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28
제128화
마린은 마르할을 만나고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그래봤자 그녀가 겪은 일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몇 개의 사건들을 도둑은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햐… 그게 다 1년도 안 돼서 일어난 일이라고? 뭐야, 너도 몰랐냐.”
“그러게요…?”
마르할과 재회하고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체감으로는 벌써 3년은 지난 것 같은데.
1년 사이 모든 일을 겪었다고 하니… 시간이 참 느리게 흐른다 싶었다.
“오늘은 들어가서 자라. 내일도 나뭇결은 세어두고.”
마린을 남겨두고 도둑이 뚫린 창문으로 뛰어나갔다.
멀쩡한 문을 두고도 창문으로 나가는 건 그의 습관이다.
도둑은 서쪽으로 걸었다. 가볍게 걷는 것처럼 보여도 그는 질주하는 말보다 빠르게 마을에서 멀어졌다.
마린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도둑의 소감은 황당함이었다.
마법사와 성인의 이름을 잇고 있는 자들이 서부에서 마르할과 만났다.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었다.
도둑은 그만큼 낙관적인 인간이 못 된다. 그리고 마법사와 성인으로 끝나는 일도 아니다.
도둑이 여기 있다. 그의 역사를 이을 예정인 제자도 서부에 있다.
이미 용사 일행의, 인외를 벗어난 인간 중 셋의 이름이 그놈 근처에 모였다.
“이럴 땐 그놈의 직감이 참 부러워.”
예지의 영역에 달한 바스타의 직감이라면 이게 무슨 일의 전조인지도 파악해냈을 것이다.
이미 한 번 마르할을 만나고 갔다고 하니, 현시점에서 큰 문제는 없다는 거겠지.
“나도 포기하련다.”
다른 놈들이 다 손 놓고 있는데 혼자만 걱정하는 것도 심력 낭비다.
공교롭게도 전부 여자이니, 이참에 못 즐겼던 청춘이나 즐기라지.
도둑이 마르할 나이에는 한창 귀족들의 집을 드나들며 비전과 돈을 훔치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었다.
마르할은 마족이 나타난 후에는 길잡이로 서부에 있었고, 마왕이 죽은 후에는 인외라 불리는 인간들의 비전을 배우느라 살인적인 나날을 보냈다.
기절하면 마르의 마법으로 깨우고, 몸이 망가지면 율란의 기적으로 고쳐가며 인간을 벗어난 놈들의 기술을 배우는 건, 힘에 미쳐 있던 젊은 시절의 자신도 도망칠 끔찍한 수련이었다.
그걸 버텨낸 그놈은 조금쯤 인생을 즐길 자격이 있다.
“빨리 기술이나 전수하고 도망가야겠어.”
여기 있다간 무슨 일에 휘말릴지 모르겠다.
옆에서 지켜보는 건 즐겁지만, 당사자가 되어버리면 도둑은 상당히 난처해진다.
자유로워 보여도 현재 그는 사람 한 명 죽이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입장이다.
되도록 복잡한 일에는 엮이지 않도록 처세하고 있지만, 세상에는 엮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들이 있다.
그런 일이 찾아오기 전에 잽싸게 도망가야지.
* * *
다음 날 새벽, 눈을 뜬 사람들이 하나둘 일터로 모였다.
정해진 작업 시간 같은 건 없다. 시간을 보는 시계 자체가 사치품이고 귀중품이다.
그냥 해 뜨고 앞에 있는 게 뭔지 보이면 일을 시작해 적당히 해 떨어질 때 일을 끝내는 게 잡부들의 일과다.
기약 없는 도시 재건과 달리 마린의 마을을 만드는 일은 하루 일감이 대강 정해져 있다.
사람의 숫자와 작업 속도를 보면 오늘은 어디까지 되겠다는 감이 잡힌다.
오늘도 휴고는 작업장에 나와 오늘 치 작업량을 계산하고 있었다.
부하 대부분은 도시에서 마약 제거 작업에 힘쓰고 있고, 겨우 빼낸 일부 인력도 도시 작업에 집중되어 여유가 없다.
마르할의 명령도 도시보다는 마린의 마을을 우선하라는 거였다. 그래서 매일 휴고가 직접 나와 작업 현황을 확인했다.
다듬어진 나무와 올라가는 건물을 보고 있는 휴고에게 한 청년이 다가왔다.
어딘가의 도련님으로 기억한다.
일을 그럭저럭 능숙하게 하지만, 피부가 덜 탔고, 손에 굳은살도 덜 잡혔다.
가출한 도련님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저, 휴고 님.”
“무슨 일이지?”
“제가 간단한 장부 업무는 볼 줄 압니다. 아버지는 징세관이셨고, 그래서 세금 걷는 법도 얼추 알고요.”
“그래서?”
휴고도 뉘테 출신이지만, 뉘테와 징세관은 세금을 거둔다는 점만 빼면 모든 게 다르다.
비슷한 일을 했다고 편의를 봐달라는 거라면 어디 한 군데 부러뜨려 황야에 던져둘 생각이었다.
“그… 여기 지주가 휴고 님한테 가서 이리 말하면 알아들을 거라 하셨습니다.”
휴고는 고개를 들고 마린을 찾았다.
지주 대리인이 빤히 있는데 지주를 사칭하는 미친놈은 없을 거고, 지주를 언급했다면 마린이다.
그녀는 며칠 전 갑자기 나타난 괴인에게 검을 휘두르며 오늘도 땅을 구르고 있었다.
괴인의 정체가 누군지 대강 알 것 같지만, 휴고는 굳이 괴인에게 다가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았다.
괴인이 그가 생각한 그 사람이 맞다면, 괜히 건드리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행동하다가 떠나길 바라는 게 좋다.
마르할이 없는 상황에서 저 남자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출세했군. 따라와라. 해야 할 일을 알려주마.”
“그… 꼭 드려야만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뭐지?”
“저는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 사정을 좀 봐주십사….”
“참작하지. 너, 이름은?”
“카발리라고 합니다.”
나쁜 짓을 못 하는 징세관이라.
본인의 역량은 둘째 치고, 따로 신뢰 확인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일꾼으로는 우량 매물이다.
‘헬라 할멈의 보조나 시키면 되겠군.’
전반적인 마을 관리는 헬라가 하고, 잡일이나 시키면 딱이다.
한결 줄어들 업무에 휴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 * *
쿠헬바와 함께 귀환하던 마르할은 중간 도시에 들렀다.
라일에게 특별한 일은 없었나 소식도 듣고, 도시 회복 상황도 확인할 생각이었다.
“물류 핵심지가 되는 도시 하나에 마약이 돌고 있단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예상보다 멀쩡한 것 같습니다.”
쿠헬바가 말했다.
수천 단위의 중독자가 발생하고 서부 물류에 이상이 생기는 중대한 사태였다.
서부 지주들 사이의 힘의 균형이 달라질 수도 있는 중대사였기에 쿠헬바도 최소한의 정보는 받아보던 일이었다.
마약을 풀던 범인들이 잡혔다는 것까지 듣고, 이후의 소식은 모른다.
쿠헬바가 보기에 도시는 마약중독자가 조금 많은 걸 빼면 다른 도시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기능 마비 직전까지 갔던 도시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실력 좋은 수녀를 고용했거든요.”
마르할이 보기에도 도시는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중독자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길을 다니는 마차의 숫자도 거의 원래대로 돌아왔다.
회생 불능까지 갈 뻔했던 도시를 살린 게 한 사람의 힘이라고 하면, 믿는 사람보다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율란 에고만, 성인의 이름을 잇고 있다고 하면 모두가 납득하겠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벗어난 사람의 이름이 가지는 가치는 그 정도다.
마르할은 알라실을 찾았다. 그녀를 찾는 건 간단했다.
마르할이 땅의 역사를 빌렸다. 바람이 소리를 더듬었다.
토지의 역사를 이용한 마법이 도시 전체의 소리를 마르할에게 전달했다.
마르할이 미간을 찌푸렸다. 눈치 빠른 쿠헬바가 반응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쉬기 전에 하나 확인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바람에 잡음이 낀다. 한 구역에 해당하는 부분의 내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커다란 잡음이 움직이고 있다.
마법을 차단하는 마법. 마법전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역사의 산물이다. 즉, 저 안에 있는 건 마법사다.
대마법전까지 가능한 전문가.
도시 안에서 방해 마법까지 써가며 움직이는 사람이 누구인지, 마르할은 도시 주인으로서 확인할 의무가 있다.
‘연금술인가?’
검은 손가락은 이미 모두 죽어 풍장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연금술 정보가 퍼져나가지 않았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연금술은 마르할에게도 매력적인 마법이다. 누가 보기에도 그럴 것이다.
금은 마법 실험의 재료로도 쓰인다. 연금술은 마법사라면 눈이 돌아가 달려들 마법이다.
잡음과의 위치가 가까워진다.
마르할은 잠깐 발을 멈추고 태세를 가다듬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쿠헬바도 표정이 굳었다.
마르할과 쿠헬바가 모퉁이를 돌았다. 그리고 잡음의 근원을 확인한 마르할이 눈을 깜빡였다.
베이올라와 같은 금발에 이목구비도 닮았다.
여자, 황족, 그리고 얼마 전 샤힐레가 했던 말.
제3 황녀, 네루 므에실리고. 잡음의 근원은 그녀였다.
그녀 옆에는 마리나도 있었다.
마르할의 귀로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실라나티엘… 실라나티엘…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들은 것 같단 말이죠. 빨리 딩켄이 와야 확인할 수 있는데 어디로 갔는지.”
“제 이름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보다 어디로 갈지 미리 말하고 움직이시면 안 됩니까.”
“싫어요! 자유야말로 제 근원! 누구도! 저 본인조차도 저를 붙잡아둘 수는 없답니다!”
“그건 그냥 병이 아닌지.”
마리나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모퉁이 뒤로 몸을 숨기려던 마르할은 네루와 눈이 마주쳤다.
네루의 표정 변화는 극적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며 손가락으로 마르할을 가리켰다.
“거기! 거기 남자! 꼼짝 말고 있으세요!”
안 그래도 화려한 옷차림으로 주변의 시선을 끌고 있던 네루다. 그녀가 소리치자 주변의 시선이 한 번에 마르할에게 집중되었다.
“도련님….”
“도망가면 괜히 의심만 사요. 가만히 있어요.”
마리나와 네루가 가까워졌다. 그녀 뒤에는 호위 기사도 있었지만, 대단한 실력자는 아니다.
싸움이 일어나면 대처할 수 있다.
그보다 마리나였다.
눈을 찌른 이후 마리나와 만나는 건 처음이다. 그녀는 한쪽 눈에 안대를 감았다.
마리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랜만입니다.”
“마리나는 잘 지냈어요?”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서로 아는 사이였나요?”
“서로 칼로 찌르고 불로 지지는 사이입니다.”
“마리나가 그런 취향이었다니! 괜찮답니다! 저는 부하의 성벽에 너그러운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작업 중에는 자제해 주시길!”
마르할은 네루 므에실리고를 모른다.
베이올라도 황족들의 정보는 자세히 모른다. 제국을 탈출하기 전까지 그녀는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네루를 처음 만난 마르할의 감상은 단순했다.
괴짜.
연관되면 아주 성가신 부류의 인간이다.
“마리나, 오해를 살 표현은 삼가줘요.”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전하가 오해할 것 같으니 하는 말입니다.”
반짝이는 눈빛을 보니 이미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귀족들이 특이 성벽에 관심을 보이는 건 흔한 일이다.
먹고살기 팍팍한 평민과 달리 귀족은 오락을 향유한다.
특히 가장 쉽고, 자극적이고, 또 가십으로 유효한 것이 성적 오락이다.
네루는 처음 성에 눈을 뜬 아이처럼 반응했다.
자주 접했으면 익숙해졌을 테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황족 앞에서 성적 농담을 하는 사람은 없었겠지.
“거기, 제가 밥을 사겠어요. 제가 누군지 안다면, 거절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겠죠!”
네루가 가슴을 펴며 말했다.
쿠헬바가 식은땀을 흘리며 마르할에게 시선을 보냈다.
“거기 못생긴 분도 따라와요! 저는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
졸지에 빠지지도 못하게 된 쿠헬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주로 흉측해진 얼굴 탓에 표정을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마르할은 그가 울상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