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48
제148화
개척촌에 도착한 울테칸과 샤벨은 마장부터 찾았다.
어지간히 좋은 말이 아닌 이상 마을에 도착하면 말을 팔았다가 떠날 때 비슷한 말을 사는 게 훨씬 편하다.
서부의 말은 초원의 전사인 울테칸이 보기에도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아 명마에 크게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마장에는 노인 한 명이 말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투지는 느껴지지 않지만, 고요하게 가라앉은 눈은 말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척 보기에도 백 마리가 넘는 말을 모두 관리하려면 저 정도 눈썰미는 가져야 할 것이다.
울테칸은 말의 갈기를 정리하는 노인의 모습이 어딘가 낯익었다.
울테칸은 마족이 서부를 멸망시키기 전까지는 안체의 전사들과 함께 용병으로 활동했다.
그렇게 번 돈을 고향으로 보내 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게 안체 젊은이들의 주된 역할이었다.
전쟁에 용병이 따라다니는 건지, 많은 숫자의 용병이 전쟁을 부르는 건지, 안체 인근 국가는 유독 전쟁이 많았고, 울테칸도 다양한 전쟁을 경험했다.
한 전장에서 그는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를 보았다.
전쟁터를 전전하다 보면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를 몇 번은 보게 된다.
온몸에 철을 두른 죽음의 기사가 나타나면, 상대 쪽에서도 죽음을 물리치는 구세주를 준비한다.
구세주는 철을 베는 기사가 되기도 하고, 마법사가 되기도 하고, 많은 화약과 대포가 되기도 한다.
그날 나타난 구세주는 철을 베는 기사였다. 울테칸은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의 적이었으므로, 구세주는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철을 베는 기사와 전신 갑옷을 입은 기사가 충돌했다.
빛이 번쩍였고, 철을 베는 기사는 허리가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울테칸의 안에서 하나의 상식이 붕괴하는 순간이었다.
후일 울테칸은 기사의 이름을 알았다.
말을 울타리 안으로 돌려보낸 조셉이 입을 열었다.
“말을 맡기실 겁니까?”
“번개 사자 조셉 라이넬. 맞습니까?”
“초원의 전사가 퇴물의 이름을 기억해주니 영광이군. 도련님이 말했던 그 친구인가.”
“편지를 전하러 왔습니다.”
울테칸이 공손하게 말했다.
울테칸은 용기와 만용을 구분할 줄 안다.
육신이 노쇠했다지만, 번개 사자가 지닌 신비는 가볍게 볼 게 아니다.
“도련님은 서쪽으로 가셨어. 편지를 전하려면 그쪽일세.”
“마을 재건입니까?”
울테칸에게는 안체 출신들로 구성된 정보망이 있다.
대단한 정보는 구할 수 없지만, 서부 전역에 떠도는 소문 정도는 듣는다.
최근 이 근처에서 토지 경주가 있었다고 한다. 토지 경주 이후 서부로 사람이 갈 일이라면 뻔하다.
“직접 갈 건가?”
“아닙니다. 아내와 딸아이가 쉬어야 해서.”
“가요.”
“샤벨?”
샤벨의 말에 울테칸이 고갤 돌렸다.
그의 아내가 맑은 눈으로 울테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부하가 그랬잖아요. 도시 재건이라고. 다치는 사람도 많을 거예요.”
“너무 위험해.”
최소한의 치안이 확보되어 있는 마을과는 다르다.
도시를 재건하는 현장이라면 지주가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할 테고, 떠돌이 일꾼들은 눈앞의 이익과 쾌락을 좇아 미래를 파는 족속들이다.
“서부에 안전한 장소가 있긴 하고요?”
“거긴 일반 마을과는 완전히 달라.”
“당신이 있잖아요.”
울테칸은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위험하다고 하면 그의 힘으로 샤벨을 지키지 못한다고 시인하는 꼴이고, 가자고 하면 샤벨의 뜻대로 된다.
조셉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금실 좋은 부부를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도망칠 수 없는 함정에 걸렸군. 편지를 전하러 간다면, 말은 준비해줄 수 있네.”
“…얌전한 놈으로 부탁드립니다.”
“내일 아침에 오게.”
지금 말을 내어달라 해도 조셉은 말을 내어줄 것 같지 않았다.
샤벨은 개척촌으로 출발하기 직전까지 마약중독자를 치료했다.
겉으로는 멀쩡해도, 보이지 않는 피로가 상당히 쌓였을 것이다.
울테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셉에게 말을 맡겼다.
* * *
아침 공사 현장은 활기로 가득하다.
작업 시작 전 마지막 확인을 위해 작업반장들이 이리저리 소리치고 돌아다녔고, 인부들은 자기 연장을 점검하거나 찬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굳은 몸을 풀려고 모닥불을 피우거나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 안쪽에서는 나이가 들며 잠이 없어진 노인들이 소일거리로 바느질을 하거나, 부서진 연장을 고치거나, 버려진 가죽과 나뭇조각 등으로 재주껏 신발이나 옷, 허리끈 등을 만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노인들에게 일을 배우거나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마을에 정착하기로 한 사람들이 가구로 만들 나무를 고르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마린의 땅은 제법 마을의 태가 났다.
카리안은 생기가 맥동하는 마을이 퍽 부러운 눈치였다.
“창고 대신 마을을 지었으면 어땠을까.”
“마을을 짓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겠죠. 그래도 바로 옆에 붙은 마을끼리 지주가 다르다는 걸 알면 나중에 성가셔질걸요.”
“그건 그래.”
하나의 마을에서도 사람들끼리 편을 갈라 싸우는 일이 흔하다.
만일 마을끼리 다툼이 생기면, 카리안이 지주로서 마주해야 하는 사람은 마르할이다.
상상만 해도 몸이 떨리는 일이다.
“창고를 짓기 잘했어. 나는 도시 안쪽을 보고 올게.”
“호위도 없이 괜찮아요?”
카리안이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인간은 아니지만,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초면인 사람에게 칼을 찔러 넣는 사람도 있다.
카리안이 재수 없게 칼에 찔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라는 법도 없다.
“간단한 호신술은 배워뒀어.”
“그럼 다행이고요.”
유곽의 사산아는 근원을 따라가면 바체아 제국보다 오래된 조직이다.
본인은 간단하다 말하지만, 아마 평범하진 않은 기술일 것이다.
카리안은 말을 몰아 도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시는 그나마 남아 있던 성벽도 모두 무너졌다. 속살이 그대로 보이는 도시 안쪽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돌과 나무를 나르고 연장을 휘두르고 있었다.
재료를 보충해 성벽을 다시 짓는 것보다 부서진 성벽 잔해로 건물을 세우는 게 훨씬 이득이긴 하다.
만 명 단위의 사람이 살 게 아니라면 성벽에서 나온 돌만 사용해도 건축자재가 부족하지는 않으리라.
마르할은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을에는 아이가 보였다. 서부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서부가 열리고 5년이다. 서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제 막 크기 시작할 무렵이고, 아이를 가진 부부가 생활하기에 서부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다.
공국이라면 근처 영지에 교회도 있고, 주기적으로 마을을 순회하는 고행 사제도 있다.
사제도 의사도 없는 서부에서 몸이 약한 아이는 가벼운 감기나 배탈로도 죽는다.
마르할은 마을 중앙 인근에서 마린과 마주쳤다. 마르할을 본 마린의 눈이 커졌다.
“마린,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네. 이상한 사람이 한 명 오긴 했는데, 그것만 빼면 잘 지냈어요.”
마르할은 마린이 말하는 이상한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마린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와 보폭이 달라져 있었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걸음이 안정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변화였다.
첫발을 뗄 때부터 몸에 새겨진 걷는 방법을 바꾸는 건 유명한 유파에서도 몇 년은 걸리는 일이다.
마르할은 짧은 시간에 사람의 보폭을 바꿔버리는 사람을 한 명 안다.
검을 잡고 하루 만에 강철을 벤 재능의 괴물도 가능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인간은 이론보다는 감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반대로 도둑은 이론에 충실하다. 도둑이 배운 비전들은 대부분이 훔친 것들이다.
근본부터 역사까지 모든 게 서로 다른 이론들을 몸에 익히려면 철저한 분석이 필요했다.
마린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도둑과 만났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리라.
마르할도 그녀의 뜻을 존중해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일행은 마을 중앙에 있는 건물로 들어왔다.
휴고가 책상 위에 종이를 산처럼 쌓아두고 있었다.
“주인님, 오셨습니까.”
“바쁜가 봐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이상 서부에 있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휴고가 관리하는 사업체 중에는 휴고만이 전체 그림을 알고 있는 사업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임시로 맡겨둘 수는 있지만, 결국은 휴고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다.
“제 대리인은 이미 준비해 뒀습니다. 주인님이 보낸 그 사람도 있고요.”
경계 도시로 가봐야 한다는 뜻이다.
마르할의 말에 반박하는 법이 없는 휴고가 그리 말할 정도라면 진짜 아슬아슬하다는 소리였다.
“쿠헬바는 잘 적응해요?”
“놀라울 정도로 잘해주고 있습니다. 현재는 카반의 도시 전반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쿠헬바가 카반의 도시를요? 그럼 여기는요?”
“헬라와 그녀를 도울 사람 한 명을 구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정말요?”
마르할은 휴고에게 카발리의 저주 이야기를 들었다. 저주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도.
“간단한 마을 관리는 맡겨도 되겠네요.”
카발리에게 걸린 저주는 마르할이 마르에게 배운 마법의 하나다.
저주의 위력은 믿을 만하다.
저주를 건 사람도 마침 실라나티엘이니, 마르가 쌓은 역사도 일부 품고 있을 것이다.
휴고는 경계로 귀환하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작업들을 인계하러 갔고, 마르할도 오랜만에 휴고를 따라갔다.
스트레킬은 오랜만에 만난 마린의 실력을 확인하러 작업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공터로 나왔다.
“변했군. 남자라도 만났나?”
“남자는 남자였죠.”
스트레킬의 눈이 먹이를 포착한 맹수처럼 변했다.
“어떤 남자인지 확인해보고 싶지 않아요?”
“말만 늘었군. 그 남자가 사기꾼이었나?”
“맞아요. 사기꾼.”
사기꾼이 아니라고 하면 도둑이 반대로 화를 낼 것이다.
만난 기간은 짧지만 마린이 본 도둑은 자신의 이름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스트레킬의 표정이 묘해졌다.
마린은 마르할을 빼면 또래 남자와는 엮이는 걸 자체를 거부했다. 그녀의 성장 환경을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린이 가만히 있으려 해도 주변에서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았을 거다. 여자를 물건이나 상장 취급하는 인간들과도 어지간히 엮였겠지.
그래서 스트레킬은 마린이 직접 남자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제자의 사생활까지 간섭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쁜 길로 빠지는 걸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스트레킬이 검을 뽑았다. 마린도 양손에 유물을 들었다.
마린을 다시 만났을 때부터 위화감이 있었다. 마린이 무기를 들자 스트레킬은 위화감의 정체가 드러났다.
안정되어 있다.
스트레킬은 마린에게 검술의 기초를 가르쳤다. 단검술은 가르치지 못했다.
마린의 검은 기초 검술과 자기 경험을 섞은 자신만의 검술이었다.
저건 다르다. 중심부터 팔과 다리의 위치, 시선까지 원래 마린의 자세와는 모든 게 다르다.
기존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안정되었고, 그 안에 깃든 철학과 역사마저 엿보인다.
수백 년 역사를 가진, 제국 고위 귀족도 한 수 접어주는 유파에서 천재라 불리는 자들에게서나 보이던 압박감이다.
공교롭게도 스트레킬은 최근 단검을 쓰며 거대 유파도, 심지어 하나의 국가도 한 수 접어주는 역사의 소유자를 만났다.
도둑.
‘어쩐지 등장이 너무 딱 맞더라니.’
서부에서 마린을 가르치고 있다가 이상을 알아차리고 움직였다면 말이 된다.
“보통 사기꾼은 아니군.”
“짜증 나는 사기꾼이에요.”
도둑의 제자가 된 마린의 성장은 경이로웠지만, 스트레킬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흙투성이가 된 마린 다음 베이올라와 스트레킬의 대련이 이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이올라도 같은 모습으로 마린 옆으로 굴러왔다.
“나란히 반성이라도 하고 있어라. 점심은 내가 만든 식사다.”
두 사람이 나란히 얼굴근육을 찌푸렸다.
투구를 벗어 옆구리에 낀 스트레킬이 마을로 갔고, 마린과 베이올라는 둘만 남았다.
“누구 죽였냐?”
마린은 만날 때부터 쭉 죽상을 하고 있던 베이올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 말도 없이 인상을 쓰고 있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이어진 대답에 마린은 베이올라가 죽상을 쓰던 이유를 알았다.
“레벨라가 죽었어.”
“레벨라가? 왜?”
세상 물정 모르는 베이올라와 다르게 레벨라는 진짜였다. 어디서든 살길을 찾아 살아남는 종류의 인간.
가족을 만나고 온다던 그녀가 죽었단다. 마린도 믿기 힘든데, 베이올라는 오죽할까.
“레벨라는 마족이 되었어. 마족이 된 레벨라를 내가 직접 죽였고.”
“…그, 괜찮냐?”
“아니. 그래도 괜찮아져야지.”
조용했다. 통나무 굴리는 소리와 공구 소리만이 두 사람이 있는 장소까지 간헐적으로 들렸다.
“미안.”
“마린 잘못도 아닌데. 괜찮아.”
“그게 아니라….”
마린은 도둑이 왜 그리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지, 그리고 갑자기 떠났는지 알았다.
마족이 나타났다면 도둑이 움직일 이유가 된다.
베이올라가 레벨라와 싸우고 있을 때, 그녀는 도둑에게 기술을 전수받으며 좋아했다.
마린은 그게 죄스러웠다.
마린의 마음을 읽은 듯 베이올라가 말했다.
“괜찮아. 나쁜 건 레벨라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니까. 그 사람은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야.”
황야는 조용했고, 마린은 오랜만에 침묵을 무겁다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