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57
제157화
메라는 살기를 거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남자를 최대한 경계했다.
분위기에 휩쓸렸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마르할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부터 알았었다.
머리로는 알았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촛불과 유물로 밝혀진 방.
방 전체를 감싼 은은한 음식 냄새.
메라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휙휙 바뀌는 마르할의 발음과 게걸스러운 식사 태도도 메라를 방심하게 했다.
토지 문서라는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간과했다.
여기는 그의 땅이고, 여기는 그가 마련한 무대라는 것을.
동물조차 자기 구역에서는 소리 내 짖는다.
하물며 상대는 대지주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메라는 마르할을 유심히 살폈다. 이단심문관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는 눈이다.
이단을 보는 눈. 부패한 사제의 변명을 잡아내는 안목.
메라는 이단심문관 사이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가지고 있다. 메라는 사람 보는 눈에는 자신이 있다.
메라는 마르할에게서 어떤 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메라는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르할에게 안목을 피하고 속이는 방법을 가르친 사람은 그 분야에서는 세상에 다시없을 기술과 업적을 가진 인외의 괴물이었다.
마르할은 무언으로 식사를 계속했다.
조금 남은 수프를 숟가락으로 떠먹고, 남은 빵을 찢어 수프에 찍어 먹었다. 그리고 가끔 술로 목을 축였다.
모든 게 성황국 사제의 예법이었으며, 흠잡을 곳이 없었다.
마르할은 중간중간 메라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 눈으로 물었다. 고민할 시간은 충분한가?
더 알아낼 것이 있나?
메라는 혼란스러웠다.
이쪽을 흔드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시간을 주는 이유가 뭐지?
메라도 별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메라도 자신이 별종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저기 있는 남자는 자신과는 비교도 안 되는 별종이다.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지?
메라는 어디까지 알고 있냐고 물었고, 마르할은 모른다고 답했다.
정말 모를까?
에고만이라는 이름을 알고도?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의문은 늘어가지만 어떤 의문도 마르할의 대답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이 메라의 안에서 반복된다.
하나였던 질문이 무수히 늘어나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메라는 잡다한 질문을 모두 쳐냈다. 그리고 가장 간단한 것부터 입에 담았다.
“알라실 에고만, 그녀의 삶을 알고 있습니까?”
“짐작은 가지만, 본인에게 들은 건 없어요. 그러니 제가 그녀에 대해 안다고 말하는 건 실례가 되겠죠.”
“역사를 좋아하십니까?”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용하는 건 잘하죠.”
전혀 관계없는 두 개의 문답이다. 하지만 둘은 하나의 지식으로 인해 하나로 이어진다.
쌓이는 것.
업.
노아는 식사를 멈췄다. 먹기 좋게 잘린 고기가 그녀의 입술 앞에서 멈췄다.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메라가 토지 문서를 꺼냈다.
천만금의 가치를 가진 양피지가 식탁에 놓였다.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면, 이걸 넘겨드리죠.”
“그 양피지 한 장의 가격이 얼만지 아세요?”
“압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가치 있는 물건이 아니게 되었어요.”
“어떤 질문인지 들어나 보죠.”
“신이 있다고 믿습니까?”
“없어요.”
메라가 물었고, 마르할은 잠시의 고민도 없이 즉답했다.
노아가 들고 있던 식기를 떨어뜨렸다.
이단심문관 앞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아는 자 앞에서 신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노아는 메라의 반응을 살폈다.
이단심문관이라면 마르할의 발언에 마땅히 무기를 뽑고 이단 선언을 해야 옳다.
그러나 메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식탁에 올려둔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렸다.
노아는 침을 삼켰다. 메라의 눈에는 붉은빛이 돌았다.
메라가 물었다. 그의 질문은 성가를 부르듯 아주 얇은 음률을 탔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역사를 알고 성황국을 아는 사람 중 진지하게 신을 믿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요.”
“진짜 신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세상의 반을 망설임 없이 학살하는 신이라면, 신이 있더라도 신을 부정할 겁니다. 그런 존재를 신이라 부른다면, 저는 차라리 악마를 믿고 지옥에 가는 걸 택하겠습니다.”
따라라락. 따라라락. 따라라락.
메라는 네 개의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렸다.
식탁을 두드리던 메라는 양피지 위에 손을 올렸다. 손에 힘을 주고 양피지를 밀었다.
밀려난 양피지가 마르할 앞에 도착했다.
“알라실 에고만과 친분이 있으시죠?”
“없다고 하면 그녀에게 한 소리 듣겠죠.”
“간단한 부탁입니다.”
“간단하다는 부탁치고 간단한 부탁은 하나도 못 봤는데요.”
단순, 간단.
메라와 같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그런 말에는 뒤가 있다.
단순하고 간단하기로 따지면 살인도 단순하고 간단한 일에 포함된다.
식사에 독을 탄다.
무기로 사람을 찌른다.
교수대의 발판을 받치고 있던 밧줄을 자른다.
아이도 할 수 있는 쉬운 일들이다.
“서부 마을의 우물에 누군가가 독을 탔다죠.”
“지금은 끝난 일로 압니다만.”
마르할이 밤새 마을을 돌며 우물을 정화하고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해 일을 마무리했다.
범인이던 아스트람도 죽였다.
“우물을 정화한 고행 사제를 성자라 부르고 있다는 건 아십니까?”
“들었습니다.”
알레스가 위기를 모면하려고 만들어낸 소문이다.
그게 메라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저는 그 공을 알라실 에고만에게 돌리려고 해요.”
마르할이 고민할 차례였다.
메라는 큰 짐을 내려놓은 표정으로 여유롭게 남은 흑빵 일부를 찢어 입으로 가져갔다.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꼭꼭 씹은 흑빵을 삼키고 우유를 입에 머금으면 또 다른 고소함이 미각을 자극한다.
메라가 우유를 삼켰다. 기다렸다는 듯 마르할의 입이 열렸다.
“고행 사제 본인이 나타나면 허사가 될 텐데요. 그리고 그는 남자였습니다.”
“남장했다고 하면 됩니다. 여인이 남장하고 여행하는 건 드문 일도 아니죠. 남장에 필요한 유물도 준비할 수 있어요.”
“진짜 고행 사제는요?”
“저는 이단심문관이에요.”
단순하고 섬뜩한 말이었다.
다행인 점은 우물을 정화한 고행 사제가 다시 세상에 나올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알라실이 성자, 아니, 성녀가 되는 걸 도우면 됩니까?”
“알레스 파면 사제가 준비를 해뒀어요. 원래 제가 토지 문서를 가지고 소문을 퍼뜨리려 했지만, 기왕이면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겠죠.”
메라는 처음부터 토지 문서를 교황청에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가 직접 이 땅의 주인이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마르할은 이단심문관답지 않은 메라의 행적들이 이해되었다.
그는 이단심문관으로서 일할 마음이 없었다.
처음부터 메라의 목적은 알라실의 역사였다.
“소문 하나 퍼뜨리는 건, 당신에겐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맞나요?”
“맞습니다.”
“그녀를 성녀로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그 양피지는 당신 것입니다. 알레스 파면 사제도 무사할 겁니다.”
“손해는 없고, 이득은 막대하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군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마르할은 자기 앞까지 미끄러진 양피지에 손을 올렸다.
“하죠. 간단하고, 단순하고, 그래서 불길한 일이지만, 말 그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니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계약서라도 쓸까요?”
“저는 이단심문관입니다. 교회 관계자의 목숨은 모두 제 손에 있죠.”
알레스와 알라실의 목줄을 이쪽에서 쥐고 있으니 알아서 잘하라는 뜻이다.
“무서워서 밤에 잠도 못 자겠군요.”
마르할이 양피지를 접어 품에 넣었다.
메라는 마지막 흑빵 조각을 입에 넣었다.
접시와 잔을 깔끔하게 비운 메라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노아, 식사는 끝났나요?”
“네, 넵! 다 먹었슴다!”
“정말로요?”
“사실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슴다!”
메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못 먹은 식사는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일어나죠.”
“알겠슴다!”
음식이 반쯤 남은 접시를 두고 노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중은 필요 없습니다. 술도 남은 것 같으니, 식사를 마저 하시죠.”
메라와 노아가 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마르할은 빈 잔에 술을 채웠다.
마르할이 잔을 들고 손목을 작게 움직였다. 술의 표면이 촛불의 빛에 흔들렸다.
“전부 잘 풀렸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귀찮은 상대가 생겨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알라실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메라는 성녀를 만든다고 했다.
알라실이 성녀로 추대되면, 다음은?
마르할은 메라의 눈에서 광기를 보았다.
율란도 혀를 차는 교황청의 세뇌 교육을 받고도 확고한 자아를 유지하는, 이단심문관의 직책을 가지고 이단보다 이단스러운 사고를 하는 광인이 고작 그걸로 멈출 리가 없다.
성녀는 성황국에서 100년에 한 번꼴로 나타나는 신성한 여인이다. 성녀의 기적은 만병을 고치고 어떤 상처도 치유한다고 한다.
성경은 성녀를 신의 사자, 악마를 처단하는 자로 기록한다.
성녀는 신의 대리인이다.
메라는 신의 존재를 물었다.
신이 없다면, 성녀는 신의 대리인이 아니다.
성녀는 신의 대리인은 될 수 없지만, 다른 건 될 수 있다.
성녀는 신이라 불리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
‘인외라 불리는 인간과 같은 발상에 도달했다는 점을 칭찬해줘야 하나.’
성인 율란 에고만. 신이 되는 길을 걷고 있을 남자.
성황국의 모든 패악질은 신의 이름 아래에서 행해진다.
신은 공허한 울림이니, 그들의 패악을 논리와 원리로 막는 건 불가능하다.
무력으로 교회를 정화하면 그 과정에서 흐를 피가 강이 되고 시신은 산을 이룰 것이다.
율란은 신이 되기로 했다. 신의 이름으로 교회를 바꾸겠다고 했다.
메라도 율란과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교회의 패악을 멈추겠다는 목적까지 똑같은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건 마르할의 추측이다.
메라 본인의 입에서 정답을 듣기 전까지 모든 건 망상의 영역에 머무른다.
전부 망상에 불과하지만, 틀렸다는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았다.
* * *
노아는 여관에 돌아온 방법이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니 여관이었고, 메라는 겉옷을 벗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부님.”
“노아, 제가 당신을 수습생으로 고른 이유를 아나요?”
“모름다.”
메라는 뛰어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이단심문관이다. 노아도 메라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메라가 이리 특이한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
노아도 처음에는 메라가 왜 누구도 고르지 않은 자신 같은 사람을 골랐는지 궁금했다.
직접 물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세상에는 알아서는 안 되는 지식도 있다고 이단심문관 교육 과정에서 배웠다.
“간단해요. 당신은 이단심문관 교육을 받고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당신의 세계는 여전히 호기심으로 가득하고, 당신의 안에는 신을 향한 의심이 살아 숨 쉬고 있어요.”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슴다.”
강한 자아는 그녀가 낙제생, 실패작이 된 이유다. 그것 때문에 메라에게 선택받았다니, 노아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노아, 이단심문관 교육에선 신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뭐라고 가르치죠?”
“운 좋게 신에게 힘 일부를 하사받은, 계몽해야 할 우민들이라 배웠슴다.”
“말은 그렇게 해도, 성황국이 직접 용병 길드나 거대 유파를 계몽시킨 역사가 있나요?”
“제가 아는 한 없슴다.”
“서로 건드려서 좋을 게 없거든요. 그들이 미친 척하고 역사를 떠벌리면 서로 피곤해지니까요. 경우에 따라 국가 하나가 지워질 수도 있어요.”
역사, 업을 알고 이용하는 귀족은 지배층 중에서도 지배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권력 근원은 역사에 있다. 역사라는 정보를 알고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지배자들은 힘을 유지한다.
“역사요?”
역사에 대해서도, 역사의 활용에 대해서도 모르는 그녀는 메라가 하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메라의 말은 그녀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노아, 전지전능한 신은 없어요. 단지, 무언가를 신이라 부를 뿐이에요.”
“사부님, 너무 위험한 발언 같슴다.”
신의 존재를 부정한 성직자는 담담하게 옷과 물건을 정리하고 좁은 여관 바닥에 허름한 천을 깔았다.
“하지만 사실이에요. 신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저는 신을 만들기로 했죠. 처음에는 당신을 신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네…?”
노아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누가 신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