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70
제170화
곡창지대가, 천하를 담은 땅이 열렸다는 말을 듣고 스트레킬과 베이올라는 충격에 빠졌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휴고, 베이올라, 스트레킬, 울테칸, 카반, 모두 놀란 얼굴이었다.
한 사람을 빼고.
“천하를 담은 땅? 그게 뭔데?”
마린은 천하를 담은 땅이 뭔지 모른다.
천하를 담은 땅은 학자들이나 쓰는 별칭으로, 보통 서부 사람들은 천하를 담은 땅을 북부나 북부 곡창지대 등으로 불렀다.
천하를 일부 소유했던 건 아프란체밖에 없고, 곡창지대가 얼마나 풍족한지 아는 사람도 현재는 거의 남지 않았다.
곡창지대, 곡창지대 노래를 불러도 곡창지대에서 나오는 식량 생산량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모른다.
하지만 과거 아프란체의 식량 수출 내역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은, 아프란체 핵심 귀족들과 인연이 있던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천하를 담은 땅에서 나오는 식량의 양과 그 땅이 가진 가능성을 안다.
베이올라가 설명했다.
“북쪽 곡창지대를 부르는 말이야.”
“천하를 담고 있다고? 그 땅이?”
“북쪽 곡창지대를 차지하는 사람은 천하를 손에 넣는다는 의미에서 지은 별명이야.”
마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베이올라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곡창지대가 크다는 말은 들었어도, 그래도 겨우 거길 먹는다고 온 세상을 다 먹을 수 있어? 그게 말이 돼?”
“이 근방에서 물을 못 구해서 고생한 적 있어?”
“없긴 한데, 그게 전부 북쪽 땅 때문이라고? 여기서 한참이나 멀잖아.”
공국에 있을 때는 물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물끼리도 편차가 있다. 어떤 우물은 물이 늘 일정했고, 어떤 우물은 날씨에 따라 우물 높이가 낮기도 했고, 높기도 했다.
우물물이 높은 날에는 거지들도 우물을 쓸 수 있지만, 물이 낮은 날이면 촌장을 중심으로 마을 실세들이 먼저 우물을 이용했다.
물을 마시려면 마을에서 떨어진 강까지 가야 했다.
근처에 강도 없는 마을이면, 하루에 물을 한 모금도 못 마시는 일도 있었다.
서부에서는 물을 못 구해 곤란했던 적은 없다. 황야를 이동할 때는 빼고.
마린은 서부에서 한 번도 강을 못 봤다. 강은 없었지만, 우물은 많았고, 우물물은 늘 풍족했다.
“이 근방 수원은 전부 북부에서 흘러오는 지하수야. 수원 일부만으로 서부 사람들이 전부 사용할 물이 나와. 북부에는 황금의 젖줄이라 불리는 큰 강이 있어. 그 강 덕분에 아프란체에서는 가뭄이 없어. 맞지?”
베이올라의 맞은편에는 휴고가 서 있었다.
아는 내용이 나와 입을 열긴 했지만, 아프란체 출신 뉘테를 두고 아프란체 역사를 설명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휴고가 부언했다.
“맞습니다. 아프란체는 가뭄과 기근이 없습니다. 아프란체가 차지하고 있던 곡창지대는 일부지만, 사실 그 땅만으로 아프란체 전역을 먹여 살리는 게 가능했습니다.”
“나도 궁금해지는군.”
스트레킬이 말했다.
공국과 아프란체는 교류가 많은 국가였다.
마족이 사라지고 잠시나마 정치판에 몸담았던 스트레킬은 아프란체와 관련된 여러 소문을 들었다.
환상의 곡창지대에 대한 소문도 몇 개 있었다.
“곡창지대는 농지 면적 대비 수확량이 다른 땅의 열 배에 달한다고 들었다. 그게 정말인가?”
“한 번 수확에 열 배입니다. 그리고 이모작, 그해 기후에 따라 삼모작을 하기도 합니다.”
“공국은 일모작에, 남는 시간에 콩을 심는 게 보통이다. 그걸 고려하면, 대략 서른 배군.”
그러니까, 마을 하나에서 농사를 지으면, 그 식량으로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릴 수 있다.
비축분을 만든다고 해도 마을 두 개로 도시 하나. 그래도 여전히 말도 안 되는 비율이다.
식량이 충분하면 사람들이 다른 작업에 열중할 여건이 만들어진다.
마법사라면 마법 연구, 대장장이라면 새로운 무기 개발, 다른 장인들도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기술과 상업이 발전하고, 그건 국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천하를 담은 땅이라는 건 빈말이 아니었군.”
그 말을 끝으로 스트레킬은 생각에 잠겼다.
“북부가 열렸다면, 그 전에 있을 청소를 위해 주인님이 돌아오실 겁니다.”
“마르할도 청소에 참가하나?”
울테칸이 소리에 적의를 담았다.
청소의 의미를 모를 그가 아니다.
안체 재건의 꿈을 품고 있는 그에게 청소는 도저히 용납하기 힘든 행위다.
“생각하시는 그런 일은 하지 않으십니다. 서부에 자리 잡으려는 사람에게는 집을 주고, 토지 경주에 참가해 땅을 되찾으려는 사람에게는 지원을, 가끔 아예 서부 끝까지 가려는 사람들에게는 식량을 주는 일을 하십니다.”
“앞의 두 가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은 뭐지? 서부 끝까지 가려는 사람?”
“누구 아래 있는 삶은 지긋지긋하니, 혼자 죽더라도 자유롭게 떠돌겠다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그렇군.”
울테칸은 이해하기 힘든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안체를 재건하겠다는 그의 꿈도 다른 사람에게는 허황된 망상 취급이다.
“한 달 보름. 이제 한 달하고 열흘이군요. 북부를 청소하고 토지 경주를 시작하려면 빠듯합니다.”
빠듯해도 너무 빠듯하다. 일반 토지 경주도 한 달 전에는 공표되고, 청소는 그 이전부터 이루어진다.
북부 곡창지대를 두고 한 달 보름은 시간이 너무 없다.
그만큼 혼란스러울 거고, 그만큼 많은 피가 흐르고, 그만큼 여러 부정행위가 판을 치리라.
휴고도 그중 한 명이었다.
판을 흔들고, 사람을 현혹하며,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
그러지 않고선 서부에서 지주로, 지주 대리인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경쟁자들은 달리고 있다. 휴고는 이미 뒤처졌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경계에는 마르할이 있다.
일개 뉘테보다 훨씬 영악하고 훨씬 뛰어나며, 훨씬 악랄한 서부의 주인 중 한 명이.
* * *
연합이 북부의 개방을 공표한 다음 날, 마르할은 용병 길드 본부로 향했다.
용병 길드 본부는 공국과 성황국 사이에 있는 작은 국가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경계 도시에 있는 커다란 건물 하나를 용병 길드 본부라 부른다.
마족과의 전쟁 당시 공국을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의 용병 수요가 폭증했고, 또 걸출한 용병과 용병단이 태어났다.
용병이 많으면 용병 길드에 오가는 돈이 많아지고, 돈이 많아지면 다시 사람이 모인다.
경계 도시에 있는 용병 길드 지부는 본부보다 커졌고, 사실상 용병 길드 본부가 되었다.
마르할과 아젠만은 도시를 둘로 나눠 지배한다. 용병 길드 본부는 아젠만의 땅에 있다.
마르할은 용병 길드 본부에 들어섰다. 다섯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용병 길드 본부 건물은 용병으로 가득했다.
용병 길드 건물은 중앙이 뻥 뚫려 있어 1층에서도 5층 난간에 있는 사람이 보였다.
가끔 싸움이 벌어지면 위층에서 사람이 떨어지기도 했다.
수백 명. 어쩌면 천 명이 넘을지도 모른다.
인근에 있던 용병이 하룻밤 사이 모두 여기로 모인 듯했다. 그리고 그건 마르할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사람이 마르할을 발견했다. 그들은 마르할을 보고 한 소리씩 했다.
-왔다.
-괴물 새끼. 평소에는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원래 저놈은 청소 전문이었어.
작은 소리는 수백 명의 용병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묻히는 듯했다. 하지만 작은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웅덩이에 떨어진 돌멩이가 만들어낸 파문이 웅덩이 전체로 퍼지듯, 작은 소리들은 용병 길드 전체로 점차 퍼졌다.
열 쌍의 눈이 마르할을 보았다.
백 쌍의 눈이 마르할을 보았다.
백수십 쌍의 눈이 마르할을 보았고, 마르할의 앞에 길이 생겼다.
마르할은 접수대로 향했다.
전직 용병으로 보이는 접수원이 마르할을 보고 안색을 싹 굳혔다.
“베루아. 왜 수배 중인 현상범을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이에요. 심히 억울해요. 제가 용병 길드 본부에 기여한 게 얼만데.”
“그리고 그만큼 길드를 뒤집어놨지. 네가 길드에 들를 때마다 생긴 일을 떠올려봐.”
“탈세하는 놈들 잡고, 뒷돈 받는 놈들 잡아서 깨끗한 용병 길드를 만들었죠.”
“길드장 세 명의 목이 날아갔고, 두 개 대상회와 원수가 되었지. 원래였으면 넌 수배범이었어.”
“그 전에 길드가 망했겠죠.”
베루아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베루아가 아는 마르할은 평민 출신 용병이다. 하지만 용병 길드의 힘으로 일개 용병을 어찌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마르할이 해결한 의뢰만 봐도 안다.
가끔 희생자가 필요해 용병 길드에 의뢰하는 인간들이 있다.
의뢰 내용은 멀쩡하다. 명분이 필요해 죽을 사람을 구한다는 미친 의뢰를 하는 인간은 없다.
하지만 의뢰주의 속사정을 파보면 시커먼 악의가 도사린다.
일개 용병은 저항도 못 하고 휩쓸리는 거무칙칙한 악의다.
마르할은 의뢰주를 비웃듯 그런 의뢰를 골라 선택했고, 살아 돌아왔다.
죽음으로 명분을 쌓으려던 의뢰주들은 자신의 악의에 익사했다. 명분이 필요하다는 건 원래 가지고 있던 명분이 없거나,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마르할은 의뢰를 해결하고 의뢰주를 말려 죽였다.
유명 용병들이 마르할을 보고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건 그런 이유다.
죽었어야 할 인간이 살아 있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시기에 왔다는 건, 청소?”
“자리 남았죠?”
“없는 자리도 만들어낼 놈이.”
베루아는 오늘 아침 대량으로 인쇄되어 길드 본부로 들어온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몇 명?”
“많을수록 좋죠.”
“20명까지 기용 가능한 탐사대 대장 권한이야. 받고 빨리 꺼져.”
“일 열심히 해요.”
용병 길드를 나가려는 마르할에게 몇 명의 용병이 다가왔다.
모두 경계에서는 유명한 용병들이었다. 그들은 마르할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고, 마르할은 웃으며 마주 인사하거나, 역으로 그들에게 일을 제안했다.
마르할이 용병 길드 본부에서 나갔다.
바람 같은 등장과 바람 같은 퇴장이었다.
마르할이 사라지는 걸 본 용병 길드 내부의 용병 몇 사람도 은밀히 용병 길드 뒷문을 이용했다.
* * *
마르할은 적이 많다.
마르할은 나서서 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지만, 용병으로 일하다 보면 적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리고 마르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적이 생기기도 한다.
질투라는 이름의 녀석이다.
마르할을 질투해 마르할의 실력과 업적을 음해하고, 나아가 죽이려는 자들도 있다.
용병들의 손은 가볍고, 그들의 손에 들린 무기도 가벼우며, 그들이 휘두르는 무기에 사라지는 목숨도 가볍다.
무법지대인 서부에서 용병들의 손은 더욱 가벼워졌고, 몇몇 용병은 질투를 해소할 수단으로 마르할을 죽인다는 무식한 방법을 고르기도 했다.
용병 길드를 나온 마르할은 가까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요령껏 벽을 타고 건물 지붕으로 올라가자 골목을 앞뒤로 포위하는 십여 명의 용병들이 보였다.
골목 중앙에서 서로 만난 그들은 마르할을 찾아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역시, 여기 있었군요.”
“마리나. 한창 바쁠 때 아니에요?”
“다른 측량사는 바쁠지 몰라도, 저는 아닙니다.”
마리나는 마르할과 같은 지붕을 밟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싸구려 종이 한 장이 들려 있다. 북부 탐색 인원을 구하는 용병 길드의 구인 공고였다.
“곡창지대로 갈 생각이라면, 저도 가고 싶습니다.”
“저는 용병으로서 가는 거라, 일단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남들처럼 학살과 약탈을 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청소는 경쟁률 높은 의뢰다.
허가 없이 서부의 주인 없는 땅으로 나가는 건 연합이 정한 규칙에 위배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지키지 않고, 또 연합도 굳이 간섭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부로 나갔던 용병이 금은보화나 유물을 가져오면 연합도 태도를 바꾼다.
용병을 소환해 유물과 재산을 압류하고, 그걸로 안 되면 척살대를 파견한다.
청소는 서부를 뒤탈 없이 탐색할 기회다.
서부에서 얻은 건 무엇이든 용병의 소유가 된다.
유물, 멸망한 국가의 보물, 그리고 사람을 죽이고 약탈한 물건까지.
유물과 보물의 주인이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용병들은 주로 약탈을 노렸다.
“일단 설득해보고, 서부에 살 곳을 찾아주고 있어요.”
“그거면 됐습니다.”
“개고생해도 몰라요?”
마리나가 따라와 준다면 마르할에게는 나쁠 게 없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저는 실라나티엘입니다. 제가 제 선택에 후회할 일은 없습니다.”
“뭐, 두고 보면 알겠죠.”
* * *
마리나는 출발 당일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그녀는 마르할 옆에 말을 타고 있는 여인을, 그녀의 어깨에 달린 휘장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왜, 왜 서부의 사신이 여기 있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