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58
제158화
노아는 메라에게 역사와 업에 대해 들었다.
업이 무엇인지. 역사가 무엇인지.
그리고 업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럼 저희가 쓰는 기적은 마법이나 신비와 다르지 않은 검까?”
“본질은 똑같아요. 그저 이름이 다를 뿐이죠.”
“성직자는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라 단지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던 검까?”
“재능 있는 사람이죠. 같은 역사를 쌓아도 성직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사제가, 수녀가 되려는 사람은 많다.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은 사후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 사후만이 아니라 살아서도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성직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 모든 사람이 성직자가 되는 건 아니다.
같은 교육을 받아도 누군가는 평범한 인간으로 남고, 누군가는 성직자가 된다.
성직자 선민설의 가장 강한 근거로 꼽히는 게 교육에 따른 결과의 차이다.
메라는 그걸 재능이라 일축했다.
노아가 알고 있던 모든 사실이 뒤집혔지만, 노아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놀라지 않는군요.”
“이상하게 그렇슴다…?”
노아 본인도 얼떨떨했다.
충격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녀도 그 정도는 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평온했다.
성기사 교육을 받다가 이단심문관 교육을 받으라는 권유를 들었을 때도, 수습생으로 선택받지 못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도, 노아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게 제가 당신을 선택한 이유예요.”
“그냥 둔감한 거 아님까?”
“단순히 둔한 사람은 교황청의 세뇌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당신은 누구보다 자아가 강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확고한 자아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죠. 노아, 광전사를 아나요?”
“네.”
“이제 그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도 알겠죠?”
“사람을 죽인 역사를 쌓아서…? 맞슴까?”
“그래요. 그들은 자신이 쌓은 살인의 업에 눌려 이성을 잃고 피를 탐하는 괴물이 되죠. 범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역사란 기껏해야 그 정도랍니다. 그런 사람을 신으로 만들어봤자, 교황청에 휘둘리는 인형이 될 뿐이죠. 그건 편리한 도구지 신이 아니에요. 스스로 판단하고 인간을 벌하는 절대적 존재. 그게 신입니다. 신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해요.”
노아는 메라가 이토록 말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
그리고 메라가 오늘처럼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처음 보았다.
“도구가 아닌 신이 되려면, 강한 자아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당신을 골랐고요.”
“사부님이 하면 안 되는 검까?”
메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나약한 사람이라서 무리예요. 원래는 서부에서 당신을 신으로 만들 계획을 시작하려 했어요. 그녀의 존재를 몰랐다면 말이죠.”
“알라실 에고만. 대단한 기적을 가지고 있으며, 교황청 상층부에서 주목하고 있는 사제라고만 알고 있슴다.”
노아는 한번 기억하려고 마음먹은 건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메라가 행선지를 정하면 노아는 행선지 근방에 있는 성직자 명단을 모두 외워 메라가 필요할 때마다 읊어주고는 했다.
노아의 기억에는 알라실 에고만의 이름도 있었다.
“노아. 성인의 이름을 아나요?”
“율란 에고만…임까?”
식사 자리에서 알라실 에고만과 함께 언급되었던 이름이다.
“맞아요. 성인은 후계자를 만들지 않았어요. 교황청 상층부는 그걸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에요.”
아까는 이해되지 않았던 맥락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후계를 만들지 않은 율란 에고만을 대신해 교황청이 만들어낸 인간.
그게 알라실 에고만이다.
“사부님은, 그녀를 신으로 만드시려는 검까?”
“맞아요. 성인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보다 적합한 사람이 없죠.”
성직자 명부에서 알라실 에고만의 이름을 발견하고 얼마나 환호했던가.
신을 찾아 헤맨 반평생을 보답받은 기분이었다.
메라는 겉옷 안쪽 주머니에서 백금으로 만든 작은 휘장 하나를 꺼냈다.
휘장을 본 노아의 눈이 커졌다.
메라가 휘장을 노아에게 주었다.
“모든 걸 알았으니, 수습생도 끝이에요. 노아, 내일부터 당신은 이단심문관이에요. 모든 걸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세요.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메라가 바닥에 누웠다. 그는 천장을 보고 반듯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 양손은 배 위로 모았고,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호흡은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메라의 자는 모습은 마치 시신 같았다.
“사부님은, 왜 신을 만들려고 하시는 검까?”
“신이 없으니까요.”
“신의 힘을 이용하려는 게 아님까?”
“저는 이단심문관이에요.”
모든 욕망을 버리고 이단을 찾는 일에 몸과 영혼과 삶을 바친 광신자가 바로 이단심문관이며, 또 메라였다.
신이 없으니 신을 만든다.
자신이 신을 만들어, 그 신을 신앙하겠다.
노아는 메라를, 몇 년을 함께한 사부를 이해했다.
노아는 이단심문관임을 나타내는 휘장을 품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그녀도 잘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 노아는 메라에게 인정받은 어엿한 이단심문관이다.
한 사람의 성직자가 세상의 진실을 알았고, 한 명의 이단심문관이 탄생했다.
***
아침 일찍 마르할은 교회를 찾았다.
마르할은 기다림 없이 바로 안톤 주교의 방에 안내받았다.
안톤 주교는 한숨도 자지 못했는지 얼굴에 피로가 가득했다.
안톤 주교가 마르할의 양팔을 붙잡고 물었다.
“이단심문관! 이단심문관은 어떻게 되었느냐!”
마르할은 안톤 주교의 팔을 쳐내고 품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안톤 주교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오오오! 그건!”
안톤 주교가 양피지로 손을 뻗었다. 마르할이 그 손을 피했다.
“무슨 짓이지?”
“우선 연합 지부로 갈까요. 따로 대리인을 임명해 두셨을 것 같지도 않으니, 땅 주인을 바꾸려면 본인이 가야죠.”
“그건 내 땅이다! 천민 따위가 가질 물건이….”
“그럼 어제 제가 메라 이단심문관과 나눴던 이야기도 없던 일로 하죠. 부디 잘 살아남아 보시길 바랍니다.”
안톤 주교에게 이성적인 반응을 기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화는 상대를 대등한 입장이라 인정할 때나 가능하다.
선민사상에 찌든 성직자들은 성직자가 아닌 사람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문이 열리며 알라실이 안톤 주교의 방으로 들어왔다.
하품하며 눈곱을 뗀 알라실이 마르할의 손에 들린 양피지를 보고 말했다.
“뭐야, 내 도움은 필요도 없었잖아. 일을 혼자 다 하면 어떻게 해요. 사람 뻘쭘하게.”
“저 혼자 한 건 아닙니다. 자세한 건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는 주교님부터 설득하고 이야기해 드리죠.”
알라실의 시선이 안톤 주교를 향했다.
알라실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사나운 알라실의 눈매에 안톤 주교의 어깨가 내려가고 등이 말렸다.
알라실이 자기 뺨을 톡톡 두드렸다.
“우리 주교님, 불만이 많으신가 보네. 저번처럼 따귀라도 때려 보시죠?”
“알라실에게 손을 댔어요?”
“그, 그건….”
마르할이 안톤 주교에게 물었다. 안톤 주교는 옷의 소매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말을 더듬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 알라실이 흥얼거렸다.
“주교님한테는 저를 감시할 권한은 있어도, 제 몸에 손댈 권한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제가 교황청에 연락하면, 주교님도 난감해지겠죠?”
토지 문서가 마르할에게 있는 걸 확인했다. 그러면 써먹으려 했던 무기를 꺼낼 수 있다.
교황청이 직접 언급되자 안톤 주교의 안색이 푸르죽죽해졌다.
알라실과 했던 대화가 머리를 지나갔다.
그는 흔한 부품이고, 알라실은 비싼 부품이다.
“그, 그래도….”
쾅쾅쾅!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주교님!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시체가! 교회 지붕에 시체가!”
“나가보시죠. 다른 일도 아니고 시체잖아요?”
“그러지.”
안톤 주교는 한숨 돌리겠다는 심정으로 교회 바깥으로 나갔다.
교회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다.
무료로 기적과 음식을 베푸는 성황국의 축일이 아니면 교회에 사람이 많은 모습은 보기 힘들다.
안톤 주교가 관리하는 교회도 그랬었다. 하지만 알라실이 무료로 병과 상처를 치료해주기 시작하며 아침부터 그녀에게 치료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었다.
안톤 주교는 교회를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대각선 위쪽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안톤 주교도 그들을 따라 교회 지붕을 보았다.
교회 지붕에는 목이 잘린 시체가 걸려 있었다.
시체에서 떨어진 핏물이 교회 지붕을 타고 떨어졌다. 시체는 목과 팔이 잘려 있었고, 몸통에서 분리된 목과 팔은 몸통과 떨어진 자리에서 뒹굴었다.
안톤 주교는 주교에 오를 실력은 있는 사람이다. 성직자가 해야 하는 일들을 한 번씩은 해보았다.
시체를 보는 것도 익숙했다. 하지만 시체를 본 마르할이 꺼낸 말은 익숙하지 않았다.
“암살자네요.”
“…뭐?”
안톤 주교의 목이 뻣뻣하게 굳었다.
암살자가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불과 어제였다.
그가 밤잠을 설친 이유에는 암살자 또한 들어가 있었다.
“검은 천 쪼가리 하나 입고 지붕을 타는 사람이 누구겠어요?”
“하, 하지만 이미 죽어 있지 않으냐.”
“주교님이 죽으면 곤란하니까요. 부하한테 보고 있으라 했죠. 진짜 왔을 줄은 몰랐지만요. 누군지 몰라도 한 번 실패했다는 걸 알았으면 다음엔 더 실력 있는 놈으로 보내겠죠. 저도 귀중한 제 부하를 언제까지고 주교님을 위해 희생시킬 수는 없어요.”
안톤 주교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일하지 않고 풍족한 돈과 권력으로 놀고먹는 인생을 살고 싶은 거지 목숨을 건 도박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낮에 돌아다니는 것도 조심하셔야 할 거예요. 몰래 하던 밤놀이도 그만두시고요. 괜히 돌아다니면 호위만 힘들어지니까요. 아, 그리고 교회에서 일하던 아이들이 몇 명 있었죠?”
안톤 주교는 엉덩이부터 목까지 소름이 돋았다.
안톤 주교는 결혼하지 않았지만, 자식이 없는 건 아니다.
결혼하지 않은 자식이 몇 명이나 있으며, 은밀히 손을 써 자식들을 교회에서 일하게 했다.
이 교회에도 그의 자식이 있다.
안톤 주교는 ‘아버지’라 부를 인간은 아니다. 하지만 안톤 주교에게도 자식을 향한 최소한의 애정은 있다.
“그다지 숨길 생각도 하지 않으셨더라고요.”
안톤 주교는 항변하고 싶었다.
안톤 주교는 제 딴에 노력해 자식과의 관계를 숨겼다.
안타깝게 안톤 주교의 최선은 마르할 같은 전문가에게는 수준 미달의 소꿉놀이에 불과했다.
“정보가 퍼지자마자 다들 조사를 시작했을 테니, 슬슬 결과가 나오고 있겠네요.”
“…연합으로 가지.”
안톤 주교가 항복했다.
그라도 알 수 있었다. 사방이 막혔고, 퇴로는 없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은 하나다.
“잘 생각하셨어요.”
준비하고 오겠다며 안톤 주교가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마르할이 주변의 소리를 차단했다. 마르할 옆에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알라실이 있었다.
지금부터 그녀의 기분을 땅 끝까지 처박아야 한다.
“알라실이 알아야 하는 일이 있어요. 사실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린 건 아니에요.”
“무슨 일인데요?”
“에고만.”
알라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