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74
제174화
마르할은 혼자서 먹으면 한 달은 먹을 식량을 가져왔다. 하지만 굶주린 사람 앞에서 성인 한 사람의 한 달 치 식량은 순식간에 동났다.
아이 몇이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마차 안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나와 음식에 손을 댔다.
다행히 식기는 사람 숫자대로 있었다. 낡아 빠진 나무로 만든 식기였지만, 서부 사람에게는 익숙한 물건이다.
여인 한 명이 아프란체어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할 일도 아니에요.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아이들이 많네요? 서부에서 아이들은 보기 힘들 건데요.”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부터 열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까지 나이대가 다양했다.
서부는 아이에게 가혹하다. 병을 치료해줄 의사와 사제는 찾기 힘들고, 힘도 없으니 폭력의 우선 대상이 된다.
마르할의 개척촌에도 마을 사람들끼리 짝지어 낳은 아기를 빼면 아이의 숫자는 수십에 불과했다.
마르할은 여인에게 이것저것 물었지만, 여인이 답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작은 제국 근처 마을에서 일하던 여인이었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아프란체 사람이 말을 걸었고, 동향 사람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다가갔더니 정신을 잃었다는 게 그녀의 말이었다.
아프란체 출신들은 전부 비슷한 방법으로 당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끌려왔다고 증언했다.
증언만 가지고 범인을 찾기는 어려웠다.
마르할이 작은 제국 인근을 들쑤시고 다니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알아.”
처음 창살이 열리고 도망쳤던 아이였다. 맨발로 도망쳤던 소년은 발에 흙을 잔뜩 묻혀 돌아왔다.
열 살은 넘은 것 같았지만, 빼빼 말라 정확한 나이를 알기는 어려웠다.
발가락 사이에 들어간 흙이 불편한지 발가락이 꼼지락거렸다.
소년의 눈은 마르할 앞에 있는 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원하는 건 밥이지?”
자존심 강한 아이들에게 존댓말은 역효과다.
아이들의 자존심은 생존을 향한 발악의 결과이며, 그들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어른과 같은 대접을 받길 원한다.
마르할이 직접 경험했고, 마르할이 상대했던 많은 아이가 그랬다.
저런 아이들에게 존댓말은 배려와 친절이 아니라 능력에 대한 무시다.
“밥을 줘. 그러면 누군지 말해줄게.”
“여기.”
마르할은 죽을 가득 채운 그릇을 내밀었다.
소년은 그릇을 뺏듯이 가져가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뒷걸음질 쳐 마르할과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소년의 시선은 쭉 마르할을 향했다.
마르할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면 도망치겠다는 의도였다.
“안체 사람들이 쓰던 무기를 들고 있었어. 바퀴처럼 생긴 날붙이.”
“차크람. 안체 사람들이 쓰는 무기 맞아.”
울테칸이 쓰는 무기이기도 했다.
안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무기가 만들어지고 쓰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 보는 무기는 대응하기 어렵다.
울테칸의 차크람도 처음 상대하면 휘두르거나 던지는 게 사용법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차크람이 무서운 건 손목 힘에서 나오는 유연한 움직임과 구멍 안쪽에 무기나 손, 팔을 넣고 낚아채는 잡기다.
기형 병기는 만들기도 어렵고 다루기도 어렵다. 그래서 부족이나 가족 사이에 유파가 만들어지고, 전승된다.
‘울테칸을 떠봐야 하나.’
울테칸은 안체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다소 불법적인 일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시인하긴 했지만, 인신매매까지 손대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안체 생존자 사이의 갈등에는 마르할이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진짜 울테칸의 지시로 인신매매를 하는 거라면.
‘사고사로 해야겠어.’
샤벨은 이용 가치가 높다. 제대로 된 의료 지식을 가진 의사는 귀중하다. 울테칸이 이끄는 정통파도 그렇다.
서부 출신들로 이루어진 무력 집단은 서부에서도 찾기 힘들다. 미래를 생각하면 이용 가치가 높다.
도려내려면 울테칸만.
‘여기서 호들갑 떨 건 없나.’
울테칸의 대답을 듣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 * *
흩어졌던 사람들이 모였다.
티머시는 말 세 마리와 마차 하나를 끌고 왔다.
그의 옷에는 마르지 않은 피가 흘렀다.
토지 경주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천하를 담은 땅 안에 자리 잡으려던 상인을 처리했다고 했다.
티머시는 금화 몇 개와 은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마르할에게 보였고, 마르할은 알아서 분배하라고 했다.
인적 드문 곳에서 용병들의 무기가 얼마나 가벼워지는지 모르는 상인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저들은 어쩔 겁니까?”
마리나가 물었다.
여자와 아이. 굶어서 체력은 떨어졌고, 병세도 보였다.
간단한 병은 그녀가 치료할 수 있지만, 저들을 데리고 청소를 계속하는 건 무리다.
“마침 새로운 마차가 있으니 저기 태워서 보내죠. 크기도 크게 차이 안 나고요.”
“누가요? 청소가 이뤄지는 구역을 벗어나도 문제예요. 저들을 누가 받아들여 줄까요. 설령 받아줄 사람이 있어도 거기까지 사고 없이 운반할 방법이 없어요.”
이주민을 받기 위해 공국에 갔을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백 단위의 사람이 합류할 걸 예상하고 식량과 물품을 마련했다.
기사와 병사가 정기적으로 길을 순찰하는 공국과 서부는 치안도 비교가 안 된다.
“당신이 직접 갈 건 아니죠?”
마르할이 가면 아마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야 용병을 이끌 사람이 없어진다.
“제가 가겠슴다.”
노아가 손을 들었다.
“안전도, 처우도, 제가 어떻게든 할 수 있슴다.”
“…당신, 서부가 어떤 곳인지 알아요?”
“사실 잘 모름다. 그래도 싸움이 일어나면 여간해선 안 짐다.”
“그렇겠죠.”
이단심문관은 혼자 활동하는 게 기본이고, 그들의 적인 이단은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까지 무리를 이룬다.
성기사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많은 이단심문관이 홀로 이단을 분쇄한다.
수백 년 교회 역사가 만들어낸 살인 병기에게 서부 떠돌이 몇을 죽이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싸울 것 없어요. 출발하기 전에 말했잖아요. 사람을 최대한 많이 살리는 게 목적이라고. 남동쪽으로 이틀 정도 가면 아프란체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 가서 제 이름을 꺼내면 돼요.”
“아프란체 사람? 하일리입니까?”
“하일리도 서부 사람들의 보호에 적극적이니까요.”
이 근처에서 가장 영향력 강한 대지주이기도 하고, 또 서부에 사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면 하일리에게도 이득이다.
하일리의 도움을 얻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저 남자는 어떻게 함까?”
“같이 넘겨줘요. 그쪽에 전문가가 많으니까요.”
“남동쪽으로 이틀. 알았슴다.”
노아는 마차를 몰고 떠났다.
한차례 휴식을 끝낸 용병들도 다시 사방으로 흩어져 청소를 시작했다.
* * *
노아는 새것에 가까운 마차를 몰았다.
온순한 말들은 얌전히 앞으로 나아갔다.
노아는 마차에 뚫린 구멍으로 마차 안쪽을 확인했다.
식량 몇 보따리. 각종 노숙 도구들이 원래 마차 안에 있던 물건이고, 그 사이로 노예가 될 뻔했던 여인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들은 식량 보따리 하나를 풀어 안에 있던 육포를 꺼내 먹었다.
노아는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이틀 거리면 식량은 저걸로 차고 넘친다.
육포 몇 개로 불안함을 달랠 수 있다면 몇 번이든, 몇 개든 주리라.
‘제 것도 아니지만 말임다.’
노아가 이 일에 자원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저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노예까지 떨어질 뻔했던 사람들의 눈에 삶이란 어떤 것일지. 그리고 그녀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노아 옆에는 노예상이 마부석과 하나 되어 묶여 있었다.
정신을 차린 노예상은 틈틈이 눈을 뜨고 사방을 살폈다.
본인은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이단심문관의 눈을 속이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노아는 잠시 고삐에서 손을 떼고 노예상의 입에 물린 재갈을 손으로 뜯었다.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슴다. 대답만 잘하면 살려줄 수도 있슴다.”
노예상이 눈을 힐끔 떴다.
“깨어난 거 다 암다. 헛짓하면 반대로 죽일 검다.”
“저, 정말이지? 살려주는 거지?”
“대답에 따라 다름다.”
“그래, 그렇지. 말하기 나름이지. 꿈을 위해 연인도 배신하고, 그런 게 서부 아니겠어?”
노예상이 군데군데 비어버린 이빨을 보이며 헤 웃었다.
“꿈? 꿈이 있슴까?”
“나? 내 꿈은 지주가 되는 거지. 세금만 걷으면서 평생 놀고먹는 게 내 꿈이야.”
“노예를 팔아서 말임까?”
“지주가 되는 방법이 토지 경주뿐인가? 돈으로 토지 문서를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까 아가씨도 어때? 재갈을 손으로 뜯다니 아가씨 초인이지? 호위 한 명만 더해지면 한 번 왕복에 금화를 세 개는 더….”
“당신은 인생이 뭐라고 생각함까?”
노아는 노예상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마차 안쪽을 다시 확인했다.
삶을 팔아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교회가 믿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 신이라면, 성경과 교황청과 성황국의 뜻은 신의 뜻이 아닌 사람의 뜻이란 말이었다.
신을 사칭해 사람의 뜻을 말하는 자들조차 교회를 위해 삶을 팔라고는 하지 않는다.
막 태어난 아이에게 성직자의 위대함을 가르치는 교회도 삶을 팔라고는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면 삶을 팔아 삶을 사는 노예상은 신을 사칭하는 자들보다 지독한 인간이리라.
“인생? 인생은 돈이지. 세상은 뭐든 돈이야.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어.”
“여기 있슴다. 돈으로 안 되는 거.”
노아는 노예상의 목을 붙잡았다. 노예상이 입을 벌렸다. 뿌득. 그 입에서 소리가 토해지기도 전에, 노아는 노예상의 목을 부러뜨렸다.
노예상의 몸이 축 늘어졌다.
“아. 실수했슴다.”
마르할은 정보를 캐낼 목적으로 노예상을 살려두었다.
그걸 모두 허사로 만들었다.
노아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뭐라고 해야 함까?”
죽은 노예상의 머리가 마차의 흔들림을 따라 흔들렸다. 까딱이는 시신의 머리가 그녀를 비웃었다.
눈에서 무언가가 흘렀다. 노아가 눈가를 닦고 손가락을 확인했다.
“…저주? 정말 지독한 사람임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 * *
용병의 숫자가 둘 줄었다.
집합 시간이 되어서도 용병 둘이 오지 않았고, 마르할은 그들을 찾아 사람을 보냈다.
소식이 끊어진 용병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은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두 구의 시신을 가져왔다.
“대체 뭐에 죽은 거지?”
티머시는 심각했다. 차라리 몸이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면 알기 쉽다. 하지만 외상도 없고, 배를 갈라봐야 알겠지만, 딱히 내상으로 인한 흔적 같지도 않았다.
“멀쩡하던 용병이 이유도 모르고 죽었어. 이유를 모르면 대비책을 못 세우고,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방법으로 죽을 수 있어. 마르할. 이건 심각한 문제야.”
“아뇨. 그냥 사소한 일이에요.”
“사소하다고? 저 시체가?”
“의뢰 받아들이면서 조건 다들 봤잖아요? 죽음의 위험이 있을 수 있음. 그리고 배신자는 죽음.”
“이게 네 짓이라고?”
“간단한 저주예요. 배신하면 죽는다. 저 둘은 모종의 이유로 저를 배신하려 했고, 그래서 죽은 거죠.”
“이건 계약….”
“계약 위반이라는 소리는 하지 말아요. 저는 의뢰서에 써놨어요. 그만한 금액의 의뢰를 받았으면서, 그리고 추가 금액까지 약속받고 의뢰서를 안 읽었다? 그건 진짜 죽어도 할 말 없는 거죠.”
“…그래, 너는 그랬지.”
티머시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죽음, 배신, 계약 위반 등의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 의뢰서가 더 드물다. 그래서 상투적인 표현인 줄 알았다.
“좋아. 나는 납득할 수 있어. 너랑 몇 번 일해 봤으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쩌려고?”
둘만 있는 자리에서 나눈 대화라면 대충 얼버무리면 된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다른 용병들도 대화를 들었다.
마르할은 용병들을 한자리에 모두 모았다.
용병들의 시선이 마르할을 향했다. 마르할은 어깨를 으쓱였다.
“제 이름을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죠. 그래도 제가 할 말은 같아요. 여러분이 해야 할 일도 같고요. 배신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궁금한 게 있는 사람은 손 들어요. 만족할 때까지 대답해 줄게요.”
한 용병이 손을 들었다.
“벨로크. 무슨 일이에요?”
“일이 끝나면 저주도 풀리는 겁니까?”
“풀려요. 불안하면 해주 비용도 따로 줄 수 있어요. 교회에 가서 저주 해주를 부탁하면 돼요. 설마 교회도 못 믿는 건 아니죠?”
“그럼 됐습니다.”
다른 용병이 물었다.
“입막음은 어쩔 거지?”
“저희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사람을 죽여서까지 입막음할 가치가 있는 일이었나요?”
저주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의 입막음에 관해 물었지만, 마르할은 입막음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라 답했다.
“…맞는 말이군. 나는 입을 다물겠다.”
“더 질문할 사람 없죠? 그러면 다시 작업 시작해요.”
용병들이 탄 말이 달렸다. 그러나 그들 주변 공기는 조금 전과 달리 착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