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41
ico_epub_viewer_scroll_arrow제141화
커다란 목판으로 막혀 있는 우물을 보고 마르할은 보이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엘리제는 최고 속도로 달려 밤이 지나기 전에 우물에 독이 든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는 생기가 없었다.
깨어 있는 몇 사람을 찾아 대화를 엿들으니, 우물물을 먹고 죽은 사람이 셋이나 나왔고, 그것 말고도 수십 명이 앓고 있다고 했다.
우물에 풀며 희석되었을 건데, 사람을 직접 죽일 독성을 가지고 있다. 독한 독이다.
십여 개의 마을의 우물에 이미 독이 풀렸다고 했다.
벌써 몇 명이나 희생자가 나왔을까.
더는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우물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
마르할이 사용하는 기적은 끊어진 혈관을 임시로 붙여 지혈하고 피부를 재생하는 게 한계다.
하지만 마르할이 자신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해독.
마르할 본인이 가득 독 저항력도 상당한 편이고, 마족이 차지하고 있던 서부는 인간의 몸에 유해한 독이 넘쳐나는 환경이었다.
국가 하나 크기의 영토가 통째로 유해 독소로 가득 차 있는 경우도 있었다.
독에 일가견이 있던 도둑과 성인도 중독되는 독이었다.
마르할은 수십, 수백 번 성인에게 중독을 치료받았다.
다곤이 만든 가장 독한 독도 마르할에게는 술에 타 먹을 향신료다.
마르할은 독이 든 우물을 완벽하게 정화할 수 있다.
모습을 드러내고 우물을 정화할 수는 없다.
레벨라가 편히 도망치게 하려고 얼굴을 너무 팔아버렸다.
수배서만 돌지 않지, 마르할의 인상착의는 소문으로 돌고 있다. 베이올라와 스트레킬도.
‘다 끝낸 다음 역공작을 한번 해야겠어.’
소문은 빠르지만, 형체가 없다.
수배서만 만들어지지 않으면, 역소문으로 소문을 덮어버리면 된다.
흉터 가득한 얼굴의 스트레킬과 화장 같은 거 없이도 눈에 띄는 베이올라의 외형이 살짝 걸리긴 하지만, 오래 활동한 중년 기사나 중년 용병은 얼굴에 흉터 몇 개씩은 가지고 있고, 비싼 화장품을 쓰면 베이올라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물 옆에는 용병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한 명은 확실한 초인. 다른 한 명은 초인은 아니지만, 특별한 신비를 사용하는 듯했다.
가죽끈을 사용하면 제압 가능하지만, 여기선 생각해둔 방법이 따로 있다.
마르할은 아스트람의 거점에서 가져온 하얀 망토를 뒤집어썼다.
마르할이 남자들 앞으로 나갔다.
“너는 누구냐?”
[성황국어를 쓰시는 분은 안 계신가요?]“…성황국어?”
남자들의 태도가 한결 유순해졌다.
하얀 망토, 성황국어. 그리고 공국어를 모르는 듯한 태도.
마르할의 모습은 어디로 보나 사제 그 자체다.
한 남자가 어눌한 성황국어로 말했다.
남자들은 의심 없이 우물을 막고 있던 목판을 치워주었다.
고행 중인 사제는 무법지대인 서부에서도 일종의 불가침 영역이다.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진 진짜 의사는 귀하다. 의사가 가진 지식도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같은 이름의 약초도 지역이 다르면 효과도 다른 경우가 많다.
돈도 받지 않고 부작용 없이 병과 상처를 치료해주는 고행 사제는 병든 자와 다친 자에게 한 줄기 빛이며 희망이다.
마르할은 우물 내부를 확인하고, 용병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에게 물통과 줄을 얻어 우물물도 한 모금 마셨다.
[사제님, 저기….] [다행스럽게도 제가 정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을 마시고 쓰러진 사람도 있습니까? 있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저희 마을은 돈이 없습니다.]용병은 이 마을 출신인 듯했다.
아무리 길어도 만들어지고 5년이 안 된 마을이다. 마을에서 자랐다는 건 말이 안 되고, 공국 쪽에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서부로 넘어온 경우이리라.
[저는 고행 사제입니다. 사람을 돕는 것만이 저의 숙명. 돈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대신, 근처 마을의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만, 정보가 있습니까?] [예. 때가 때이니만큼 근처 마을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던 참입니다.] [그거면 됩니다. 우물의 정화는 끝났으니, 환자들에게 안내해 주시죠.] [벌써, 말입니까?]용병이 되물었다. 마르할이 한 일이라곤 잠깐 우물에 걸터앉아 있었던 게 전부다. 그걸로 우물이 정화되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마셔서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아, 아닙니다. 어찌 사제님을 의심하겠습니까. 이쪽으로 오십시오.]용병이 손사래 쳤다.
마을을 구원해줄 사제의 기분을 거스르는 건 한없이 멍청한 짓이라는 건 배운 게 없는 용병이라도 알았다.
환자들을 모은 건물을 향해 걷던 마르할에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왔다.
용병이 눈을 크게 뜨는 가운데 마르할은 전서구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사제님… 혹시 그건?] [아, 제 친구입니다. 크게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용병도 전서구라는 게 있다는 걸 들어는 봤다. 그게 얼마나 비싼 물건인지도.
어쩌면, 눈앞의 사제는 평범한 신분이 아닐지도 모른다.
‘혹시, 성인님?’
성황국과 교회의 권력 구도를 모르는 용병에게 비범한 사제 하면 떠오르는 사제는 성인밖에 없었다.
성인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게 마족이 생겨나고 대량의 사상자가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닌가.
라일의 편지를 읽은 마르할은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편지에 불을 질렀다.
고행 사제가 사소한 마법을 쓴다고 의심을 사지는 않는다.
‘어디 있나 했더니, 레벨라랑 합류했었나. 일단은 안심할 수 있겠어.’
다곤과 레벨라라면 어설픈 현상금 사냥꾼들의 추적을 따돌리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르할이 염려하는 건 붉은 해골 용병단이다.
그들이 움직인 건 마르할에게도 의외다. 붉은 해골의 주 활동 영역은 경계 인근이라 라일에게 정확한 정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으니, 빨리 이쪽을 마무리하고 직접 움직이는 게 최선인가.’
[저, 사제님…?] [아, 잠시 어떤 악독한 자들이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악마의 하수인들이 분명합니다!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받을 놈들!] [신께서도 분명 그들에게 가장 비참한 벌을 내리실 겁니다.]신이 있다면 말이다.
마르할은 신이 되려는 남자와 종교라는 거대한 역사 덩어리는 알지만, 신에 대해서는 모른다.
* * *
베이올라는 말의 숨결을 느꼈다.
베이올라는 승마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낙마 사고라도 나면 높은 확률로 피가 나게 되어 있고, 그래서 그녀는 말을 조종하는 법 정도만 간신히 익혔다.
서부로 와서 매일 말을 타며 베이올라의 승마 실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녀는 처음 타는 말과 호흡을 맞추는 걸 넘어 말의 상태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말이 지쳐간다. 이대로는 얼마 달리지 못한다.
스트레킬이 탄 말은 당분간은 버틸 수 있어 보인다.
베이올라는 허리춤에서 말에게 쓰는 각성제를 꺼내 말의 입에 가져갔다.
말은 각성제의 냄새를 몇 번 맡더니, 입으로 가져갔다.
지친 말의 몸에 힘이 돌아왔다. 이걸로 다음 마을까지는 버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또 그녀 손으로 말 한 마리를 죽이게 되었다.
그녀가 가진 각성제는 마르할에게 받은 물건으로 멀쩡한 말도 먹고 나면 빈사 상태가 되는 물건이다.
지친 말에게 먹이면, 확정된 죽음이 기다린다.
희미한 죄책감이 위장을 타고 올라온다. 벌써 열 마리가 넘는 말을 그녀의 손으로 죽였다.
말도 엄연히 살아 있는 생물이다. 그녀에게 피 공포증을 심어준 건 그녀가 키우던 고양이였다.
모든 생명은, 살아 있다는 점에서 동등하다. 다른 차이는 부차적이다.
삶이라는 공통 명제를 박탈하는 일에 그녀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찾아오는 건 강한 자기혐오다.
마르할과 함께 레벨라가 편히 도망치기 위한 미끼 역할을 하며 그녀는 셋을 죽였고, 여덟을 불구로 만들었다.
한 번 한 번의 싸움이 고통이었고, 전투가 끝난 이후에는 한동안 주먹도 쥐지 못했다.
싸움이 끝난 그녀의 가슴을 채운 건 죄책감이 아니라 혐오감이었다.
땅에 뿌려진 피를 향한 혐오감, 색채 없는 눈동자에 대한 혐오감, 옆구리를 뚫고 나온 내장을 향한 혐오감.
베이올라는 사람의 죽음보다 그녀 눈앞에 있는 피에 공포를 느꼈다.
삶과 피를 저울에 올리면, 삶은 무겁고, 피는 가벼울 것일진대, 베이올라 므에실리고에게는 삶보다는 자기 눈앞에 떨어지는 피 한 방울이 더 중한 듯하다.
듯하다… 그래, 베이올라도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모른다.
마르할과 헤어지고 모든 게 흐릿하다.
마르할은 매사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 그 사람에게도 약점은 있겠지. 하지만 베이올라가 본 마르할은 늘 완벽에 가까웠다.
지도자의 역할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는 것이다.
설령 그게 잘못된 선택이라도,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뒤따르는 사람들의 불안은 덜어진다.
만인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일이 있다.
세상은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 그리고 기적 앞에서는 항상 잘못된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움직인 지도자가 있었다.
불가능을 믿고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면, 기적은 탄생하지 않는다.
마르할은 지도자였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 불안을 없애주는 지도자.
마르할이 옆에 없는 지금, 베이올라는 자신의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다.
‘레벨라.’
레벨라라면, 레벨라라면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었을 건데… 그녀 곁에는 레벨라조차 없다.
레벨라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베이올라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는 자신을 상상해 보았다.
베이올라는 피 공포증에 걸리지 않은 자신을 염원해 보았다.
베이올라는 황권 다툼 따위 없는 평화로운 황궁을 꿈꿔보았다.
베이올라는 학문을 탐구해 보았다.
베이올라는 죽음을 고찰해 보았다.
베이올라는 삶을 성찰해 보았다.
하지만.
베이올라는 레벨라 없는 삶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레벨라가 없던 시절의 삶이 기억나지 않았다.
공기처럼 자연스럽던 사실의 부재.
멈추지 않는 질주에 말들의 호흡이 가쁘다. 각성제까지 먹은 베이올라의 말은 당장에라도 죽을 듯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가장 호흡이 불안정한 사람은 말에 탄 베이올라였다.
‘초인의 육신도 지칠 때가 됐지. 분위기를 풀어줄 놈도 없고.’
육신은 정신을 따라가고, 정신은 육신을 따라간다.
몸이 지치면 정신도 지친다.
베이올라는 피 공포증을 가진 채 몇 번이나 전투를 치르고 사람을 죽였다.
정신은 이미 한계, 절벽 끝에 있는 정신을 강인한 육체로 지탱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신을 지탱하던 육신에도 금이 가고 있다.
스트레킬은 베이올라의 상태를 알면서도 침묵했다.
고작 사람 몇 명 죽인 일로 무너질 정신이라면, 앞으로 있을 황권 다툼에는 발도 디디지 못한다.
스트레킬은 이 자리에 마르할이 없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르할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겨봤자, 그건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고, 스트레킬은 지금이 적기라 판단했다.
* * *
레벨라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려던 팔을 멈췄다.
그녀의 검을 감싼 안개는 처음에는 연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은 뚜렷한 검은 안개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마족과 싸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족을 떠올릴 색이다.
검은 안개를 두른 검은 피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검에 두른 연기를 흩어내자 날 하나 상하지 않은 멀쩡한 검이 나타났다.
레벨라는 마을 구석에 있는 마구간에 있었다. 떠나기 위해 말을 고르던 중 현상금을 노린 용병이 습격해왔고, 그녀 혼자 용병들을 격퇴했다.
소란에 달려온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반원으로 감쌌다. 그들은 멀찍이서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레벨라를 바라봤다.
“얼마나 지났다고 또 습격이야?”
인파 사이로 성가신 표정을 한 다곤이 나타났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도박장에 볼일이 있다고 잠시 다녀오겠다고 했었다.
“빨리 떠납시다. 말값을 흥정할 필요가 없는 건 좋군요.”
“안 좋은 소식이야. 시뻘건 해골이 꽁무니까지 따라붙었어. 쉬지 않고 달려도 반나절이면 따라잡혀.”
레벨라가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마르할의 개척촌까지 하루 남았다.
반나절 만에 붉은 해골 용병단에게 따라잡히면, 남은 반나절 거리는 붉은 해골 용병단에게 쫓기며 달려야 한다.
말도 바꾸지 못하고, 쉬지도 못한 채로.
“그쪽에선 반응이 없습니까?”
“개척촌에서 병력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전부 흩어져 있다는 모양이야. 그놈과도 어디서 엇갈린 것 같고. 사실, 알아도 병력을 동원하긴 어려워. 그놈은 지주고, 너는 서부에서 어떤 취급인지 알잖아?”
알다마다. 현상금을 노리는 사람들은 이미 레벨라를 마족으로 확정 짓고 있다.
그게 더 돈이 되고, 더 많은 명예가 따라온다.
“지주가 마족을 도왔다간 단번에 서부의 공적이 되겠군요.”
“시선을 끈 것도 상당한 부담일걸? 눈치 빠른 지주 몇이 이미 손을 쓰고 있다는 것 같아.”
“개척촌에 도착해서도 위험한 건 아니겠죠?”
“그때는 정당한 명분으로 무력행사가 가능하지. 마족이건 뭐건 대형 용병단이 마을에 무기를 들고 들어오는 거니까. 네 신변이야 모른다고 하면 그만이고.”
“그럼 가죠.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습니다.”
마구간에서 제일 좋은 말 두 마리를 꺼내온 레벨라가 고삐 하나를 다곤에게 건넸다.
“각성제 있지?”
“있습니다.”
“먹여야 할 거야. 안 떨어뜨리게 조심해.”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두 마리 말이 생의 최후가 될 질주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