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베이, 베이!”
베이올라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마르할이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아요.”
“…안 괜찮아.”
평소라면 폐를 끼치기 싫어 괜찮다고 말하겠지만, 그럴 여유조차 부리기 힘들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잠에서 막 깬 것처럼 정신이 멍하다. 그리고 두통도 있다.
레벨라는 그녀에게는 분에 넘치는 호위였다.
황제가 차기 황권을 바체아 제국의 역사에 걸기 전까지 누구도 그녀가 황제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벨라는 그녀에게 왔다. 베이올라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한 가능성을 보고 베이올라의 호위가 되었다.
레벨라가 그녀의 호위가 되고 베이올라의 삶은 극적으로 변했다.
최신 유행을 따라 옷과 화장품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최소한의 외부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레벨라는 베이올라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또 그녀가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대신 해주었다.
베이올라가 서부로 올 수 있었던 것도 레벨라 덕분이다. 레벨라가 없었다면, 그녀는 황족 중 한 명에게 잡혀 고대 제국어나 해석하는 신세로 전락했을 것이다.
레벨라의 목숨이 위험하다.
상상만으로 심장이 뛰고 가슴이 죄어온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파푸란. 수배서만 달랑 온 건 아니죠?”
“일단 수배 이유도 같이 오긴 했어….”
“뭔데요?”
“마을을 습격해 용병 십여 명을 죽였고, 총 피해자가 백여 명에 달하는 흉악한 살인마. 그리고 이게 진짠데….”
파푸란이 목소리를 낮췄다.
“전투를 시작하면 눈이 검어지고 검에도 검은 안개를 두른다는 모양이야.”
“마족 같네요.”
“그래, 그거지. 백 명을 죽인 살인마? 아무래도 좋아. 서부에 인간 백정이 한둘이야? 마족 전쟁과 연합 전쟁, 둘 중 하나라도 현역으로 뛰었다는 놈들 까보면 마족이든 사람이든 백 단위로 죽인 사람이 수두룩해. 그놈들 다 수배해 죽여? 아니잖아?”
“그렇죠.”
“나만 해도 현상 수배 대상이군.”
스트레킬이 죽인 사람의 숫자는 백 명이 넘는다. 마족이 되어버린 인간을 죽인 것까지 따지면 천 명도 넘을 것이다.
마르할도 손에 제법 피를 묻혔다. 마르할이 죽인 사람 중에는 귀족과 유명인도 있다.
하지만 스트레킬도 마르할도 멀쩡히 잘만 돌아다닌다.
“몇 달 전에 마족이 부활했다며 말이 많았잖아. 그거 때문에 길드 쪽에서 마족 관련으로 시끄러워. 마족 탐색 의뢰가 땅끝인 여기까지 도착한다고. 거기에 마족을 연상하는 힘을 쓰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아마 경계 쪽 길드 지부들은 꽤 시끄러울 거야.”
마르할이 습격한 유렐의 마차에서 나온 마족과, 그 마족이 계기가 되어 나타난 역천의 거인. 그리고 잠시 제약이 풀린 마르할이 가른 하늘.
모두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마족과 용사의 흔적을 찾는다는 사람이 지금도 꾸준하다.
마족에 대한 경계는 용사가 마왕을 죽인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마족이 된 인간, 가스터가 마을 몇 개를 습격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적도 있으니, 공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분일 것이다.
“잡혔다는 소식은 없죠?”
“잡히는 순간 서부에 소문이 쫙 퍼질걸. 여러 용도로 써먹기 좋잖아?”
마족의 잔당을 사냥했다며 명예를 손에 넣거나, 시신을 마법사에게 팔아먹거나, 조금 더 나가면 마족이 진짜로 부활했다는 핑계로 군대를 조직할 수도 있다.
진짜 마족이 맞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권력자들에게 필요한 건 늘 명분이고, 마족과 비슷한 힘을 쓰는 살인귀는 만능의 명분이다.
“그럼 됐어요.”
마르할이 계산을 마쳤다.
레벨라는 뛰어난 기사다. 쉽게 잡혀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기인이 많은 서부에서 그녀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른다.
“베이.”
베이올라는 손이 새하얗게 되도록 강하게 주먹을 쥐고 있다.
초인의 악력에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뚝뚝 흐른다. 잠깐 사이 그녀의 얼굴과 목덜미에는 식은땀이 가득하다.
마르할의 부름에 베이올라가 고갤 돌렸다. 그 작은 동작도 그녀에게는 힘겨워 보였다.
“어떻게 하고 싶어요?”
“제국에서, 그리고 레벨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스트레킬. 어떻게 생각해요?”
“슬슬 실전이 필요하던 참이다. 현상금을 노리는 놈들과 싸우다 보면 실전 경험도 쌓이겠지.”
베이올라에게는 되도록 많은 실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실전을 경험시키는 게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실전 중의 방심은 죽음으로 직결된다. 피 공포증이 있는 베이올라에게 실전 중에 방심하지 말라는 건 가혹한 주문이다.
하지만 실전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
“쿠헬바, 아쉽게도 여기서 헤어져야겠어요.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서 휴고한테 제 이름을 대면 할 일을 알려줄 거예요. 말은 마을 끝에 마장이 하나 있어요. 거기 주인한테 가서, 알죠?”
“도련님의 이름을 말하면 됩니까?”
“맞아요.”
쿠헬바가 꾸벅 인사를 한 번 하고 용병 길드를 나갔다.
“우리도 움직일까요.”
세 사람이 용병 길드를 나갔다.
길드 지부에는 용병들이 남았다.
마르할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 사람이 슬그머니 일어나 길드를 나갔다.
‘하여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이 참 많아.’
목소리를 줄인다고 줄였지만, 귀가 좋은 용병이 있다면 듣지 못할 거리도 아니다.
마르할의 능력이라면 목소리를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과하게 의심을 산다.
“알아서 하겠지.”
전신 갑옷을 보고도 일을 꾸민다면, 능력에 자신이 있는 놈들일 것이다.
하지만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를 무력화할 수단을 가지고 있어도 마르할을 어찌할 순 없다.
파푸란은 뒤편에 있는 창고에서 커다란 맥주 통을 꺼내왔다.
싸구려 맥주지만, 지하에 있던 물건이라 내용물은 차갑다.
새 맥주를 본 용병들이 미지근한 맥주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다시 술을 주문했다.
파푸란은 시큰거리는 허리를 두드리며 한숨을 쉬었다.
“사람 한 명 고용해야 하나.”
마르할보다는 최근 아프기 시작한 관절과 많아진 일거리가 더 걱정인 파푸란이었다.
* * *
마장에는 평소처럼 조셉이 말을 돌보고 있었다.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십여 개의 엉성한 창고와 제대로 만들어진 몇 개의 창고가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쿠헬바가 탄 말이 달려 서쪽으로 사라졌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마장 일은 어때요?”
“똑같습니다. 다만, 말을 먹일 사료가 조금 모자랍니다.”
“말들 혈통은 확인해 봤어요?”
“전부 중부와 서부 말입니다.”
베이올라는 황실 혈통이라는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초인의 신체를 가졌다.
혈통에 쌓이는 역사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말에도 혈통이 있다.
명마의 자식이 명마인 건 말해 입만 아픈 사실이고, 마족과의 전쟁, 그리고 황폐해진 서부를 살아가는 말들은 동부의 말과는 약간 다르다.
서부와 중부 말들은 다른 지역 말보다 소화 효율이 높다. 더 적게 먹고, 동부 혈통 말과 비슷하거나, 더 많이 활동한다.
황량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말들이 쌓은 역사의 산물이다.
“개체 수는 어때요?”
“유사시 필요한 양보다 많긴 합니다.”
“도축해서 보존식으로 만들죠. 자세한 건 에나한테 말하면 될 거예요. 그리고 말도 두 마리 내줘요. 속도보다는 오래 달릴 수 있는 놈으로요.”
“알겠습니다.”
조셉이 울타리 안에서 말 두 마리를 끌고 왔다. 덤으로 마르할에게 말도 없이 혼자 마장 안에 들어가 다른 말들을 괴롭히고 있던 엘리제가 울타리를 훌쩍 넘어 마르할에게 다가왔다.
일반 말은 넘기 어려운 높이의 울타리다. 저놈은 울타리를 발에 채는 돌멩이 정도로 생각하는 걸까.
달릴 생각에 신이 났는지 마르할을 보는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천천히 갈 거다. 안 달려.”
푸히힝. 달리지 않는다고 말하자 엘리제가 불만이 담긴 투레질을 했다.
그사이 스트레킬과 베이올라의 준비가 끝났다.
“어디로 갈 거지?”
“경계 근처로요.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요.”
“누군데?”
“다곤. 서부에서 사람을 찾으려면 다곤을 찾는 게 아마 제일 빨라요.”
* * *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두운 구멍에 숨어 다곤은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을까.”
“도망쳐도 됩니다. 당신을 원망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 안 해도 목숨까지 걸어줄 의리는 없어. 적당히 나까지 위험해지겠다 싶으면 도망갈 거야.”
“그런데 왜 저를 도와주는 겁니까? 제가 마르할의 지인이라서?”
레벨라가 다곤에게 물었다.
밤이슬에게 말을 받은 그녀는 서쪽으로 쭉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추격자들과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한 레벨라는 물자를 보급하려고 마을에 들렀다. 그리고 자기 얼굴이 그려진 수배서를 보았다.
레벨라를 쫓는 자들은 그녀의 예상보다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행동력도 남달랐다.
그녀는 자기가 누구를 건드렸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정신이 없을 때 벌어진 일이라 그녀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
숲에서 만났던 그 마법사는 죽을 만한 놈들을 죽였다고 했지만, 실은 그게 아닌 게 아닐까.
아무튼, 마을에 있던 일꾼들이 레벨라의 얼굴을 알아봤고, 그때부터 또 도주가 시작되었다.
그러다 다곤을 만나 그의 힘으로 땅굴을 파고 안으로 숨었다.
“당연히 마르할 때문이지. 그놈 아니었으면 내가 먼저 잡아서 길드에 넘겼어. 금화 10개가 땅 파면 나오는 줄 알아? 아니, 나오긴 하네. 기사끼리 싸운 자리를 파면 그 정돈 나와.”
“당신은 제가 무섭지도 않습니까?”
땅굴로 들어오기 전, 레벨라는 자기 눈을 보았다. 추적자들과 싸우느라 그녀의 눈은 검게 변해 있었다.
마법사에게 받은 목패 덕분에 정신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
레벨라가 목걸이 대신 걸고 있던 목패를 확인했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그녀는 사물을 구분했다.
밤눈이 밝아지는 수련을 하긴 했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서도 효과를 발휘하는 기술은 아니다.
이 힘의 근원은 그녀 안에 깃든 마족의 힘이다.
처음 받았을 때 멀쩡하던 목패는 10년은 방치된 나무토막처럼 변했다.
목패의 성능이 다하는 순간 아마 그녀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
레벨라의 눈을, 그리고 그녀가 휘두르는 힘을 보았을 게 분명한 다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뭐, 그 눈? 아니면 검은 안개?”
“서부 출신이면서, 마족을 원망하지 않습니까?”
“아프란체에서 태어나긴 했지. 그런데 서부 사람이면 다 마족을 원망해야 하나? 난 마족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
다곤이 덜덜 떠는 시늉을 했다.
그는 마법사와 의사를 자칭하는 돈벌레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반면, 마족은 수배범이 되어 죽을 뻔했던 그를 구해주었다.
눈앞의 여인이 마족과 비슷하다는 건 다곤에게 큰 문제가 안 된다.
마르할의 지인이 죽고, 자신이 그걸 방관했다는 게 마르할에게 알려지는 게 더 무섭다.
다곤이 땅굴의 벽을 만지자 천장이 허물어지며 올라갈 구멍이 생겼다.
“따돌렸군. 우리도 나가자고.”
“감사합니다.”
“나도 내 일 하는 건데, 감사할 것까지야. 그리고 말했잖아. 내 목숨이 위험해지면 도망갈 거야.”
“명심하도록 하죠.”
땅굴 위쪽은 마을의 거리였다.
레벨라를 쫓느라 사람이 전부 빠졌는지 밤의 거리는 기묘하리만치 조용했다.
다곤과 레벨라는 마구간에서 말을 훔쳐 황야로 나갔다.
서쪽으로, 마르할이 있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