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77
제177화
마르할과 파름은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파름은 부하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몇 번이나 강하게 경고했다.
그건 마르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 않아도 될 싸움을 하는 것만큼 손해 보는 일도 없다.
붉은 해골 용병단, 마을 사람들과는 아예 대화도 하지 말라고 말해뒀다.
풀과 진흙, 그리고 나무토막 몇 개로 엮은 집은 안에 벌레가 들끓었다.
벌레를 죽이는 향이 집 안에 피워져 있었고, 바닥엔 죽은 벌레들이 보이는 것만 수십 마리는 되었다.
탁자와 의자도 진흙과 풀을 섞어 굳힌 물건이었다.
“이런 물건이라 미안하군.”
남자는 공국어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억양은 아프란체어였다.
“아뇨. 매일 노숙하는 입장에서 천장 있고 앉을 자리도 있으면 그게 호사죠.”
능청스레 대답하며 마르할은 의자에 앉았다.
남자와 파름도 같이 의자에 앉았다.
“루카스다.”
“파름.”
“마르할입니다.”
파름의 목적은 약탈이다. 그것 말고도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이지만, 가만히 두면 그가 마을을 약탈할 거라는 건 명백했다.
그 전에 이쪽에서 먼저 의사를 밝혀둘 필요가 있다.
“루카스. 청소가 뭔지는 알죠?”
“안다.”
루카스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
일개 마을에서 가공할 수 있는 품질이 아니다.
상인이 직접 찾아오거나, 물건을 들고 마을 사람이 서부로 가거나. 어떤 식으로든 서부와 거래를 하고 있다.
그런 판단에서 한 질문이다.
“여기가 청소 대상이 되었어요. 다른 설명은 필요 없죠?”
의자에 앉은 루카스가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는 손바닥으로 검의 손잡이에 달린 장식을 문질렀다.
검을 휘두를 일이 없는 마을이지만, 루카스의 검은 녹슨 부분 하나 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파름은 딱히 그의 행동을 경계하지 않았다. 일개 기사가 먼저 검을 뽑아도 힘과 속도로 압도할 자신이 있었고, 불안하면 무기에 손을 가져가는 건 용병들에게서도 흔히 보이는 습관이다.
싸울 분위기가 아닌데 상대가 무기를 만지고 있으면, 그건 이쪽의 유리를 뜻했다.
“원하는 게 뭐지?”
“못 본 척하는 건 불가능해요. 제가 그냥 넘어가도 뒤에 올 다른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겠죠. 눈앞에도 다른 용병이 있고요.”
“나는 마을을 약탈할 생각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하기에 따라 생각을 바꿀 마음도 있다.”
파름의 시선이 마르할을 향했다. 여전히 마르할은 파름의 호의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일리와는 제국과 성황국을 적대한다는 최소한의 공통점이라도 가지고 있지만, 마르할은 파름과는 초면이었다.
“두 개 선택이 있어요. 서쪽으로 쭉 가서 연합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친다. 지금처럼 풍족한 생활은 힘들겠지만, 누구 지배에도 들어가지 않고 마을을 유지할 수 있어요.”
“그렇게 자리 잡은 마을에 다시 청소가 시작되면?”
“다시 도망쳐야죠.”
“두 번째 선택은?”
“지주가 있는 서부의 땅에 자리 잡는 거예요. 아는 지주가 있어서 맨땅에서 시작하는 일은 없어요. 굶어 죽지는 않아요. 다시 토지 경주에 참가해 이 땅에 깃발을 꽂아도 되고요.”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믿고 안 믿고는 자유예요. 청소가 시작된 이상 마을이 사라지는 건 정해졌다는 것만 알아둬요.”
지킬 것이 있는 사람에게 협박은 좋은 대화 수단이다.
검의 손잡이를 만지는 루카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마족이 사라진 그날, 마음이 맞는 자들 수십과 서부로 나아갔다.
도중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합류했다.
10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떠난 자가 있다.
죽은 자가 있다.
집을 이루는 풀은 한 포기까지 모두 손으로 직접 엮은 것이고, 풀에는 피땀이 스몄다.
루카스의 피와 땀과 눈물도 풀과 함께 마을에 엮였다.
다른 한편으로 루카스는 연합을 알았다.
지주와 토지 경주를 알았다. 청소를 알았다.
그리하여 마을이 언젠가는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미 그에게는 아이가 있었고, 마을에도 아이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지주가 있는 땅으로 갈 용기는 없었다.
지주는 영주와 다르지만, 땅의 주인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땅에 사는 목숨을 쥐고 있는 자들이다.
루카스는 아이들의 목숨을 얼굴도 모르는 지주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토지 경주에 참가해 땅을 얻어낼 자신도 없었다.
“서부로 가겠다.”
“그게 선택이라면 존중하겠어요. 그리고 빨리 가는 편이 좋을 거예요. 도중에 만나는 다른 사람들이 저희와 같지는 않을 거거든요.”
세상엔 무뢰한이 참으로 많다.
루카스에게 마을을 버리라 말하는 마르할도 무뢰한 중의 하나였다.
“떠날 채비를 하지.”
“식량은 있나요? 도움을 줄 수는 있어요.”
“사양하지. 이미 대비해뒀다.”
루카스는 풀로 엮은 문을 열고 풀로 만든 집을 나갔다.
마르할은 그의 손에서 검으로 인한 물집 말고도 여러 흔적을 발견했다.
손가락에는 풀에 베인 상처가 몇 개나 있었고, 손톱 아래는 탁한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그게 저 기사의 싸움이었을 것이다.
허허벌판에서 마을을 세우고, 농지를 만들고, 아이를 키우는 인간의 싸움.
“이제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
파름이 말했다.
그의 시선은 마르할의 얼굴에서 비스듬한 대각선을 그렸다.
파름은 상체를 탁자에 기댔다. 팔을 탁자에 올리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위협하는 자세로도 보였지만, 마르할은 그의 행동을 눈 나쁜 사람이 타인의 얼굴을 좀 더 가까이서 보려는 행위로 이해했다.
“나한테 감이 좋다고 했겠다. 그게 무슨 뜻인지 들어야겠어.”
“당신은 제가 아니라 마리나와 샤힐레를 봤죠. 그리고 엘리제를 봤고요. 딱 봐도 일행의 중앙에 있던 저한테는 오히려 시선도 주지 않았어요.”
“여자한테 시선이 가는 건 남자의 본능이지. 그리고 멋진 말에게도.”
“서로 뻔한 거짓말은 하지 말자고요. 보이잖아요? 신비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파름과 똑같이 반응하는 사람을 마르할도 과거에 만났다. 만났다기보다는, 그냥 마르할의 역사가 지워지고 얼마간 마르할을 대하는 마르의 반응이 파름이 보여준 것과 비슷했다.
경지 높은 마법사는 신비를 느낀다.
마리나 수준에 이르면 어설픈 신비는 발동 직전에 끊어버린다.
마리나는 실라나티엘이다.
제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니라 제국에 의해 비상식, 비인간의 끝을 달리며 인간의 악의를 수집하던 마법사 가문.
마르의 말에 따르면 실라나티엘의 마법사들은 강했다고 한다. 신비 추적자의 첫 번째 비밀이나 숲의 은둔자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대현자는 와야 실라나티엘의 가주와 맞붙을 수 있었을 거라나.
마르 이전에도 세계에서 한 손에 꼽을 마법사를 배출해낸 마법사 가문의 정통 아닌 정통을 이어받은 사람이 마리나다.
인외의 마법사인 마르 실라나티엘의 역사를 훔치고 있는 사람이 마리나다.
신비를 느끼려면 그런 마리나와 엇비슷한 경지까지는 도달해야 한다.
파름이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일개 용병이 일부나마 마르나 마리나와 같은 기예를 흉내 낼 수 있다면, 세상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기인이 판을 쳤을 것이다.
“그래, 나한테는 보인다. 보인다기보다 느끼지. 너희가 신비라 부르는 것들이. 나는 신비를 탐한다. 그리고 네 신비를 보고, 너를 탐하기로 했지.”
마르할은 파름의 말에서 전해지는 진심에 소름이 끼쳤다.
어떤 식으로든 남자에게 고백 비슷한 걸 듣는 건 절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하나 더 묻죠. 당신은 초인이 아니에요. 맞습니까?”
“서로가 서로를 더없이 이해하고 있으니, 내 탐미 또한 쉬워지겠군. 맞다. 나는 초인이 아니다.”
파름은 식탁 모퉁이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힘을 주었다.
손등에 힘줄이 솟고 팔이 떨렸다. 숨을 참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제야 진흙으로 굳힌 식탁 일부가 부러졌다.
“초인을 가리는 가장 쉬운 기준은 평범한 검으로 통나무를 자르는 거지. 다음으로 흔하게 언급되는 게 주먹으로 나무를 부러뜨리는 것이고.”
그것 말고도 일정 거리를 일정 시간 안에 주파한다거나, 물에서 특정한 동작을 수행하거나, 문화, 유파, 국가에 따라 초인을 구분하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단지 나무를 일격에 베는 것만이 초인의 기준이라면, 초인 아닌 사람이 초인을 힘으로 이겨 먹는 사태가 일어난다.
알기 쉽게 휴고. 휴고는 무기술을 배우지 않았다.
그의 주먹은 철과 부딪쳐도 베이지 않으며, 어지간한 기사를 뛰어넘고, 기사의 골통을 깨부순다.
휴고를 초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는가?
평범한 인간을 벗어났다고 초인이라 불리는데, 정작 초인 아닌 사람에게 초인이 죽으면 꼴사납다.
그래서 초인의 기준은 다양하고, 보통 그중 하나만 달성해도 초인이라 불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무를 베는 것으로 초인이라 인정받긴 하지만.
파름은 그 어떤 기준을 대입해도 초인의 영역에 들어가지 못한다.
“쉬운 것처럼 보여도 초인을 위한 기준. 제대로 된 기사 아래서 체계적인 훈련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부분이지. 재능 있는 놈들은 혼자서 초인이 되어버리긴 하지만, 그 사람이 나는 아냐.”
그래도 남들보다 힘이 세긴 하지, 라고 파름이 덧붙였다.
“그 재능이면 초인이 되는 것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요.”
“그랬을지도. 하지만 나한테는 이걸로 충분해.”
파름은 장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식탁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간단하게 뜯어냈다.
“초인이 되는 대신 신비를 찾는 일에 열중했어. 그러다 보니 신비를 알아보는 감이 생기더군.”
초인의 신체 능력도 신비의 일종이다.
초인이 될 재능을 가진 사람이, 초인의 역사를 포기하고 다른 길에 매진하면 신비 하나쯤 얻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마리나와 비슷한 시각을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그게 될 인재라면 이미 철을 베는 기사가 되었거나, 초인의 육신도 얻었을 것이다.
파름의 재능은 일반인보다 뛰어나긴 해도, 천재라 불릴 정도는 아니다.
‘세상은 한 차원 높은 곳에 도달했다.’
모든 사람이 한층 더 높은 경지로 오를 가능성.
파름은 그 수혜자다.
세상이 높은 차원에 도달하며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는 쌓을 수 없는 업을 쌓았다.
“원하는 게 뭡니까?”
“말했을 텐데. 네 신비. 네 기괴한 신비를 탐하는 거다.”
“혹시 그쪽 취향은 아니죠?”
“내가 유흥에 뿌린 금화가 100개가 넘어!”
파름이 발끈했다. 다른 도발은 다 넘겨도 용병 남자라면 저건 참기 힘들지.
마르할도 잠깐 욱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금언이다.
“붉은 해골 용병단은 네게 협력하겠다. 대신 나는 너를 옆에서 지켜볼 거다. 그쪽에도 손해는 아닐 건데?”
“그렇긴 해요.”
이쪽 사람 몇이 붉은 해골 용병단과 관계되어 죽긴 했지만, 그건 저주 탓이다.
배신할 마음을 품은 용병들이 원인이다.
“좋아요. 제가 구경거리가 되는 걸로 고급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면 확실히 남는 장사죠.”
파름이 손을 내밀었다.
“청소가 끝날 때까지는 어울려주지.”
“순서가 반대로 된 거 같은데요. 어울려주는 건 저고, 파름이 따라오는 쪽이잖아요?”
“평소 행실을 알 만하군. 왜 유명한지도 알겠어.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오해받기 싫으면 오해받을 말부터 안 하면 안 될까요?”
“내가 왜 타인의 눈을 신경 써야 하지?”
아니, 동성애자 소리 듣는 거 싫다면서.
무력적으로 든든한 우군을 얻은 건 좋지만, 그 우군의 정신 상태가 살짝 이상했다.
하긴, 능히 초인이 될 재능으로 오직 신비를 탐하는 길을 택한 괴짜가 제정신일 리가 없다.
그 괴짜가 자신을 노린다는… 탐미하겠다는 미친 발언까지 해대는 게 마르할의 불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