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마린이 마을을 만드는 동안 베이올라는 스트레킬과 마르할의 개척촌에 남아 수련을 계속했다.
실력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였다.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베이올라는 순수하게 좋아하지 못했다.
그녀가 매끼 먹는 음식이 그 원인이다.
삶에 식사가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다. 최근 그녀는 머리로만 알던 지식을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베이올라 앞에는 고기가 있다.
평범해 보이는… 그러나 실상은 도축 후 핏물 제거도 안 한 고기다.
커다란 덩어리에서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육즙 따위가 아닌 진짜 핏물이다.
단검으로 고기를 자르며, 베이올라가 괜히 물었다.
“피 공포증은 언제 나아질까.”
“반평생 넘게 함께한 질병이다. 단기간에 나을 거라는 기대는 버려라. 우리 유파의 수련을 꾸준히 하면 몇 년. 그게 아니면, 특별한 역사로 지우는 수밖에.”
“역사로? 그게 가능해?”
“나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건 알 텐데.”
그야 불가능하지는 않겠지.
하늘을 가르고 땅을 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 비하면 그녀의 병은 사소하다.
하지만 가능하다는 걸 알아도 실천하는 법을 모르면 무의미하다.
스트레킬의 말대로 꾸준한 수련만이 답이다.
베이올라는 역사로, 업으로 피 공포증을 치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린 업이다. 그걸 다시 뒤집으려면 그만한 사건이 필요하다.
그건 이쪽에서 사절이다.
“레벨라, 언제 올까.”
발전 없는 자신을 보고 있으면 레벨라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레벨라가 없었다면 그녀는 본격적인 황권 다툼이 시작되고 일주일도 버티지 못해 다른 누군가에게 죽거나 그보다 더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
“확실히, 조금 늦는군.”
서부에서 제도까지의 거리는 멀다. 하지만 홀몸의 기사가 최대한 빨리 움직이면 이미 서부로 돌아오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본인이 오지 못했다면, 최소한 편지라도 도착했어야 한다.
“최악을 가정해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잔인하지만 직시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베이올라가 우울한 얼굴로 핏물 흐르는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한 입 베어 물자 끔찍한 누린내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 * *
번개로 된 늑대가 레벨라에게 달려들었다. 레벨라도 물러서지 않고 늑대를 향해 달렸다.
레벨라가 검은 연기를 감은 검을 휘두르자 번개로 된 늑대가 잘려 나갔다.
늑대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늑대들의 공격에 레벨라가 뒤로 물러났다.
레벨라의 손이 옷 안으로 들어갔다. 늑대 한 마리가 밤이슬의 앞으로 뛰어들었고, 늑대의 몸에 단검이 박혔다.
마법은 다양한 역사를 쌓고, 연구한다.
밤이슬의 마법은 미래를 본다.
잘못된 미래를 미리 보는 것만으로 마법을 배우는 효율이 달라진다.
조금 특별한 힘을 손에 넣은 기사 한 명으로는 밤이슬을 막을 수 없다.
싸움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늑대 한 마리가 레벨라의 허벅지를 물었다.
번개로 된 늑대는 그녀에게 이빨 자국을 남기는 대신 그녀의 허벅지 근육을 마비시켰다.
기동력을 잃은 레벨라의 발이 멈췄다. 그때를 노린 늑대들이 사방에서 레벨라를 물어뜯었다.
팔, 다리, 옆구리, 목까지 물린 레벨라가 땅에 쓰러졌다.
밤이슬은 간헐적으로 떨리는 그녀를 들어 말 위에 올렸다. 그리고 말을 끌고 숲에서 벗어났다.
* * *
레벨라는 전신의 고통과 함께 눈을 떴다. 그녀는 말 위에 짐짝처럼 걸려 있었다. 그녀 앞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말의 고삐를 잡고 걸어가고 있다.
“누구?”
“당신의 아군입니다.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군요.”
레벨라는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에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올렸다.
그녀를 쫓아오는 사람들과 추격전을 벌였다.
정확한 이유는 레벨라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니 쫓기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추격자들의 대화로 미루어보아 그녀가 사람을 죽인 모양이었다.
“검은 눈을 가진 살인귀가 있다는 소문입니다.”
“그 살인귀는 몇 명이나 죽였죠?”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뭐, 죽은 사람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무고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흔히 있는 사소한 시비라는 것 같습니다. 시비 대상은 작은 용병단이었고요.”
되도록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움직였고, 정신을 되찾았을 때만 최대한 빠르게 말을 바꾸었지만, 그래도 우려하던 사태가 터진 모양이다.
레벨라는 남자의 말을 모두 믿지는 않았다.
듣기 좋은 말로 그녀를 꼬드기려는 수작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마을에 들어가 학살을 벌이지는 않았다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기는 했다.
숲을 빠져나오자 두 마리 말이 나무에 묶여 있었다.
밤이슬은 말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어 하나를 레벨라에게 건넸다.
“지구력으로는 경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명마입니다. 밥만 잘 먹이면 개척촌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누구죠? 그 사람의 지인인 것 같지는 않군요.”
“같은 목적을 향해 달리는 사이라고 해두죠. 그리고 이거.”
밤이슬이 목패 하나를 레벨라에게 던졌다.
목패가 손에 닿는 순간 찌르르 울리는 전기에 레벨라는 목패를 놓칠 뻔했다.
“마족 침공 당시 최전선에서 싸우던 기사들에게 지급되던, 안개의 오염을 막는 유물입니다. 추가로 제 마법도 조금 담았으니, 침식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녀의 상태는 어떻게 알고, 또 이런 물건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묻고 싶은 게 많다.
그러나 여기서 레벨라가 할 말은 하나였다.
“잘 쓰겠습니다.”
목패에는 줄이 달려 있었다.
레벨라가 목패를 목걸이처럼 목에 걸었다.
그리고 밤이슬이 준 새로운 말을 타고 달렸다.
레벨라가 무사히 멀어지는 걸 확인한 밤이슬이 자신의 말에 올라탔다.
“한시름 놓았나.”
밤이슬이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물병을 열고 땅에 물을 뿌렸다.
땅에 작은 물웅덩이가 생겼다.
혼탁한 물에서, 마법사는 미래를 읽었다.
* * *
알라실과 라일을 만나 인사를 하고 도시를 떠난 마르할은 드디어 개척촌에 도착했다.
“여기가 도련님의 마을입니까?”
“맞아요.”
“과연, 중구난방인 다른 마을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쿠헬바는 전직 외교관이며 지주였고, 또 그 이전에는 오동나무 뿌리 소속 전문 첩보원이었다.
도시나 마을 구조를 파악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쿠헬바는 마을 외관만 보고 마을의 전체 그림을 대강 그릴 수 있다.
“대부분의 지주는, 심지어 한때 땅을 가졌던 귀족 출신 지주들마저 건물만 쌓아두면 그게 마을이 되는 줄 알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맞아요. 마을이 발전하려면, 건물 하나에도 의도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목책도 세우지 않았고요.”
서부에서 방벽으로 가장 많이 세우는 게 목책이다. 하지만 목책은 불에 잘 타고, 외부인의 유입을 막기만 한다.
반대로 방벽이 없으면 어떤 식으로든 외부인이 유입된다.
설령 범죄자라도 말이다.
다른 마을에서 도망친 범죄자도 마르할의 마을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마을에 온 손님이고, 일꾼이다.
“들어갈까요. 중요한 사람들의 얼굴은 익혀둬야 하니까요.”
마르할이 쿠헬바를 끌고 처음으로 간 곳은, 역시 에나의 잡화점이었다.
파푸란의 용병 길드도 마을 상황을 확인하는 데는 좋지만, 역시 전체적인 상황을 보려면 에나한테 가는 게 최고다.
잡화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에나가 한가롭게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왔냐?”
“에나, 가게 망했어요? 올 때마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은데요.”
“일과 시간에 오는 사람이 나쁜 거지. 이 시간에 한가한 사람이 너 같은 한량 말고 더 있어?”
“그것도 그래요.”
상점이 제일 바쁜 건 사람들이 일하러 나가기 직전인 새벽과 일이 끝난 직후인 저녁이다. 그때 말고 오는 손님은 마르할같이 자유로운 용병이나 비슷하게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 정도다.
“뒤에 그놈은 또 뭐야. 전염병이라도 걸렸어?”
“비슷해요. 쿠헬바, 인사해요. 이쪽은 에나. 실질적인 제 대리인이에요.”
“쿠헬바입니다.”
“근육도 없고, 배까지 나온 게 일하다 쓰러지는 거 아냐?”
“괜찮을걸요. 아마도?”
“운동하겠습니다.”
쿠헬바가 말했다.
얼굴이 못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스스로 선택한 얼굴이라는 변명이 되지만, 몸과 체력은 방탕하게 보낸 과거의 산물이다.
“특별한 일은 없죠?”
“다른 지주가 몇 번 작업을 치려고 한 적은 있었다. 전부 조셉 영감의 검에 썰려 나갔고. 갑자기 나서는 걸 보면, 역시 저번 축제 때문일 거야.”
축제 이후 마을을 향한 공격이 거세지리란 예상은 했다. 그래도 아직은 큰 탈 없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마르할이 놀란 건 따로 있다.
“조셉이 나섰어요?”
“아니, 그냥 마장을 건드리려다 뒈졌어.”
“마을 마장이 크긴 하죠.”
말 수백 마리가 들어가는 마장은 인근에서는 최대 크기다.
악의를 가지고 마을에 손해를 입히려면 마장을 건드리는 게 제일 효과가 좋긴 하다.
말은 마을의 식량이고, 자산이며, 발이다.
마장의 크기가 큰 마르할의 개척촌은 마장이 공격받았을 때의 피해도 크다.
“식량은 어때요?”
“그것도 있었지. 축제로 소모한 식재가 보충이 안 돼. 다른 쪽에서 방해하는 게 아니라. 식재값이 전체적으로 올랐어.”
“라일도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웃돈 주고 사도 되니까, 보존식 위주로 최대한 모아줘요.”
에나가 뜨개질을 멈췄다. 그녀의 왼쪽 눈썹이 살짝 아래로 내려왔다.
“문제가 생겨도 하필 식량이냐? 휴고가 직접 수입하는 건?”
“힘들죠. 지금 하는 일도 있는데. 서부로 들어오는 식량은 관리도 심하게 받고요.”
밀수에도 한 발 걸치고 있는 마르할은 필요 이상으로 눈에 띄는 일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감시가 심한 품목인 식량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건 사정상 힘들다.
“얼마나 버틸 것 같아?”
“그건 에나가 더 잘 알지 않아요?”
“말을 모두 잡아먹으면, 마을은 1년도 넘게 버텨. 하지만 우리만 버티면 다른 놈들이 가만있겠어?”
“무력은 넘치도록 있으니 괜찮아요. 에나는 식량 쪽에 집중해줘요.”
“카리안한테 한 번 가봐. 그놈 창고도 꽤 커졌으니까, 괜찮은 정보가 있을지도 몰라.”
“조언 고마워요.”
잡화점을 나온 쿠헬바가 마르할에게 물었다.
“저분은 어디 출신 기사입니까?”
“기사는 아니에요. 남편이 기사였죠.”
“하지만 분명….”
그 신체는 기사의 몸과 비슷했다.
초인은 못 되어도, 전문적인 훈련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몸이다.
“제가 말할 이야기는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마르할과 쿠헬바는 용병 길드 앞에서 스트레킬과 베이올라를 만났다.
“어째 나갔다 올 때마다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나는 기분이군. 그것도 재능인가?”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좋잖아요. 둘이서 용병 길드에는 웬일이에요? 일이라도 받게요?”
베이올라는 일단 용병 길드 인명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소한의 신분 증명이지만, 본인이 원하면 용병 일도 할 수 있다.
“아니, 부른 건 저쪽이다. 할 말이 있으니 와달라더군.”
에나가 마을에서 돈과 물건을 주로 관리한다면, 파푸란은 사람을 관리한다.
그가 스트레킬을 불렀다면, 그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일단 들어가 보죠.”
용병 길드 안쪽에는 십여 명의 술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자주 보이는 얼굴은 아니다.
축제와 도시 재건으로 모인 용병들이다.
고용할 사람도 없어 직접 술을 나르던 파푸란이 마르할을 보고 반색했다. 그는 술잔을 대충 용병들의 탁자에 던져두고 다가왔다.
“마침 잘 왔다.”
“무슨 일이에요?”
“우선 이거부터 봐.”
파푸란이 의뢰 접수원 자리 안쪽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오늘 새벽에 들어온 거야. 여기까지 왔으면 남쪽 끝이나 북쪽 끝을 빼면 서부 전체에 퍼졌다고 봐야지.”
파루란이 내민 건 수배서였다.
생사를 묻지 않음. 현상금은 공국 금화 10개.
스트레킬 옆에 있던 베이올라의 몸이 굳었다. 그녀의 머리가 새하얘졌다.
“원판하고 꽤 다르긴 한데, 이거 마을에 있던 그 아가씨 맞지?”
수배서에는 레벨라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