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11
제111화
새벽에 출발한 마린은 해가 넘어가기 시작할 무렵 다시 마을에 도착했다.
마르할은 휴고의 부하에게 마차를 넘겼다.
“선생님, 저희는 이제….”
“저기 저 사람 따라가요. 제스턴, 이 사람들 데려가서 좀 굴려요. 일손 부족하잖아요?”
“알겠습니다.”
울상이 된 빅토리오와 부하들이 죄인처럼 제스턴의 뒤를 따라갔다.
죄인이 맞으니 동정해줄 필요는 없다.
“마린, 말은 어떤 것 같아요? 한 번 더 가야 하는데.”
“동쪽 마을이면, 동쪽으로 똑바로 가면 나오는 그 마을 맞죠?”
“맞아요.”
“괜찮을 것 같아요.”
마을도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마르할의 개척촌은 마을 사이에서도 특히 큰 편이다. 동쪽에 있는 마을은 마르할의 마을과 비교하면 규모가 반도 되지 않는다.
두 마을은 걸어서 하루나 이틀이면 도착할 거리에 있다. 그래서 여기로 오는 사람들이 하룻밤 묵어가는 용도로 자주 사용한다.
마린이 타고 있는 말은 조금 지친 것처럼 보이긴 해도 크게 속도가 떨어지진 않았다.
지구력만 놓고 보면 다른 말들보다 두 배에서 세 배가량 되지 않을까.
다른 말이라면 이쯤에서 휴식을 줘야겠지만, 이놈이라면 괜찮다.
“그럼 바로 갈까요.”
“네.”
마린과 마르할은 동쪽으로 향했다. 마차도 없었으므로 말은 가볍게 달렸다.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마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좁혀진 시야에 마르할을 태운 엘리제가 보인다.
엘리제는 마린 바로 앞에서 그녀 대신 맞바람을 감당하며 달리고 있다.
마르할은 몸을 낮추고 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늦은 밤에라도 마을로 돌아오려면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두 마리 말은 쉽게 지치지도 않았다.
마린은 무아지경으로 말을 몰았다. 잠깐이라도 마음을 놓으면 엘리제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녀는 마르할과 함께 일하고 싶은 것이지 마르할에게 짐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달리다가 쉬기를 몇 번 반복했다. 마르할이 멈출 때마다 마린은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마르할 혼자 엘리제를 타고 달렸다면 동쪽 마을까지 쉬지도 않고 달렸을 것이다. 마르할이 굳이 휴식을 택하는 이유는 그녀가 탄 말에게 맞춰주기 위해서다.
쉬는 동안 마린은 말에게 물을 먹였다. 목을 축인 말은 근처에 적당히 자란 잡초를 허겁지겁 뜯어 먹었다.
몇 년이 지나도 서부에 풀이 무성한 땅이 생기지 않는 건 잡초를 말들이 모조리 뜯어 먹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조셉의 마장에는 풀이 많았는데.’
그 근처는 초원이 연상될 정도로 잡초가 무성하다.
큰 감흥 없이 넘어갔던 풍경이지만, 그걸 유지하기 위해 조셉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르할은 쉬는 시간마다 품에서 꺼낸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마린은 그 낯선 악기의 이름이 하모니카라는 걸 비교적 최근에 알았다.
마르할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고, 베이올라가 물어보는 걸 옆에서 엿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마르할이 연주하는 하모니카 소리를 감상했다.
모르는 소리도 있고, 아는 소리도 있다. 그래도 마르할의 실력이 나쁘지 않아 듣기 거북하진 않았다.
“피곤해요?”
마르할의 목소리에 마린이 눈을 떴다.
마르할이 그녀를 빤히 보고 있었다.
“아, 아뇨! 그냥 눈이 아파서요. 그… 말을 오래 타면 바람을 맞잖아요.”
“그건 꽤 힘들죠. 조금 더 쉴까요?”
마르할도 말을 처음 탈 때는 그걸로 고생했다.
바체아 제국이 멀쩡할 때의 일이다. 어린 마르할은 망아지 위에서 황궁 내부의 마장을 달리고는 했다.
눈이 아프다고 칭얼댄 적도 있고, 눈에 작은 풀떼기가 들어와 울기도 했다.
그 경험을 밑바탕으로 지금은 말을 오래 탈 일이 있으면 바람으로 눈을 보호하고 있다.
“이제 괜찮아요.”
마린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말고삐를 잡았다.
그녀도 초인이다. 회복에 특화된 스트레킬의 유파를 계승하는.
다친 것도 아니고 눈이 건조한 건 잠깐 눈을 감고 있으면 낫는다.
“그럼 갈까요.”
“네.”
사람처럼 하품하고 있던 엘리제가 바람처럼 튀어 나갔고, 마린이 탄 말이 그 뒤를 따랐다.
* * *
마르할과 마린은 저녁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
축제가 한창인 마르할의 개척촌과 다르게 마을은 조용했다.
일반적인 축제도 1년에 몇 번 없다. 태어나 처음 보는 바체아 제국 건국제다. 다양한 음식과 물건도 싸게 풀린다.
걸어서 못 갈 거리도 아니다. 자리를 비울 여유가 되는 사람은 모두 마르할의 마을로 가 축제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입구에는 없네요?”
“오늘 온다고만 했지, 언제 온다고는 안 했으니까요. 쫓기던 입장이 아니었으면 겐트만도 마차를 마을 안에 뒀을걸요.”
“그건 그래요.”
목책도 없는 마을에서 입구를 구분할 수 있는 건 뚫린 길 하나가 전부였다. 길을 따라가려는 마린을 마르할이 말렸다.
“그쪽이 아니에요. 저희 물건은 저쪽.”
마르할이 가리킨 건 마장 옆에 딸린 작은 건물이었다.
마르할이 건물에 다가가자 건물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달려 나와 허리를 굽실거렸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물건은 말끔하게 있습니다. 들어가서 확인하시겠습니까?”
“아뇨. 게리가 잘 관리했을 거잖아요? 그렇죠?”
“마, 맞습니다. 쥐새끼 한 마리 근처에 못 오게 했습니다.”
게리라고 불린 사내가 마장에서 말 몇 마리를 꺼내 고삐를 잡고 건물 문을 열었다. 짐마차 다섯 대는 들어갈 크기의 건물 안에 마차 두 대가 나란히 있다.
게리는 마차에 연결된 끈을 말에 매달았다.
서부에 자리 잡은 사람이라면 적게 잡아도 몇 년은 여러 현장에서 일했을 텐데, 그의 동작은 현장에 처음 나온 청년처럼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마린은 중년 창고 주인의 생각을 읽었다.
마르할의 대외적인 신분은 유능한 용병이다. 서부 사람들은 용병이 얼마나 잔인한지 몸으로 겪었다.
마르할은 젊은 나이에 휴고 같은 거물에게 신용 받는 용병이다. 게다가 젊다.
엄청난 실력자이거나, 말도 못 하게 잔인한 사람이거나, 둘 다다.
그런 사람이 자기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면, 마린이라도 긴장한다.
게리가 말을 끌고 나왔다. 마차 한 대에 두 마리씩 총 네 마리의 말이 마차를 끌고 있다. 그것 말고도 마차에는 긴 고삐가 달려 있다.
마부 없이 마차를 몰 때 사용하는 고삐다.
“요금은요?”
“이미 지불되었습니다. 그냥 가시면 됩니다.”
“한담이라도 나누고 싶은데, 갈 길이 바빠서요.”
“아이구, 바쁘면 가셔야죠. 신경 써주신 것만으로 감사합니다.”
마르할이 긴 고삐를 당겼다.
말이 움직이며 마차가 창고에서 나왔다. 천막으로 가려진 짐마차는 내용물이 보이지 않았다.
마르할이 말했다.
“돌아가죠. 그래도 밤에는 돌아갈 수 있겠….”
난데없이 날아든 비둘기 한 마리가 마르할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게리가 화들짝 놀라 비둘기를 내쫓으려 했다.
“훠이! 훠이! 야, 이놈아! 저리 꺼져!”
“놔둬요. 제 비둘기예요.”
마르할이 팔을 뻗자 비둘기가 마르할의 팔뚝에 앉았다. 비둘기의 다리에는 작은 종이가 묶여 있었다.
게리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는 생전 처음 보는 동물을 보는 눈으로 비둘기를 구경했다.
“이게, 그 전서구란 놈입니까?”
“흔히 볼 수 있는 놈은 아니죠?”
“40년 넘게 살며 처음 봅니다. 고놈 참 신기하네요.”
게리가 전서구의 종류와 가치를 알았다면, 그의 반응도 달라졌을 것이다.
장소를 찾아가는 전서구와 개인을 찾아가는 전서구는 적게 잡아도 수십 배의 가격 차이가 있다.
사실 마린도 체감 못 하는 부분이다. 베이올라에게 그렇다고 듣기만 했다.
마르할은 라일이 보낸 편지를 읽었다.
말리바 리시의 사병과 마법사가 오고 있다.
말리바 리시.
연합에 속한 대표적인 제국 인사다. 연합에 배정되기 전에는 제국군 전략 사령관이었다.
야심이 큰 인물로 자진해 좌천에 가까운 연합행을 택했다. 그리고 본인의 실력만으로 이사까지 올라간 능력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공적을 세우려면 때론 과감해져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사병을, 기사단급 전력을 동원할 줄은 몰랐다.
말리바 리시의 움직임은 의외지만, 납득하지 못할 건 아니다. 바체아 제국과 관련된 일이라면 그가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다.
그의 휘하 병력도 크게 걱정할 건 없다.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끼리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마리나까지….’
그녀는 연합 인사의 명령이라도 실라나티엘의 이름으로 무시할 수 있다.
그녀를 강제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녀가 포함되어 있다는 건, 마리나 본인 의지로 택한 일이라는 뜻이다.
‘친분은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
수천 명을 죽이는 건 범인도 초인으로 만들 업이다. 역사를 다룰 줄 아는 마법사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실라나티엘의 이름을 가진 마법사에게도 다르지 않다. 가짜지만 실라나티엘의 이름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집착할 수도 있고.
결국, 그녀도 신비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마법사라는 걸까.
‘너무 낙천적으로 판단했나….’
후회는 나중이다.
마리나가 포함된 기사단급 전력이라면, 마을 사람들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기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마리나의 마법이 위협적이다.
창고를 개방하고 있는 축제 기간이다. 비상시의 물 비축분도 지켜지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마리나가 불이라도 지르기 시작하면 불을 끌 방법이 없다.
마르할이 비둘기를 놓아주자 비둘기는 다시 하늘로 날아갔다.
“마린, 당장 출발해야겠어요.”
“무슨 일이 있나요?”
“마을을 노리는 개떼가 있다고 하네요. 조금 급하게 가야겠어요.”
마르할은 마차와 이어진 고삐에 힘을 주었다.
* * *
마르할이 거칠게 고삐를 당겼다. 마차를 끄는 말들이 힘겨워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마르할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마차의 속도가 떨어져 고삐가 팽팽해질 때면 마르할은 초조한 눈으로 마차를 돌아봤다.
“정말 급하다면, 마차를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긴 해요. 하지만 버리긴 아까운 물건이라서요.”
“뭔데요?”
“그건 도착했을 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둘게요. 아니다. 마린, 속도 조금 늦춰봐요.”
마르할보다 살짝 앞서가던 마린이 말의 속도를 줄였다.
“방위 알겠어요?”
“네.”
서부에서 오래 생활하면 간단한 방위 계산은 도구 없이도 할 수 있게 된다.
“노골적으로 보지 말고, 살짝 확인해요. 북동쪽. 말을 탄 사람들 보이죠?”
마린이 안장에 달린 물통을 확인하는 척하며 북동쪽을 확인했다.
수십 마리의 말이 있다. 말에 탄 사람들도.
범인이라면 말과 사람의 윤곽만 간신히 확인할 거리지만, 마린의 눈에는 타고 있는 사람의 얼굴까지 보인다.
용병처럼 꾸민 기사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아는 얼굴 하나.
“마리나 실라나티엘…?”
마린이 고개를 휙 돌렸다.
“개떼들이라는 게 설마?”
“그렇게 됐어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늦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요.”
“마르할 님?”
마르할이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손짓으로 마린을 불렀다.
“엘리제를 타고 최대한 빨리 마을로 가요. 그리고 조셉한테 전해주세요. 검을 뽑아야 할 것 같다고요.”
“그럼 마르할 님은요?”
“저 혼자 도망치는 건 가능해요. 그리고 저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감시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죠.”
“하지만….”
“이게 최선이에요.”
마린이 이를 악물었다.
만약의 일이 일어났을 때 누가 더 살아 도망칠 확률이 높냐고 하면 단연 마르할이다. 하지만 이건 꼭 방해되는 사람을 치우는 것 같지 않은가.
“마리나가 마을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막을 수 없어요. 마리나의 마법은 마린도 알잖아요.”
마린은 공국에서 마리나의 마법을 봤다. 닿지 않는 걸 베는 기사도 그녀가 만들어내는 얼음에 꼬챙이가 되어 죽었다.
불은 또 어떻고. 그녀의 불은 한밤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힌다.
그녀의 마법이 마을에 떨어지면 수백 명이 죽을 것이다.
마린이 엘리제의 고삐를 받았다.
“무사하셔야 해요.”
“호들갑 떨 것 없어요. 그냥 가던 길 가는 건데요.”
마린이 엘리제의 등에 올라탔다.
파박! 흙이 솟구치며 엘리제가 달리기 시작했다. 마린은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다리와 손에 힘을 줬다.
꽉 다문 입에서 피가 흘러내려 그녀의 뺨을 지나 흘러갔다.
* * *
마르할은 마린이 타던 말에 올라타 다시 마차 두 개의 고삐를 잡았다.
마르할이 북동쪽을 확인했다. 말 몇 마리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마리나가 포함되어 있을 본대도 서쪽으로 달리고 있다.
마린의 시력으로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저쪽도 그럴 수 있다.
특히 마리나, 그녀의 눈은 뛰어난 마법의 산물이다.
“아니, 그건 아닌가.”
마르할은 품에서 묶인 머리카락 한 뭉치를 꺼냈다.
마리나는 이걸로 어디서든 마르할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녀가 마르할을 붙잡거나 죽이려 했다면 훨씬 쉽고 간단한 방법이 많다.
한발 늦게 잡으러 올 이유가 없다.
“살짝 복잡해지겠어.”
마리나는 정말 그녀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는가? 아니면 그녀를 억지로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