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72
제172화
마르할이 용병 길드 본부의 베루아에게 받은 건 탐사대를 20명까지 꾸려 곡창지대로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다.
탐사 권한과 인원은 청소에서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같은 의뢰를 받은 용병을 죽이면 길드 본부에서 제재가 가해진다.
그 넓은 곡창지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대부분은 황야의 바람과 함께 지나가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목격자를 고려하면 책잡힐 일은 최대한 하지 않는 게 좋다.
마르할의 권한으로는 저들을 모두 북부로 데려갈 수 없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마르할과 같은 권한을 가진 용병을 더 구하면 된다.
“티머시. 또 만나네요? 알고 온 거예요?”
“아니. 그냥 할 만한 일을 찾다가 걸렸지. 북부 탐색도 하면서 추가 금액까지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진 않잖아?”
티머시는 마르할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사람이다.
그는 용병 길드의 의뢰를 받은 상태로, 마르할의 의뢰까지 받았다.
엄밀히 말하면 불법 의뢰 알선에 들어가는, 용병 길드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런 것 하나까지 모두 지키며 사는 사람은 서부에 없다.
마르할은 용병들을 한차례 둘러봤다.
반 정도는 마르할과 한 번쯤 일한 경험이 있는 자들이었고, 나머지는 처음 보는 사람이다.
마르할은 용병들의 얼굴과 특성을 기억했다.
‘출신과 살아온 삶의 궤적까지 알아내는 게 목표지만.’
그건 의뢰를 수행하며 차근차근 하면 된다.
“먼저 출발한 사람이 많을 거예요. 얼른 가죠.”
용병들이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말의 머리가 북쪽을 향했다.
* * *
작은 제국으로 돌아간 네루를 기다리는 건 머리를 붙잡고 있는 딩켄이었다.
딩켄은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식량을 한 포대라도 더 구하기 위해 사방에서 그에게 뇌물을 바치고 아부를 떨었다.
기근이 끝날 때까지 그는 서부에서 왕과 같은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랬어야 했다.
네루가 상의도 없이 곡식을 풀며 상황이 급변했다.
원래도 딩켄은 바빴다.
원인 불명의 화재로 한 번 쫄딱 망할 뻔하긴 했지만, 그래도 네루의 재산은 상당하다. 네루를 지지하는 대상회들도 건재하다.
그걸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게 딩켄의 일이다.
식량 거래로 일정이 가득 차 있던 와중 곡창지대가 열렸고, 그리고 급보로 전해진 창고를 열라는 네루의 편지를 읽고 딩켄의 머리에는 벼락이 떨어졌다.
거래처에서 항의가 속출했고, 식량을 얼마나 풀지 정하는 것도 일이다.
식량을 푸는 건 좋지만, 그래도 제 식구 먹일 식량은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머리 빠져라… 진짜로 머리가 빠져가며 일하고 있는 딩켄에게 네루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딩켄은 즉시 네루를 찾아갔다.
“황녀님, 남쪽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음. 조금 크게 일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기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딩켄, 객관적으로 말하세요. 지금 이마릴…은 유파 통합에 바쁘니 놔둬도 되겠고. 유렐이나 세오닉이 저처럼 서부로 이주해오면, 그래서 제 목을 노리면 막을 수 있나요?”
“없습니다.”
딩켄은 즉답했다.
딩켄이 모시는 사람이 네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말을 얼버무렸을 것이다. 자기가 죽는다는 소리를 듣고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게 진심에서 나온 충언이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네루는 말을 돌려 하는 걸 더 싫어한다. 그녀의 직감은 애매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면, 제가 천하를 담은 땅을 차지하고, 그걸 중심으로 힘을 모은 다음은요?”
딩켄은 깊이, 오래 고민했다.
전제가 너무 파격적이다.
천하를 담은 땅. 누구의 손에도 들어간 적 없는 주인을 허락하지 않는 땅.
네루가 천하를 담은 땅을 차지하고, 제국 황녀의 이름과 그녀가 거느린 상회의 이름으로, 그리고 그녀가 가진 돈과 보물로 사람을 모으면?
서부에 이상하리만치 인재가 많다는 건 딩켄도 이미 파악했다.
서부가 멸망하며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네루의 세력은 좋게 말해 부자고, 나쁘게 말하면 돈만 많다.
상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는 내세울 게 전혀 없다.
소속 집단이 없는 인재 일부만 포섭해도 네루가 거느린 세력의 전력은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누가 오든 쉽게 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황권 경쟁에서도 몇 발이나 앞서 나갈 수 있습니다.”
“황권 다툼! 그게 있었죠! 저희가 서부에 온 이유!”
“그렇습니다. 서부에서 아무리 세력을 모아도, 바체아 제국 500년 역사의 비밀을 풀지 못하면 황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과거 많은 국가와 세력, 조직이 천하를 담은 땅을 차지하려 했고, 천하를 담은 땅은 기묘하게도 한 번도 주인을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천하를 담은 땅에 농사를 지으면 그 수확량이 다른 토지의 열 배는 된다는 기록이다.
누구나 군침을 흘릴 땅이지만, 천하를 담은 땅은 누구에게도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
천하를 담은 땅이라는 이름에는 그 기묘함을 경외하는 뜻도 있다.
천하를 담은 땅을 차지하려 했던 자들은 모두 주변의 견제에 죽거나 공멸했다.
“바체아 제국도 몇 차례나 천하를 담은 땅을 손에 넣으려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바체아 제국의 손이 닿은 유물이 땅에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서부에 안정된 세력을 가지게 되면, 앞으로 있을 토지 경주나 바체아 제국의 조사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즉, 잘된 일이라는 거군요! 그거면 좋습니다!”
창고에 쌓인 식량으로 최대 이익을 뽑지 못했다는 것에는 배가 아프지만, 이건 그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딩켄의 머리에는 의문이 남았다.
네루는 평소처럼 직감대로 행동했을 것이다.
그래, 직감.
‘황녀님은 직접 복잡한 계획을 떠올리실 분이 아니다.’
네루 황녀에게 계획을 제안한 사람이 있다.
북부를 열고 창고를 풀어 잠시나마 기근을 완화하도록 부추긴 사람이.
북부가 열리는 것부터가 딩켄의 예상을 넘어서는 일이었고, 너무 일이 많아 자세한 정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황녀님, 마리나 실라나티엘을 따라 남쪽으로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따로 만난 사람이 있습니까?”
“그래! 그것도 할 말이 많아요! 경계 도시에서 지주 마르할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알레스도요!”
“마르할과 알레스를 말입니까?”
유의해야 할 대상인 대지주가 둘.
게다가 알레스는 최근까지 이단심문을 받을 위기로 입지가 좋지 않다가, 성녀가 나서 기적적으로 회생했다고 들었다.
딩켄은 자기 의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겁쟁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능력만으로는 황궁에서 출세할 수 없다. 출세를 위해서는 도박이 필요하다. 작은 도박에도 판돈을 걸 담력이 없어 딩켄은 도서관에서 썩었다.
평생을 걱정에 시달렸던 학자는, 걱정거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감각을 가지게 되었다.
“황녀님에게 북부를 열자 제안한 사람이 마르할입니까?”
“맞아요. 하지만 선택을 내린 건 접니다. 딩켄, 설마 제 선택이 틀렸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이 시점에서 천하를 담은 땅이 열린 건 저도 좋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게 차원이 다른 무력을 가진 다른 경쟁자들에게 뒤지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네루의 직감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최소한 네루에게 손해가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네루를 설득한 사람이 마르할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딩켄은 마르할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풍문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는 알았다.
말리바 리시는 마르할을 기회가 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야 되는 인간이라고 평했다.
작은 제국의 주인 뤼겐은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말리바 리시의 과거는 말이 필요 없고, 뤼겐도 나이가 차면 제국의 핵심 인물이 되리라는 소리를 듣던 인재다.
그런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위험인물을 한 번은….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군. 절대로.’
딩켄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만남을 피하고 싶다.
딩켄은 자기 주제를 아는 인간이다.
네루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소인배.
그게 딩켄이다.
최근 대지주 중 한 명인 하일리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사건건 베이올라의 이름으로 서부 진출을 막아대는 탓에 내키지 않는 걸음을 끌고 한 번 얼굴을 봤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지.’
기사 뺨 때리는 체구에 눈에서는 불을 뿜을 것 같았다. 실제 무력도 기사 뺨 때린다는 정보다.
하일리와 대화하던 도중 우연히 마르할에 대한 주제가 나왔었다. 하일리는 마르할을 까네라 했다.
까네. 영혼의 동반자.
그 괴물 같은 인간과 까네라면 마르할은 어떤 인간이란 말인가.
‘당분간 황녀님과 같이 행동해야겠어.’
마르할과 만나는 건 사절이다. 만에 하나 만난다면 네루 황녀를 동반한 자리에서 만날 것이다.
창고를 열며 식량 관리의 중요성도 조금 떨어졌으니, 네루를 따라다니는 것도 가능해졌다.
“황녀님, 뤼겐 백작의 별장이 그렇게 경관이 좋다고 합니다.”
“별장이요?”
“예. 이 근방에 몇 없는 멀쩡한 산에 지은 별장입니다. 서부의 예술품들도 진열해뒀다 합니다.”
“으음… 토지 경주를 준비해야 하지 않나요?”
“정보 수집은 제가 없어도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시간이 날지 알 수 없습니다.”
“맞는 말이네요. 딩켄. 마차를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외딴 별장에 있으면 괴물들도 찾아오지 않겠지.
스스로 생각해도 묘안이다.
딩켄은 미소를 숨기고 마차를 준비했다.
* * *
마르할은 북쪽으로 이동했다. 마르할 말고도 북쪽을 향하는 말들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보였다.
사람을 태운 말도 있었고, 마차를 끄는 말도 있었다. 어쨌든 말은 많았고, 말들은 북쪽을 향했다.
“청소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였슴까?”
노아가 물었다. 북쪽으로 향하는 사람 모두가 길드의 의뢰를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우선 상인이 용병 길드까지 가서 의뢰를 받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들의 마차는 분명 북쪽으로 향했다.
“청소 말고도 할 건 많아요. 괜찮은 땅을 봐두는 사람도 있고, 큰맘 먹고 땅을 먼저 차지할 수도 있고요.”
“그게 가능함까?”
“부정 출발이라는 용어가 괜히 생긴 게 아니에요.”
“하지만 깃발이 없으면 의미가 없지 않슴까?”
깃발을 파는 건 경주 시작 사흘 전이다.
깃발을 사서 몰래 곡창지대에 꽂으면 모르겠지만, 현시점에서 땅을 차지하는 것에는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노아, 당신은 서부 지리를 알죠?”
“대강은 암다. 아.”
무언가를 알아차린 듯 노아가 눈을 크게 떴다.
“모든 사람이 서부 지리를 아는 건 아니니까요. 특히 북부 곡창지대는 제대로 조사조차 된 적 없어요.”
“간이 지도를 그리는 건 용병도 할 줄 압니다. 지도라도 먼저 그려두면 남들보다 몇 배는 유리한 입장에 서죠.”
마리나가 덧붙였다.
마르할이 마리나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건 마리나가 설명하는 게 맞겠네요. 현직 측량사니까요.”
“부정 출발도 지도와 같은 맥락입니다. 토지 경주에서 땅을 얻는 조건은 깃발을 꽂는 게 아니라 측량사가 도착할 때까지 깃발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좋은 땅을 선점하고, 그 안에 들어오는 사람을 모두 밀어내면 깃발은 없어도 됩니다. 깃발이 없어도 토지 경주가 시작되는 땅에 발 딛고 있다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합니다.”
“사실 그것도 전부 청소에 포함되는 일이죠. 직접 보는 게 빠를 거예요. 마리나, 곧 주인 없는 땅이죠?”
“저녁에는 도착할 겁니다.”
해가 졌다.
마을이 사라지고 길이 사라졌다.
드문드문 보이던 마차의 바퀴 자국과 말발굽 자국이 사라졌고, 타고 남은 모닥불도 찾기 어려웠다.
삶의 흔적이 사라진 땅이 마르할의 길이었다.
마리나가 말을 멈췄다.
“여기서부턴 주인 없는 땅이에요. 곡창지대는 조금 더 위로 올라가야 나오고요.”
“티머시! 작업 시작해요!”
조금 떨어져 있던 티머시가 용병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마르할도 뒤따라오는 용병들에게 명령했다.
“다들 기본 지식은 알고 있죠? 수상한 건 전부 찾아내요.”
40명에 달하는 용병들이 말을 몰아 부채꼴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