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61
제161화
죽음은 천천히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들도 코앞까지 찾아온 굶주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침으로 먹는 딱딱한 빵 쪼가리의 값이 올랐다.
잠들기 전 술집에서 맥주와 함께 마시는 훈제 고기 한 조각의 가격이 올랐다.
현장에서 주는 식사가 묽어졌다.
작은 변화는 서서히 커졌다.
하루 일당으로 빵 하나조차 사먹을 수 없게 되었다.
돈 좀 있는 용병들이 싸구려 맥주를 찾기 시작했다.
상인들의 식탁에 반찬이 줄었다.
2배, 3배까지 올랐던 음식 가격이 10배를 넘었을 때 대부분의 일꾼은 셈을 포기했다.
하루 일해 한 끼도 먹지 못한다. 그러면 일할 이유가 없다.
인력 중개소에 사람이 줄었다.
일을 그만둔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찾았다.
돈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는 길.
범죄.
도시에 범죄가 늘었다. 도둑이 가장 많았고, 강도가 다음이었으며, 실종이 뒤를 이었다.
살인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먹기 위해 생명을 죽이는 걸 도축, 사냥이라 부른다.
그러면 사람을 먹기 위해 죽이면 그건 살인인가 도축인가 사냥인가.
섣불리 답할 수 없는 난제를 마주한 식자들의 식탁에는 딱딱한 빵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살인은 적고, 실종은 많았다.
아이의 살결은 야들야들하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서부는 아이의 숫자가 적었으므로, 그걸 직접 확인할 기회를 얻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배부른 자는 적고, 배고픈 자는 많았다.
배곯은 자들은 병에 잘 걸렸고, 상처는 잘 낫지 않았다.
병들고 상처 입고 배고픈 자들이 거리에 즐비했다.
배곯은 자들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대신 그들의 눈은 생기를 찾았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땅벌레와 날벌레도 입으로 가져갔고, 황야에 피어난 얼마 없는 잡초를 뜯었으며, 작은 나무라도 있으면 껍질을 벗기고 몸통을 잘랐다.
황폐하지만 부족함 없던 황야에 진짜 황량함이 내려앉았다.
열흘 동안 도시를 지켜보던 마르할이 거리로 나섰다.
마르할 옆에는 샤힐레가 함께였다.
거리마다 배곯은 사람들이 늘어졌다.
그들의 생기 없는 눈이 샤힐레를 발견하고는 으슥하게 번뜩였고, 샤힐레는 그때마다 작은 비명과 함께 목을 움츠렸다.
저주를 다루는 그녀도 자신을 식량으로 보는 사람들의 눈초리는 처음이었다.
“심각하네요.”
“네, 네에….”
다른 도시라면 기근이 닥쳐도 이 정도는 아니다.
정상적인 도시는 정착해 사는 사람들이 많고, 기본적으로 집에 구비해두는 식량이 있다.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영주가 곳간을 풀기도 한다.
서부에는 집 없는 사람이 집 있는 사람보다 많다. 그들은 돈으로 식사를 해결하지, 식량을 모아두지 않는다. 식량을 저장할 집이 없다.
서부의 상황이 심각한 건 서부가 정상적인 땅이 아니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농사를 짓지 않고, 집 없는 사람이 많은 기형적인 서부의 구조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 정말일까요오…?”
“며칠 굶는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아요. 하지만, 원래 배고프던 사람이라면 무슨 선택을 해도 이상하지 않죠. 게다가 원래 이 도시에는 인간이길 포기한 극악범이 많았으니까요.”
경계 도시에는 마족 침공 당시에 최전선에 있던 사람이 많다.
먹을 수 있는 걸 모두 먹었던 그들에게는 인육에 대한 저항도 적을 터였다.
마르할은 아젠만의 저택을 찾았다.
풀 한 포기까지 뽑아 먹는 기근에서도 아젠만의 저택 정원은 푸름을 유지했다.
샤힐레가 마르할의 소매를 잡았다.
“샤힐레?”
“잠깐 마법의 기척이 있었어요오… 아마 관찰하려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오?”
“놔두세요.”
“하지만… 마법사끼리 마법을 쓰는 건….”
말에는 자신감이 없었지만, 샤힐레의 눈은 간절했다.
그녀는 저주로는 대륙에서도 손에 꼽을 마법사다. 상대의 마법에 당하고 그냥 넘어가는 건 마법사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 듯했다.
“가벼운 인사만 하고 오세요.”
“인사. 인사….”
고개를 끄덕인 샤힐레는 종이 한 장을 입에 물었다. 그녀의 몸이 풍경에 녹아들어 사라졌다.
마르할은 뒷문으로 아젠만의 저택에 들어왔다.
평소처럼 집사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집무실에서 아젠만은 책상에 종이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싱싱한 과일을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그 접시 위에 있는 것만 팔아도 금화 하나는 나오겠는걸요.”
“살 때 금화 두 개를 주었으니, 다섯 개는 받아야지.”
아젠만에게 다가간 마르할은 접시 위에 있는 과일 하나를 손으로 잡고 입으로 가져갔다.
차가운 감촉과 달콤한 과즙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날 찾아올 여유도 있었나? 토지 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을 건데.”
“식량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요. 조금 쥐여주니 금방 끝나던데요.”
이언이 최대한 관리를 하긴 했지만, 토지 문서가 마르할의 손에서 떠난 사이 딴맘을 품은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마르할이 직접 나서거나 휴고가 돌아오면 얼마 안 가 정리될 일이었지만, 때아닌 기근으로 예상보다 훨씬 쉽게 일이 마무리되었다.
“하여간 또 식량이군. 교류하는 동부 학자들이 현 서부 구조를 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아나?”
“뭐라고 하는데요?”
“주종 관계가 역전된 과거 식민 제국.”
“오래된 이야기를 끌고 왔네요.”
“역사는 반복되는 법이니까.”
500년도 더 된, 그러니까 바체아 제국이 세워지기도 전에 있었던 한 국가의 이야기다.
바체아 제국 이전에도 서부 전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제국이 있었다.
바체아 제국과 므에트 제국. 현재 제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은 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를 속국화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알테아라 불리는 역사 속의 제국은 속국을 만들지 않았다.
타국을 점령해 식민지로 만들고, 식민지 사람들을 노예로 부렸다.
알테아는 제국의 영토보다 큰 노예 농장을 가지고 노예들이 생산하는 물건으로 사치를 부리고 전쟁을 벌였다.
끝없이 영토를 늘리던 알테아는 내부 반란과 점령지 총독들의 독립으로 쪼개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식민 제국이면 식민 제국이지, 주종 관계가 역전된 건 뭐예요?”
“정말 모르고 하는 말인가?”
“대강 짐작은 되는데, 각하는 그런 거 싫어하지 않나요? 학문적 정의를 모호하게 두는 거요.”
“계약서를 틀리는 것만큼이나 싫어하지. 복잡한 뜻은 아니야. 서부 인구를 먹여 살리는 건 동부에서 오는 식량이지. 수백만이나 되는 인간을 먹여 살리려면 막대한 소출이 필요하고, 그래서 서부에 팔리는 식량은 동부 내에서 도는 것보다 더 비싸게 팔려.”
“오죽하면 급전이 필요하면 보석함을 열지 말고 곳간을 열라는 말까지 생겼겠어요.”
보석함을 여는 것보다 곳간에 있는 식량을 서부에 파는 게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최근 생긴 동부 귀족들의 격언이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보면 연합을 가진 동부가 주인이고, 서부는 식민지에 가깝지. 그런데 주인이 제 살을 깎아 먹으며 식민지를 먹여 살리고 있으니 주종 관계가 역전된 게 아니고 뭔가.”
“틀린 말은 아니네요.”
서부를 먹여 살리는 건 동부에도 부담이다. 서부에 식량을 수출하느라 정작 자기 영지의 영지민들을 굶기는 영주도 많다.
최근 10년, 심각한 흉년이 없어 다행이지. 대륙 전역에 흉년이라도 들었다면 동부와 서부가 나란히 굶어 죽었을 것이다.
“먼지 나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어때요? 각하는 버틸 수 있겠어요?”
“식량만이라면 버티고도 남는다.”
“그렇겠죠. 보급은 각하의 특기니까요.”
공국의 행정과 보급을 완성하고, 마족과 전쟁 중인 공국을 먹여 살렸다고 일컬어지는 천재가 아젠만이다.
아젠만의 기반은 경계 도시. 도시 하나의 보급은 그에게 산책하며 처리할 간단한 일거리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식량을 지킬 수는 있고요?”
“…그게 골치야. 식량 보급의 첫 번째 고려 대상이 뭔지 아나?”
“글쎄요. 군략은 주 분야가 아니라서요.”
“부피. 식량이라는 건 어떤 형태로 가공해도 같은 값의 보석보다 커.”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연함이 지금은 문제네요.”
“그래. 부피가 큰 건 숨기기 힘들지. 두 번째로, 식량은 불에 잘 타.”
보관 중인 식량은 마른 곡물이거나 가루 형태의 곡물이다.
마른풀에 불이 붙는 걸 떠올리면 그것들이 얼마나 타기 쉬운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각하도 식량을 지킬 자신은 없다는 거네요?”
“백 번 막아도 한 번 뚫리면 끝. 이런 상황을 두고 자신 있다고 할까? 너는 자신 있나?”
“저라도 확신은 못 하겠네요.”
마르할은 아젠만보다 딸린 식구가 많다.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고 있어도, 기근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중부는 겨울이 되어간다. 날이 풀렸을 동부 끝자락에서 수확한 곡식이 서부까지 오려면 빨라도 석 달.
최악의 경우 여섯 달까지 봐야 한다.
일주일로 거리가 이 꼴이 났는데, 여섯 달?
식량을 싣고 온 동부 상인들은 구더기로 덮인 거리를 보게 될 것이다.
아젠만도 자기 세력을 수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마르할에 이르러서는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버티는 게 불가능하면? 그 전에 기근을 해결해야 한다.
‘해낸다면 신의 위업이군.’
아젠만은 북쪽 곡창지대, 천하를 담은 땅이 열릴 것을 안다.
한 달 만에 수확할 수 있다는 특수한 종자도 구해놨다.
곡창지대만 열리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그걸 모르는 마르할은 어떤 결론을 낼까.
“그래서, 무슨 속셈이지? 수십만 명이 굶어 죽을 이 기근을 해결할 방법이라도 있나?”
이어진 마르할의 대답에 아젠만은 소름이 돋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희열이 올라왔다.
“북쪽. 슬슬 열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때는 진즉 지났지. 곡창지대를 뺀 인근 땅은 1년도 전에 전부 주인이 생겼으니까.”
아젠만은 그간의 경험으로 냉정을 가장했다.
그가 아는 것은 결과다.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은 모른다.
하지만 결과를 아는 사람이기에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지금과 같은 기근에 마르할이 나선다면, 북부는 열린다.
천하를 담은 땅이 드디어 주인을 기다리게 된다.
“계획은 있나? 연합 놈들이 과연 북부를 순순히 열어줄까?”
“열게 만들어야죠.”
“어떻게?”
“고작 열흘 만에 경계 도시 하나가 반쯤 기능이 멈췄어요. 다른 도시도 다를 건 없겠죠. 연합에서는 정확한 피해를 조사하려 할 겁니다.”
“그래서?”
“본인들이 직접 뛰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 지주들에게 정보를 얻으려 하겠죠. 그걸 조작할 겁니다. 사망자 숫자를 100배쯤 부풀려서.”
“100배라… 어중간한 숫자로 연합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동의한다만, 하지만 연합은 병신이 아냐.”
“그게 허황된 숫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만들어야죠. 불을 지르고, 사람도 죽이고, 흉흉한 소문도 낼 겁니다. 돌림병도 돌면 딱 좋겠네요.”
“이참에 거슬리는 놈들도 청소하고 말이지.”
지주의 성향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목적을 위해 평민을 이용하다 버리는 사람. 그리고 일을 벌일 때 최대한 평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사람.
마르할과 하일리, 그리고 극히 소수의 지주가 후자고, 나머지 지주는 전자다. 아젠만 본인도 전자에 속한다.
마르할이 발안한 계획으로 평민을 학살할 일은 일단 없다.
그러면 죽을 사람은 정해져 있다. 마르할과 아젠만에게 공통으로 피해를 주며, 죽여도 되는 놈들.
도시의 범죄자들이다.
“경계 도시도 언제까지 서부로 넘어가는 경계로만 남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 한 번 정리했어야 하는 일이에요.”
아젠만은 도시에 유입되는 범죄자들을 방치하고 있다.
가까운 북쪽과 남쪽, 뤼겐과 알레스의 도시에는 들어갈 수 없는 범죄자들도 아젠만과 마르할의 도시에는 들어올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들을 이용해 도시의 규모를 키웠다.
커다란 물결을 만들어 도시에 새로운 물이 계속 유입되도록 했다.
곡창지대 일부라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면, 도시의 안정성이 비약적으로 오른다.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커다란 저수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아젠만도 큰 그림은 그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범죄자를 정리하고 도시를 안정시킬 생각이었다.
마르할은 기근을 이용해 그걸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어. 연합에서 조사에 나선다면 참고할 도시는 세 개. 이 도시만 비정상적인 수치가 나오면, 북쪽이 열리기 전에 조작이 들킬 거야.”
“알레스 파면 사제는 포섭했어요. 셋 중 둘이라면 연합도 속겠죠.”
아젠만은 입을 다물었다.
아젠만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눈꺼풀의 뒷면이 검다.
아득한 옛날이다.
아젠만은 평민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좋은 평민이었다.
스스로 글을 깨쳤고, 영주 아래서 잡무를 했다.
아젠만은 영주를 싫어했다. 그건 증오에 가까웠다.
능력도 없으면서, 단지 선대 영주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수백의 목숨을 손에 넣고 흔들고 있다는 게 참을 수 없었다.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다.
잘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군림하는 자들이 싫었고, 아젠만은 증오로 노력했다.
세월이 흘렀다. 아젠만은 출세했다. 귀족들은 아젠만에게 머리를 숙였다.
과거와 현재의 간극은 멀었고, 그 간극에서 증오는 희석되었다.
아젠만은 자신의 한계를 확인했다.
귀족의 무능에 분노하는 것에 더는 의미를 찾지 못했다.
대신 아젠만은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다.
천재라 불린 자신도 여기까지다.
개인의 재능만으로 세상을 뒤집는 건 불가능한가?
결국, 세계는 역사를 가진 자들의 것이란 말인가?
그때 용사가 나타났다.
평민으로 태어나 하늘을 가른 초인이.
아젠만은 용사를 만나 묻고 싶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걸 이룬 사람에게 묻고 싶었다.
아젠만은 평생을 가슴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냈다.
“네 눈에 세계는 어떻게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