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40
제140화
새벽이었다.
마린과 도둑과 쿠헬바는 도시 성벽 근처에 나왔다.
성벽 일부는 무너져 있었다.
마족이 한 번 무너뜨리고 지나간 성벽이다.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큰 구조물은 카반이 대부분 베어냈지만, 여전히 위험한 부분이 많이 남았다.
위태로운 성벽은 작은 충격에도 무너졌고, 그 아래 사람이 있으면, 이 앞에 있는 사람처럼 된다.
성벽에서 떨어진 돌덩이를 머리에 맞고 남자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두개골이 완전히 부서진 즉사였다.
“이걸로 마지막. 바체아 황제 직속 기관이라 그런가. 사고사로 꾸미는 것 하나는 기가 막혀.”
“과찬이십니다.”
쿠헬바는 마을 건설 현장과 도시 재건 현장에서 일하며 정보를 모으고 있던 인간들을 한 명씩 사고사로 처리했다.
공사 현장, 특히 사방에 돌덩이가 가득한 도시 내부에서는 하루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었다.
쿠헬바는 한 명을 두 명으로, 때론 세 명으로 늘렸다.
사고사로 위장해 사람을 죽이는 암살자가 있으리라 누가 예상할까.
일꾼들은 사고가 평소보다 많은 것 같다는 반응만을 보였고, 사고 자체에 의심을 품지는 않았다.
정보원 중에는 의심을 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쿠헬바의 우선 목표가 되어 돌에 깔리고, 나무에 머리나 배가 관통되었다.
“이걸 보고 배우라고요?”
“왜? 할 만하잖아.”
“저는 당신 기술을 배우려는 건데요.”
마린이 말했다.
쿠헬바의 솜씨는 감탄이 나오는 것이었지만, 그건 그의 기술이고, 오동나무 뿌리의 기술이다. 마린이 배우려는 도둑의 기술이 아니다.
도둑이 한심한 눈으로 마린을 보았다.
“이런 돌머리를 봤나. 내가 처음에 뭐라던?”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원하는 대답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래, 기억력에 자신 있으면 쭉 읊어봐. 내가 뭐라 했는데.”
“여자는….”
“그거 말고.”
“자고로 남자를 쓰러뜨릴 때는….”
“그것도 말고. 아니, 그런 잡소리 말고. 더 유용한 말!”
그런 게 있었냐는 마린의 시선이 도둑을 향했다.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그건 또 어디 말이에요?”
“만년설 산맥 부족들이 쓰는 격언. 모든 걸 훔쳐라, 그리고 불가능을 생각하지 마라.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냐.”
“들은 것도 같고요?”
도둑은 마린의 뻔뻔함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마르할을 처음 만났을 무렵이 딱 저랬다.
미래가 없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인간이 뒤집어쓴 껍질이다. 무엇도 믿지 않으니, 역설적으로 누구 앞에서든 당당하다.
도둑은 마린의 태도가 불만이었다.
도둑은 ‘도둑’이라는 대명사를 고유명사로 만들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전설적인 대도.
그런 남자의 제자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니, 그건 도둑 아르고에 대한 모욕이다.
‘쯧. 재능을 해결하니 이쪽이 발목을 잡나.’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생기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한 번 형성된 성격을 뜯어고치는 건 도둑에게도 어렵다.
서부에 머무는 동안 해결하는 건 요원하다.
최대한 재능이나 기술을 몸과 머리에 쑤셔 넣고, 스스로 극복하기를 기다려야지.
그 방면에선 도둑도 자신 있다. 그의 기술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지 않으면 그건 어디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알았으면 훔쳐. 어떤 사람의 무슨 기술이든 가질 수 있는 건 전부 가지라고. 그러니까, 저놈이 일하는 거 보고 배운 거 없냐?”
도둑이 쿠헬바를 가리켰다.
쿠헬바는 표정을 알기 힘든 얼굴로 침묵했다.
쿠헬바는 도둑 앞에서 마린처럼 당돌하게 입을 열 담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도둑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
눈에는 보이는데,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다. 유령보다 유령 같은 존재감은 몇 번을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교육받은 본능이 쿠헬바에게 자리에서 벗어나라 말했다. 그는 본능과 싸우며 간신히 도둑 앞에서 버티고 서 있었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보다는 낫네. 주변에도 마을 몇 개가 건설 중이라고 했지? 그럼 오늘은 그쪽으로 가자. 막 만들기 시작한 마을이라면 골칫거리 하나씩은 있겠지.”
“오늘은 마을 진척 상황을 봐야 하는데요.”
도둑이 오고 마을 관리를 전혀 못 했다.
헬라와 휴고가 있고, 헬라의 말에 따르면 징세관인 아버지 일을 어깨너머로 배운 카발리도 쓸 만하다는 모양이다.
그녀가 없어도 마을은 완성되겠지만, 역시 마을 주인으로 마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봐두고 싶다. 휴고도 그러는 게 좋을 거라고 했고.
“그딴 일에 내 방식을 바로 옆에서 볼 기회를 날리겠다고?”
“아뇨.”
그냥 해본 말이다. 도둑의 언행은 사람의 인내심을 긁어내는 면이 있다.
도둑이 뭘 시키면 꼭 대꾸하게 된다.
도둑은 마르할이 잔소리가 많았다고 말하지만, 마르할도 그녀와 같은 걸 느껴서 그런 건 아니었나 싶다.
“새벽 수련 시작한다. 눈 감아. 거기, 곰보. 너도 할래?”
“황송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는지라.”
일도 일이지만, 쿠헬바에게는 자격이 없다.
마린을 대하는 도둑의 태도와 쿠헬바를 대하는 도둑의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마린을 그나마 사람으로 봐준다면, 쿠헬바는 도둑에게 신기한 모양의 돌멩이 정도의 가치밖에 없었다.
도둑은 그런 분위기를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죽을 벌레 상대로 연기하는 것 자체가 낭비라는 거겠지.
“배우는 게 이렇게 느려서야 언제 반이나 배우겠어. 내가 여기 있을 날도 얼마 안 남았다?”
마린을 개처럼 패는 도둑을 뒤로하고 쿠헬바는 지주 대리인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도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는 카반의 지주 대리인이다.
* * *
베이올라는 밤잠을 설쳤다.
마르할도 없고, 마린도 없고, 레벨라도 없다.
서부에 오고 이런 날은 처음이었다.
스트레킬이 있긴 하지만, 스트레킬이 주는 안정감과 다른 셋이 주는 안정감은 다르다.
스트레킬이 주는 건 무력에서 오는 안정감이고, 다른 세 사람에게서 오는 건 심적 안정이다.
레벨라가 있으면 실패해도 만회할 수 있다. 마르할은 말이 필요 없다.
마린은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또래다. 레벨라도 그녀와 나이가 비슷하긴 하지만, 주종 관계에서 오는 거리감이 있다.
하룻밤에 작은 은 조각 하나가 필요한 여관 최상층은 침대와 이불에 솜이 섞여 있다.
황궁에서는 침대는 물론이고 이불과 베개까지 모두 솜으로 채워진 물건을 썼다. 그걸로 모자라 장인이 만든 침대에는 특수한 장치가 들어가 있어 몸을 던지면 튕겨 나오는 탄력도 있었다.
두 침대 사이에는 비교하기도 부끄러운 간극이 있다.
베이올라도 처음에는 서부의 침상에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만한 침대도 감사하다.
베이올라는 침대에 얼굴을 파묻었다.
‘레벨라….’
레벨라가 그녀의 직속 호위가 된 이후 베이올라는 레벨라와 하루 이상 떨어진 적이 없다.
레벨라는 집에도 가지 않고, 가족도 만나지 않고, 그녀 옆을 지켰다.
그게 너무나 당연해서, 레벨라가 떠나기 전까지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레벨라가 없어지니 레벨라의 각오를 알 것 같다.
레벨라는 정말 자신에게 모든 걸 걸고 있었다.
가족조차 뒷전으로 두고 모든 능력을 활용해 그녀를 보조했다.
들려오는 소문들은 희망적이지 않다.
누가 죽었고, 유명한 누가 인근에 도착했고, 또 현상금이 얼마나 올랐느니 하는 것들이다. 레벨라가 사용하는 힘에 대해서도 시끄럽다.
검은 안개를 두른 검은 이제 용병들 사이에서 마족의 힘으로 정착한 듯하다. 레벨라를 마족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부정하고 싶지만, 베이올라는 그걸 부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사람이 마족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사람을 마족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제국에 있다는 것도 안다.
현상금으로 걸린 공국 금화와 성황국 금화가 공국 사람과 성황국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공국 졸부들에게, 재수 없는 성황국 놈들에게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현상금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모두 베이올라에게는 희망적이지 않은 사실이다.
개척촌으로 돌아가 레벨라와 만나고 싶다.
걱정도 든다. 만났을 때의 레벨라는 그녀가 아는 레벨라가 맞을까.
그날, 태풍이 치고 하늘에서 거인이 내려오던 날 보았던 끔찍한 광경처럼, 이미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침대를 뒹굴다가 깜빡 졸았다.
베이올라가 눈을 뜨니 이미 해가 뜬 후였다.
베이올라는 여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준비를 끝낸 스트레킬이 그녀를 기다렸다.
“푹 쉬었나?”
“아니. 잠을 설쳤어.”
“그렇다고 봐주는 건 없다. 갈 길이 바빠.”
마르할은 서부 어디에서든 정보를 얻고, 정보를 조작할 수 있다.
마르할이 만들어둔 세력이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스트레킬과 베이올라는 서부에 어떤 기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이 누리던 편의는 모두 마르할에게서 나오는 것들이다.
마르할과 떨어지며, 스트레킬과 베이올라는 마르할의 능력으로 누리던 모든 편의를 잃었다.
당장 정보 수집부터가 난항이다.
최대한 빠르게 마르할의 세력권으로 돌아가야 한다.
“알고 있어.”
베이올라는 머리를 올려 묶고, 소매를 조였다.
개척촌까지의 거리.
최고 속도로 달려 엿새.
* * *
현상금을 노리는 사람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줄었다.
레벨라는 그걸 몸으로 체감했다.
“우물에 독이라. 그 인간이 직접 탔을 리는 없고. 저쪽도 재수 없게 일이 꼬인 모양이야.”
서쪽으로 갈수록 다곤도 정보를 구하기 쉬워졌다.
수배범의 지인이 우물에 독을 탔고, 해결을 위해 수백 명의 사람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마르할이 우물에 독을 풀다니, 마을 하나를 말려 죽이려면 마르할에게는 더 쉬운 방법이 수십 개는 있다.
그리고 독을 푸는 게 들켜 소문이 퍼지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다.
마르할이 꼬리를 잡혀?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꼬리를 잡은 사람이 전설의 도둑이면 몰라.
“소문이 퍼지는 과정에서 와전된 모양입니다. 그것과 별개로 우물에 독을 타는 사람도 실제로 있다고 봐야겠죠.”
“나도 그 정도는 알아. 그리고 나쁜 소식이 하나 있어.”
“뭡니까.”
“붉은 해골 용병단이라고 알아?”
“들어는 봤습니다. 마족 전쟁 때부터 활약한 대규모 용병단이라죠.”
“붉은 해골의 분대가 우리 꼬리에 붙은 모양이야.”
“…그들은 전쟁 전문 아닙니까?”
“이유야 많지. 실전 연습, 돈 많은 누군가의 고용. 아니면 심심풀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거야. 반푼이들과 다르게 그쪽은 진짜 추적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을 테니까.”
붉은 해골은 대규모 용병단이다. 그 구성과 전력은 대귀족의 기사단과도 견준다.
추적이나 수색에 특화된 전문 인력도 반드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레벨라도 다곤도, 최대한 흔적을 지우며 움직이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있다.
저기 한 손에 수배서를 들고 다가오는 저 남자처럼.
“거기 여자. 망토를 벗어봐라.”
다곤과 레벨라가 눈빛을 교환했다.
조금 쉬었나 싶으면 꼭 이렇게 망토를 벗어보라는 사람이 나왔다.
암묵적으로 형성된 분위기는 요청을 거절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러면 별수 있나. 덤벼드는 놈들을 죄다 때려눕히고 최대한 빠르게 마을을 벗어나야지.
다곤이 판 구멍에 남자가 떨어졌다.
레벨라와 다곤은 가까운 마구간으로 달렸다.
레벨라와 다곤.
마르할의 개척촌까지 닷새.
추격에 따라 변동의 여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