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29
제129화
도시의 상태를 확인할 겸 들렀는데 황녀를 만났다. 그리고 황녀와 식사까지 하게 되었다.
마르할은 네루와 함께 식당으로 왔다.
물류 이동에 모든 게 집중된 도시에서 그나마 고급 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다.
네루는 몇 번 식당에 왔었던 건지, 가게 점원은 그녀를 보자마자 주방으로 들어갔다.
네루는 호위를 입구에 세워두고 가장 큰 식탁에 앉았다.
“다들 앉도록 해요. 저는 자잘한 격식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니 편하게 행동해도 좋아요.”
네루 반대편에 앉으려는 마리나를 향해, 네루가 자기 옆자리 의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마리나는 이쪽이에요.”
마리나는 벌레 씹은 얼굴로 네루 옆자리에 앉았다.
황족 앞에서 대놓고 표정을 찌푸려도, 네루는 개의치 않는 기색이다.
네루가 그런 성격인 걸 아니 마리나도 표정을 드러냈겠지.
짧은 시간 어지간히 그녀에게 시달린 듯했다.
마르할이 네루의 반대편에 앉았고, 쿠헬바도 마르할의 옆에 앉았다.
네루가 다짜고짜 말했다.
“당신, 제 아래로 들어오세요.”
“제가 누군지 알고 그러십니까.”
“몰라도 돼요. 제 감이 맞다고 하면 맞는 거니까요!”
“진심으로 하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진심이에요. 아니면, 옆의 당신은 어때요? 그 외모로 많이 차별받아 왔죠? 저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랍니다! 능력만 있으면 정당한 보상을 줄 것을 약속하죠!”
쿠헬바는 약간 당황했다. 쿠헬바의 외모가 바뀌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그 기간 대부분을 황야에서 보냈다. 도시에 들어와서 혐오스러운 시선을 받긴 했지만, 직접적인 차별은 당한 적 없다.
“황송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둘 다 거절인가요? 제가 누군지 알고도 거절한다는 건가요? 정말로?”
막무가내다. 경계심을 자극하려고 그녀가 황녀라는 걸 안다는 티를 냈더니, 오히려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희가 더 당황스럽군요. 전하의 직속 부하라면 저희 같은 무지렁이보다 훨씬 학식이 뛰어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또 저희 같은 사람을 들이면 기존에 있던 부하들이 반발할 겁니다.”
마르할은 지극히 논리적인 수단으로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는 말이 통하지 않는 괴짜였다.
“제 마음이에요. 제 부하라면 모두 제 기분을 따라야죠.”
“…황제가 되려면 감성보다 이성을 우선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걸로 압니다.”
“저는 이성적이랍니다. 제 감으로 한 일은 대부분 저에게 이득을 주었어요. 그러니 이건 이성적 판단이죠!”
네루 옆에 앉은 마리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포기하라는 뜻이다.
마르할도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전하의 제안은 기쁘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한 번으로 영입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러니 괘념치 않아도 좋아요! 오히려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마음에 드는군요!”
아니, 그 뜻이 아닌데.
마르할은 입을 열려다가 다시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저 황녀는 들어먹지 않을 테니까.
마침 식사가 나왔다.
십여 가지 음식이 한 번에 식탁 위에 차려졌다.
네루가 호쾌하게 말했다.
“자, 들어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격식 따위에 집착하지 않으니 편히들 먹어요!”
“감사합니다.”
마르할이 눈치를 주자 반쯤 넋을 놓고 있던 쿠헬바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닭의 속에 야채를 채운 통구이와 여러 향신료를 뿌린 채소들, 그리고 쌀과 밀을 이용한 간단한 한 끼 식사용 음식까지.
마르할도 몇 번 와봤던 식당으로 음식 맛은 보장되어 있다.
마르할은 고의로 모든 예법을 어기며 용병처럼 식사했고, 마르할 반대편에 있는 네루는 왕족답게 우아하게, 그러나 느리지는 않은 속도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갔다.
마르할은 옆에서 제국 귀족식 예법으로 식기를 들고 있는 쿠헬바에게 눈치를 주려다가 그만두었다.
므에트 제국식 예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서부를 찾아보면 드물지 않다.
바체아 제국식 예법만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그녀와는 어떤 관계이십니까?”
마르할이 네루에게 물었다.
입에 있던 음식을 삼키고, 물로 한 번 입을 행군 다음 네루가 입을 열었다.
“그녀 또한 영입 대상이죠! 본인이 한사코 거절하고 있지만, 영입하고 말 거예요!”
“그녀가 누군지는 아십니까?”
“연합 최고, 서부 최고의 마법사라면서요. 실로 저의 부관에 어울리는 인재입니다!”
아까 거리에서 중얼거리던 말에서 짐작은 했지만, 그녀는 마리나가 누군지 정말 모르는 듯했다.
황족이라면 실라나티엘의 이름 정도는 알아낼 권한이 있다.
베이올라와 레벨라는 마르의 이름만이 아니라 율란의 이름도 안다.
그녀의 무지는, 그냥 그녀가 알려고 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그녀가 찾던 딩켄이라는 사람이 원래 그녀의 책사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잠깐, 거기. 이리로 와보세요.”
네루는 멀뚱히 한쪽 벽에 서 있던 점원을 호출했다.
마리나의 마법으로 중요한 단어는 들리지 않았겠지만, 네루가 평범한 신분이 아니라는 건 척 보면 나온다.
식당 음식이 나쁘진 않지만, 진짜 귀족들이 먹고 만족할 맛도 아니다.
점원이 긴장한 얼굴로 다가왔다.
“며칠 전에 왔을 때랑 음식이 많이 달라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죄, 죄송합니다! 당장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점원이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금방 다시 나왔다.
점원이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요 며칠 신선한 재료를 구하는 게 힘들어졌다고… 음식 맛이 변할 정도라면 돈은 안 받겠다고, 용서해 달라고 주방장님이 그러십니다.”
“식재를 구하기 힘들다고요? 여기서요?”
네루의 마지막 한마디로 마르할은 그녀를 다시 봤다.
그녀의 말은 핵심을 꿰뚫었다.
여기는 경계에서 들어오는 온갖 물자가 지나가는 중간 지점이다.
오가는 물건의 종류만 보면 경계 도시보다 가짓수가 많다.
고급 식당이라면, 단골 거래처도 몇 개는 가지고 있을 텐데, 식재 공급이 힘들다는 건 이상하다.
“주방장과 대화하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점원이 다시 주방으로 뛰어갔고, 이번에는 주방장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와 함께 나왔다.
네루 앞에서 주방장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를…!”
“트집 잡으려고 부른 게 아니에요. 식량을 구하기 힘들다는 게 진짠가요?”
“정말입니다. 아홉 살부터 불 앞에 선 제 자존심을 걸고 거짓 하나 없는 사실입니다. 진짜입니다. 믿어주십쇼.”
“왜죠?”
“저 같은 요리사가 뭘 알겠습니까. 그냥 식량을 다루는 상인들이 하나같이 재고가 없다니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용서를…!”
“고개를 드세요, 주방장. 당신 음식은… 맛있다곤 못해도 먹을 만했어요.”
“가,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칭찬에 주방장이 머리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였다.
“음식값은 지불하죠. 남은 음식도 빨리 내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주방장이 주방으로 들어갔다.
네루가 입구에 있던 호위를 손짓으로 불렀다.
“짐은 얼마나 들어왔죠? 상회 이전은요?”
“반 정도 이전이 끝났을 겁니다.”
“상회랑 가용 가능한 인력 모두에게 명령이에요. 귀금속을 제외한 잡다한 물건을 전부 버리고 식량으로 꽉 채워서 들어오라 하세요.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호위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식당을 나갔다.
“식량이 부족하리라 예상하시는 겁니까?”
“맞아요. 정확히 봤군요!”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감입니다! 어쩐지 그럴 것 같았거든요!”
“그… 정확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렇습니다! 걱정 마시길! 제 감은 여태 딱 한 번 틀렸습니다. 으으… 그 화재는 대체 뭐였는지….”
기세 좋게 소리치다가 혼자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게 마르할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거짓말하는 기색이 아니다. 정말 감으로 그런 판단을 내렸다고?
서부는 늘 식량이 부족하다. 관리를 잘못해 식량이 상한 게 아니라면 일단 손해는 보지 않는다.
그래도 물건을 버리면서까지 식량을 사라고 명령하고, 그 이유가 감이란다.
음식이 마저 나오고, 그릇이 듬성듬성 비었다.
네 명이 열 그릇이 넘는 음식을 전부 먹는 건 무리였다.
손수건으로 입을 닦은 네루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제 아래로 들어올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인재에게 출세를 위한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답니다!”
네루가 식당을 나갔다.
“마리나는 안 가도 돼요?”
“잠시라면 괜찮습니다.”
“그거, 대체 뭐예요?”
마리나는 마르할이 무얼 말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녀도 그것에 호되게 당했고, 말리바 리시는 목줄까지 잡혔다.
“네루 황녀는 운이 좋습니다. 무슨 행동을 하든 대부분 그녀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황족이라면 이해 못 할 능력은 아니네요. 그래서요?”
천재라 불리는 황족만 셋이다.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완숙한 마법사와 기사를 압도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황권 계승에 유력한 네 번째 주자로 꼽히는 네루 황녀도 특이한 능력이나 재능이 하나 있어 이상할 건 없다.
“이건 아직 가설입니다.”
“마리나의 가설이면 이미 정설이죠.”
“행운을 불러일으키는 건 그녀의 행동입니다. 운이 따르려면 상황이 만들어져야 하죠. 기사나 마법사가 그녀의 접근을 미리 알아차리면, 그녀의 행동에 대응할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네루 황녀는 대부분의 기척 감지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게 뭐예요?”
“제가 묻고 싶습니다.”
듣는 마르할이나 말하는 마리나나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기척이 잡히지 않는다?
마르할도 처음 듣는, 마르와 도둑도 호기심을 보일 기괴한 신비다.
“말리바 리시의 지지 선언도 그것 때문이겠네요.”
“당신한테 찔리고 돌아가 말리바 리시와 만나고 있을 때 네루 황녀가 들이닥쳤습니다. 하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요.”
“그녀라면 황제에게 직접 편지를 보낼 수 있죠.”
중요한 의사 타진은 못 하겠지만, 말리바 리시는 무려 황제의 이름을 사칭했다.
정말 그런 명령이 있었는지 편지로 물어보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말리바 리시는 죽지 않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
“가 봐야겠습니다. 일단 저도 호위니까요.”
“그것도 연합 명령?”
“맞습니다. 제국 측 인사가 다 달라붙는 바람에 거절도 못 하게 됐죠.”
자리에서 일어난 마리나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네루 황녀와 경쟁해서 좋을 게 없을 겁니다. 그녀의 운은 마법이나 역사로 해명되지 않는… 진짜 신비의 영역이니까요.”
“참고할게요.”
마리나가 가게를 나갔다.
드디어 입을 열 환경이 마련된 쿠헬바가 마르할에게 물었다.
“도련님, 이제 어쩌실 겁니까?”
“예정대로 움직여야죠. 당장 고민해서 답이 나올 일이 아니잖아요? 저희도 일어나죠.”
“알겠습니다.”
황녀의 식사 초대를 거절할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어울렸지만, 마르할과 쿠헬바도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다.
* * *
마리나는 금방 호위와 함께 걷고 있는 네루를 따라잡았다. 잠깐 사이 사고라도 있었던 건지 근처에 깔끔하게 몸이 양단되어 죽은 시신이 있었다.
본인 말대로 네루는 황족치고 격식을 많이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
사고가 있었다면, 아마 죽은 사람들 잘못이다.
“왔군요, 마리나. 마침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제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답하겠습니다.”
네루는 시신을 보고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그녀는 전쟁으로 제국을 이룬 므에실리고의 핏줄이 맞다.
“그 남자의 이름을 못 들었어요! 영입하려는 사람의 이름도 모르다니, 통한의 실수입니다!”
“마르할입니다. 옆에 있던 남자의 이름은 저도 모릅니다.”
“마르할. 그게 전부인가요? 뒤에 성도 없이?”
“귀족 출신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그건 연합에서도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사실 귀족보다 더 대단한 과거를 가진 남자다.
무려 용사와 함께 서부를 가로질렀던 용사 일행의 일원이니까.
그걸 그녀가 말해줄 이유는 없다.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싶다.
마침 후원자에게서 현 상황을 유지하라는 답까지 들은 참이다. 명분까지 챙긴 그녀는 거짓말에 거리낄 것이 없었다.
* * *
밤이슬은 동쪽으로 향했다.
작은 제국은 근처에 산도 몇 개 있고, 그나마 푸른색이 있지만, 서부 전체가 황량한 편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건 동부로 들어서면 더욱 실감 난다.
눈에 보이는 초록색의 양이 다르다.
숲과 산이 곳곳에 보이고, 겨울이 가까워도 여전히 푸른 녀석들도 많다.
밤이슬이 한 숲으로 들어갔다. 안쪽까지 들어오는 사람이 잘 없는 인적 드문 숲이다.
숲 안쪽으로 쭉쭉 들어가던 밤이슬은 본 적 있는 장소에서 멈췄다. 그가 이 숲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숲의 경치는 그의 기억에 있다. 경치만이 아니다.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안다.
밤이슬이 나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는 미래를 보는 마법이지만, 그것 말고도 그에게는 다양한 마법이 있다.
역사를 쌓고 분석하는 학문인 마법과 미래를 보는 그의 마법은 상성이 좋다. 그는 신비 추적자 안에서도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마법사다.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던 밤이슬은 말발굽 소리에 눈을 떴다.
피투성이의 여인이 말 위에 엎드려 고개만 들고 있다.
눈동자는 검게 물들었고, 칼집도 없이 옷에 대충 걸쳐둔 검은 여기저기 이가 나갔다.
“넌 뭐야?”
“여기 있다간 추적자들에게 잡히고 말 겁니다.”
“넌 뭐냐고.”
여인이 말에서 내렸다. 날카로운 살기가 밤이슬의 목을 찔렀고, 거뭇한 연기가 여인의 검을 감쌌다.
“우선 이성부터 찾아야겠군요.”
땅을 타고 푸른 번개가 퍼져나갔다. 번개는 땅 위로 솟아올라 십여 마리의 늑대가 되었다.
“마법사?”
“밤이슬이라고 합니다.”
“기사 레벨라.”
‘이름을 댈 정도의 정신은 남아 있군.’
밤이슬에게는 좋은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