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54
제154화
마르할.
안톤 주교가 가지고 있는 토지 문서의 전 주인.
마르할은 서부 상인들이나 용병 길드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그가 서쪽에 있는 개척촌의 주인이라는 것도 안다.
안톤 주교도 그 일부에 포함되는 사람이었다.
마르할에게는 한 가지 소문이 더 있었다. 그가 상당한 부자라는 소문이었다.
마르할은 과거 큼직한 의뢰 몇 개를 수행했고, 상당한 목돈을 벌었다.
중간 과정은 모르지만, 어느새 마르할은 상당한 돈을 다루고 있었다.
장사가 대박을 터뜨렸니, 돈 많은 후원자가 붙었니, 말은 많다.
확실한 건 마르할에게 돈이 많다는 사실이다.
마르할의 부하라는 놈이 찾아와 알라실의 파견을 부탁했을 때 안톤 주교는 마르할의 자산 반을 요구했다.
겨우 재산의 반만 받고 끝낼 생각은 없었다.
상대가 바로 재산의 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시하리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 성황국 금화 200개는 받아 내겠다는 속셈이었다.
알라실은 교황청에서 특별 관리하는 인재다. 언행은 신의 뜻을 수행하는 성직자답지 않게 천박하지만, 솜씨는 확실하다.
금화 200개는 되어야 셈이 맞는다.
마르할의 부하라던 인상 험악한 남자가 제시한 대가에 안톤 주교는 머리가 새하얘졌고, 정신을 차리니 안톤 주교의 손에는 경계 도시의 토지 문서가 들려 있었고, 알라실은 서쪽으로 떠난 뒤였다.
경계 도시의 토지 문서라니!
안톤 주교는 머리가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기 손에 들린 물건의 가치도 모를 바보는 아니었다.
마르할의 부하가 다녀간 뒤로 마르할과 연관되는 건 처음이었다.
안톤 주교의 앞에는 여전히 그의 생사를 쥐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메라가 말했다.
“누구죠?”
“거, 거래 상대입니다.”
“어떤 거래요?”
안톤 주교가 눈을 꼭 감았다.
아깝다. 토지 문서를 팔고 들어올 돈이 아까워 미칠 것 같다. 하지만 이단심문관이 조사를 시작하면 전부 드러날 일이다.
의미 없는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순순히 협조하며 목숨을 구걸하는 게 그나마 살아남을 길이다.
“토지 문서입니다.”
안톤 주교가 개미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메라가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땅을 가지고 있다는 기록은 없었는데요. 그리고 땅을 얻었다면, 교황청에 세금은 냈겠죠?”
안톤 주교의 눈동자가 떨렸고, 안색은 창백했다.
비싼 물건에는 비싼 세금이 붙는다.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면 값을 계산할 수 없다는 토지 문서에 붙을 세금은? 그의 전 재산을 처분해도 낼 수 없을지도 몰랐다.
“세금도 안 낸 토지라. 어떤 땅인지 보고 싶군요. 거부권은 없다는 걸 잘 아실 테죠?”
다시 문밖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교님? 안에 안 계세요?”
“조금 있다가… 10분 후에 데려오라고 하세요.”
안톤 주교가 냉큼 소리쳤다.
“10분! 10분 후에 데려오거라!”
“알겠습니다.”
문밖에 있던 사제의 기척이 멀어졌다.
“일단 토지 문서부터 보고, 그 후에 어떻게 된 일인지 듣도록 하죠. 안톤 주교, 당신이 신실한 신앙심을 보여준다면, 신께서 당신을 보우하실 겁니다.”
안톤 주교는 떨리는 손으로 벽 안에 숨겨진 금고를 열고, 보석과 같은 귀중품 사이에 고이 놓여 있는 토지 문서를 꺼냈다.
그리고 안톤 주교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마르할은 이 교회에 손님 대기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마르할은 대기실 소파에 앉아 안톤 주교가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떠보기? 그럴 담력이 있는 인간이었나?’
안톤 주교의 성격으로 봐선 바로 만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
대기실 문을 열고 알라실이 들어왔다.
알라실은 성큼성큼 마르할에게 다가와 마르할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당신 미쳤어요! 무슨 생각이에요!”
“정당한 대가를 주고 수녀 한 명을 고용했죠.”
“정당한? 정당하아안? 기적 한 번 쓰자고 작위랑 영지를 거는 귀족이 어디 있어!”
“저는 귀족도 아닌데요. 그리고 있어요. 기적 한 번 쓰자고 영지를 거는 사람.”
자식을 살리겠다고 작위와 영지를 성황국에 넘긴 사람이 있긴 있다.
마르할과는 무관계한, 100년도 더 전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렇게 작위와 영지를 모두 걸고 자식을 살리려던 귀족은 자식도 살리지 못하고 작위와 영지를 모두 빼앗긴 끝에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거금을 들여 사제를 데려와도, 사제가 병을 고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제가 무능해도 돈은 돌려주지 않는다.
사제 파견 금액은 명목상으로는 신에게 내는 헌금이다.
한번 신에게 낸 돈을 돌려줄 수는 없다는 게 교회의 논지다.
“비유라고! 비유! 그리고 서부의 토지 문서는 어지간한 작위와 영지보다 더 귀하다고요! 알고 있어요?!”
“그렇긴 하죠.”
알라실은 율란의 이름을 잇는 사람이며, 성황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짜 에고만이다.
토지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고 있겠지.
“그걸로 수천 명을 구했잖아요? 그거면 됐죠.”
“또 그거? 서부가 내 모든 것?”
“잘 아네요.”
알라실은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멍청한 놈이 멍청한 짓을 저지르면 원래 그런 놈이니 무시하면 된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이 천하의 멍텅구리도 하지 않을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 화가 나 가슴이 아릴 지경이다.
“토지 문서를 되찾을 계획은 있죠? 제발 그렇다고 해요. 안 그러면 열 받아 쓰러질 것 같으니까.”
“계획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죠.”
손님 대기실 문을 열고 사제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마르할과 함께 있는 알라실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
주교가 관리하는 경계 도시의 교회는 열 명 이상의 성직자가 상주하고 있는 중견 규모의 교회다.
사제와 수녀 사이에서 알라실은 특별한 취급을 받는다.
기적을 몸에 익힌 성직자들은 알라실의 몸에 깃든 기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신의 은총을 몸에 새기는 과정에서 알라실이 어떤 고통을 감당했을지 안다.
알라실의 방에만 최고급 가구가 들어서고, 매번 기도를 빼먹어도 혼나지 않는 그녀를 질투하지 않는 건 그녀의 기적 아래 숨겨진 노력을 알기 때문이다.
알라실을 보고 어색해진 사제에게 마르할이 말했다.
“가죠. 안톤 주교님의 준비가 끝난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이쪽으로.”
“잠깐만요. 나도 갈래요.”
“하지만 주교님이 부른 사람은….”
“내 일이에요. 그러니까 나도 있어야죠.”
사제가 뭐라 말을 꺼냈지만, 알라실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안톤 주교의 방에 들어갈 때는 알라실과 마르할이 함께였다.
안톤 주교의 방에는 이미 손님이 있었다.
이단심문관 메라 알레자스.
마르할은 거리에서 그와 마주치고 거의 바로 교회로 왔다.
그걸로 알 수 있는 사실 하나.
메라도 교회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했던 건 이단심문관 때문이었나.’
안톤 주교의 얼굴은 거멓게 죽어 산송장이 따로 없었다.
안톤 주교에게 이단심문관을 상대로 거짓말할 배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모든 걸 불어버린 후라고 봐야 한다.
안톤 주교를 손에 쥐고 휘두르려면 저 이단심문관을 설득해야 한다. 마르할이 메라의 약점을 잡고 협박해도 모자랄 판에 메라가 마르할의 약점을 잡게 생겼다.
일이 살짝… 많이 꼬였다.
메라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마르할은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는 알라실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경외? 이단심문관이 알라실을 보고?’
이단심문관이 일개 수녀에게 보일 반응이 아니다.
메라는 알라실이 누군지 알고 있다.
알라실 에고만의 이름과 그 이름의 의미를.
‘서부까지 온 건 알레스 때문이 아니었나.’
저 반응을 보니 알레스는 덤이고, 이쪽이 진짜 목적인 듯했다.
그런데 왜?
이단심문관이 알라실을 만나 무얼 하려고?
마르할이 먼저 메라에게 말을 걸었다.
메라 뒤에 있는 여인은 모략이나 계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단심문관 인정 과정에 있는 견습생이 혼자 활동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마르할은 그냥 둘을 하나로 묶기로 했다.
“반갑습니다. 아까 거리에서 스치듯 만났는데, 기억하실지 모르겠군요.”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분인 줄 알았으면 인사라도 할 걸 그랬군요. 대지주 마르할. 저는 메라라고 합니다. 성황국에서 이단을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죠. 이쪽은 제 제자인 노아입니다.”
노아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제 소개는 안 해도 되겠군요. 그리고 대지주라는 건 잘못된 표현입니다. 저를 대지주로 만들어준 땅은 제 물건이 아니니까요.”
알라실에게는 두 사람의 신경전이 갑자기 시작된 걸로 보였다.
알라실은 이단심문관이 교회에 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걸 원하시는 겁니까?”
메라가 옆으로 비키자 그가 가리고 있던 책상의 모습이 드러났다.
책상에는 요즘에는 보기 드문 양피지가 있었다. 메라가 양피지를 손으로 들었다.
간단한 마법까지 걸려 있는 양피지의 제일 위쪽에는 토지 문서라는 단어가 성황국 문자로 적혀 있었다.
그 아래로는 토지의 범위와 권리를 증명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마르할이 가지고 있던 토지 문서였다.
공국어로 되어 있던 문서는 주인이 바뀌며 연합에서 새로 발행한 문서로 바뀌었다.
“맞습니다.”
“교회에 들어온 모든 헌금은 신에게 바쳐지는 돈. 오직 신을 위해서만 쓰여야 합니다.”
“이 문서는 교황청으로 가 신의 뜻을 널리 펼치는 일에 쓰일 겁니다.”
안톤 주교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는 무서운 아저씨에게 간식을 뺏긴 아이처럼 메라에게 손을 뻗었다가 거두기를 반복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그의 입이 뻐끔뻐끔 움직였지만, 끝내 안톤 주교는 침묵했다.
알라실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알라실은 교황청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실험체다.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주교 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부품이다.
전날 따귀를 때린 걸 명분으로 협박이라도 해볼 요량이었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토지 문서는 처음 보는 이단심문관의 손에 있었다.
알라실의 외부적인 신분은 성황국 소속 일반 수녀로 이단심문관에게는 언제든 그녀를 처형할 권한이 있다.
교황청에 연락할 기회가 있다면 달라지겠지만, 그녀가 교황청에 연락하는 것보다 이단심문관이 그녀를 죽이는 게 더 빠르다.
마르할에게 토지 문서를 되찾아 주려던 계획이 전부 무산될 위기였다.
메라가 토지 문서를 품에 넣었다.
“괜찮은 수익도 얻었으니, 오늘은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안톤 주교, 내일 다시 찾아오죠. 정리할 게 있다면 오늘 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가죠, 노아.”
“네, 사부님.”
메라와 노아가 안톤 주교의 방을 나갔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안톤 주교가 땅에 주저앉았다.
“난 망했어! 전부 망했다고!”
“이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단심문관이 여기 왜 있어!”
알라실이 안톤 주교의 멱살을 잡았다.
알라실의 팔 힘에 안톤 주교의 몸이 위로 들렸다.
오늘 두 번째 멱살이 잡히는 안톤 주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도 몰라! 이단심문관이 오는 이유 따위 알겠냐고!”
“두 분 다 진정하시죠.”
마르할이 목청껏 소리치는 두 사람을 말렸다.
바람으로 소리를 막지 않았으면, 메라와 노아에게도 들렸을 우렁찬 외침이었다.
“천한 것은 닥치고 있어라!”
“당신이나 닥쳐! 마르할, 당신도 그래요. 이대로는 토지 문서를 영원히 되찾을 수 없게 된다고요!”
“평범한 이단심문관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그는 이단심문관이랑은 달라요. 이단심문관이 이단을 두고 간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나요?”
알라실에게 멱살을 잡힌 상태로 안톤 주교가 목을 움츠렸다.
“평범한 이단심문관이 아니라고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말을 꺼낸 알라실은 바로 자책했다.
이 바보. 까먹을 게 따로 있지.
마르할은 용사 일행의 길잡이였다.
이단심문관이 아니라 교황청 가장 깊은 곳의 비밀을 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사람이다.
“잘하면 가능성이 생길지도 몰라요. 알라실, 손 좀 놔주세요. 그러다 질식하겠어요.”
알라실이 손에 힘을 풀자 안톤 주교가 오늘 두 번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그게 정말인가? 내가 살아날 길이 있다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마르할에게 물었다.
“그건 주교님 하기에 따라 달렸죠.”
안톤 주교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토지 문서가 그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이상 안톤 주교를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다.
서로 얼굴 붉히는 일만 남았던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협력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