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27
제127화
개떼의 영역 싸움.
도시 내부와 인근은 다양한 세력에서 보낸 들개들이 가득하다.
하나의 들개가 하나의 무리에만 속하는 건 아니다. 들개 하나는 여러 무리에 속해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노린다.
“도시 안에 있는 놈들이야 여기 도시 주인이 해결할 일이지. 네가 살펴야 하는 건, 피부도 덜 탄 그 망나니잖아? 아니면, 여기 도시 주인도 그놈이랑 아는 사이냐?”
“부하요.”
카반과 함께 있던 황제 직속 기사단의 기사단장 한 명이 죽었다. 마족이 나타났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현재 마르할의 말을 따르고 있다.
카반과 마르할 사이 그녀가 모르는 대화가 오갔던 건 확실하다.
도둑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놈 일이니 어련히 알아서 하겠다만, 여긴 마르할이 없다.
마르할이라도 자신이 모르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대비하는 능력은 없다.
‘아니면 말고.’
혹시 또 모르지. 서부에서 역사를 쌓으며 바스타처럼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라도 생겼을지.
그래도 도시 주인이 마르할의 부하라고 하니, 그냥 방치하는 것도 껄끄러웠다.
개떼의 숫자가 많다.
조금만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허드렛일하는 들개를 무시하는 사람이 많다.
도둑은 반대로 들개의 가치를 어설픈 실력자들보다 높게 친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 잃을 게 조금만 있어도 몸을 사린다. 하지만 잃을 게 없는 들개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들은 가끔 도둑도 감탄하는 방법을 보여주고는 한다.
용병과 기사가 죽을 위기에서 특별한 능력을 얻는 건 우연이 아니다.
궁지에 몰린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실전 경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저것들은 얼굴만 외워두고, 일단 한 바퀴 돌자.”
도둑은 골목을 빠져나와 다시 큰길로 나갔다.
마린이 쫄래쫄래 도둑의 꽁무니를 쫓았다.
* * *
밤이 되었다.
마린은 밤에 몇 없는 노인들과 같은 모닥불을 쓴다.
그녀의 마을에 정착하려는 노인과 아이는 아직 개척촌에 머물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부모님 양쪽이 돌아가신 고아고, 노인들은 몸이 성치 않다.
살인이 나기도 하는 위험한 현장에 내보낼 순 없다. 마을이 완성될 즈음 데려와 마무리 작업만 돕게 할 생각이다.
여기 있는 노인들은 헬라처럼 자진해 그녀를 따라온 사람들이었다.
경계에 정착하지 않고 굳이 여기까지 따라온 사람들은 그래도 평범한 노인보다는 의욕도 있고 여러 경험도 많았다.
모닥불 근처에는 모두가 잠들었다.
작업을 명령만 하는 헬라도 새벽에 일어나 저녁까지 소리를 지르면 밤에는 녹초가 되어 잠든다.
저 나이에 반나절 넘게 태양 아래서 소리치는 것 자체로도 대단한 일이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 하는 일을 그녀는 노련함으로 해내고 있었다.
마린은 모닥불 앞에 앉아 타오르는 불길에 멍하니 시선을 주었다.
마흔네 명에 다섯 개 무리.
하루 동안 도둑이 찾아낸 들개와 들개 무리의 숫자다.
쉰 명에 가까운 인간이 타인의 명령을 받고 있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걸 하루 만에 찾아낸 도둑도 도둑이다.
도시에 들개가 몇 마리 있든 그건 마린의 걱정이 아니다.
도둑이 실전으로 보여준다고 했으니, 그가 정리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땅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녀가 해결해야 한다. 그게 지주의 의무다.
그녀의 이성은 깔끔하게 카발리를 죽이고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한다. 그러나 감성이 그녀의 선택을 막는다.
마르할은 각자에게 맞는 일 처리 방식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마르할을 떠올리게 된다. 마르할이라면 이리 단순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을 것이다.
마린의 역사와도 연관되는 문제다. 마린은 이미 너무 많은 피를 봤다.
10년이 넘게 활동한 용병들도 도달하지 못하는 광전사의 경지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게 그녀가 쌓은 피의 업을 증명한다.
이미 쌓인 역사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서, 더 피를 보는 건 자기 파멸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걸 마린은 본능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거 아냐.”
기척도 없이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마린이 땅을 굴렀다. 기껏 씻고 옷까지 갈아입었는데, 옷 안에 모래가 잔뜩 들어갔다.
“방금 그거….”
“이것도 수련이야, 수련.”
도둑이 그냥 말만 걸었다면 그녀가 땅까지 구르지는 않았다. 도둑은 새벽에 그녀를 가지고 놀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마린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에 반응해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던졌고.
“내가 그놈을 가르치면서 제일 많이 한 말이 뭔지 알아? 대화를 하라는 거야.”
“마르할 님한테요?”
마르할은 그녀가 아는 누구보다 대화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도둑이 마르할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건 의외다.
“너, 그놈 출신 아냐?”
“서부 귀족이었다는 것밖에 몰라요.”
“가족이 전부 마족에게 살해당한 꼬마가 제정신이 남아 있겠냐.”
가족의 원수도 원수고, 마르할은 태생이 황족이다.
대화보다는 명령이 익숙한 인생을 살았다.
마르할도 머리로는 대화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깨닫게 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너한테도 똑같아. 보나 마나 죽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겠지.”
정곡을 찔린 마린이 필사적으로 표정을 관리했지만, 그녀가 날고뛰어도 모두 도둑의 손바닥 안이었다.
“말에는 돈이 안 들거든. 반대로 말을 잘하면 돈을 벌 수 있지. 그놈 옆에 있었으면 뼈저리게 알지?”
“알아요.”
말 몇 마디로 싸움을 멈추고 적을 아군으로 만든다. 남들이 한 걸음도 조심하는 살얼음판 위를 뛰어놀며 딛고 있는 발판을 입맛대로 바꿔버린다.
“힘으로 해결했다면, 과연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절대로요.”
힘으로 사람을 잠깐 지배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등 돌리면 사라질 충성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반면 마르할과 대화한 사람은 나중에 만나도 마르할에게 호감을 가진다.
“그러니까 죽일 땐 죽이더라도 한 번 대화를 해봐서 손해 볼 건 없단 거야. 말을 잘못하면 역으로 털릴 때도 있긴 한데, 이번엔 아니잖아?”
카발리는 검도 잡을 줄 모르는 청년이다.
대화해보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녀 손으로 죽일 수 있다.
마린은 대화를 해보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연스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변.
‘역시….’
마르할을 가르쳤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모닥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마린이 고개를 들었다.
불에 익숙해진 눈에는 밤하늘의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몇 초 안 되어 초점이 잡히며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나타났다.
앉은 자리에서 목을 조금만 움직여도, 세상은 이리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마린이 일어났다.
“지금 가게?”
“내일도 나뭇결을 세야 하니까요.”
“오, 그거 조금 좋았어. 살짝 감동했을지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도둑이 마린을 따라갔다.
* * *
카발리는 다른 인부들과 함께 임시로 지은 천막을 숙소 대용으로 썼다.
천막이라 해도 남는 나무 기둥에 구멍 숭숭 뚫린 천을 올린 볼품없는 물건이다. 남자 셋이 누우면 꽉 차는 공간에 다섯 명에서 많으면 여섯 명이 웅크려 잤다.
그게 싫은 사람은 가죽 쪼가리 하나 들고 바깥에서 자는 거고.
모닥불을 피울 수 있으면 찬 바람 들어오는 천막보다 모닥불을 피우는 게 낫다. 그러면 적어도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다. 하지만 땔감을 구하는 것도 다 일이고, 돈이다.
공사 현장에 땔감이 남을 거라는 건 착각이다. 공사 중에 나온 마른나무 조각들은 현장 관리자가 따로 모아 땔감으로 팔아먹는다.
천막 안에서 잠든 카발리는 짓는 중이던 건물 안에서 눈을 떴다.
창문을 달지 않은 구멍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길게 내려온 속눈썹 아래의 치켜뜬 눈이 그를 노려보고 있다.
가슴 언저리가 묵직했다. 카발리는 자신이 멱살을 잡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자기 발이 반쯤 들려 있다는 것도.
“지주가 누군지 알아서 뭘 하려고 했지?”
뒤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마린도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다.
갑자기 마르할처럼 말로 사람을 구워삶으라 해도 그녀에게는 도저히 무리다.
마르할에게는 마르할의 대화가 있듯, 마린에게는 마린의 대화가 있다.
“저, 저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진짜예요!”
“그걸 믿으라고?”
“정말로요! 적당히 어울려 주다가 전부 휴고 님한테 일러바칠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한몫 챙기려고?”
“아닙니다! 절대로 아니에요! 전 나쁜 짓을 못 해요!”
카발리는 정말 억울한 얼굴이었다.
“네가 누군지 알아. 징세관의 아들 카발리.”
카발리가 숨을 들이켰다. 서부에서 그의 집안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아버지의 그림자가 공국의 영향력이 전혀 닿지 않는 땅에서도 그를 옥죄었다.
“마법사한테 저주받아서,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요! 나라고 좋아서 그 편한 생활 버리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 큽…!”
옆구리에 전해지는 충격에 카발리가 몸을 웅크렸다.
마린이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의 옆구리를 때렸다.
“많이 건방지다?”
“자, 잘못했어요.”
“했어요?”
“했습니다….”
무릎 꿇은 카발리가 고개를 들었다.
마린이 싸늘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카발리가 꿀꺽 침을 삼켰다.
카발리는 평생 주먹질 한번 해본 적 없다. 고향에서는 징세관인 아버지의 권위로 그에게 대드는 사람이 없었고, 고향을 나와서는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다.
“저주가 뭐지? 자세히 말해. 우리 어르신은 거짓말을 싫어해.”
마린은 도둑이 있는 방향으로 한 차례 시선을 주었다.
카발리가 마린 뒤에 있는 도둑을 발견하고는 몸을 흠칫 떨었다.
도둑의 몸은 반은 어둠에 가려져 있고, 반은 달빛에 드러나 있었다. 그의 미간을 중심으로 빛과 어둠이 정확히 갈라졌다.
도둑의 두 안광이 흐릿한 푸른색을 냈다. 카발리는 얼음과 같은 차가움에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카발리는 확신했다.
저 사람이 이 땅의 지주다. 저런 사람도 지주가 아니라면, 세상에 지주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제가… 원래 좀 개판으로 살았습니다.”
“잡설이 길어.”
“길 가던 여자가 예뻐서 호위들에게 데려오라고 했더니, 그 여자가 마법사였습니다! 호위는 전부 불구가 되고 저는 나쁜 짓을 하면 죽을 정도로 고통받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그 마법사의 이름은?”
침묵하고 있던 도둑이 물었다. 그도 처음부터 끼어들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저놈에게 걸린 저주는 그도 아는 것이다.
저주는 수준 높은 마법이다. 저주를 만들 때 사람을 죽이려는 악의를 듬뿍 담아 만든다. 저주는 인간 악의의 집속이다.
착하게 살아야 하는 저주 같은, 의미 불명의 저주를 만들고 익히는 별종은 도둑의 기억에서 한 곳뿐이다.
“몰라?”
“아뇨! 압니다! 마리나! 마리나 실라나티엘이라고 했습니다!”
실라나티엘? 그 이름을 당당히 쓰는 미친 인간이 있다고?
도둑이 생각하는 사이 마린이 말했다.
“그걸 증명할 방법은?”
“그… 제가 나쁜 짓을 하려고 하면….”
“해봐.”
“네?”
“해보라고. 뭐든지.”
카발리가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뾰족한 철 조각으로 마린을 찌르려 했다.
마린이 막기도 전에 카발리가 먼저 쓰러졌다.
카발리는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 채 머리카락이 뜯겨나올 정도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연기로는 보이지 않는다. 연기로 눈물을 줄줄 쏟아낼 수 있다면 그것도 능력이다.
잠시 후 그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 이게 증거입니다! 저는 진짜 휴고 님한테 일러바칠 생각이었습니다!”
“알았으니까, 다시 들어가 자라. 그리고 앞으로는 착하게 살고.”
도둑이었다. 앞으로 나온 그가 카발리를 일으켜 세워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말했다.
그 친절한 태도에 마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카발리는 공포에 질렸다.
“뭐 해, 안 가고?”
도둑의 말에 카발리가 달려서 건물을 벗어났다.
도둑이 마린에게 물었다.
“실라나티엘, 너도 아는 사람이냐?”
“네.”
“그놈도 알고?”
“성인님의 관계자도 있던데요. 제국 황족도 있고요.”
마린은 성인의 이름을 모른다. 하지만 알라실의 능력과 마르할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용사 일행의 관계자라는 건 확실했다.
교회 인물이며 용사 일행과 인연이 있을 사람이라면 한 명밖에 없다.
도둑이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야, 어디까지 알아?”
“소일라 므에실리고가 마왕이라는 건 알아요.”
“씨발. 내가 모르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야, 앉아. 그사이에 있었던 일을 들어야겠다.”
그가 놀고 있던 사이 서부는… 그놈 주변은 상당히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 된 모양이었다.
이러니 마르가 움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