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43
제143화
다곤은 혀를 찼다.
다곤의 뒤에는 십여 명의 용병이 말을 타고 쫓아왔다.
그가 가진 신비는 발동에 시간이 필요하다.
말을 걸거나 산을 뿌려 시간을 벌어 대상을 구멍이 빠뜨리는 게 다곤의 주된 수법이다.
달리는 말 위에서는 구멍 하나도 파기 힘들다.
독과 산도 사용하기 힘들다. 독이든 산이든 개방된 공간에서는 금방 흩어진다.
그리고.
‘지독하게 쏟아붓는군. 비 올 계절은 지났는데.’
비가 왔다.
누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었는지 비가 억세게 내렸다.
독과 산을 뿌려도 비에 전부 씻겨 내려갈 뿐이다.
올라간 말의 체온을 비가 식혀주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건 추격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일이다.
날숨은 입김으로 변했다.
다곤이 돌연 상체를 기울였다. 손으로는 고삐를 최대한 늘려 잡았다. 다리로 말의 몸통을 꽉 잡고 다곤은 말의 배 쪽으로 들어갔다.
투명한 비에 붉은색이 섞인다. 말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다곤의 다리 옆으로도 화살 한 발이 지나갔다.
다곤은 달리던 말에서 떨어져도 낙법만 하면 멀쩡한 기사들과 다르다. 질주하는 말에서 낙마하면 최소 중사, 즉사 위험도 있다.
다곤은 쓰러지는 말을 완충재 삼아 땅을 미끄러졌다.
말과 다곤의 눈이 마주쳤다. 각성제를 먹은 말의 눈은 탁했다.
말의 눈에 하늘이 비쳤다. 탁한 눈과 탁한 하늘이 경계 없이 섞였다.
다곤이 일어났다. 붉은 옷을 입은 용병들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그들은 들고 있던 쇠뇌를 다시 말의 등짐에 끼웠다.
“손맛을 보고 싶다? 개 같은 새끼들.”
다곤은 이를 갈았다.
숙련된 사수가 쏘는 쇠뇌는 기사에게도 위협이다.
그를 죽일 거라면 거리를 유지하며 쇠뇌만 쏘아도 된다. 굳이 무기를 뽑는 저들의 행동에서 가학적인 악의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곤은 얌전히 사냥감이 되어줄 마음은 없었다.
다곤의 신비가 주변 땅에 마구잡이로 구멍을 만들었다.
다곤은 손에 막 보충한 독과 산을 들었다.
말들이 가까워졌다.
“남자인가. 꽝이군.”
지휘자로 보이는 남자가 공국어로 말했다.
붉은 옷의 가슴팍에는 해골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다곤은 저기에 뼈와 살을 녹이는 특제 산을 부어버리고 싶었다.
“독을 다룬다고 들었다. 이 상황에서도 쓸 수 있을까?”
“와봐.”
다곤은 망토 아래 숨긴 손에 힘을 주었다. 놈의 앞에 구멍도 하나 만들어뒀다. 한 발만 앞으로 오면 금화 10개짜리 독을 선물로 줄 테다.
남자가 다가왔다.
바로 구멍을 뚫어버리면 안 된다. 체중이 실리기를 기다렸다가, 지금.
남자의 몸이 아래로 꺼진다. 구멍의 깊이는 깊지 않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양발이 땅에서 떨어졌다는 게 중요하다.
다곤이 금화 10개짜리 독을 던졌다.
최소한 한 놈은 데리고 간다는 심정으로 던진 독이 허공을 갈랐다.
남자는 허공을 딛고 뛰었다.
남자는 과시하듯 허공을 한 번 더 밟고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착지했다.
“쓸 만한 재주지만, 상대가 나빴다. 더 보여줄 건 없나?”
“니 애미다. 그러게 기회가 왔을 때 끝냈어야지.”
남자는 등이 타는 듯한 통증에 뒤를 보았다.
부하는 모두 땅에 쓰러졌고, 남자 한 명이 그에게 쇠뇌를 겨누고 있었다.
언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건 확인했다. 남자의 눈에 몸에서 증기를 뿜어내는 흑마 한 마리가 보였다.
말이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길게 뿜어졌다. 생긴 건 말이지만, 그 기세는 남자가 봤던 어떤 맹수보다 흉포했다.
“어이쿠, 여기로 와주다니 감동인데.”
다곤이 긴장이 완전히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그럼 빨리 가는 게 좋을걸. 저쪽도 나랑 비슷한 숫자가 갔으니까.”
“그쪽은 이미 다른 사람이 가 있어요.”
“나를 무시하는 거냐!”
마르할이 장전이 끝난 쇠뇌를 쏘았다. 남자는 등에 화살이 박힌 몸으로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화살 바로 뒤에 날아오는 작은 침까지 발견하지는 못했다.
화살과 빗방울 사이에 숨어 날아간 침이 남자의 목에 꽂혔다.
우물의 독을 정제해 만든 독에 남자는 말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런 기술도 알고 있었어?”
“최근 배웠어요.”
검은 손가락을 고문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비전을 모두 빼냈다.
마르할은 암살의 정점인 도둑에게 기술을 배웠다. 방법만 알면 잡기술 한둘은 간단한 연습으로 배울 수 있다.
얇은 침에 독을 발라 쏘아내는 검은 손가락의 비전은 단순하면서 효율적이다.
그래서 배웠다.
“그거, 나도 배울 수 있을까?”
“5년 정도 연습하면요?”
“그 시간에 독을 하나 더 만들고 말지.”
다곤이 손사래 쳤다.
마르할이 엘리제의 등에 올랐다.
“중독은 됐어도, 죽지는 않았어요. 마무리 부탁해요.”
“어련히 알아서 하겠습니다요.”
다곤이 익살맞게 웃으며 품에 있는 약병을 꺼내 흔들었다.
엘리제의 뒷발에서 튄 진흙이 다곤의 머리만큼이나 솟구쳤고, 엘리제가 빗방울을 뚫고 튀어 나갔다.
다곤은 앞으로 엎어진 남자를 뒤집었다. 남자는 이성만은 유지하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다곤을 노려봤다.
다곤은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이 표식. 여길 찔러 달라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뼈와 살을 녹이는 액체가 해골 문양 위로 떨어졌다.
* * *
레벨라가 싸움을 시작하자 베이올라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당장 레벨라 옆으로 가고 싶다. 하지만 각성제까지 먹은 말의 속도는 이미 한계다.
베이올라는 레벨라의 싸움을 눈에 담았다. 빗방울이 눈에 들어왔지만, 베이올라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레벨라는 혼자 십여 명의 초인을 상대로 분전했다.
무기를 맞댄 상대의 몸을 이용해 사선을 피하는 동시에 계속 움직이며 포위를 피했다.
한 사람이 다수를 상대하는 이상적인 방법이다.
상대도 만만하지 않았다. 레벨라가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알자 과감한 공격은 피하고 몸을 사리며 그녀의 체력을 빼앗으려 했다.
레벨라의 다리를 감고 있던 검은 안개는 전신으로 퍼졌다. 검에도 검은 안개를 감았다.
레벨라는 힘을 중점으로 삼는 기사가 아니다. 그녀의 특기는 황실 교관으로 일하던 아버지의 기술과 평생을 단련한 속도다.
한 덩이 안개가 된 레벨라는 최소 중위 기사급으로 보이는 용병을 상대로도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레벨라는 전황을 분석했다. 이대로는 소모전으로 간다. 뒤쪽에는 싸우지 않고 기다리는 용병들도 있다.
원거리 무기도 있다. 쇠뇌도 위협적이지만, 활을 겨누고 있는 한 사람의 기척이 심상치 않다. 급소를 보이면 바로 쏘인다.
그런 확신이다.
오래 끌 싸움이 아니다.
레벨라는 팔을 노리는 검을 과감히 무시했다. 당연히 레벨라가 검을 막으리라 생각했던 용병들의 움직임에 망설임이 생겼다.
검은 안개는 레벨라에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 힘이 강해진 만큼 속도도 빨라졌다.
레벨라의 검이 용병 하나의 목을 그었다. 그녀의 팔에도 상처가 났다.
몸을 감싸고 있던 안개가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떨어지며 빗물과 섞였다.
레벨라가 용병들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사선을 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족…!”
용병 하나가 말했다.
레벨라는 그가 무얼 보고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쓰라리던 팔의 상처에서 고통이 사라진다. 대신 상처 부위가 간지럽다. 상처에 새살이 차올랐다.
“여유 부리다가는 이쪽이 당한다. 최선을 다해라!”
용병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사수들은 좌우로 퍼지며 적극적으로 사선을 찾아 움직였고, 체력을 비축해두고 있던 용병들도 레벨라에게 접근했다.
붉은 해골 용병단은 마족과의 전쟁도 경험한 일류 용병단이다. 그들이 가진 기술과 경험을 무시해선 안 된다.
레벨라도 공세에 나섰다.
오른쪽에서 옆구리를 노리는 화살을 무시한다.
레벨라는 최소한의 갑옷을 걸치고 있다. 화살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니지만, 방금 보았던 재생력이 있다면 무시해도 된다.
옆구리를 찌르는 화끈한 통증에 동작을 멈출 뻔했다. 레벨라는 이를 악물고 목을 노리는 검을 막았다.
레벨라는 자신의 재생력을 믿는다. 그러나 목의 동맥이 잘리면 회복되기 전에 과다 출혈로 기절한다. 피를 잃은 충격으로 죽을지도 모른다.
알량한 재생력을 얻었다고 무적이 되는 게 아니다.
다섯 발의 화살을 맞았고, 둘을 더 죽였다.
레벨라는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활을 든 용병이 인상을 쓰고 있다. 레벨라는 다른 화살을 허용하면서도 저 용병에게는 사선을 내주지 않았다.
활의 장력부터가 흔한 쇠뇌와 다르다.
몸에 박히는 게 아니라 갑옷과 함께 몸을 관통할 화살이다.
레벨라는 분전했지만, 숙련된 용병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검은 안개가 주는 재생력도 무한하지는 않았다.
숨이 차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허용하지 않아도 될 공격을 허용한다.
얼핏 레벨라가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약간 다르다.
레벨라는 자기 힘을 통제하고 있었다. 넘쳐나는 힘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죽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마족의 검은 안개가 주인인 레벨라의 정신을 삼키려 했다.
마족이 지나간 자리에는 동물도 식물도 남지 않는다.
숲에서 만난 남자에게 받은 목패는 예전에 부서졌다.
그녀의 몸을 지켜줄 물건은 없다.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그녀는 마족이 될 것이다.
한 번 세상에서 사라졌던 재앙이 재림한다. 그리고 다시는 베이올라와 만날 수 없게 된다.
상처 입을수록, 검은 안개가 짙어질수록 가슴이 공허해진다.
레벨라는 자신의 역사가 사라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포기하자. 마족이 될 바에 여기서 목이 잘리는 게 낫다. 여긴 마르할의 개척촌 인근이다. 마르할의 땅에 마족을 풀어둘 수는 없다.
레벨라가 모든 걸 내려놓으려 할 때였다.
“레벨라아아아!”
그녀를 부르는 외침이 들렸다. 말 한 마리가 달려왔다.
힘이 다한 말이 도중에 쓰러졌다. 말에서 뛰어내린 기수는 자신의 발로 질척한 땅을 내달린다.
베이올라였다.
활을 든 남자가 시위를 당겼다.
시위를 벗어난 화살이 빗속을 뚫고 날아갔다. 화살 앞을 가로막는 빗방울이 보이지 않는 힘에 부서진다. 부서진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며 시야를 가렸다.
레벨라가 예상했던 대로 심상치 않은 위력을 가진 공격이었다.
“성가셔!”
베이올라는 화살을 검으로 쳐냈다. 레벨라도 재연할 자신이 없는 깔끔한 일검이다.
비어가던 그녀의 가슴에 희열이 차오른다.
저거다.
저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녀는 목숨을 건 도박을 했다.
검을 잡고 1년도 안 된 베이올라가 평생 검을 잡은 레벨라를 뛰어넘었다.
레벨라가 봤던 베이올라의 가능성, 황제의 좌에도 닿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베이올라 뒤에서는 투구까지 쓴 스트레킬이 달려오고 있었다.
붉은 해골 용병단에게 승산은 없다. 그들은 본대도 아니고, 용돈벌이로 서부로 나온 분대다.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를 사냥할 무기는 갖추고 있지 않다.
“저것의 상태를 봐라! 저건 이미 마족이다! 세상의 남은 반조차 없애버릴 생각이냐!”
활을 든 남자가 외쳤다.
전멸이 정해져 있다면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본다. 용병이 가진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다.
세 발의 화살이 한 번에 쏘아졌다. 세 개의 화살은 서로 경쟁하듯 시시각각 속도가 변해 어떤 걸 먼저 쳐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딴 거 몰라! 레벨라는 내 친구고, 나는 친구를 만나야겠어!”
베이올라가 검을 휘둘렀다. 세 개의 화살이 땅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