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07
제107화
마르할의 개척촌을 중심으로 남쪽에 있는 마을은 마르할의 마을과 비교해 규모가 반도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쉰 살은 되어 보이는 남자 하나가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창백한 피부에 담배를 들고 있는 손은 손가락과 손톱이 전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남자 옆에는 마차 한 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겐트만. 오랜만이에요.”
“그래. 최소 5년은 준다더니, 3년도 못 갔어.”
“세상일이 전부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죠.”
겐트만이 마르할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담배 연기를 한숨처럼 푹푹 뱉었다.
“준비는 얼마나 됐어요?”
“이게 전부다. 2년 동안 짬짬이 만든 거지. 마을 하나는 쓰고도 남아.”
“바로 가져가면 되죠?”
말에서 내려 마부석으로 다가가는 마르할 앞을 겐트만이 담뱃대로 막았다.
“차 한 잔 하고 가라.”
“시간이 없긴 한데… 뭐, 차 한 잔은 괜찮겠죠.”
겐트만은 다른 설명도 없이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르할이 마린에게 속닥였다.
“겐트만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장인 그 자체인 사람이거든요.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 * *
“나쁜 사람은 아닌 것 맞죠?”
겐트만의 집에 발을 디딘 마린이 역으로 마르할에게 물었다. 그의 집에는 마린에게도 익숙한 냄새가 났다.
마약의 원료가 되는 여러 약초의 냄새다.
따로 방 구분이 되어 있지 않은 집구석에는 완성품으로 보이는 마약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원료인 약초도 있다.
“사람은 착해요.”
그게 그 뜻이었나. 하는 일은 나쁘지만, 사람은 착하다고… 그런데 그게 무슨 뜻이야?
착한 마약 제조자. 서로 상응하지 않는 두 단어에 마린은 혼란스러웠다.
마린이 입을 뻐끔거리며 약초와 그 완성품으로 뒤덮인 집구석을 보고 있는 사이 겐트만은 찻잎을 우려냈다.
그가 작은 식탁에 나무로 만든 찻잔을 올리고 차를 따랐다.
“구경은 끝났나?”
“마린 앉죠.”
“의자는 없다. 서서 먹어.”
“…라고 하네요.”
마르할은 멋쩍은 표정으로 선 채로 찻잔을 들었다.
찻잔에선 연기가 펄펄 나고 있다. 저게 맞나?
긴가민가하며 마린도 마르할을 따라 찻잔에 손을 댔다. 그리고 뜨거운 찻잔에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귀로 가져갔다.
마린이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찻잔과 그걸 들고 있는 마르할을 차례로 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집주인이었다.
집주인도 찻잔을 보고만 있을 뿐 입에 댈 생각은 없어 보였다.
마린은 그제야 처음부터 마실 목적으로 내온 차가 아님을 알았다.
“겐트만, 그래도 차는 마실 수 있게 내주면 안 돼요?”
마린이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주지를 말든가.
겐트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귀찮다. 직접 하든가.”
“어쩔 수 없죠.”
마린이 차를 후후 불었다. 차를 식히던 마르할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새 신분하고 도주로가 필요해.”
“또 뭐 저질렀어요?”
“병을 치료해 달라고 해서 치료해줬다. 그런데 내 탓을 하더군.”
“중간을 생략하지 말라니까요. 치료한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요.”
“피를 토하며 죽었다.”
마르할이 이마를 탁 쳤다. 마린도 저건 뭐 하는 놈인가 하는 눈이 되었다.
“원래 그렇게 죽을 거였다. 전부 설명했는데 듣지도 않더군. 폐병이 어떤건지설명해줘도이해를못해이래서멍청한….”
겐트만의 말이 점점 빨라지더니 이내 알아듣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귀기 서린 모습에 마린이 반 발짝 물러났다.
“진정해요, 진정. 급한 건 아니죠? 죽은 사람이 누군데요?”
“여기 지주의 외동딸. 그리고 급하다. 시간을 보면 따라잡힐 때가 됐어.”
“따라잡혀? 설마 도망쳤어요?”
“죽을 게 뻔하니까.”
겐트만은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얼굴이다.
마르할도 어이가 없어 웃었다.
겐트만이 지주의 집에서 탈출하며 무슨 수를 썼을까. 그는 마약을 직접 제조하는 뛰어난 약사다. 마약이 돈이 되니 마약을 만들고 있지만, 다른 물건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독이나 환각제를 잔뜩 뿌리고 도망쳤겠지.
“지주에게서 도망친 다음 여태 제가 부탁한 물건을 준비하고 있었다고요? 당장 지주의 부하들이 쫓아오고 있을 텐데?”
“약속이니까.”
“그건 조금 감동인데요.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요.”
용사 일행은 개개인이 기행을 일삼는 기인이다. 역사를 쌓아야 하는 마르의 기행이 가장 두드러졌지만, 다른 사람들도 만만치 않았다.
용사 일행과 헤어진 후로도 마르할은 많은 기인을 만났다.
마르할은 기인을 다루는 법에는 정통하다 감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기행은 예측이 안 된다.
범인의 사고로 예측할 수 있는 일이면 기행이라 불리지 않는다.
기인이 사고를 쳤고, 이번에도 그걸 해결하는 건 마르할의 몫이다.
“일단 제 마을로 가죠. 영역만 벗어나면 저쪽도 무력을 행사할 수는 없으니까요. 챙길 건 없어요?”
겐트만은 식탁 아래에 있던 커다란 가죽 주머니를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창가로 가 화분에 있는 식물의 줄기를 뜯어 주머니에 대충 넣었다.
“끝났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굳이 차를 마시자며 집으로 돌아온 이유가?”
“짐을 덜 쌌다. 마무리 중이었어.”
이 기인을 어째야 할꼬…
마르할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옆에 있는 마린은 이미 넋이 나간 얼굴이다.
마르할이 알기로 마린은 아직 진짜 마법사의 기행을 보지 못했다.
멍청하거나 술을 마신 것도 아닌, 오히려 머리가 좋은 편에 속하는 사람이 태연하게 비상식적이고 비효율적인 짓을 저지르는 걸 본 적이 없다.
상상을 벗어나는 기인들의 행동을 처음 접하면 충격을 받을 법도 하다.
마르할이 마린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마린이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마, 마르할 님?!”
“정신 차려요. 갈 길이 멀어요.”
“아, 알았어요.”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겐트만은 성냥으로 불을 피워 그걸 구석에 있는 건초 더미에 던졌다.
건초가 무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걸 본 마린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을 입 밖에 내기도 전에 겐트만이 먼저 말했다.
“증거인멸이다. 멍청한 놈들이 내 연구 결과를 보는 건 죽어도 용납 못 한다.”
“미친놈….”
마르할이 옆에 있지만, 결국 욕이 튀어나왔다.
“많이 듣던 말이다.”
그래도 미친놈을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하는 마린도 저런 종류의 미친놈은 처음이다.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을 열 받게 만든다. 교회 사제들의 선민의식에 찌든 언행도 저 정도는 아니다.
속에서 열이 확 올라온다. 저걸 한 대 때리지 않으면 오늘 밤은 잠을 못 잘 것 같은 기분이다.
마르할이 마린의 어깨를 흔들었다. 머리가 차가워지며 마린이 정신을 차렸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참아요.”
“저 사람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는지 모르겠어요.”
“능력은 진짜니까요.”
밖이 시끄러웠다. 건초를 먹어 치운 불길이 나무로 된 집을 잡아먹고 있다.
집에 기름칠이라도 했는지 그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 집 안은 매캐한 연기가 들어차고 있다.
누구라도 멀쩡하던 집이 타기 시작하면 소리를 지를 것이다.
“안 오면 먼저 간다.”
어느새 문 앞으로 이동한 겐트만이 말했다.
마린이 작게 말했다.
“솔직히 마르할 님도 때리고 싶죠?”
“참고 있으니까 말하지 말아요.”
마르할도 사람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하면 화도 나고 언성도 높인다.
평소에는 일이 그 지경이 되기 전에 폭력으로 해결하지만, 겐트만을 상대로는 그것도 못 한다.
자기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성격도 드세다. 자기 기분에 따라 다 성사된 거래를 끊어 버리기도 한다.
자기는 그래도 된다는 자신감이다.
마르할이 일방적으로 겐트만에게 아부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그의 기분을 나쁘게 해서 좋을 게 없다.
세 사람이 마을을 가로질렀다. 마을 사람들이 불을 끄러 달려가는 게 보였다.
“달리지 않아도 되나?”
“당신이 할 말?”
“난 합리적인 제안을 했다.”
마린이 겐트만을 노려봤다. 그는 여전히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둘 다 싸우지 마요. 어차피 달리기엔 늦었어요.”
무기를 찬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수는 서른 명 안팎.
“마린, 제압할 수 있겠어요? 따지고 보면 원인은 이쪽에 있으니까 최대한 덜 다치게요.”
“원인이라니. 모두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 하는 어리석은 지주의 지능 탓….”
“겐트만은 잠깐 입 다물고 있어요.”
마린은 앞만 보고 있던 저 재수 없는 남자의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가는 걸 보았다.
그는 곁눈질로 마르할을 한 번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걷는 속도가 빨라졌다.
상식과 눈치를 제물로 바치고 장인이 되었지만, 그래도 생존 본능은 남아 있는 모양이다.
마린은 그게 괜스레 웃겼다. 웃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마린?”
“할 수 있어요.”
마린이 다가오는 남자들의 수준을 확인했다.
초인은 보이지 않는다. 전부 무장한 일반인이다.
스트레킬의 제자가 되기 전의 그녀였다면 피를 봐야 하는 숫자지만, 기술을 배운 그녀에게는 쉬운 상대다.
사각에서 날아오는 공격이 유일한 위협이다. 하지만 그건 마르할이 막아주리라 믿었다.
마린은 양손에 단검 하나씩을 들었다. 이조차 공격용이 아닌 수비용이다. 맨손으로 쇠붙이를 막는 건 마린에게도 힘들다.
마린이 아는 사람 중 그게 가능한 건 휴고뿐이다.
마린이 다리에 힘을 줬다. 기사의 체력은 강한 하체에서 나오고, 암살자의 기습은 빠른 속도에서 시작한다.
마린이 빠르게 남자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기세를 그대로 이용한 발차기. 때리면 안 된다. 그녀가 진심으로 때리면 일반인은 즉사다. 요령은 힘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민다는 느낌으로.
우득. 그래도 힘을 버티지 못한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는 들렸다.
발차기에 맞은 남자가 뒤에 있던 사람 몇 명과 함께 뒤로 넘어졌다. 마린은 바로 팔을 휘둘러 역수로 쥔 단검으로 어설프게 휘두르는 검을 막아냈다.
손목 힘만으로 검을 빗겨내고, 명치에 정확하게 주먹 한 대. 남자의 볼이 부풀어 오른다.
마린이 재빨리 피하자 남자가 속에 든 걸 쏟아내며 자리에 쓰러졌다.
자세를 낮춘 상태로 대각선 위로 크게 다리를 휘둘러 두 명의 턱을 스쳤고, 발차기의 반동과 허리의 탄력으로 일어나며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그리고 발차기로 또 두 명.
그녀는 기사라고 꺼드럭대던 놈들이 크고 장황한 동작으로 빈틈을 보이던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놈들의 스승은, 혹은 그 유파를 만든 사람에게 빈틈은 빈틈이 아니었을 것이다. 초인의 신체 능력을 극한까지 살린 실용적인 움직임이었겠지.
그게 유파가 계승되며 계승자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져 무의미한 동작이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열이 넘는 사람을 제압하자 남자들의 사기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서로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난다.
지주의 부하들도 모두 돈을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돈이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면 도망친다.
“꺼져.”
마린의 한마디에 남자들이 뒤돌아 줄행랑쳤다.
마린은 저런 인간들을 혐오한다. 남들보다 조금 덩치가 크다고, 힘이 세다고, 폭력에 거부감이 없다고 그것만 믿고 세상을 사는 놈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놈들.
어린 그녀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게 저런 놈들이었다. 그래서 무기만 들고 자기가 기사나 귀족이라도 된 것처럼 나대는 사람이 시비를 걸면 평생 팔 하나는 못 쓰게 해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마르할 님. 다 끝났어요.”
마린은 겐트만과 눈이 마주쳤다. 겐트만이 그녀의 눈을 피했다.
‘이건 좋을지도.’
저 기인을 통제할 방법을 하나 찾은 것 같다.
* * *
마을 입구에는 남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흑마 하나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입에서 피거품을 흘리고 있는 남자의 머리에 발을 올리고 있었다.
아까 마린이 쫓아냈던 남자들이다.
그보다, 마차가 없다.
저 멀리 십여 마리의 말과 마차가 달리는 게 보였다.
“마르할 님, 저기.”
“저도 봤어요. 저걸 또 훔쳐 가네요. 대단하다 해야 할지. 멍청하다 해야 할지.”
“어떻게 해요?”
“쫓아야죠. 그리고 이번에는 봐줄 필요 없어요, 마린.”
“네, 알았어요.”
마린과 마르할이 말에 올랐다. 마린이 타고 온 말도 없어 대충 남자들이 버린 걸로 추정되는 말에 탔다.
주인이 자주 바뀌는 서부의 말은 바로 다른 기수를 허락했다.
겐트만이 말했다.
“나는 승마에 자신이 없다.”
“당신 속도에 맞추다가 일정이 늦춰지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죠. 알아서 따라오세요. 엘리제.”
쾅. 뒷발로 흙을 튀기며 엘리제가 달렸다.
무표정하던 겐트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마린에게 손을 뻗었다.
“이봐.”
“합리성, 따져야지?”
여태 당한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을 느끼며 마린이 발뒤꿈치로 말의 옆구리를 때렸다.
겐트만을 방치하고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표적은 저 앞에 달려가는 마차. 손대중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