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64
제164화
마르할의 부하 이언은 주로 사람을 부리는 입장이다.
이언의 위에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은 드물게 이언이 고개를 숙여야 하는 날이었다.
“누님, 이거면 되겠습니까?”
“네에… 대강 될 것 같아요오….”
이언 옆에서 샤힐레가 언제나처럼 말을 늘어뜨렸다.
그러는 이언과 샤힐레 앞에는 몇 명의 남자들이 기합이 잔뜩 든 모습으로 서 있었다. 모두 마르할의 부하이며, 한 지역에서 이름을 날린 적이 있는 기사나 용병이다.
샤힐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있는 남자들의 몸을 살폈다.
“준비는 됐어요오…?”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모인 사람은 모두 간절한 목적이 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목적을 이룰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잡으려고 이 자리에 섰다.
샤힐레는 이언에게 손을 뻗었다. 이언은 아까부터 별장 구석에서 시끄럽던 나무 상자를 샤힐레에게 가져갔다.
상자에서는 닭 우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크기도 했고, 작기도 했고, 간격도 제멋대로였다.
샤힐레가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있던 닭이 빛에 놀라 날개를 퍼덕였다.
샤힐레는 상자를 뛰쳐나가는 닭의 모가지를 잡아챘다. 그리고 양손으로 닭 모가지를 비틀었다.
부러진 모가지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피는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개울처럼 허공을 흘러 식탁에 있는 작은 접시에 모였다.
목이 부러진 닭은 죽지도 않고 날개를 퍼덕였다. 샤힐레는 계속 닭의 모가지를 쥔 손에 힘을 주었고, 닭의 몸에서는 계속 피가 나왔다.
닭의 작은 몸은 바짝 말랐다. 생생하던 깃털은 누렇게 변했고, 다음 검게 변했으며, 먼지처럼 부서졌다.
샤힐레는 삐쩍 마른 닭을 땅에 던졌다. 접시에는 피가 가득했다.
붉은 피는 접시 안에서 빙글빙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실전 경험 풍부한 기사와 용병들은 불길한 접시를 보고 뼛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안함을 억눌렀다.
저주. 그들은 몸에 받아들여야 하는 신비의 정체를 다시금 확인했다.
샤힐레는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 남자 중 한 사람의 얼굴에 발랐다.
기사와 궁수가 포함된 백인대 하나를 혼자 전멸시키고 귀환한 전적을 가진 용병은 샤힐레의 손가락에 몸을 움찔 떨며 눈을 감았다.
얼굴이 피로 뒤덮였다. 남자의 목과 팔에도 피를 바른 다음 샤힐레는 다음으로 옮겨갔다.
접시에 가득하던 피는 남자들의 몸에 묻으며 바닥을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 닭 피가 흡수되었고, 피부에는 종기가 올라왔다.
종기는 크거나 작았고, 안에는 고름이 들어찼다. 누군가 가려워 얼굴을 긁었고, 종기가 터지며 고름이 손에 묻었다.
썩은 내가 별장 1층 식당에 퍼졌다.
“죽지는 않겠지마안… 청결에 신경 쓰지 않으면 진짜 병에 걸릴 수도 있어요오….”
“누님, 이걸로 끝입니까?”
샤힐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그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니시면 됩니다. 싸움은 되도록 피하되, 무기를 휘두르는 놈들까지 봐줄 필요는 없습니다.”
잠깐 사이 역병 환자처럼 변한 남자들은 천으로 종기가 난 얼굴과 팔을 가리고 별장 바깥으로 나갔다.
이미 준비는 끝났다.
몇 시간 안에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는 소문이 도시를 직격할 것이다.
배곯은 사람들이 쓰러져 나가는 와중의 전염병.
인류의 역사로 보면 흔한 일이다. 흔하지만, 누구나 두려워하는 재앙이다.
***
연합 이사들은 경계 부근에 있는 몇 개 도시를 거점으로 삼고 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연합의 차후 방침을 결정하는 회의를 가졌고, 이번은 공국 측 인사가 회의를 주도하는 날이었다.
회의가 열리는 장소는 아젠만 리안틀이 주인으로 있는 경계 도시였다.
말리바 리시는 도시 안에 있는 연합 건물에 있었다.
연합 건물은 도시의 가장 번화한 장소에 지어졌다. 수십 개의 유리로 된 창문이 연합의 부를 증명했다.
하지만 연합의 부유함도, 그들이 가진 권력도 재앙을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말리바 리시의 정면에는 바깥이 보이는 창문이 있었고, 그의 근처에서는 연합 이사라는 인간들이 떠들었다.
각 세력의 지원을 받아 연합 이사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말리바 리시도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도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
“오면서 거리를 보았소? 여긴 경계 도시 중에서도 인구수와 인구 유동량만 따지면 제일 큰 도시였소! 그런 도시가 죽어가고 있단 말이오!”
공국어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공국어, 제국어, 성황국어의 세 개 언어는 모두 할 줄 안다.
보통은 주최자의 체면을 봐서 그에 맞는 언어를 써주었다.
“그래서 곡식을 풀어야 한다고? 누구 창고에 있는 곡식을? 당신이 아젠만 리안틀에게 가서 말해볼 거요? 아니면 알레스나 뤼겐에게? 그도 아니면 하일리나 마르할? 세력 보존도 바쁜 그들이 잘도 식량을 풀겠군.”
“다른 사람도 있지 않소. 서부 식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사람이!”
공국을 뒷배로 둔 이사가 말리바 리시를 보았다.
성황국을 뒷배로 둔 이사도, 대상회를 뒷배로 둔 이사들도 말리바 리시에게 눈치를 주었다.
창문을 보고 있던 말리바 리시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는 연합 이사들이 보였다.
“내가 황녀 전하에게 간언하길 원하는 거요? 식량을 풀라고?”
“현재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그것밖에 없소. 민심을 잡는 것에도 나쁜 방법은 아닐 거요.”
“네루 황녀가 식량을 독점하지 않았다면 식량 가격이 여기까지 치솟을 일도 없었던 거 아니오?”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씨불이는 것도 전부 속내는 따로 있다.
‘생색이나 내려는 거겠지. 아니면 그쪽에서 직접 내려온 명령이거나.’
진짜 제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하는 부탁은 아니었다.
서부로 들어오는 식량의 독점은 불가능했었다.
우선 대상회를 포함한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상회, 그리고 행상들이 식량 수입에 손을 대고 있다.
누군가 식량을 독점하려 하면, 필연적으로 다른 상회의 견제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무법 지대인 서부에서 견제란 물리적 약탈과 살인을 말한다.
대상회라 하더라도 다른 상회의 무력 공세는 버티지 못한다.
대지주들도 바보가 아니다.
식량 공급을 외부에 의존하는 서부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고 식량을 저장해둔다.
식량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아껴둔 식량을 풀며 그사이 식량을 독점하려는 사람을 없애면 된다.
두 가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이번 일을 만들었다.
축제.
바체아 제국 건국제라는 웃기지도 않는 축제에 대지주들이 식량 창고를 열었다.
황족.
황족이 보유한 무력은 상회와는 비교가 안 된다. 기사라는 족속은 권력에는 충성해도 돈에는 충성하지 않는 기묘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대상회가 마련할 수 있는 무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황족이라는 이름.
뤼겐이 제국의 명을 받고 움직인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뤼겐은 황족에게 손댈 수 없다. 반대로 황족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다.
힘을 합쳐 네루를 몰아내야 할 큰 세력 중 하나인 작은 제국이 네루의 편을 들었다.
누구도 네루가 식량을 사들이는 걸 막지 못했고, 그녀의 식량을 약탈할 생각도 못 하고 있다.
“이야기는 다 끝났소?”
말리바 리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딜 가는 거요?”
“그대들 말대로 황녀님에게 의사를 타진하러.”
니들이 부탁해서 일어났다. 왜?
라는 뜻이 함축된 그의 말에 다른 이사들도 입을 열지 못했다.
말리바 리시가 문을 나가는 것보다 먼저 다급하게 문이 열렸다.
“역병! 도시에 전염병이 돌고 있습니다!”
전염병이라는 말에 공국을 뒷배로 둔 이사 하나가 펄쩍 뛰었고, 다른 이사들도 인상을 썼다.
***
허허벌판에 마차가 섰다.
황야를 지나며 먼지가 묻었지만, 마차의 고급스러움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차는 눈길을 끌지 못했다.
마차 밖에는 마차보다 더한 존재감을 뿜는 사람이 있었다.
네루는 땅에 천을 깔고 그 위에 앉았다.
황녀인 그녀에게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서부에 오며 제국에서 누리던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그러나 황녀에게 바닥에 앉으라는 사람은 없었다. 서부에 올 때도 그녀는 장인이 만든 마차에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해결했다.
바닥에 앉은 네루는 손가락으로 바닥의 흙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네루 옆에는 마리나가 앉았고, 마리나 옆에는 마르할이 자리를 깔았다.
알레스가 네루의 정면에서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알레스는 계속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았다. 알레스 옆에 있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메라였다.
“네루 황녀라고?”
알레스가 제국어로 말했다. 제국 귀족 앞에서도 끝까지 성황국어를 고수하던 그도 황족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아니면 옆에 있는 메라의 입김이 들어갔거나.
“남쪽 경계 도시의 주인인 알레스 사제 맞나요?”
“그렇소.”
“식량이 부족할 것 같은데, 아닌가요?”
“충분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제국의 도움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반값에 줄 수 있다고 해도 말인가요?”
알레스는 망설였다.
반값이라 해도 원래 가격과 비교하면 20배가 넘는다. 그러나 20배를 주고도 식량을 구하고 싶다는 게 알레스의 심정이었다.
마르할이 말했다.
“반년 정도 버틸 수 있으면, 차라리 안 사는 걸 추천해 드려요.”
“잠깐! 지금 제 장사를 방해하는 건가요!”
“장사는 원래 경쟁입니다. 아니면, 황녀님께서는 자신이 없으신지?”
“…좋습니다. 당신이 뭘 파는지 지켜보겠어요.”
“저는 땅을 팔 겁니다.”
“…땅? 당신이 가진 토지 말인가요? 그거라면 제가 사겠습니다! 얼마를 원하죠!”
마르할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팔려고 하는 건 북쪽 땅입니다. 북쪽 곡창지대. 천하를 담은 땅.”
“그건 무슨 소립니까?”
네루 황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천하를 담은 땅. 역사상 누구의 손에도 들어간 적 없는 기묘하고 전설적인 땅. 그걸 팔겠다고요?”
“그러려고 온 겁니다.”
“듣지요.”
메라가 말했다.
알레스 옆에 서 있던 그가 자리를 깔고 앉았다. 메라는 기묘한 열기가 담긴 눈으로 마르할을 보고 있었다.
마르할은 메라를 무시하는 척하며 말했다.
“알레스 파면 사제의 땅에도 죽은 사람이 꽤 나오고 있을 건데요.”
“이쪽은 정착한 일반 가정이 많다. 하지만 아사자가 없다고는 못 하지.”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을 뿐이지, 농사를 짓지 못하는 건 서부 어딜 가나 다 똑같다. 그리고 알레스의 도시에도 떠돌이 일꾼들이 없는 게 아니다.
“저희는 인육을 파는 시장까지 생기고 있어요. 보고받은 것만 열 건이 넘죠. 연합이 피해 조사를 요구하면 사상자 숫자를 100배 정도 부풀릴 겁니다. 단순 식량 부족이 아니라 서부가 멸망할 정도라는 걸 알면 연합도 식량 자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그게 저희에게 어떤 도움이 됩니까?”
다시 메라가 물었다.
“북쪽이 열리면 식량을 풀 겁니다. 성녀의 이름으로요. 도시에 머무르다가, 식량이 풀릴 때 성녀와 만난다. 알레스 파면 사제님에게는 제일 좋은 일 아닐까요?”
“그 대가로, 우리도 조작에 동참하라고?”
“그 정도는 해주셔야죠. 입지가 아직 위험하지 않습니까?”
알레스가 이단 혐의를 받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은 이단심문관 당사자와 이미 이야기가 끝났지만, 이런 건 명분으로 써먹을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많이 써먹어야 한다.
“그 말을 제 앞에서 해도 되나요? 저라면 얼마든지 방해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사실상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네루가 말했다.
마리나는 처음부터 쭉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르할이 말을 꺼냈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끝이다.
그녀가 입을 연다고 달라지는 사실은 없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국에도 끈을 몇 개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롭군요! 계속해 보세요!”
네루가 호쾌하게 외쳤다.
“아는 마법사가 그러더군요. 유렐이 서부로 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유렐이 서부에 자리 잡은 다음 천하를 담은 땅이 열리면, 황녀님은 유렐과 무력으로 경쟁할 수 있습니까?”
“아뇨! 분한 사실이지만, 유렐과 정면으로 싸우게 되면 저는 분명 죽어요!”
네루 황녀가 시원스레 답했다.
제국 사정에 밝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가진 건 돈뿐인 그녀와 다수의 마법사를 거느린 유렐은 무력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서부로 올 준비를 하는 건 유렐만이 아니다.
세오닉. 문무를 겸비한 괴물 또한 서부를 노리고 있다.
법이 있는 제국에서야 그래도 비슷한 경쟁이 가능했지만 무법 지대, 힘이 곧 전부인 서부에선 누구와 싸워도 그녀에게 승산이 없다.
무지한 그녀도 아는 자명한 사실이다.
“천하를 담은 땅을 손에 넣으면 달라집니다. 천하를 담은 땅은 모든 마법사가 한 번은 탐구해보고 싶어 하는 토지. 그리고 돈과 식량을 가지고 있으면 무력도 자연스레 모입니다.”
“마리나, 저 말이 사실인가요? 마법사는 천하를 담은 땅을 연구해보고 싶어 한다는 말.”
“사실입니다. 아프란체가 건재하던 시절, 아프란체 왕국은 같은 땅에서 수십 년이나 휴지기 없이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 비밀을 알아내려고 아프란체 소속이 된 마법사도 많습니다.”
“마리나도 천하를 담은 땅을 조사해보고 싶나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좋아요.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뭘 하면 되죠? 놀러 왔다가 이런 재미있는 일을 하게 되다니! 역시 저는 운이 좋아요!”
목청도 좋게 외치는 네루에게 마르할이 물었다.
“황녀님, 남쪽에 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그냥 남쪽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마르할은 눈을 꾹 감았다.
확실히 남쪽으로 간다고만 했지,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황녀가 오락을 위해 호위 몇 명만 달랑 거느리고 적지나 다름없는 타인의 도시로 간다고 말하면 누가 믿을까.
‘하여간, 체질적으로 안 맞아.’
운을 부르는 저 신비랑은 되도록 엮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