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75
제175화
용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티머시도 마르할과 떨어져 자기 휘하의 용병들을 지휘했다.
마리나가 마르할을 힐책했다.
“악수였습니다.”
“뭐가요?”
“저주요.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었습니다. 애초에, 이게 저주까지 걸어가며 할 일이었습니까?”
“저희가 공국에 갔을 때 데려온 사람이 사백 명 가까이 되죠? 거기서도 반은 아이와 노인이었고요. 여긴 어떨 것 같아요? 청소 대상이 되는 땅에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 같아요?”
“만 단위는 되겠죠.”
마리나가 발견한 마을만 해도 이백여 명이 머무르고 있었다.
북부 깊은 곳까지 들어가면 천 단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마 나온다.
그녀가 본 건 이백 명 규모의 마을이었지만, 마을 주변에 있는 농지의 흔적은 천 명이 사는 마을이라 해도 믿을 규모였다.
마족이 사라지고 10년이 지났고, 연합이 세워지고 5년이 지났다.
공백의 5년 동안 서부는 방치되었고, 그사이 서부로 떠난 사람의 숫자가 상당했다.
이 인근의 지력이 좋다는 건 공국 사람들도 아는 사실이다.
10년 동안 사람들이 자리 잡아 마을을 키웠다면 천 단위의 사람이 사는 마을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런 마을이 열 개만 있어도 만 명이다.
곡창지대 곳곳에 흩어진 마을을 모두 더하면 수만 명도 과장된 숫자가 아니다.
“그리고 수백 명의 용병이 마을을 약탈하러 곡창지대에 들어서겠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리려면 아군 단속부터 제대로 해야 해요.”
“…의미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한테도 저주를 걸지는 않았겠죠?”
마리나의 시선이 샤힐레를 향했고, 마리나와 눈이 마주친 샤힐레는 눈에 힘을 줬다.
“설마요. 실라나티엘의 마법이 그렇게 쉽게 뚫리는 거였어요?”
“그럼 됐습니다. 그렇죠, 샤힐레?”
“네.”
샤힐레가 짧게 대답했다.
쌀쌀맞은 귀족 영애 같은 반응이었지만, 마르할에게는 말을 늘어뜨리지 않으려고 최대한 혀를 굴리는 샤힐레의 발버둥이 뻔히 보였다.
샤힐레의 발버둥은 마리나에게는 잘 통했다.
마리나는 별 의심 없이 눈길을 거뒀다.
사신이라 불리는 마법사가 마법을 두고 거짓말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거짓말 비슷한 걸 하고 있긴 했다. 마법이 아니라 다른 부분으로.
샤힐레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샤힐레가 말을 마르할 옆에 붙였다. 그리고 마르할에게 귓속말 했다.
평소 그녀와 같은 힘 빠진 목소리였다.
“이단심문관에게 걸어둔 저주가 발동했어요오….”
“그게요?”
저주는 만능이 아니다. 본인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는 저주를 거는 건 몇 가지 수작과 세계 최정상급 저주 전문 마법사인 샤힐레의 실력이 합쳐져야 가능하다.
이미 걸어둔 저주에 대해 샤힐레가 알 수 있는 건 저주의 작동 여부 정도다.
“저주를 해주하고 있어요오… 죽일까요오…?”
“아뇨. 다짜고짜 죽이기에는 너무 위험해요.”
노아는 메라의 제자다.
율란은 이단심문관과 수습생 사이에 사제 관계 같은 건 없다고 했지만, 노아와 메라는 보통 이단심문관이 아니다.
그리고 노아가 마르할에게 했던 질문도 신경 쓰였다.
‘인생이라.’
그런 질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섣불리 사람을 배신하고 다닐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가 했던 어떤 행동이 저주의 요건에 걸린 거겠지.
해주까지 하고 있다면 저주로 죽지는 않으리라.
청소가 끝나고 확인해보면 된다.
“밀담이 끝났으면 다시 움직이죠.”
“제가 어디로 갈 줄 알고요?”
“저주로 죽은 용병이 죽은 장소. 배신을 했다면, 이유가 있겠죠. 그걸 조사하려는 거 아니었나요?”
“어떻게 알았어요?”
“서로 죽이려고 한 적도 있고, 서로 죽을 뻔한 적도 있는데, 이 정돈 기본입니다.”
마리나는 고삐를 잡았다. 몸을 돌리며 샤힐레에게 한 번 눈길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신경전에 어울려줄 이유는 없지만, 자꾸 저쪽에서 도발하니 당하기만 하는 것도 그녀의 성미가 아니었다.
마리나의 시선을 받은 샤힐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깨를 움찔 떨었다.
이쪽의 공격이 제대로 먹힌 것 같아 마리나는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 * *
용병 둘이 배신한 장소에는 다양한 흔적이 남았다.
핏자국, 발자국, 말발굽 자국.
마르할과 샤힐레와 마리나는 나란히 서서 바닥에 남은 흔적을 살폈다.
“배신을 부추긴 사람 몇 명이 있었다는 건 알겠지만, 그 이상으로 알아낼 게 있습니까?”
“일단 작은 제국에서 온 용병과 만났어요. 숫자는 셋이었고, 아마 셋 다 초인이었을 거예요.”
“그게 보여요?”
마르할은 땅에 남은 발자국을 발로 쓱쓱 지웠다.
“이 신발 밑창. 작은 제국에 있는 장인이 애용하는 문양이에요. 이건 용병들이 신을 신발에 새기는 거고요. 장인이 만든 신발은 한 켤레가 싼 말 한 마리랑 가격이 비슷해요. 돈 없는 용병이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 벌이가 있는 용병일 테고, 보폭이랑 말에 탈 때 발끝에 힘을 준 모양을 보면 근력도 일반인을 웃돌아요.”
발자국을 따라 말발굽이 있는 자리까지 간 마르할은, 마지막으로 유독 깊이 파인 발자국 하나에 손을 가져갔다.
“특이한 사람이 한 명 있네요. 남들보다 발자국이 크고 깊어요. 말에 타며 발끝이 살짝 쓸렸어요. 거구에 힘 조절이 서툴지만, 힘은 강해요. 말도 이 사람이 탄 말이 다른 말보다 조금 더 크네요. 용병 무리라면 이 사람이 대장일 거예요. 신발 한 켤레에 말 한 마리 값을 투자했으니, 무기와 방어구는 더 비싸겠죠. 상당한 실력자. 신비를 다룰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몸을 일으킨 마르할이 마리나를 향해 말했다.
“이 정도면 알아낸 게 없다고는 못 하겠죠?”
“…저는 그냥 어이가 없어지는데요. 설마 서부에서 만들어지는 신발 밑창 문양을 전부 외우고 다닙니까?”
뒤의 추론은, 대단하긴 해도 따라 하지 못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첫 단추를 끼운 신발 밑창. 그건 황당하다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외울 가치가 있는 것만요.”
“다른 것도 외우고 있습니까?”
“필요한 것들은요. 그런데 이 거리라면 마리나의 마법으로 볼 수 있지 않아요?”
“…누군가가 몰래 저주를 걸지는 않았나 걱정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마리나는 오른쪽 눈을 가리며 자연스레 손을 뻗었다. 마르할이 마리나가 내민 손을 잡았다.
손에 느껴지는 온기에 집중하며, 마리나가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시야가 하늘로 뻗었다. 그녀의 정신은 구름보다는 낮고, 새보다는 높은 곳에 자리했다.
저기 도착 예정지인 마을이 보였다. 저 멀리 다른 마을도 보였지만,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았다.
마리나는 시야를 낮췄다.
땅이 가까워지고, 작았던 것들이 커졌다.
사방으로 흩어진 용병들이 보였다. 마르할이 고용한 용병 하나가 말을 몰아 도망쳤고, 그 뒤로 말을 탄 사람 넷이 뒤따랐다.
청소를 위해 온 용병이거나, 무허가로 북부를 지나던 자들인 듯했다. 드문드문 무리 지은 사람들이 주인 없는 땅을 지났다.
이대로 진행하면 만날 것으로 보이는 무리도 있었고,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가는 무리도 있었다.
마리나는 시야를 더 좁혔다.
세 마리 말이 북쪽으로 움직였다. 한 마리는 다른 두 마리보다 머리 반 개는 더 컸고, 말에 탄 사람도 좌우에 있는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기름 먹인 갑옷에는 붉은 해골 문양을 새겼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에는 이십여 마리의 말과 십여 명의 사람이 보였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사방을 더 둘러보자 이십여 명의 사람과 오십 마리에 가까운 말이 더 있었다. 그들은 사방으로 넓게 퍼져 있었다.
이미 갑옷이 붉게 물든 사람도 있었고, 사람을 태우지 않은 말의 안장에 달린 가죽 주머니는 묵직했다.
그 사이에 장검을 허리에 찬 남자가 있었다.
마리나는 눈을 떴다.
“붉은 해골 용병단입니다. 용병단 단장의 얼굴도 보이는군요.”
“단장이면 결단의 파름?”
“맞을 겁니다. 유물인 장검을 가진 사람이 둘이나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들은 분쟁 전문 아니었습니까?”
“그렇죠. 기사단급 전력이니까요. 어중간한 일보다 작은 제국 근처에서 전쟁 한탕 뛰는 게 더 많이 벌 거예요. 원래 청소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죠.”
“그 말은, 지금은 관심을 가질 이유가 있다는 겁니까?”
“용병단 일부가 서부에서 행방불명되었거든요.”
그들은 레벨라와 베이올라의 손에 전멸했다.
시신은 폭우에 썩고 새들의 먹이가 되어 흔적도 찾기 힘들 것이다.
서부에서 흔히 일어나는 완전범죄였다.
초인을 포함한 전력 십여 명이 사라졌으니, 용병단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법도 했다.
“진행 방향이 비슷합니다. 한 번은 마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수라든가 그런 건 아니겠죠?”
“얼굴도 몰라요. 저쪽에서도 제 이름은 모를걸요? 마주치지 않고 끝나면 좋겠는데, 그건 힘들겠죠. 저쪽은 이미 이 근방을 순찰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아니까요.”
저주까지 보았을 테니, 호기심으로 접촉해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붉은 해골 용병단도 사람을 약탈했나요?”
“주머니가 두둑하긴 했습니다.”
저쪽의 목적은 약탈, 이쪽의 목적은 보호.
서로 상충하는 목표를 가지고 마주친다면,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돌아가죠. 대책을 강구해야겠어요.”
* * *
붉은 해골 용병단의 단장 파름은 마족과 공국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장검을 하나 얻었다.
서부에서 도망친 귀족인지 기사인지 하는 인간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다.
가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장검은 쥔 사람의 신체 능력을 강화해주는 유물이었다.
젊은 시절의 파름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 몰랐다.
그저 장검을 휘둘렀다. 검이 향하는 상대는 마족이 되기도 했고, 사람이 되기도 했다.
주먹 좀 쓸 줄 알던 뒷골목 부랑아는 초인이라 불리게 되었다. 부랑아에게는 사람을 이끄는 재주도 있었다.
비슷한 처지의 인간들이 그의 주변에 모였고, 파름은 붉은 해골 용병단을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파름은 장검이 가진 가치를 알았다. 신비의 무서움을 알았다.
파름은 신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신비를 품은 사람, 신비를 품은 물건. 저주받았다는 물건도 가리지 않았다.
그는 귀족에게도 존중받는 힘을 얻었다.
작은 제국의 주인도 파름을 만나려면 따로 약속을 잡아야 했다.
파름은 입을 쩍 벌리며 하품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잠시 쉬는 동안 아끼던 동생이 소일거리 삼아 의뢰를 받았다가 실종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동생이라 부르지만, 파름이 보던 건 그가 가진 사수로서의 능력이었다.
그래도 평소 동생이라 부르던 사람이자 용병단의 일각을 이끌던 녀석이 사라졌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파름은 사건 조사를 위해 서부로 나왔고, 그러다 곡창지대 청소 소식을 듣고 북쪽으로 올라왔다.
불법 행상이나 용병을 잡으며 돈을 벌긴 했지만, 파름은 그런 푼돈에는 관심 없었다.
그가 갈구하는 건 신비이며, 곡창지대로 온 이유도 혹시 모를 유물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유물처럼 귀한 물건이 땅에 떨어져 있을 리가 있냐고?
있다. 마족을 피해 도망치던 사람들이 잃어버린, 그리고 마족과 싸우다 죽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유물이 서부 전역에서 발견된다.
대부분 쓰레기지만, 가끔 그의 장검 같은 진짜들이 있다.
말의 안장 위에 누워서 파름은 잠깐 재미 보러 나갔던 동생 한 명이 가져온 소식에 몸을 일으켰다.
“야, 그거 다시 말해봐. 어쩌다 죽었다고?”
“청소 중인 용병 부대가 있어 본대가 어디 있는지….”
“그거 말고.”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전부 피를 쏟으며 뒈졌어. 그런 저주는 처음 봤다니까? 딱 형님이 좋아하는 이야기지?”
“그래, 잘 아네. 짐들 챙기고, 나갔던 애들 오면 주변 조사해. 말이나 한번 걸어 봐야겠다.”
“말만?”
“새꺄, 우리한테는 이것도 말이야.”
파름은 허리에 찬 장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