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38
제138화
마르할은 한 번 두 사람과 합류했다. 진짜 우물에 독을 푸는 집단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베이올라와 스트레킬은 각자 다르게 반응했다.
“많은 사람이 죽는 거 아냐?”
“골치 아프군. 덤터기를 제대로 쓰게 생겼어.”
베이올라는 서부에 사는 사람을 먼저 걱정했고, 스트레킬은 자신의 처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했다.
“둘 다 그냥 넘어가기는 힘든 일이긴 해요. 사람이 죽는 건 당연히 안 되고, 지주인 제가 다른 마을에 손댔다는 소문이 퍼져서 좋을 게 없거든요.”
대지주들은 용병과 현상금 사냥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수배범의 지인’이 누군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수배범의 지인’과 엮인 악소문은 마르할에게도 영향을 준다.
대지주들의 사회는 폐쇄되어 있기에, 한 번 포위당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방법은 있나?”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범인을 잡는 거죠. 이건 따로 사람을 써야겠어요. 처음 소문이 퍼지고 사흘이 지났어요. 범인들의 거점도 멀리 있지는 않을 거예요.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요.”
범인이 마르할이 흘린 헛소문을 듣고 거기에 편승해 우물에 독을 타기 시작했다면, 범인과 일행의 거리는 멀지 않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계획하고 있던 일이었다면? 우리가 잡은 사람이 누군가의 부하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르잖아. 그 사람도 이용당했을지.”
베이올라가 말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독을 탄 범인에게 따로 심문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가 누군가의 부추김으로 우물에 독을 탔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마르할은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 계획적인 사람이라면 어설픈 마비독이 아니라 더 치명적인 독을 사용했겠죠. 스트레킬, 몸이 약간 마비되는 정도의 독이었던 거 맞죠?”
“그래. 원래 몸이 약한 사람이 마신다면 위험하겠지만, 건강한 사람은 며칠 앓는 것으로 끝난다. 먹지만 않으면 다른 용도로는 아마 별 탈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제가 뿌린 정보를 토대로 저희를 낚아보려고 하던 얼뜨기가 확실해요. 만약 여기까지 계산한 누군가의 소행이라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해야죠.”
“패배를 인정하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잡을 거예요.”
“모든 것이라….”
마르할은 가볍게 말하고 있지만, 그 속뜻은 가볍지 않았다.
스트레킬도 마르할이 무엇을 가졌는지 모른다.
용사 일행의 길잡이? 바체아 제국의 마지막 황족? 오동나무 관의 주인?
모두 과거형이다. 마르할이 과거에 쟁취한 것들이다.
마족이 사라지고 10년이 지났다. 공백의 10년, 짧게 잡아도 마족이 사라지고 연합이 세워지기까지의 5년.
그사이 마르할이 무얼 했는지, 무얼 숨기고 있는지는 미지에 싸여 있다.
“내일이나 모레면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예요. 구체적인 대책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 지금은 레벨라와 어떻게 만날지 생각하죠. 급한 건 레벨라니까요. 베이, 레벨라가 어디로 올지 짐작 가는 곳 없어요?”
“우리가 시선을 끌어주고 있으니, 아마 이쪽으로는 오지 않을 거야. 레벨라는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하면 확실한 안전을 추구하니까. 내가 서부로 올 때도 그랬어.”
베이올라의 서부행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베이올라가 황궁을 나온 시간도 해가 뜨기 전의 새벽이었다.
베이올라가 세력이 아무리 없다지만, 돈이나 병사를 지원해줄 사람을 찾으면 도박하는 심정으로 지원해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베이올라가 원했다면 호위만 거느리는 게 아니라 몇 명의 병사와 더 많은 재산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레벨라는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재산과 최소한의 인원으로 움직였다.
그 최소한의 인원에서도 배신자가 나오긴 했지만….
“저희라는 걸 알아도요?”
“우리가 자기를 인지하고 있다는 걸 알면 더 안전하게 움직이려 할걸? 어디로 가든 개척촌에 도착하면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는 거니까.”
“확실히, 레벨라라면 그럴 것 같기도 해요.”
일반 기사라면 합류를 최우선으로 여기겠지만, 레벨라는 추적의 전문가다. 그리고 추적의 전문가들은 도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레벨라를 일반 기사와 똑같이 취급한 마르할의 실수다.
“저희도 행동을 바꿔야겠어요.”
“어떻게?”
“베이랑 스트레킬은 돌아가도 될 것 같아요. 시선을 끌겠다는 목적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해주고 있으니까요. 레벨라가 개척촌으로 온다면, 거기서 기다리는 게 제일 확실하죠. 전서구가 있으니 정보를 얻기도 그쪽이 더 수월해요.”
“그럼 너는?”
베이올라가 물었다.
“우물에 독을 탄 사람을 찾아야죠.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방치할 수는 없으니까요.”
“거들어줄 수도 있다.”
“괜찮아요. 이번 일은 혼자 다니는 게 편해요.”
“네가 그렇다면 나는 상관없다. 베이, 너는 어떻지?”
“레벨라를 만날 수 있다면 뭐든 좋아.”
“결정되었군.”
마르할은 할 일이 있다며 여관방을 나갔다.
“베이, 네가 보기엔 어땠지?”
“조금, 화난 것처럼 보였는데.”
“드물게 의견이 일치했군.”
베이올라는 바체아 제국 건국제를 떠올렸다.
마르할은 방대한 양의 서부 문물을 준비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과 장식부터 시작해 그녀도 모르는 시골 지방의 음식도 맛보았다.
축제 개최가 결정되고 준비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연 단위의 준비가 필요하다. 마르할이라면 마족이 사라진 직후부터 준비해 왔어도 이상하지 않다.
바체아 제국 건국제에서 베이올라는 마르할이 서부에 가지고 있는 애착의 편린을 보았다.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서부 전체에 그만한 애정을 쏟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 앞에서, 서부에 정착한 사람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짓을 저질렀다.
마르할에게 잡히면 범인은 편히 죽지 못할 것이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그녀의 가슴에도 짐이 남아 있다. 레벨라를 만나기 전까지는 해소되지 않을 마음의 짐이.
* * *
레벨라와 다곤은 겨우 정보를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곤의 표정은 밝았다.
“저쪽에서 움직이는 모양이야. 처음에 비해 편하더라니.”
“남쪽으로 가죠.”
“…서쪽으로 직진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데?”
“그러면 꼬리를 잔뜩 붙이고 가게 되지 않습니까. 사람이 많을수록 은밀성은 떨어집니다. 또 수배범하고 같이 있는 모습을 보이면 핑계도 댈 수 없어집니다.”
“어떤 핑계?”
“관계가 없다는 변명 말입니다.”
레벨라가 없더라도, 베이올라는 황권 경쟁이 끝날 때까지는 서부에 머물러야 한다. 어쩌면 평생이 될지도 모른다.
마족의 힘을 쓰는 범죄자와 긴밀한 사이라는 낙인은 어디를 가든 무거운 짐이 된다.
벌써부터 베이올라에게 짐을 지울 순 없다.
“그럼 어쩌자고?”
“남쪽으로 우회해 개척촌으로 갑니다. 이틀만 밤을 새우면 남은 일정은 비교적 편할 겁니다. 그게 더 안전하고, 또 빠를 수도 있습니다.”
다곤은 레벨라가 마르할과 합류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무슨 개소리인가 했지만, 이어진 설명에 납득했다.
현상금을 노리는 사람과 싸우며, 또 그들에게서 도망치며 소비한 시간이 상당하다.
조금 돌아가도 한차례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었다.
다곤이 하늘을 봤다. 태양은 한창 하늘 중앙으로 올라가고 있다.
“안전하게 가는 거, 돌아가는 거, 다 좋아. 그런데 너, 그때까지 버틸 수 있냐?”
레벨라가 몸을 돌렸다.
레벨라의 눈은 눈병에 걸린 사람처럼 전체적으로 색이 흐렸다.
자세히 보면 동공에 넘실거리는 검은 안개도 보인다.
다곤이 레벨라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레벨라의 눈은 멀쩡했다.
몇 번의 싸움으로 힘을 사용하며, 그녀의 눈은 휴식으로도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괜찮습니다.”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아야 한다.
레벨라는 베이올라에게 전해야만 하는 말이 있다.
* * *
마르할은 작은 창고 하나를 빌렸다. 행상을 연기하니 의심받지 않고 빌릴 수 있었다.
마르할은 바람으로 창고 안쪽의 먼지를 쓸어내고, 앞에 커다란 천을 펼쳤다. 그리고 천 위에 시장에서 산 재료들을 나열했다.
마르할은 약사와 의사들이 쓰는 작은 절구에 계량한 재료를 순서대로 넣으며 잘게 빻았다.
작은 불을 피워 갈린 재료들을 말려 가루로 만들었고, 마지막으로 품에서 작은 통을 꺼내 절구 안의 내용물과 섞었다.
마르할은 종이를 꺼내 절구의 내용물을 일자로 놓고 담배처럼 돌돌 말았다. 종이 막대 하나가 완성되었다.
내용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종이를 접어 끝부분을 밀봉한 마르할은 바람을 송곳처럼 사용해 가루가 든 종이 안쪽에 작은 구멍을 뚫고, 기름 먹인 실을 꽂았다.
폭죽. 화약을 이용한 정보 전달 도구.
극소수의 장인들만 다룰 수 있는 역사의 산물이자 국가 단위로 관리되는 전략물자지만, 도둑의 손장난을 피하지는 못했다.
‘제대로 된 물건은 아니지만, 불발만 안 나면 되니.’
마르할은 완성한 폭죽을 미리 준비한 통에 넣었다.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물이라도 수배해둬야 하나.’
마르할의 머리에 서부의 지도가 그려졌다.
최초 사건 발생 장소에서 범인은 가짜 소문을 듣고, 그 소문을 토대로 범행을 실행했다.
그런 가정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최선.
틀려도 좋다. 그때는 서부를 전부 뒤집으면 된다.
-꼬마야, 틀에 매이지 마라. 틀이라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마. 최고의 범죄는 언제나 틀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니까.
아르고의 말이다.
마르할은 생각을 이어갔다.
나흘. 이동 거리. 동시다발적.
마을은 제외한다. 범죄 조직은 서부에 마을을 이룰 수 없다. 용병과 상인, 일꾼으로 이루어진 정보망은 의외로 촘촘하다.
같은 이유로 마을에서 관찰 가능한 거리도 제외.
상인들의 이동으로 만들어진 ‘길’도 제외.
가정을 하나씩 세울 때마다 지도가 조금씩 지워진다.
범인은 집단이다.
단체가 머물 장소가 필요하다.
점조직 형태라면? 틀리면 틀리는 거지. 생각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다시 생각하면 된다.
하나씩 가정을 세우고, 지도를 조금씩 지운다.
10개가 넘는 마을에 비슷한 시기에 독을 탈 수 있으며, 마르할이 최초로 거짓 소문을 퍼뜨린 장소와 가까우며,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집단이 머물 수 있는 땅.
지도에 남은 작은 점 하나.
방치된 황야. ‘길’도 만들어져 있지 않다.
마르할이 눈을 떴다.
‘우선 가보고, 꽝이면 다음을 생각할까.’
마르할이 폭죽을 들고 일어났다.
구석에 있던 타고 남은 나뭇가지를 들고, 땅에 표식을 남겼다.
창고에서 나온 마르할은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건물 벽에, 마장 울타리에, 골목길 바닥에 같은 표식을 새겼다.
백여 개의 표식을 새기고 나니 이미 시간은 밤이었다.
마르할은 폭죽 입구를 하늘로 들고, 삐죽 튀어나온 심지에 불을 붙였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불이 기름 먹인 실을 순식간에 태우고, 통 안으로 들어갔다.
미세한 반동. 뒤따르는 소리와 불꽃.
몇몇 사람이 거리로 나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거리를 돌며 근처에서 마법사를 봤다는 말을 해뒀다.
마을 사람들은 폭죽의 불빛을 마법사의 기행으로 여길 것이다.
마르할은 마을을 나갔다.
고함을 쳐도 마을에 들리지 않을 거리까지 나온 마르할은 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힘껏 불었다.
저 멀리서 검은 점 하나가 달려와 마르할 앞에 멈췄다.
엘리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아는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지금은 아냐, 이놈아.”
다른 사람이 뒤쫓아올 시간은 줘야지.
엘리제가 불만이라는 듯 투레질했다. 그러다가 마르할이 힐끗 바라보자 순한 양처럼 온순해졌다.
평소에는 못 달리게 하면 한참이나 땅을 발로 차는 놈이.
하여간, 눈치는 빨라가지고.
마르할이 엘리제의 등에 올라탔다.
“가자.”
한 사람과 한 마리 흑마가 밤에 녹아들었다.
* * *
한창 도둑에게 얻어터지고 있던 마린은 허전함에 눈을 빼꼼 떴다.
눈을 감고 공격을 막으라는 말도 안 되는 도둑의 주문에 따라 암흑 속에서 손발을 허우적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스스로 눈을 뜰 수도 없었다.
도둑은 먼 하늘을 보고 있었다.
“왜요?”
“누가 눈 뜨래. 다시 감아. 내가 감게 해줄까?”
“먼저 멈춘 게 누군데.”
“멈췄으면 그대로 다음 공격을 대비해야 할 거 아냐.”
“눈 뜨고 대비했는데요.”
“아오. 이게 진짜 한 마디를 안 져요. 내일 아침 네 발로 걷기 싫으면 얼른 눈 감아라?”
마린이 다시 눈을 감았다. 도둑의 시선이 다시 동쪽 하늘을 향했다.
‘여기서 폭죽 소리가 들릴 리가 있나. 내가 바스타도 아니고.’
그리고 서부에서 그놈이 비상소집용 폭죽을 터뜨릴 일이 어디 있다고.
도둑은 앞에서 눈을 감고 있는 마린의 정강이를 툭 찼다.
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마린이 꼴사납게 앞으로 넘어졌다.
“일어나. 일어나. 막지 못하면 자세라도 유지해야 할 거 아냐.”
마린이 이를 악물고 일어났고, 도둑은 그런 마린을 다시 넘어뜨렸다.
평화로운 서부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