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71
제171화
도시 바깥에 있는 커다란 마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마르할이 정한 합류 장소였다.
샤힐레는 추가 인원이 있을 거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그게 마법사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의 정체를 아는 눈치였다.
샤힐레는 마리나가 누군지 모른다. 마르할이 아는 사람 중 실라나티엘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 꺼낸 적 있지만, 설마 실라나티엘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샤힐레의 눈에는 실력도 없는 마법사가 마르할 옆에 들러붙은 것으로만 보였다.
샤힐레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도도하게 마리나를 내려 보았다.
마리나도 지지 않고 샤힐레의 시선에 화답했다.
마법사끼리의 기세 싸움이 잠시 이어졌다.
“둘 다 신경전 그만하고, 갈 준비 해요.”
“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직입니다.”
“샤힐레가 왜 있냐고요? 도움이 필요해서요.”
“그게 사신의 도움을 받을 일입니까?”
사신. 실라나티엘 가문의 기록에 따르면 동부의 마법사 가문으로, 저주 하나는 실라나티엘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가문이다.
사신의 특기는 저주다. 그리고 저주는 살상에 특화되어 있다.
사람을 죽이러 가는 게 아니라던 마르할이 사신을 데려온 것이 마리나는 불만이었다.
‘실라나티엘을 두고 다른 마법사라니.’
아니면, 그냥 마르할이 그녀를 두고 다른 마법사를 부른 게 기분 나빴다.
“사신을 아는 사람이 잘 없다고 막 언급하는 건 좋지 않아요. 마리나도 그렇잖아요?”
“저는 실라나티엘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디서도 숨길 생각은 없습니다.”
실라나티엘이라는 이름에 샤힐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샤힐레는 마르할에게 슬쩍 눈을 돌렸다. 마르할은 마리나에게는 보이지 않게 말안장을 두드려 샤힐레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샤힐레는 눈을 두 번 깜빡이고,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실라나티엘? 실라나티에에엘???
샤힐레는 자신감이 없다.
휘장을 달지 않으면 간단한 마법도 쓰지 못할 정도다.
마법이 뭔지도 모르는 허접한 마법사들이라면 몰라, 실라나티엘과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그녀의 심줄이 굵지는 않았다.
샤힐레는 입술을 한차례 오므렸다.
그녀도 자신의 말투가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다는 걸 안다. 가끔 가는 찻집에서 남자들에게 아양 떠냐는 소리도 들은 적 있다.
안다고 고칠 수 있으면 진즉 고쳤지. 그건 그녀의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여기서 입을 열었다간 실라나티엘이 그녀를 우습게 볼 것이다. 그건 싫다.
샤힐레의 선택은 현상 유지였다.
그녀는 마리나를 바라보는 눈에 더욱 힘을 주었다.
마르할과 이야기를 끝낸 마리나는 찝찝한 기분으로 마르할이 준비한 말에 올랐다.
마법사끼리 만나면 기세 싸움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저렇게 경계할 일인가 싶었다.
“우선 서쪽으로 갈 거예요. 만날 사람도 있고, 합류할 사람도 있거든요. 그리고 거기서 쭉 북상해서 곡창지대로 들어가 청소를 시작할 거예요.”
떠나는 마르할 옆으로 이미 백여 마리의 말이 서쪽으로, 북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보였다.
흉흉한 무기를 든 용병들은 큼지막한 가죽 주머니를 하나씩 말에 매달았다.
주머니는 비었고, 그들이 도시로 돌아오면 주머니는 가득 차 있으리라.
주머니 안에는 피와 고혈, 고통과 비명이 가득하리라.
* * *
정보 전달에는 시간이 걸린다. 쉬지 않고 말을 달리는 게 제일 빠르며, 지형에 따라 전서구나 전서응도 상당한 속도를 자랑한다.
그래도 서부의 소식이 북동부에 있는 므에트 제국 황궁까지 닿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필연적인 거리의 제약을 어느 정도 무시하는 방법이 있다.
물을 것도 없이 마법이다.
-그런 이유로, 천하를 담은 땅이 열렸습니다. 저희의 의지가 개입할 구석은 없었고, 이미 쏟아진 물을 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 앞에 황궁 마법사 하나가 무릎 꿇었다.
왼손 중지와 검지가 없는 마법사는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었다.
마법사의 손 위에는 솜을 채운 천이 있었고, 천 위에는 유리구슬이 빛났다.
유리구슬에서 작은 제국의 주인인 뤼겐의 목소리가 나왔다.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는 구슬은 한쪽의 말을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신비를 품었다. 거리에 따라 말이 전달되는 속도도 달라지며, 황궁에서 작은 제국까지는 이틀이 걸린다.
이틀 전 뤼겐이 유물에 대고 속삭인 말이 이틀 만에 대륙을 건너 므에트 제국 황제에게 도달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는 팔걸이를 강하게 내리쳤다.
쾅! 돌을 깎아 만든 어전이 흔들렸다. 황제 앞에 무릎 꿇고 있던 마법사가 휘청였다.
그는 헛숨을 들이켜며 오감으로 황제의 기분을 살폈다.
젊은 시절 황제는 건장한 체격과 정복 국가의 황제에 어울리는 근육을 가졌었다.
나이를 먹으며 그의 몸을 감싸던 근육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황제는 여전히 황제였고, 눈에는 지혜를 품었으니, 황제 앞에서 감히 고개를 드는 사람은 없었다.
최근, 황제는 다시 변했다. 전성기와 같은 근육은 없다. 하지만 황제는 전성기보다 더한 힘을 발휘했다.
손으로 철로 된 검을 부러뜨렸다는 소리다. 황제 직속 기사단의 기사단장과 싸워 이겼다는 소문도 돌았다.
아부하기 좋아하는 자들은 황제는 살아 신이 되고 있다고 떠들기도 했다.
황궁 마법사는 그따위 소문은 믿지 않았다. 세상에 신은 없다. 단지 쌓아 올리는 것만이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황국 마법사들도 한 가지 사실은 부정하지 못했다.
황제 인생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는 평생을 통틀어 지금 가장 강하고, 가장 지혜롭고, 가장 매섭다.
황제의 입이 열렸다. 묵직한 저음이 어전을 꿰뚫었다. 마법사는 목소리가 직접 머리에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말리바 리시로부터 연락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그의 소문은 네루 황녀를 지지한다는 거였습니다. 네루 황녀의 계략이 아닌가 합니다.”
황제 앞에 있는 대신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렇군. 그래도 하나는 가 있나.”
“베이올라 황녀도 서부에 있나이다.”
“그럼 둘이군. 한심한 것들. 사관은 어리석은 내 자식들에게 전하라. 실망했노라고.”
“받들겠나이다.”
황제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황제의 침묵에 어전의 공기가 가라앉았다.
평범한 신하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황제의 압력을 오랜 시간 버텨온 그들도 최근에는 황제의 침묵을 참기 어려웠다.
“성황국에는 누가 있지?”
“없습니다.”
“그럼 됐다. 다들 물러가라.”
대신과 마법사들이 어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불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기사가 은밀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사가 황제 앞에 부복했다.
“누구든 좋다. 기사 백 명을 골라 서부로 가라. 가서 천하를 담은 땅을 내게 바쳐라. 최대한 많은 땅에 깃발을 꽂고, 약탈하고, 정복하라.”
“뜻에 따르겠나이다.”
옥좌 뒤에는 검이 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가 직접 전장에서 휘두르던 물건으로, 황제가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게 된 뒤로 그 검은 오직 한 가지 일을 위해서만 뽑혔다.
황제는 손을 뒤로 뻗어 검을 잡았다.
“나의 기사 케라스 아니게온. 이리로 오라.”
“신 케라스. 여기 있습니다.”
케라스가 황제 바로 앞으로 가 무릎을 꿇었다.
황제가 옥좌에서 일어나 검을 뽑았다.
황제를 상징하는 검이 케라스의 목을 스쳤다.
목에서 나온 피가 검날에 묻었고, 피는 검날 안으로 흡수되었다.
“그대는 이제부터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의 직속 호위다. 그대는 짐의 아래 있으며, 모든 것의 위에 있다. 하늘조차 그대의 하늘이 되지 못함이라.”
황제의 검은 황제의 기사를 뽑을 때만 뽑힌다.
케라스는 기사단장이 될 때 저 검에 피를 묻혔다.
기사단장이 되며 케라스가 품은 불은 쇠도 녹이는 불이 되었다.
다시 그의 앞에서 검이 뽑혔다.
케라스의 몸이 불을 뿜었다. 인간이 버틸 수 없는 불길 속에서 케라스는 평온했다.
불길은 어전을 한 바퀴 감고 다시 케라스의 몸에 스몄다.
황제는 호위를 두지 않는다. 정확히는 황제의 직속 호위라는 직책이 없다.
황제가 거느린 기사들이 모두 황제의 방패이자 검이니, 직속 호위라는 직책은 의미가 없다.
제국 유일한 존재인 황제, 그리고 그 황제 하나밖에 없는 직속 호위.
그 자리가, 그 역사가 케라스의 안에 쌓였다.
쌓여 힘이 되었다.
“목숨을 걸고, 폐하의 명을 완수하겠나이다.”
“가라.”
케라스가 일어났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이글거리는 열기가 남았다.
* * *
마르할은 서쪽으로 가던 중 경계 도시로 복귀하는 휴고와 만났다.
“휴고, 피곤해요?”
“예, 솔직히 그렇습니다.”
본래 휴고는 한 달도 더 전에 경계 도시로 귀환했어야 했다. 하지만 연달아 사고가 터지며 일정이 밀렸다.
마르할의 모든 업무를 대리하는 휴고의 업무량은 초인이 아니면 버틸 수 없다.
그 일정이 한 달이나 어긋났다. 밀린 일정을 처리하는 것도 한세월인데, 북부까지 열렸으니, 과로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른 대리인을 구해볼까요?”
“이젠 정말 필요할 것 같습니다.”
휴고는 뉘테의 자존심으로 다른 대리인을 구하는 걸 한사코 거부했다.
휴고의 입에서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다는 건, 정말 위태롭다는 의미였다.
“…수고해요. 마음에 드는 사람 있으면 알아보고요. 저도 찾아볼게요.”
“알겠습니다.”
마르할은 휴고를 지나쳤다.
휴고는 마차 십여 개와 함께 경계 도시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르할은 행렬 제일 뒤쪽으로 향했다.
“그, 오랜만임다?”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느낌은 오랜만에 만난 것 같네요.”
노아는 마르할을 보고 서투르게 웃었다.
메라와 마르할의 관계는 말로 설명하기 애매하다.
메라는 신을 만들려 하고, 마르할은 본의 아니게 그에게 협력하고 있다.
노아가 마르할의 부하와 함께 있는 건 서로 오해를 사기 좋은 광경이었다.
“아, 아무 짓도 안 했슴다. 억울함다.”
“그럼 다행이고요. 샤벨은 만나봤어요?”
“좋은 아줌마였슴….”
샤벨은 교회에서 탈출한 수녀다.
그녀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과연 환자를 치료하며 기적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을까?
손짓 한 번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감염을 막는 게 기적이다.
제대로 된 의료 지식이 있는 사람일수록 기적의 달콤함을 거부할 수 없다.
“안 건드렸슴다! 이단도 아니고 착한 사람을 죽일 이유가 없슴다!”
“뭐, 됐어요. 말썽만 부리지 않으면 언제든 환영할게요.”
노아는 일반적인 이단심문관과는 다르다. 이단심문관은 삶을 묻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신으로 완성되었다. 이단심문관들에게 삶은 신의 뜻을 따르는 굴곡 없는 직선이다.
“방금 그 말을 듣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졌슴다. 그런데 어딜 가는 검까? 마법사를 둘이나 데리고.”
“청소요. 관심 있어요?”
마르할은 곡창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게 목표고, 탐색에 나서는 다른 용병들은 사람을 죽이고 그들이 가진 재산을 약탈하는 게 목적이다.
무력 충돌은 필연적이고, 그때를 대비해 초인은 많을수록 좋다.
노아는 일반 초인도 아니고 이단심문관이다.
대인전에 특화된 살인귀.
다른 이단심문관이라면 마르할도 이런 제안을 하지는 않았다. 말썽을 일으킬 여지가 적은 노아니까 하는 제안이다.
“청소라면 그거 말임까? 토지 경주 전에 안에 있는 사람을 전부 죽이는.”
“죽이는 게 아니라 몰아내는 거예요.”
“보고 싶슴다.”
노아는 삶을 알고 싶다. 인생을 알고 싶다.
노아는 재건 중인 도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사람을 치료하고 있는 샤벨에게 휘장을 보여주었다.
휘장을 본 여인은 눈물 맺힌 눈과 물기 도는 목소리로 물었다.
-절 죽이실 건가요?
-안 죽일 검다. 대신 질문이 있슴다.
-뭐죠?
-삶이란 뭐라고 생각하심까?
성직자 신분을 내려놓은 여인은 이단심문관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더니 이리 답했다.
-아름다운 것이요.
-누군가는 고통이라 했슴다.
-그 사람에게 삶은 고통이겠지요. 하지만 저한테는 아름답답니다. 그거 아세요? 아이가 생길 때는 남자에게서 나온 수천만 개의 작은 정이 여자의 정과 만나 아이가 된다고 해요. 아이의 탄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죠. 기적처럼 세상에 태어나 기적처럼 아름다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요. 그러니 저는 고통받는 사람이 있는 걸 두고 보지 못하겠어요.
삶은 고통과 아름다움 사이에 있는 것인 듯했다. 하지만 노아는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다.
겨우 두 개의 삶으로는 그녀의 물음에 답이 될 수 없었다.
청소. 토지 경주 전에 이루어지는 허용된 학살.
그 안에서 다른 형태의 삶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제가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알죠?”
“사람 죽이는 게 제 일임다.”
“그럼 됐어요.”
마르할과 휴고는 서로 지나쳤다.
휴고는 서쪽으로, 마르할은 동쪽으로.
* * *
중간 도시 근처에서 마르할은 마침내 찾던 사람들과 합류했다.
약 40명의 용병이 마르할을 기다렸다.
“몇 번 얼굴을 봤던 사람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도 있네요. 대략적인 이야기는 다들 들었으리라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희가 의뢰를 받은 건 살육과 약탈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저희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고, 대가로는 민가 수백 개를 약탈한 것보다 많은 보물을 지급할 거예요. 대신 여러분은 목숨을 걸어야 하고요. 알아들었으면 함성 한번.”
우와아아아!
보물을 향한 욕망을 담아 용병들이 함성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