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26
제126화
두 마리 말이 서부 황야를 지났다.
하일리의 영토 근처라 그런지 드문드문 푸른 잡초가 보였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대지에 말이 발자국을 남겼다.
“그러면, 세간에 알려진 게 도둑의 전부가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훔치고, 죽이고. 중요한 요소이긴 해요. 그런데 그걸로 아르고라는 인간을 설명하면, 그건 그에 대한 모독이에요.”
마르할이 옛날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온 화제였다.
마르할은 도둑에게 여러 지식을 배웠다고 했고, 쿠헬바는 아무리 유명해봤자 도둑은 도둑이라 말했다.
세간의 평가가 그렇다.
도둑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그가 얼마나 경비가 삼엄한 곳에 침입할 수 있고, 얼마나 잔혹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에 편향되어 있다.
도둑에게 훔치고 죽이는 것 말고 다른 재주가 있냐고 물으면 답하는 사람이 없다.
마르할은 그 편견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도둑은 본인이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대상인, 영주, 왕까지. 그에게는 무수한 선택이 있었고, 도둑은 그중 하나를 골라 도둑이 되었어요.”
“상인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도둑도 돈과 귀중품을 다루는 자들이니까요. 하지만 영주와 왕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도둑이 제일 많이 훔친 게 뭔지 알아요? 사실, 도둑이 무얼 훔쳤다고 알려진 게 있긴 해요?”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그랬다.
도둑이 훔치지 못하는 물건은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소문이 나려면, 도둑이 무얼 훔쳤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따라와야 한다. 하지만 쿠헬바는 도둑이 유명한 물건을 훔쳤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야 말 못 하죠. 가문의 비전이 담긴 책을 도둑맞았다고는요. 도둑은 대귀족, 대상인, 유명한 기사 유파 등등. 이름을 날리거나 오랜 역사를 가진 집단의 서고를 주로 털었어요. 그렇게 기술을 배웠죠. 상인에게는 장부 작성법과 물건 감정하는 법을, 대귀족에게서는 사람 다루는 법을, 기사 유파에서는 살인 기술을.”
그뿐만이 아니다.
도둑은 다양한 지역을 돌며 지역 문화와 특성을 몸에 새겼다.
특산물, 사투리, 복식, 지역 축제. 도둑은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배웠다.
“도둑에게 대상회의 주인 자리를 주면 하루도 안 되어 적응할 거예요. 귀족의 자리를 줘도, 왕의 자리를 줘도 마찬가지. 도둑은 그런 사람이에요.”
“…그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왜 도둑질하며, 또 도둑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겁니까?”
무엇이든 될 능력을 가지고도 여전히 도둑은 도둑이다.
쿠헬바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마르할이 실소했다.
“저도 몰라요.”
“도련님도 말입니까…?”
“지가 도둑을 하고 싶어서 도둑을 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어요. 안 그래요?”
비이성적인 대답이다. 그래서 반박할 수 없다.
‘하고 싶다.’와 ‘하기 싫다.’,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
거기에는 어떤 논리도 없다.
“그… 대단한 사람이군요.”
“별종이죠. 일행 중에 별종 아닌 사람이 없었지만요.”
마족이라는 인류 문명, 나아가 세상 그 자체의 위험이 없었으면 절대 뭉치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그래서 별종들의 여행은 다사다난했다.
* * *
마린은 새벽도 오지 않은 한밤에 깨어나 작업용 목재의 결을 헤아렸다.
그녀의 지루함과 별개로 이건 도둑이 시킨 일이다.
도둑이 시킨 기행.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무슨 대가를 치러서라도 마린과 자리를 바꾸려 할 터다.
그래서 마린은 꼼꼼하게 나뭇결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짚었다.
나무 하나에 수십 개에서 많으면 백수십 개의 결이 있다.
귀찮을 뿐, 힘들거나 오래 걸리는 작업은 아니다.
나뭇결을 모두 세고 일어난 마린은 놀란 토끼처럼 껑충 뛰어 옆으로 움직였다.
도둑이 기척도 없이 서 있었다.
마린이 눈을 새초롬히 뜨고 도둑을 노려봤다.
“말을 해요.”
“내가 왜? 끝났으면 무기 들어. 실전 들어간다.”
마린이 단검을 뽑았다.
도둑은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상처 하나 못 내는 인간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유물의 힘을 끌어내고, 그녀 안에 있는 피의 본능도 깨웠다.
눈이 붉게 물드는 마린을 보고 도둑이 혀를 찼다.
“역시 광전사였나.”
처음 봤을 때부터 기미는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이성을 버릴 수준일 줄은 몰랐다.
공국 지하에서 사람을 죽여대던 그놈도 피의 역사에는 닿지 못했는데, 특별한 재능도 없이 저 나이에 광전사가 될 정도면 어떤 인생을 살았던 건지.
‘피부터 억눌러? 아니. 놔둘까.’
재능도 시간도 부족하다면, 독기라도 있어야지.
인간 아르고의 역사를 물려받는 이상 피의 역사 따위에 삼켜질 일은 없다.
저건 그가 직접 손대는 것보다는 스스로 다스리도록 놔두는 게 이득이다.
“시간이 없어서 오래 봐주지는 못하고, 내 기술을 전부 가르쳐주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든. 그러니까 전부 실전 압축용으로 때려 박을 거다.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내 실전 기술의 정수를 얻을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죽지 마라.”
이성이 반쯤 날아간 마린이 도둑에게 달려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시야의 사각을 노리는 정면에서의 암습.
하지만 속도는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도둑도 허리띠에 달고 있던 녹슨 단검을 꺼냈다.
방어라면 손가락으로도 할 수 있지만, 이건 수련이다. 그가 검을 들지 않으면 기술 전수가 되지 않는다.
바체아 제국의 유물이 녹슨 단검과 부딪쳤다.
마린이 가진 유물은 그냥 휘둘러도 나무를 가볍게 자르는 물건이다. 녹슬고 이가 빠진 단검은 부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도둑의 손에 들리면 녹슨 단검도 세기의 보검이 된다.
도둑의 발이 약간 앞으로 나왔고, 마린이 몸을 뒤로 던지며 땅을 굴렀다.
마린이 눈을 깜빡였다. 자기도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정신을 차리니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신기하지? 이것만 배워도 자칭 기사라는 놈 대부분은 가지고 놀 수 있어. 물론, 배우는 건 너 하기에 달렸고. 듣고 있냐?”
마린은 도둑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몸에 때려 박으면 필요할 때 떠올리겠지.”
누구를 가르치는 건 처음이다. 정확히는 평범한 사람을 가르치는 게 처음이다.
도둑에게 남을 가르치는 요령 같은 건 없다.
지식이라면 있지만, 광전사를 가르치는 법 같은 건 그가 봤던 어떤 서적에도 없었다. 알아서 판단해 대강 가르치는 수밖에.
다시 공격해 들어오려는 마린을 향해 도둑이 어깨를 움직였다.
달려오던 마린이 다시 땅을 굴렀다.
도둑이 사용한 기술의 원리는 싸움에 익숙한 기사들이 사용하는 살기를 이용한 견제와 비슷하다.
그걸 극한으로 갈고닦아 사전 동작만으로 위험을 느끼고 피하게 만든다.
말이 쉽지 심리전의 극에 달한 도둑의 비전이다.
광전사가 된 마린이 몇 번이나 일어나 도둑에게 달려들었지만, 첫 번째 공격은 모두 막히고, 두 번째 공격을 이어가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길 반복했다.
흙투성이가 되어 붉은 안광을 내뿜는 마린을 보고 도둑이 감탄했다.
“이거 조금 재미있네?”
마린의 재능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 땅을 구르는 걸 구경하는 즐거움에서 나오는 감탄이었다.
* * *
인부들은 하루 일당을 받고 일한다. 자기가 원하면 얼마든지 일하지 않고 쉴 수 있다.
한정된 인력으로 마을을 짓는 현장에서 마음대로 쉬어버리면 다시는 일을 못 받는 수가 있지만, 어디든 예외는 있다.
마린은 남들 눈치 볼 필요가 없는 사람이고, 도둑이 며칠 분량의 일을 미리 끝내두어 작업 일정도 넉넉했다.
마린과 도둑은 도시로 들어갔다.
도시 재건에 투입되는 사람은 마린의 마을을 만드는 사람과 자릿수가 달랐다.
수백 명의 사람이 도시 전체에 흩어져 도시 잔해를 치우고, 쓸 수 있는 물건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린은 도둑의 뒤를 따라 일하는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사람이 원체 많고, 마린은 최대한 기척을 죽였다. 둘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말했다시피, 내 기술을 전부 가르쳐주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든. 그러니까 내 정수가 담긴 일 처리 방식을 실전으로 보여줄 테니까, 알아서 보고 배워.”
“전 그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요.”
당장 새벽에 도둑이 사용한 기술도 마린은 그게 뭔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몇 번 검을 나눠주나 싶더니, 후반에는 땅을 굴러다닌 기억밖에 없다.
스트레킬이나 조셉이라면 기술의 원리를 알았을까.
‘베이올라라면….’
그녀가 지주로서 여기 있는 동안 베이올라는 스트레킬과 개척촌에서 수련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까지 온 건 그녀의 판단이지만, 그래도 수련을 쉬는 사이 베이올라와 얼마나 차이가 좁혀져 있을지 불안했다.
한 번 자리 잡은 열등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 내 앞에서 딴생각하냐?”
“아뇨.”
“햐… 시치미 떼는 건 그놈하고 동급이네. 야, 좋아하라고 한 말 아니다?”
마린은 무슨 말을 했냐는 듯 눈을 멀뚱히 뜨고 도둑을 보았다.
도둑은 가볍게 혀를 차고는 다시 앞으로 걸었다.
“네가 걱정하는 건 그거지. 네 마을에 있던 그 살찐 놈이 무슨 일은 꾸미나.”
“네.”
“그래서, 무슨 일 같아?”
“지주의 정보를 얻어서 팔아먹으려는 것 같아요.”
땅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단순한 직감이지만, 마린은 과감하게 그 가능성을 배제했다. 진짜 그들이 지주가 되려는 것이라면 반대로 무시해도 된다.
초인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도 익히지 않은 사람들은 그녀와 카반에게 손댈 수 없다.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그녀보다 먼저 휴고가 움직인다.
정보를 직접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판매 정도가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아마 그렇겠지. 그러면, 그 안에 있는 놈들은 전부 같은 생각일까?”
“내분…?”
“그건 같은 편이었던 놈들이 싸우는 거고.”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도둑은 입을 다물었다.
직접 보고 확인하라는 듯 마린의 시선을 무시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정리된 큰길을 걷던 도둑은 돌연 옆의 길목으로 들어갔다.
마린이 도둑을 따라 정리도 안 된 건물 잔해 사이로 들어가며 물었다.
“이걸 보고 배우라고요?”
“다 나중에 도움이 된다니까.”
도둑은 나중을 말하지만, 마린에게 급한 건 현재다.
그리고 설명도 없이 혼자 걸어가는 걸 보고 무얼 배우라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새벽의 대련이야 그런 기술도 있다는 경험이라도 했지, 이건 경험조차 아니다.
“너무 그놈처럼 가르쳤나…?”
“마르할 님과 저를 비교하지 마세요.”
잠시 고민하던 도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래.”
마르할의 재능은 용사를 제외하면 그들 중 제일이었다.
도둑이 마르할을 가르칠 때는 성인과 마법사의 힘으로 마르할의 행동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재능도 발휘할 수 있었다.
보통 인간을 가르치는 데 마르할을 가르친 것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못 알아들을 것 같긴 했다.
“그래도 그놈한테 가르친 것보다는 많이 친절하게 했는데.”
“설명은 한마디도 못 들었는데요?”
“…내가 그랬나?”
마린이 도둑을 노려봤다.
20대 초반처럼 보여도 도둑의 나이는 마흔 살이 넘는다. 행동거지도 자세히 보면 아저씨가 따로 없다.
나이 많은 사람과 일할 기회가 많았던 마린은 나이 많은 사람을 뻘쭘하게 하는 법을 잘 안다.
마린의 눈빛에 변명이 궁해진 도둑이 입을 열었다.
“방금 그건 배우려고 할 필요 없다. 그냥 들은 거니까, 나중에 귀 좋아지면 저절로 돼.”
“뭘 들어요?”
“쥐새끼들이 찍찍대는 소리. 저기 있네.”
도둑이 나무 사이에 절묘하게 몸을 숨겼다. 마린도 부서진 나무 사이로 그 건너편을 보았다.
몇 명의 남자가 모여 있다. 카발리와 함께 있던 남자들 중 한 사람도 있다.
귀를 기울이니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정보는?”
“이 넓은 도시의 지주가 그렇게 쉽게 나타날 리 없잖아. 그 기사를 심문하면 몰라.”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를? 갑옷을 벗어도 최소 고위 기사일 게 뻔한데 누가 할래?”
남자의 시선에 다른 사람들이 눈을 피했다.
수십 개의 함정을 파고, 그중 하나가 운 좋게 먹혀야 겨우 앞에 나서볼 기회나 생기는 게 고위 기사와의 싸움이다.
전신 갑옷까지 입고 있으면 일반적인 수준의 함정으로는 상처도 못 낸다.
“이번 달 안으로 정보를 넘기기로 했다고! 아직 단서도 못 잡으면 어쩌자는 거야!”
“그렇게 말한 건 너고, 나는 그냥 명령받아 온 사람이지. 거짓 보고를 올린 게 들키면 좆 되는 게 누구지?”
목소리를 높이던 남자가 들고 있던 연장을 내팽개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둑이 마린에게 물었다.
“뭔지 알겠어?”
“여러 집단에서 잠입시킨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서부 사정을 정확히는 모르는데, 그래도 근처에 큰 사건이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거든. 그게 뭐게?”
“몰라요.”
“동전 하나라도 떨어지는 거 없나 사방에서 개떼가 몰려와. 그리고 여긴 개떼들이 서로 영역 싸움을 벌이는 싸움판이고.”
도둑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