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56
제156화
메라와 노아는 각자 의자에 앉았다. 그들 앞에는 이미 물병과 물 잔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르할이 입을 열었다.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시면 뭐든 시키셔도 됩니다. 여기 주방장은 성황국 음식도 만들 수 있거든요.”
메라는 새삼스레 그가 성황국어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성직자의 뒤를 캐는 것도 이단심문관의 일이다. 메라는 성황국 사투리는 모두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타국 사람이 성황국어를 사용할 때의 특징도.
낮에 봤을 때와는 발음이 약간 다르다. 낮에는 공국 사람이 성황국어를 익혔을 때와 같은 발음이었다.
경계에서 많이 듣던 발음이라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저기 있는 마르할은 발음이 바뀌었다. 그는 완벽한, 메라와 노아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발음의 성황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성황국어를 잘하시는군요.”
“성황국에 지인이 있어서요. 어서 주문하시죠. 저는 수프 한 그릇에 빵 하나. 고기는 늘 먹던 대로. 술도 한 병 주세요. 마찬가지로 먹던 걸로요.”
“흑빵에 우유 한 잔이면 됩니다.”
점원은 당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여기는 한 끼에 금화가 필요한 식당이다. 점원이 일하며 흑빵과 우유만 주문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점원의 시선은 메라에게 잠깐 머무르다가, 이내 마르할을 향했다.
그나마 아는 얼굴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다.
“주세요. 그 정도는 있잖아요.”
“우유는 있습니다만, 흑빵은….”
“근처에서 구한 싸구려 흑빵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점원이 다시 눈으로 마르할에게 도움을 청했다. 정말 이대로 내와도 되냐는 무언의 물음이었다.
“괜찮아요. 정말 그거면 만족할 사람이니까요.”
“노아. 당신은 먹고 싶은 걸 시키세요.”
“저, 정말임까?”
메라의 주문을 듣고 시무룩해져 있던 노아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당신은 아직 성장 중이니까요. 먹는 건 중요하답니다.”
“그, 그러면… 뭐를 시키지?”
노아는 성황국에서 평민으로 태어나 성기사가 되기 위해 교황청에 들어갔다.
차라리 사제 교육을 받았다면, 신에게 선택받은 사제로서 예절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사치를 부리는 법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성기사는 이단심문관만큼은 아니지만 청렴해야 한다.
노아는 살면서 한 번도 사치를 부려본 적이 없었다.
“그럼 추천 음식을 시키시죠. 그게 제일 많이 나가고, 또 괜찮을 겁니다. 그렇죠?”
“맞습니다.”
“그러면 그걸로 하겠슴다.”
점원이 냉큼 맞장구쳤고, 노아도 주문을 마쳤다.
점원이 방을 나갔다.
“마법으로 방음 처리가 된 특별한 방입니다. 이야기가 새어 나갈 걱정도 없죠.”
“토지 문서를 원하십니까?”
메라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마르할이 그를 부를 이유라곤 그것 말고는 없었다.
“그것도 있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목적으로 불렀습니다. 우선 먹으면서 이야기할까요. 사람은 배가 차면 온화해지니까요.”
“그러죠.”
메라가 품에서 책을 꺼냈다.
“잠깐 읽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메라가 책을 폈다. 사락사락.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불빛 아래 흩어졌다. 노아가 물병에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셨다.
마르할은 식탁 앞에 양손을 모으고 움직이지 않았다.
마르할의 눈동자에 촛불의 빛과 유물의 빛과 반대편에 앉은 노아와 메라가 비쳤다.
마르할의 시선은 명확한 듯 흐릿했다. 메라와 노아를 보는 것도 같았고,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것도 같았다.
노아가 마르할의 시선을 읽으려 했지만, 명확하고 또 흐릿한 시선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성경이 아니군요.”
“수백 번은 읽었으니까요. 가끔은 다른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메라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노아는 마르할에게서 무엇도 읽어낼 수 없었다. 마르할은 말이 없었다. 메라는 책을 읽었다.
점원은 작은 수레를 끌고 돌아왔다. 나무로 만들어진 수레는 책장처럼 세 개의 층으로 되어 있었고, 층마다 음식을 담은 접시가 있었다.
마르할 앞에는 수프와 빵, 구운 고기와 술.
노아 앞에는 갈빗대가 그대로 달린 고기와 육수와 쌀을 함께 볶은 밥, 튀긴 치어 몇 마리.
마지막으로 메라 앞에는 싸늘한 흑빵 하나가 담긴 접시와 우유 한 잔.
자기 앞에 놓인 화려한 음식에 노아는 메라의 눈치를 보았다.
메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에 있는 흑빵을 찢어 입에 넣었다.
메라는 빵을 천천히 씹었다. 그리고 우유 한 모금과 함께 빵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마르할은 따뜻한 빵을 수프에 푹 담갔다가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 빵과 함께 씹어 삼켰다. 그리고 술을 잔에 가득 따라 한 번에 비웠다.
노아는 마르할의 과격한 식사법에 말을 잃었다.
이런 식당에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어도 되나 의심까지 들었다.
노아는 점원의 반응을 보려 했지만, 점원은 음식을 전부 놔두고 방을 나간 후였다.
노아는 메라의 눈치를 보았다. 메라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마르할을 한 번 바라본 다음 빵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 저건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는 눈이다. 주로 운 좋게 돈을 번 졸부를 볼 때 메라는 경멸과 무감각이 뒤섞인 눈을 하고는 했다.
노아는 어색하게 식기를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숟갈 떠먹은 그녀는 혀에서 전해지는 쾌락에 몸을 떨었다.
사람은 밥으로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거였나? 성황국에 있을 적에는 밥을 주식으로 먹었던 적도 있지만, 그때 먹은 밥으로는 절대 이런 맛을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음식을 자르고 뜨는 노아의 손이 빨라졌다.
마르할은 평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눈을 의심할 태도로 식사를 계속했다. 수프가 식탁에 떨어졌고, 빵가루가 고기에 묻었다. 식탁에 잔을 내려놓을 때는 쿵쿵 소리가 났다.
메라의 식사는 경건했다. 빵을 입에 넣고 씹어 우유와 함께 삼켰다. 가끔 우유만 한 모금 따로 마셨다. 중간중간 눈을 감기도 했다.
그는 빵 한 조각과 우유 한 잔을 천하의 진미처럼 천천히 음미했다.
세 번째 술잔이 비었고, 우유 반 잔이 비었다.
메라의 접시에는 빵 반 개가 남았다. 풍족한 식탁에 메라의 앞은 허전했다.
마르할 앞에는 빵과 수프와 고기가 식탁에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마르할은 옆에 있던 천으로 입을 대강 닦았다.
“토지 문서.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조금 귀찮아지겠지만, 그게 끝이죠. 제가 당신을 만나고자 한 건 한 사제의 부탁 때문입니다. 사제였던 사람이라고 해야겠군요.”
“알레스 파면 사제의 지인이었군요. 볼일이라는 건, 그의 처분입니까?”
알레스와 마르할을 전혀 엮어서 생각하지 못했다는 태도였다.
‘역시, 그 일은 말하지 않았나.’
알레스 사제의 역사를 빼앗은 건 마르할이다. 알레스 사제가 마르할에 대해 이단심문관에게 일러바쳤다면 마르할도 이단심문관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알레스는 마르할에 대해서는 메라에게 말하지 않은 듯했다.
말해도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긴 했다.
마족의 힘을 쓰는 인간에게 힘을 빼앗겼다고 하면 미쳤냐는 소리나 들을 것이다.
이단심문관이 그 말을 믿어줬다고 해도 알레스는 마족과,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확실한 이단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즉결 처분되었을 것이다.
마르할은 이단심문관에게 조사받아도 상관없다.
역사를 빼앗는 힘을 가진 건 마르할이 아니라 책임의 깃펜이고, 이단심문관이 외지에서 이단과 싸우다 실종되는 건 성황국 역사에서 보면 드문 일도 아니다.
“알레스 사제와는 인연이 있어서요. 그에게 빚을 지워둬서 나쁠 것도 없고요.”
“그는 사제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으로 백 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기적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이단. 타협의 여지는 없습니다.”
“그런 것치고 오래도 살려 두셨더군요. 그의 변명도 다 들어주시고 말이죠.”
마르할이 고기를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입술에 소스를 묻히며 고기가 마르할의 입으로 들어갔다.
마르할은 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술과 고기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갔다.
메라도 빵을 작게 찢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우유와 함께 삼켰다.
“한때 성황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마르할이 능숙한 성황국어로 말했다. 구름처럼 부드러운 발음은 미사를 진행하는 늙은 사제의 것과 같았다.
“인생의 좋은 경험이었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것을 보았죠.”
“성황국은 좋은 나라입니다.”
“율란 에고만, 그리고 알라실 에고만.”
메라의 눈이 커졌다.
성인의 이름은 성황국 내에서도 특급 기밀이다.
메라도 성인이 성인이라 불리기 전에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영원히 몰랐을 이름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마르할은 벽에 있는 종을 울려 점원을 불러 자리의 청소를 부탁했다.
약간 놀란 표정의 점원이 그릇을 들고 식탁에 떨어진 음식을 닦았다.
마르할이 깨끗해진 식탁에 앉았다.
빈 잔에 술을 따르고, 빵을 조금 찢어 수프에 찍었다. 그리고 고기를 작게 썰어 입으로 가져가고, 술로 살짝 입술을 적셨다.
빵 부스러기 하나, 술 한 방울 식탁에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나 모르겠군요.”
“낮의 모습은, 전부 연기였습니까? 아니면 지금도 연기를 하는 겁니까?”
“부모 앞에서는 자식으로, 친구 앞에서는 친구로, 의뢰주 앞에서는 용병으로, 사람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죠. 저는 그 자리에서 편한 모습을 취할 뿐이에요. 평생 신만을 위해 살고, 다른 모습 따위 생각도 하지 않는 이단심문관은 모르겠죠.”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왜 처음부터 그렇게 식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야 정직한 반응을 보여줄 것 같아서요.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저를 경멸 섞어 바라보던 당신의 눈빛이 어땠는지 아나요? 음식을 흘릴 때마다 비릿하게 위를 향하던 입술은요? 제가 어조를 바꿀 때마다 당신의 얼굴 근육이 바뀌었던 걸 아나요?”
메라가 우유가 담긴 잔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남은 우유를 한 번에 들이켰다.
“한 잔 더 마셔도 돼요.”
메라가 대답하기도 전에 마르할은 일어나 종을 쳤다.
점원이 우유를 내왔고, 메라는 잔을 반이나 비웠다.
메라는 우유가 든 잔을 한 손으로 잡았다. 손가락이 물방울 맺힌 유리잔의 표면을 지날 때마다 잔에 손자국이 남았다.
메라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제가 그랬습니까?”
“그랬습니다. 아주 잘 보이던걸요. 옆에 있는 제자가 당황할 정도로.”
메라가 노아를 보았다. 입에 음식을 한가득 넣고 있던 노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내일부터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이며 노아에게 식사 예절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며, 메라는 마르할 말이 진실임을 확인했다.
“알레스의 편지를 받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만, 당신도 결국 선민사상에 찌든 성직자였군요.”
“저를 도발해서 좋을 게 없을 텐데요?”
메라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렸다.
다른 사제와 다를 게 없다. 메라가 가장 싫어하는 모욕이다.
가면에 생긴 작은 균열을 놓칠 마르할이 아니었다.
“교황청의 교육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무서워서 아직도 몸이 떨릴 지경이에요. 제가 성황국을 나온 이유를 아세요? 바로 성황국과 교황청 전역에 퍼져 있는 그 사상 때문이에요. 그 빌어먹을 선민사상. 아무리 노력해도 기적이 없으면 천민 취급. 온갖 불평등을 당하며 평생을 살아야 하죠.”
마르할은 성황국에 사는 사람들을 노예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성황국 사람 대부분은 평범한 인생을 보낸다. 그들이 불평등을 체감할 때는 사제와 이익으로 엮일 때로, 평생에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마르할의 목적은 메라를 흔드는 것이고, 메라를 흔들 수 있다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메라의 목소리가 조금 더 격앙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기적을 가지지 못합니다. 기적 없이 성공한 사람도 성황국에 많습니다.”
“몇몇 예외가 절대적인 사실을 바꿔주지는 않죠. 책을 읽고, 지식을 배우고, 신념을 쌓아도 결국 변하는 건 없지 않습니까? 당신이 저를 경멸했듯이.”
“토지 문서를 되찾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없으면 곤란하긴 한데, 그래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성황국이 토지 문서를 들고 성기사들과 함께 서부에 들어설 즈음이면 제 기반은 이미 다른 곳으로 바뀌어 있을 테니까요.”
마르할은 숨을 한 번 골랐다. 그리고 식탁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그런데 정말 토지 문서를 교황청에 넘기실 겁니까? 알라실이 편히 있을 수 있는 건 서부에 교황청의 손이 닿지 않기 때문인데요. 교황청이 직접 서부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알라실은 물 마시는 것 하나까지 허락을 받아야 할 거예요.”
가면이 깨졌다.
메라가 살기를 뿜었다. 이단심문관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을 직접 처형한 처형자의 살기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어디까지 알고 있습니까?”
메라의 앞에는 먹다 만 흑빵 반 개가 놓여 있다. 마르할은 썰어둔 마지막 고기 한 점을 입으로 가져갔다.
도시 최고의 요리사가 요리한 고기에서 터져 나오는 풍부한 육즙을 음미하며 술 한 모금으로 입을 비웠다.
술의 향과 고기의 기름진 맛이 만나며 입안에서 어우러졌다.
마르할이 천으로 입을 닦았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제부터 알아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