의 명령이 내려지는 건 이상하다.
그리고 명령을 내려도 그녀에게 내려와야지, 연합 소속인 말리바를 통할 이유가 없다.
무려 용사의 관계자다. 말리바 리시가 대단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것 맞지만, 용사와 관련된 일에서 전권 책임자가 될 사람이 맞냐면 의아해진다.
‘다른 무언가가 있나?’
일단 명령이 떨어진 이상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녀의 발이 땅에 질질 끌렸다.
가고 싶지 않다. 마르할에게 마법을 겨누고 싶지 않다.
모든 걸 떠난 그녀의 순수한 심정이다.
춥다. 추위를 탈 날씨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한기로 작게 떨렸다.
마리나의 앞에 작은 불길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이 두려움의 눈길을 보내며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마법사의 기행에 휘말리기 싫다는 거겠지.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길거리에서 불을 피우는 마법사를 제정신으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온기가 필요했다.
타오르는 불꽃도 그녀의 한기를 없애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한기는 더욱 심해졌다.
마르할과 싸우고 싶지 않다. 마르할은 그녀가 눈을 잃은 이후 그녀에게 온기를 줬던 유일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는 제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눈을 잃고, 한 번 인생을 잃었던 그녀에게 다시 빛을 주고 삶을 준 게 제국이다. 제국의, 황제의 명을 어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국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생각만 해도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두통과 공포가 몰려온다.
영혼을 도려내는 공포는 옛날에, 그녀가 처음 후원자에게 지원받을 시절부터 몸에 새겨진 것이다.
어기적어기적 움직이던 마리나는 작은 제국의 남쪽에 도착했다.
이미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장비는 용병의 것이다. 하지만 말을 타고 나란히 기다리는 그들이 보여주는 절제된 움직임은 기사의 것이다.
“왜 이리 늦었지?”
“당신, 계급이 뭐죠?”
“제국 고위 기사 아르테르.”
아르테르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본능에 따른 행동이었다. 낙마한 그가 머리 위를 보았다.
그의 머리 위에 시뻘건 불길이 이글거렸다. 잠깐 사이 지독한 화상을 입은 말이 히히힝 울며 옆으로 쓰러졌다.
다시 마리나에게 눈을 돌린 아르테르가 침을 삼켰다.
“그럼 난 실라나티엘이야.”
마리나가 퀭한 눈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