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23
제123화
마르할은 작은 제국에 도착했다.
마르할은 다른 경계 도시에는 따로 상주 인원을 두지 않는다.
혼자 도시 동향을 살피는 게 가능한 인재라면 당장 데려와 쓸 곳이 더 많다.
하지만 작은 제국은 예외다. 므에트 제국과 직접 이어져 있으며 또 교류도 하는 작은 제국은 마르할도 방치하기 힘들었다.
므에트 제국이 움직인다면 가장 먼저 반응이 나타나는 게 작은 제국이 될 게 뻔하다.
그 전조를 알기 위해 마르할은 작은 제국에 특별한 사람을 상시 대기시켜 두고 있다.
엘리제는 근처 마장에 맡기는 게 아니라 도시 바깥에 풀어두었다.
엘리제를 마장에 맡기기는 불안했다. 마장에서는 혈통 좋은 말을 따로 빼돌리거나 억지로 교배시키는 일이 종종 있다. 그 과정에서 잘못되면 말이 죽기도 한다.
엘리제는 반대로 마장에 있는 사람을 모조리 죽여버릴 것 같지만,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차라리 도시 바깥에 방치하는 게 안전하다.
작은 제국은, 화려함만 따지면 경계 도시 중에서도 따라올 도시가 없다.
건설 단계에서부터 제국의 자원과 입김이 가득 들어갔으니, 기초 자본부터가 달랐다.
마르할은 도시 중앙에서 조금 떨어진 민가의 문을 두드렸다.
“샤힐레? 샤힐레, 일어나 있어요?”
대답이 없다.
마르할은 작은 철사를 꺼냈다. 그리고 열쇠를 쓰듯 철사를 열쇠 구멍에 넣었다.
철컥. 열쇠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은 속도로 문이 열렸다.
낮에도 집 내부는 어두웠다. 빛을 받아들일 작은 창문도 없었다.
마르할은 어두운 복도를 가로질러 침실로 들어갔다.
커다란 침대에 꼬물거리는 물체가 하나.
마르할은 침실에 딱 하나 있는 창문을 열고 이불을 걷었다.
“으으으… 눈부셔….”
검은 잠옷을 입은 여인이 햇빛에 눈을 가렸다.
“휴고?”
“저예요.”
“힉…! 도련님…?!”
놀란 여인이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여인은 땅에 박은 머리를 감싸며 일어나 햇빛에 인상을 썼다.
“어제도 새벽에 잤어요?”
“아, 네… 연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서요오… 네루 황녀가 왔다고….”
“황녀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맞는 것 같아요오… 황실 문양이 새겨진 마차를 봤어요오….”
드디어 태양에 적응한 샤힐레가 눈을 떴다.
부스스한 머리가 사방으로 뻗쳐 있고, 잠옷은 반쯤 흘러내렸다.
“움직여야 하니까, 옷 갈아입고 나와요.”
“지금이요오? 아직 대낮인데…?”
“싫어요?”
“아뇨오… 도련님 말이라면야….”
샤힐레가 비틀비틀 침실 안쪽에 있는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마르할은 침실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도 다른 집의 장소와 마찬가지로 어두웠다.
마르할이 손가락을 튕기자 천장에 달린 유리구슬이 빛을 냈다.
빛을 내는 유물, 가정집에 있을 물건은 아니지만, 본인이 만들어 쓴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마르할은 딱딱한 빵을 자르고 구석에 있는 치즈와 절인 고기도 잘라 적당히 식탁에 던졌다.
접시에 담으려고 해도 담을 접시가 없었다.
옷을 입은 샤힐레가 주방에 들어왔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복장이다. 하지만 어깨에는 작은 천을 둘렀고, 천의 끝부분에는 녹슨 휘장이 걸려 있다.
녹이 너무 심해 알아보기 힘들지만, 휘장에는 입 벌린 해골이 활짝 핀 꽃을 물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녀는 식탁에 대충 던져진 음식을 보고 입을 벌렸다.
“아… 이런 건 제가 해야 하는데….”
“어려운 일도 아닌데, 뭘요. 저도 먹어야 하고요.”
마르할은 빵 사이에 치즈와 고기를 대강 끼워 입으로 가져갔다.
샤힐레도 마르할과 비슷한 동작으로 음식을 조립해 우물우물 씹었다.
밥을 먹는 그녀의 눈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왔다.
“도련님, 오늘은 어쩐 일로…? 누굴 죽일까요오?”
“오늘은 죽이려고 온 게 아니에요. 케레이 드뇌브. 누군지 알아요?”
“케레이 드뇌브. 전 제국 귀족, 므에트 제국 외교관으로 일한 경험도 있는 사람이에요오… 지금은 뤼겐 아래에서 지주 노릇을 하고 있고요오…. 죽일까요오?”
“아뇨. 죽이긴 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네에….”
샤힐레는 멍한 얼굴로 음식을 입에 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원판이 워낙 생기가 없으니, 정신을 차려도 피곤해 보였다.
마르할은 그녀가 식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빵을 마지막 한 조각까지 삼킨 샤힐레가 마르할의 눈치를 보았다. 어깨를 앞으로 말고 눈만 슬쩍 돌리는 모습이 다람쥐 같았다.
“저, 도련님… 다 먹었는데요오…?”
“그럼 움직이죠. 케레이 드뇌브는 지금 어디 있어요?”
“잠깐만요오….”
샤힐레가 눈을 감았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눈을 뜬 그녀는 집의 벽 한쪽을 응시했다.
“작은 제국 안에 있어요오… 침투하려면 지금도 할 수 있어요오….”
“그럼 바로 가죠.”
“네에….”
샤힐레가 흐느적흐느적 반쯤 누운 들풀처럼 일어났다.
원래 그녀의 활동 시간이 아니니 이 정도는 고려해줘야 하리라.
마르할은 샤힐레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집을 나온 그녀는 원망을 담아 태양을 한 차례 노려보았다.
샤힐레는 태양을 진심으로 원망하고 있었다. 하여간, 그녀도 기행으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다.
“네루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저도 잘은 몰라요오… 원래 오늘 본격적으로 조사하려고 했는데에… 잘못했어요오오….”
샤힐레가 늘어지는 말꼬리를 더욱 늘어뜨렸다. 움츠러든 어깨도 한층 더 오므라들었다.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지고, 그걸로 모자라 지하로 파고든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럴 수도 있죠. 알아낸 정보만 말해줘요.”
“어제 오후…? 아니면 낮…? 언질도 없이 네루 황녀가 작은 제국에 도착했어요오… 그리고 말리바 리시한테 지지 선언을 받았다는데에….”
말을 하던 샤힐레가 앗! 하고 혼자 소리치더니 힐끔힐끔 마르할의 표정을 살폈다.
“저… 도련님, 그… 아르테르 일은….”
“쉽게 작전을 노출할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럴 수도 있죠.”
그녀는 혼자 작은 제국 전체의 정보를 모아 처리하고 있다.
조금의 구멍은 어쩔 수 없다.
마르할도 그녀에게 작은 제국의 모든 정보를 모으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다.
큰 흐름만 미리 알 수 있으면 된다. 그게 샤힐레의 역할이다.
“네루 황녀라… 그것 말고 다른 일은 없고요?”
“연합 최고…? 라는 마법사가 중상을 입었다는 모양이에요오….”
그건 마르할 본인이 한 일이다.
“신기한 일이죠오… 직접 싸워본 적도 없으면서 누가 최고라는 건지이….”
말꼬리를 늘어뜨리는 샤힐레는 살짝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녀도 마법사다.
사소한 일 하나에도 남들 눈치를 볼 정도로 자신감 없는 그녀지만, 샤힐레도 양보하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마법이다.
그녀가 물려받은 역사는 그럴 자격이 있다.
일찍이 사신이라 불리었던, 서부 최고의 저주 마법사. 그게 샤힐레 집안의 역사다.
남들의 대화를 엿듣고 정보를 모으는 게 아니라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사람을 죽이는 게 그녀의 본업이고, 주특기다.
마르할이 짓궂게 웃었다.
“샤힐레의 저주는 대단해요. 하지만 그 마법사, 실라나티엘인데요?”
“그 실라나티엘요오…? 하지만 도련님이 이제 실라나티엘은 없다고오….”
“제가 잘못 알았던 모양이에요.”
실라나티엘… 실라나티엘… 중얼거리며 샤힐레가 쭈그러들었다.
가문의 저주에는 자신 있지만, 그녀 본인과 실라나티엘의 이름에는 확신이 없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황녀라….’
이쪽도 황녀를 한 명 보호 중이다. 외가에 버림받은 베이올라는 세력도 없이 자기 호위만 달랑 끌고 왔지만, 외가가 멀쩡한 네루 황녀는 자기 세력 일부를 끌고 왔을 터다.
네루 본인도 위험하지만, 그녀 아래 있는 사람도 무시해선 안 된다. 기사는 대부분이 이름 있는 유파 출신이거나 실전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일 거고, 실무진은 가문을 이어받지 못하는 귀족 가문의 자식들일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문과의 끈은 마르할도 쉽게 볼 수 없다. 귀족 본인은 무섭지 않지만, 가문이 쌓은 인맥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선대가 숲의 은둔자나 신비 추적자와 연이 있어 도움을 요청한다…. 같은 경우가 꽤 있다.
말리바 리시의 지지 선언도 신경 쓰인다.
네루 황녀는 잘 봐줘도 계승권 싸움에서 4순위다.
그 위로는 쟁쟁한 사람이 셋이나 있어 그녀가 끼어들 틈이 없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황제의 이름도 파는 미친놈인 말리바 리시가 다짜고짜 가망도 거의 없는 네루를 지지한다?
한번 알아봐야 한다.
‘마리나라면 뭔가 알지도.’
하지만 며칠 전에 눈을 찌른 사람을 태연하게 찾아가는 낯 두꺼운 짓은 마르할도 하기 힘들다.
케레이 드뇌브는 작은 제국 내부에 저택을 마련해 그곳에 살고 있었다.
모든 일을 대리인에게 맡기고 본인은 도시에서 놀고먹는다. 규모 있는 땅을 가진 지주들의 일반적인 행동이었다.
“도련니임….”
샤힐레의 부름에 마르할은 그녀 옆으로 붙었다.
샤힐레는 피로 글씨를 쓴 작은 종이를 꺼냈다. 그녀가 주문을 외우자 마르할의 몸이 발끝부터 투명해졌다.
마르할과 샤힐레는 저택 담장을 넘었다. 마르할은 말할 것도 없고, 샤힐레도 성인 남성 이상의 신체 능력은 가지고 있다.
샤힐레가 마르할의 소매를 잡았다.
“저택 구조는 전부 기억하고 있어요오….”
그녀가 앞장서 마르할을 안내했다. 열려 있는 쪽문으로 저택에 들어간 마르할은 케레이의 방 앞에 도착했다.
“샤힐레.”
“네에….”
마르할의 모습이 드러났다. 근처에 사람이 없는 건 이미 확인했다.
마르할은 케레이가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케레이 드뇌브는 잠들어 있다.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탁자에는 유리로 된 술병이 있다.
서부에서 알아주는 장인이 만든 독주로 마르할도 애용하는 술이다.
침실에 따로 함정 같은 건 없다.
마르할은 침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자는 케레이의 뺨을 툭툭 쳤다.
“으음… 내가 오늘은 깨우지 말라고….”
마르할과 케레이의 눈이 마주쳤다. 케레이가 벌떡 일어났다.
“용건이 뭐지? 하일리가 보낸 암살자인가?”
술에 찌들어 있던 눈에 총기가 든다. 케레이 드뇌브가 날 선 시선으로 마르할을 바라보았다.
“상황 파악이 빨라서 좋네요.”
“이미 내가 죽었을 때의 대비도 끝냈다. 날 죽여서 달라지는 건 없다.”
진실.
예법 하나로 하일리의 출신을 알아낸 사람이다.
운 좋게 땅을 얻었을 뿐인 다른 지주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마르할은 케레이의 침대에 앉아 한참이나 가만히 있었다.
케레이는 바싹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얼굴은 평정을 유지해도 꽉 쥔 주먹의 떨림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침묵하던 마르할이 입을 열었다.
“제국 외교관이라 하일리의 출신을 알아낸 게 아니었어요. 아프란체 예법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었으니 하일리의 예법도 알아본 거예요. 그렇죠?”
“너는 누구냐.”
“제 이름도 중요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당신 이름이에요. 안 그래요? 오동나무 뿌리.”
케레이가 손바닥을 뒤집으니 그의 손에 작은 나무 막대가 잡혔다.
케레이가 마르할의 목을 향해 막대를 휘둘렀다. 살찐 중년 남성에게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움직임이다.
마르할은 공격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오동나무 뿌리를 멈추는 건 혓바닥으로도 할 수 있다.
[그만.]마르할의 입에서 나온 고대 제국어에 케레이가 뚝 멈췄다.
바체아 제국 황제를 나타내는 상징은 오동나무 관이다. 바체아 제국에서 오동나무의 이름이 붙은 건 대부분 황실과 관련되어 있다.
오동나무 뿌리도 마찬가지다. 황제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만능 첩보 부대. 그게 오동나무 뿌리다.
[다, 당신은… 당신은 누구십니까?]케레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수십 년 만에 꺼내는 모국어, 바체아 제국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