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36
제136화
베이올라는 자기 팔을 꼬집었다.
가죽 보호구 위로 꼬집었지만, 초인의 근력은 보호구 아래 있는 살갗을 실하게 잡아 비틀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베이올라는 마르할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
마르할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여긴 마르할의 토지도 아니고, 그의 영향력이 미치는 땅도 아니지만, 마르할은 백 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을 두고 가벼이 거짓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베이올라는 팔을 꼬집었다. 이게 꿈인가 싶어서.
돌아온 건 단순한 아픔이었지만.
“범인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게 무슨 뜻이지?”
스트레킬이 말했다.
“제가 기적을 사용한다는 거 잊었어요? 약한 독을 정화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반대로 특기라고 할 수 있다.
서부에서 무수한 독과 병에 시달렸고, 마족이 바체아 제국을 멸망시키기 이전에 마르할은 바체아 제국 황족이었다.
베이올라가 독 내성이 있듯, 마르할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독 내성이 있다.
“범인을 잡아서 범인에게 해독제를 얻는 게 제일 좋죠. 하지만 범인이 해독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요?”
“전부 명분이었나.”
“우물을 못 쓰게 되는 건 정말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니까요.”
요란 떨며 사건을 키운 건 전부 우물을 정화했을 때 의심받지 않으려는 위장이다.
마르할이 범인을 잡아 우물을 정화할 당위성.
“하지만 범인을 잡지 못하면?”
“여기 있는 용병이 전부 깨끗한 사람이겠어요? 피 냄새 풀풀 나는 사람들이 제가 본 것만 세 명이에요.”
“그건 누명이잖아.”
마르할은 범인을 잡지 못하면 적당한 사람을 한 명 골라 범인으로 몰아세운 뒤 우물을 정화하겠다 말하고 있었다.
대의를 보면 틀렸다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무고한 희생자가 생긴다.
현상금을 위해 인질을 잡으려고 하는 시점에서 아주 무고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베이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어요. 저는 성인이 아니에요. 범죄자 한 명으로 마을 하나를 구하면, 그게 훨씬 이익 아닐까요?”
마르할은 자신의 방식을 베이올라가 이해하리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마르할과 베이올라는 서로를 모른다.
그나마 마르할과 비슷한 인생을 살았던 알라실이라면 알아줄까.
‘이해를 바라고 하는 행동도 아니지.’
마르할의 행동 동기는 의무와 책임과 욕망이다.
베이올라는 마르할의 동기, 의무, 책임, 욕망을 모른다. 마르할도 구구절절 그녀에게 설명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럼 범인을 찾아볼까요.”
“방법이 있나?”
스트레킬이 물었다.
“제 눈썰미를 믿어야죠. 잠깐만요.”
저쪽에서 지주 대리인의 부하가 달려왔다.
그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형님이 선생님에게 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 물어보라 하셨습니다.”
“불법 거래는 없는지 잘 감시하라고 전해주세요. 특히 외지인하고 마을 사람 사이의 거래요. 특기잖아요? 그런 거?”
“그렇습니다!”
지주 대리인이 사기꾼 출신이면, 부하들은 어디서 데려왔을까. 묻지 않아도 뻔하다.
지주 대리인의 부하는 다시 달려 건물 모퉁이를 돌았다.
“저희도 움직이죠. 이상하게 여유로운 사람, 물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둘을 중심으로 찾으면 될 거예요.”
* * *
밤이 다가왔다.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질수록 사람들의 불안도 커졌다.
물이 필요할 때마다 우물에 가서 물을 퍼올 수는 없다. 가게와 가정집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서 이틀 사용할 물은 구비해둔다.
오늘 항아리를 채운 집은 그나마 낫다. 하지만 내일 물을 새로 퍼올 예정이었던 집들은 밤에 쓸 물도 걱정해야 하게 되었다.
우물에 탄 독은 가벼운 독이다.
마셔도 몸이 약간 마비되고 끝이고, 끓으면 휘발되는 성질의 것일 수도 있다.
식용을 제외하면 평소 쓰던 대로 물을 써도 크게 관계없다.
하지만 마르할은 굳이 지주 대리인에게 우물을 막으라 시켰다.
그게 사람들이 더 불안해하니까.
사건이 심각하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까.
옆 사람이 성질을 부리면 듣는 사람도 짜증이 올라오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감정은 전염된다. 강한 감정일수록 사람은 휘둘리기 쉽다.
마을 사람들의 불안은 외지인들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티머시가 퍼뜨린 소문은 마을을 지배하고 있었다.
불안과 불안의 만남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작용하는 듯했고, 곱셈과 곱셈이 만나 제곱이 되었다.
마을은 문을 닫아 잠갔다.
길의 중앙에서 물을 거래하는 사람이 없나 살피는 지주 대리인이 거느린 부하들의 눈이 번뜩였다.
외지인들은 불안과 곤란이 혼재하는 얼굴로 닫힌 문들과 감시자를 주시했다.
외지인들이 허리에 찬 물통의 흔들림은 가벼웠다.
이 근방에는 하루 내지 반나절 거리에 크고 작은 마을이 하나씩 있다.
여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본인이 먹을 작은 물통과 말에게 먹일, 그리고 식사 준비용 큰 물통 하나씩이면 여유롭게 황야를 건넌다.
과한 짐은 방해만 되기에 며칠 분량의 물을 챙겨두는 사람은 잘 없다.
마르할은 외지인들 사이에 있었다. 작은 마을에서 외지인이 모이는 장소는 비슷하다. 주로 여관 근방이 그 장소로 선택된다.
스트레킬과 베이올라는 따로 행동하고 있었다.
스트레킬의 전신 갑옷은 위압감을 사기 좋고, 베이올라의 외모는 눈에 띈다.
여관 옆에 있는 마구간에서 말을 살피던 용병이 굳게 닫혀 있는 가정집의 문을 두드렸다.
마르할은 용병의 물통이 가볍게 흔들리는 걸 보았다. 말에 달린 가죽 물통도 홀쭉했다.
용병은 여기가 물을 구할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는 듯했다.
문이 열리고 집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왔다.
마르할은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엿들었다.
“물을 파시오.”
“저희 먹을 물도 없습니다.”
“제국 금화 하나면 어떻소?”
용병이 제국 금화를 내밀었다. 남자의 눈이 흔들렸다.
서부에서도 서쪽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금화는 구경도 힘들다. 금화 하나면 낡은 작업 도구를 전부 새것으로 바꿀 수 있다.
행상인에게 말을 잘해보면 약간의 향신료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 음식에 뿌리는 향신료 약간과 술 한 잔은 인생의 행복이다.
“…얼마나 필요합니까?”
“중간 크기 가죽통을 채울 정도.”
물을 거래하려는 낌새가 있자 지주 대리인의 부하가 바로 다가갔다.
“물 거래의 세금은 물 가격의 삼분지 일이오.”
“…나보고 은화 30개를 더 내라고?”
용병이 아니꼬운 얼굴로 말했다. 지주 대리인의 부하도 태어난 마을에서는 주먹질로는 최고였지만, 남자 앞에 있는 사람은 용병이다.
주먹이 아니라 흉기를 휘두르고, 마을이 아니라 도시 단위로 의뢰를 받고 움직이는 살인마.
“아니. 금화 하나에서 제하는 거지. 이봐. 잔금 있나? 은화 70개다.”
“…….”
가죽으로 신발이나 만들어 팔고, 그마저 일이 없으면 마을의 잡일이나 돕는 남자에게 은화 70개씩이나 되는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여기 은화 50개 가격의 은 조각이다.”
“20개나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다른 방법도 있다. 금화 하나를 내가 가져가고, 내일 네가 돈을 받으러 찾아오는 거지.”
집주인 남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지주 대리인을 찾아가면 얌전히 돈을 줄까?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떼고, 그는 빈손으로 돌아올 것이다.
너무 뻔해서 논할 가치가 없는 일이다.
집주인은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작은 은 조각을 받았다.
기다리던 용병이 말했다.
“물은?”
“가져오겠소.”
“내가 지켜보고 있어. 헛짓은 안 하는 게 좋아.”
용병은 물을 얻어냈다.
금화 하나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황야 어딘가에서 탈진해 쓰러지는 것과 비교하면 싼값이다.
용병은 물이 가득 든 주머니를 한 팔로 안고 사방을 경계했다. 특히 근처에 있던 외지인들에게 그의 시선은 강렬하게 머물렀다.
그는 말의 등에 주머니를 채우고, 바로 마을을 떠났다.
한 명이 떠나자 다른 사람들도 물을 찾기 시작했다.
모든 거래가 평화롭게 끝나지는 않았다.
목숨을 내놓고 연명하는 자들은 돈이 많다. 언제 죽일지 모르는 삶인데, 잡일하는 일꾼보다 수입도 시원치 않으면 누가 손에 무기를 들까.
이미 한 사람이 금화 하나를 제시했다. 그게 시세가 되었다.
제국 금화를 턱턱 내놓는 건 용병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처음 물을 산 용병이 돈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거래는 성립되었고, 시세는 만들어졌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마을 사람들도 금화 하나라는 말은 똑똑히 들었을 것이다.
그보다 싼 값을 부르기도, 싸게 물을 팔기도 애매해졌다.
모든 외지인이 비상용으로 금화를 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가난한 자들은 힘으로 물을 취하고자 하였고, 기어이 무기를 뽑아 사람을 해치려는 사람도 나타났다.
풍채 좋은 남자가 손도끼를 높이 들었다. 손도끼 앞의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마르할이 고기를 손질할 때 쓰는 단검을 던졌다.
날아간 단검이 도끼를 든 손에 박혔다. 도끼가 손에서 떨어졌다.
마르할이 다가가 무심하게 단검을 회수했다. 윽. 단검이 뽑혀 나가며 남자가 신음했다.
“너, 이 새끼….”
“이번엔 목?”
마르할의 한마디에 남자가 조용해졌다. 마르할은 손도끼를 살폈다.
손잡이까지 광택이 나는 게 좋은 도끼를 관리도 잘했다.
마르할은 도끼를 허리띠 뒤에 끼우고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을 노려보는 남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죠. 막 도끼를 휘두르고 그러면 쓰나. 아주머니, 물 한 잔만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여인은 얼른 집으로 들어가 나무 그릇에 물을 가득 퍼왔다.
물에 떠 있는 먼지를 볼 때 며칠은 된 걸로 보인다. 그리 물에 여유가 있는 집은 아니다.
“오늘만 참아요. 곧 해결될 거예요. 당신도, 이거라도 마시면서 진정하고요.”
마르할은 그릇을 남자 앞에 놓았다. 남자는 멀쩡한 손으로 그릇을 들고 안에 든 물을 한 번에 비웠다.
“신경은 안 다친 것 같으니까, 소독 잘하고 묶어두면 손은 금방 나을 거예요. 방금 들은 말은 비밀로 하고요.”
다시 여관 앞으로 가려는 마르할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셰이븐이다.”
“마르할. 다음에는 얼굴 붉히는 일 없이 만나자고요.”
* * *
밤이 깊었다. 달빛이 하늘에서 떨어져 마을 지붕에서 부서졌다.
물을 구하려고 무기를 휘두르는 외지인이 몇 명 있었고, 그들은 마르할이나 스트레킬에게 저지당했다.
“범인은 찾았나?”
마르할과 합류한 스트레킬이 물었다.
“스트레킬은요?”
“나한테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되지. 내가 누구처럼 눈이 좋지 않아. 그러는 너는?”
“찾은 것 같아요.”
“어떻게?”
베이올라였다.
“범인이 예상 못 한 상황이긴 해도, 범인을 짐작할 단서 같은 건 없었잖아?”
“물을 구하지 못한다는 걸 다들 심각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더라고요.”
“꽤 심각한 게 아니라 진짜 심각한 게 맞다.”
물을 못 마시면 죽는다. 아이들도 아는 간단한 이치다.
“제 생각보다 훨씬 불안한 티를 내줘서 살았어요. 다들 물 한 통이라도 구하려고 돌아다니는데, 혼자 물을 구하는 시늉만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리고 물을 구할 수 없는 마을에서 떠날 낌새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누구겠어요?”
“범인이군. 해독제를 가지고 있다면, 독이 퍼진 우물을 그냥 쓰면 되니 자기가 모르는 독이 퍼진 다른 마을보다 이 마을이 안전하지.”
소문 자체를 의심했다면 범인은 마을을 떠났겠지만, 마르할이 늘 말하듯 음모를 꾸미는 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유리하다.
소문이 가짜라는 걸 확인하고 검증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대부분은 검증할 생각조차 못 하고 소문을 그대로 믿어버린다.
“그렇죠.”
“잡으러 가는 거야?”
“아뇨. 마침 밤이니 우물 근처에 숨어서 기다리죠. 범인도 물은 마셔야 하니까요.”
세 사람은 달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안에 숨어 우물을 관찰했다. 나무 뚜껑이 덮인 우물 옆에는 지주 대리인의 부하 하나가 하품하고 있었다.
구름이 달을 가렸다. 우물이 있는 공터에 가죽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나타났다.
“베이, 해볼래요?”
베이올라가 스트레킬을 보았다.
“네가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알았어. 할게.”
“딱히 봐줄 필요는 없어요. 우물을 쓰는 걸 보면 해독제도 있는 모양이고, 어차피 잡히면 죽을 사람이니까요.”
발소리를 내지 않고 접근한 범인은 들고 있던 몽둥이로 우물을 지키던 남자의 뒤통수를 때렸다. 남자가 기절했다.
나무 뚜껑을 열고 줄 달린 통을 우물 아래로 내리는 범인을 향해 베이올라가 달렸다.
범인은 베이올라를 보고 다급히 검을 뽑았다.
망토가 벗겨지며 추레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고, 곧이어 베이올라의 검이 범인의 팔을 잘랐다.
범인의 비명이 조용한 밤을 깨웠다.
피를 뒤집어쓴 베이올라는 뒤로 물러나 호흡을 골랐다. 손의 떨림을 따라 검 끝도 떨렸다.
“한 명 죽이고 나아졌나 했더니. 역시 부족하군.”
“쉽게 나을 병이 아니잖아요.”
스트레킬과 마르할도 그림자에서 나갔다.
소란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범인의 품에서 해독제가 발견되며 밤의 마을이 떠들썩해졌다.
범인의 상처를 불로 지져 지혈하고, 바로 처형이 시작되었다. 마을의 독특한 규칙이라도 있는지 단단한 끈이 범인의 팔다리를 묶었고, 끈의 반대편이 다시 말의 몸통에 묶였다.
우물 옆에 있던 마르할이 말했다.
“베이는 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무슨 벌인지 나도 알아. 그보다 뭐 해?”
마르할은 우물 벽에 손을 대고 있었다. 마르할의 손이 희미하게 빛을 냈다.
“정화 작업이요. 우물은 지하수예요. 당장 해독제로 괜찮아졌다 해도, 나중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요.”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구나.”
“명분이라고 했잖아요?”
끈을 매단 말이 사방으로 달렸다. 중앙에 묶인 남자의 몸이 세 방향으로 찢어졌다.
* * *
며칠이 지났다.
서부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수배범의 지인이, 그러니까 마르할이 서부 우물에 독을 풀고 있다는 소문이다.
“또 황당한 일이 일어났군. 이것도 예상했나?”
“설마요. 저도 당황스러워요.”
더 황당한 건 진짜로 우물에 독이 풀려 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마을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