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잡화점 에나는 풍채 좋은 여인이다. 그리고 남편이 죽은 땅을 보겠다고 제국에서 서부까지 달려온 낭만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제국은 마족의 침공에 공식적으로는 어떤 병력도 파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아니었다. 에나의 남편은 제국에서도 알아주는 수색 기사였다.
추적 기사와 수색 기사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추적 기사는 이미 확정된 목표를 쫓는다. 수색 기사는 현장을 수색해 범인을 특정한다.
수색 기사가 범인을 찾고, 추적 기사가 추적한다. 그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에나의 남편은 제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색 기사였다. 그는 마족의 연원을 알아내기 위해 서부로 파견되었고, 연락이 끊어졌다.
‘그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겠지.’
그녀의 남편은 처음부터 결혼을 내켜 하지 않았다. 그걸 억지로 밀어붙여 결혼한 게 에나였다.
결혼한 다음부터 에나는 남편에게 반강제로 여러 기술을 배웠다.
간단한 호신술과 기사의 육체 단련법을 시작으로 범죄자를 구분하는 법, 담배와 차를 비롯한 여러 기호품의 품질과 원산지를 구분하는 법, 발자국으로 그 사람의 신장이나 육체 능력을 추측하는 법까지.
일개 아낙이 배울 기술은 아니었다. 기사들도 돈을 주고 배워야 하는, 비술에 가까운 기예들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편집증적일 정도로 에나에게 그것들을 가르쳤다. 배우지 않으면 관계를 끝내겠다는 말도 했다.
헛된 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도 부부만의 시간에 담배를 여러 종류 늘어놓고 냄새를 맡게 하는 남편을 아내로서 좋아할 순 없었다.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고를 전하러 온 기사는 약간의 돈과 함께 그이가 죽었다는 사실만 담담하게 전했다.
배운 것 없는 무식한 여인이었다면 그 말을 그대로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나는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남편이 남긴 수많은 기술과 지식이 있었다.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녀는 파견 나간 수색 기사가 상관에게 보고를 올리는 방법과 보고 이후 답장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의 죽음에는 석연찮은 점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부로 왔다.
그이가 전해준 지식으로 그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이제야 꼬리를 드러냈구나.’
잡화점에 있는 그녀의 손에는 한 장의 종이가 들려 있었다.
마르할은 세 개 땅의 지주다. 마르할이 지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있지만, 마르할이 세 개 땅의 지주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마르할이 가진 세 개의 땅은 서부에서도 알짜배기 땅으로 알려져 있다.
서부의 시작 지점이 되는 곳에 하나, 서부의 중심에서 물자 이동의 중심지가 되는 곳에 하나, 마지막으로 서부의 끝에 있는 이 마을.
세 개의 개척촌은 은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별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녀에게 정보가 오게 되어 있다.
그 체계도 완벽한 건 아니다. 개척촌을 연결한 어설픈 정보망으로 서부에 들어오는 귀빈을 모두 알려고 하면 그게 욕심이다.
하지만 직접 자기 이름을 밝히고 들어온 사람은 확실하게 포착할 수 있다.
“제국 기사단 기사단장. 서부에 온 이유는 모름. 수색 기사와 추적 기사를 두고 단장씩이나 되는 거물이 직접 움직여?”
기사 강국인 제국에서도 황제가 인정한 기사.
발재간은 말보다 빠르고 검을 쥐면 철을 베는 괴물일 것이다. 서부가 무법지대라지만 그만한 인물이 나설 일은 없다.
서부에서 일어난 일을 해결하려고 만든 게 바로 연합이다. 그런 연합을 놔두고 제국 기사가 직접 움직이면 제국과 연합 사이에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기사단장급 거물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 있다?
“평생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내가 죽기 전에는 진실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당신도 응원해 줘.”
“아주머니, 시키신 일 다 했는데요.”
“어, 그래.”
잡화점 뒤쪽에서 카리안이 머리를 내밀었다.
토지 경주에 나간다던 놈이 보낸 꼬마. 운이 좋아 지주가 됐지만, 그것 말고는 글도 읽을 줄 모르는 맹탕이다.
오죽하면 제국 출신인 그녀도 읽는 공국 숫자도 못 읽는다.
어차피 창고를 짓고 사업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리니, 그때까지 그녀가 거둬 잡일을 시키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조금 성가신 손님이 올 예정이라서 말이다. 짐 정리 끝났으면, 장부는?”
“헤헤. 그게 말이죠.”
“너 같은 놈이 땅 주인이 되면 1년도 안 돼서 빚더미에 앉을 거다! 1년은 무슨! 반년이면 충분해! 가서 장부나 써! 까먹었으면 숫자 세는 법을 다시 알려줄까? 저번처럼?”
“아, 아뇨! 지금 갈게요!”
카리안이 냅다 달음박질쳤다.
에나가 그에게 시키는 업무량은 살인적이었다. 그래서 한번은 가르쳐 준 숫자를 잊어 먹었다고 거짓말한 적이 있다.
카리안의 변명에 에나는 음산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카리안을 무릎에 앉혀두고 다섯 살 아이를 가르치는 것처럼 숫자 읽는 법을 하나씩 알려주었다.
잡화점을 드나들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았고, 한 시간도 안 되어 카리안은 아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아찔했다.
카리안이 도망가는 걸 확인한 에나는 잡화점 구석에 있던 새장을 열었다.
“그새 멀리 가진 않았겠지?”
특정 장소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특정 사람을 찾아가는 전서구. 가격으로 따지면 기사들의 전마 열 마리 값은 나가는 녀석이다.
에나는 비둘기의 발목에 편지를 묶고, 잡화점 바깥 하늘로 날려 보냈다.
* * *
레벨라와 마르할은 하루 동안 쉬지 않고 달려 도시 근처에 있는 깃발 주인들을 설득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흐암.”
“당신도 피로라는 걸 느끼는군요.”
“저를 뭘로 보고. 생물의 범주에서 벗어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저는 사람이거든요.”
“연합 전쟁에 참전했던 용병, 몰락 귀족, 스트레킬처럼 전쟁에 참전했다가 모든 걸 잃은 기사, 그들을 하루도 안 되어 말로만 설득한 사람이 평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제일 오래 걸린 게 할리발이었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건 차 한 잔 마실 시간이면 충분했다.
마르할은 토지 경주에 참가해 독기가 잔뜩 오른, 다가오는 사람은 아이와 노인까지 공격할 기세인 사람들 사이로 들어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숨 쉬듯이 간단하게 해냈다.
“그들이 바라는 건 땅이었고, 저는 더 많은 땅을 준다고 했죠. 어려운 일도 아니에요.”
“만일 동부로 돌아올 일이 있으면, 절대 입을 쓰는 일은 하지 마십시오.”
“반대 아닌가요? 제 특기를 살리려면 오히려 그쪽 일을 해야죠.”
“식자들의 질투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들이 못 한 일을 당신이 해내면, 당신은 매일 밤 암살자와 싸워야 할 겁니다.”
“얌전히 막노동이나 해야겠네요.”
두 사람이 잡담을 나누는 동안 말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마린이 깃발을 꽂았던 위치에 도착했다.
“저건 뭘까요?”
“…저도 잘.”
베이올라와 마린. 제국 황녀와 고향 잃은 부랑아가 솥 하나를 앞에 두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범인임이 분명한 스트레킬은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레벨라와 마르할이 탄 말이 다가갈 동안 두 사람은 눈치 싸움을 계속했다. 그리고 말발굽 소리가 들리자 둘의 고개가 휙 돌았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훈련이다.”
“저 지옥에서 퍼 올린 용암처럼 보이는 건요?”
“음식.”
베이올라와 마린 사이에 있는 솥에서는 시뻘건 무언가가 펄펄 끓고 있었다.
펑펑 터지는 기포 사이로 벌레의 머리통이나 동물의 내장이 떠올랐다 가라앉고 있었다.
마르할은 편식 같은 건 하지 않고, 마왕을 죽이는 여정에서는 벌레를 먹은 적도 있다. 그런 마르할도 저건 그다지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벌레를 먹고 말지.
“어제 말했듯 내 수련법은 광인의 손에서 탄생한 광인의 수련이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먹고 소화하는 게 핵심이지.”
“그래! 먹을 수 있는 것! 그러면 당신은 이걸 먹을 수 있다는 거지!”
베이올라가 10년 동안 골몰하던 문제의 정답을 찾은 학자처럼 소리쳤다.
그녀의 의기양양한 시선에 스트레킬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렇다만?”
“먹어봐. 당신이 먹으면 우리도 먹을 테니까.”
“제자가 돼서 스승 공경할 줄을 모르는군. 너도 같은 의견이냐?”
마린이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름을 걸고 약속해라. 그러면 먹지.”
“그러면 못 할 줄 알고. 베이올라 므에실리고의 이름을 걸고 약속할게.”
“너는?”
“나한테는 걸 이름도 없어.”
“네 고향이라도 걸어라. 죽은 내 동료들도 툭하면 서쪽에 있는 고향을 걸더군. 고향을 걸고 살아 돌아온 녀석은 없지만….”
스트레킬이 고향을 언급하자 눈매가 사나워지던 마린은 이어진 말에 고개를 숙였다.
레벨라와 마르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셋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최소한 서로가 누군지는, 그리고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는 알게 되었다.
스트레킬은 어쩌면 그녀보다 더 악조건 위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마린은 괜히 땅을 얻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만 않으면 한자리 정착해 먹고살 능력이 있다. 그녀의 마음은 평생 편치 않겠지만, 몸은 편한 인생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킬은 아니었다. 그는 신분을 버리고 도망간다는 선택조차 쉽지 않았다. 그가 도망가려고 하면, 무수한 칼날이 그 등에 박혀들 것이다.
마린이 소심하게 말했다.
“당신이 먹으면 나도 먹을게. 베스타롤라를 걸고.”
“내 제자들에게 약속을 지킬 긍지가 있다고 믿겠다.”
스트레킬은 망토 안에서 숟가락을 꺼내, 지옥에서 퍼 올린 용암을 한 숟갈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의 모습은 여유로웠고, 그걸 지켜보는 베이올라와 마린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렸다.
툭 하고 그의 입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고, 두 여인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마린은 먹을 걸 가리지 않는다.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면 대부분은 불평 없이 먹는다. 하지만 악의를 가지고 사람이 못 먹게 만든 음식을 음식이라고 불러도 될까?
“아주 못 먹을 정도는 아니군. 이제 먹어라.”
이름을 걸고, 고향을 걸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것들을 건 여인들은 세상의 악의가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믿을 솥으로 숟가락을 가져갔다.
서로 눈치를 보며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어제 먹은 음식을 모조리 뱉어냈다.
“우욱…!”
“웨에엑!”
처음에는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위를 쥐어짜는 신체 반응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음식을 모두 뱉어내고 허공에 대고 한참이나 구역질하고 난 뒤에야 두 사람은 겨우 진정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물로 씻어내며 베이올라가 울먹였다.
“비린내가 안 없어져. 대체 뭐야…?”
“겨우 이걸로 그 모양이어서야. 앞으로 갈 길이 멀군.”
“당신… 인간 아니지? 종말의 화신이나 지옥의 지배자 같은 거지?”
“스승에 대한 공경이 부족하군. 다음에도 특식을 차려주마, 베이.”
“윽…!”
“잘못을 뉘우치면 넘어가 주지 못할 것도 없다.”
마린이 작게 속삭였다.
“야.”
그녀는 광기에 이성을 잃었을 때보다 더 강렬한 눈으로 베이올라를 노려봤다.
베이올라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잘못했습니다, 스승님.”
“음, 좋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마. 하지만 다음은 없다. 항상 스승에 대한 공경을 가슴에 새기고 있도록. 마지막으로, 스승이 아니라 선생이다. 내가 나를 스승이라 칭하는 건 상관없지만, 네가 스승이라 불러서 어쩌자는 거냐. 내 첩으로 보여도 좋다면 상관없다만.”
“에… 스어언새앵니임.”
“너는?”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수련도 좋고, 사제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것도 좋은데, 저희 밥해 먹을 솥은 이거 하나뿐이거든요? 솥을 씻는다고 냄새가 지워지겠어요?”
“하나 주워야겠군.”
말에 올라탄 스트레킬이 무너진 성벽을 향해 고삐를 당겼다.
* * *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마르할은 스트레킬이 새로 구한 솥으로 저녁을 해 먹었다.
밥을 먹고 스트레킬은 베이올라와 마린을 데려가 괴상한 동작을 시키기 시작했다.
레벨라도 한쪽에 떨어져 검을 휘둘렀다.
마르할도 모닥불 앞에서 가진 도구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우악스럽게 말의 가죽과 고기를 가른 단검은 날도 나가고 녹슬기 시작한 부분도 보였다.
‘내일 하나 주워야겠어.’
마르할이 가진 물건 중에는 가죽끈처럼 특별한 물건도 있지만 이건 평범한 단검이다.
요리용 단검은 버려진 짐들 사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내일 하나 줍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왔다.”
스트레킬의 목소리였다. 베이올라와 마린을 훈련시키던 그가 마르할 옆으로 와서 도시가 있는 방향을 보고 있었다.
“이틀 만에 안쪽을 정리하다니, 우수하네요.”
“어쩔 거지?”
“대화해야죠. 표정은 어때요?”
마르할은 여전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임의 꼬장으로 불침번을 두 번 서게 된 신입 기사 같은 표정이다.”
“으음… 약간의 협박이 필요하겠네요. 적당히 부탁해요.”
“어련히 알아서 하지.”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의 베이올라보다 오만한 목소리. 마치 자기가 황제라도 되는 듯한 자신감.
“이곳의 대장이 누구냐.”
마르할이 느긋하게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