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80
제180화
성기사였던 남자가 분노했다. 그는 괴성을 지르며 번쩍이는 검을 뽑아 마르할에게 육박했다.
마르할은 티머시에게 눈치를 주었고, 티머시가 검을 뽑았다.
성기사는 죽어서도 성기사다. 어떤 연유로 전직 성기사가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마르할도 모른다.
그건 한 마디 대화로 사람의 내력을 읽어내는 마르할에게도 몇 가지 문답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하나는 알았다.
성기사는 다쳤다. 왼쪽 허벅지와 골반, 그리고 허리로 이어지는 선이 부자연스럽다.
티머시는 뛰어난 용병이지만, 성기사는 성황국에서 고르고 고른 인재를 최고의 교육으로 가공해 만들어진다.
남자가 멀쩡했더라면 티머시는 남자의 공격 세 번을 버티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다친 남자의 공격을 티머시는 살짝 밀려나는 것으로 막아냈다.
“떠나겠다고 했다!”
“진심이었어요? 전 기만책인 줄 알았죠.”
티머시 뒤에서 마르할이 정말 몰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티머시의 검에 가해지는 힘이 강해졌고, 티머시는 이를 악물고 남자의 검을 밀어냈다.
“당장 불을 꺼라!”
“타오르는 불을 사람의 힘으로 끌 수도 있나요?”
“나는 너희 같은 놈들을 쳐 죽이기 위해 신에게 몸을 바친 성기사다! 마법사의 역량도 몰라볼 것 같으냐!”
“마법사의 역량을 알아본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신비 추적자 같은 진짜들도 다른 마법사의 진가를 보지는 못해요. 그걸 당신이 할 수 있다고요?”
으득. 이를 악무는 소리가 마르할에게도 들렸다.
티머시도 이를 악물고 팔에 힘을 줬다.
“티머시. 근육이 부풀면 조심해요. 성기사의 비기 중에는 일부러 근육을 파열시켜 힘을 얻는 기술이 있거든요.”
성기사 지망생이던 아스트람이 썼던 것과 근본은 같은 기술이다. 같은 신비를 품은 사람들은 떠올리는 발상도 비슷한 법이다.
그 발상이 단순하고 효율적이라면 더욱.
아스트람이 사용한 건 그가 경험으로 터득한 기술이고, 저자가 익히고 있는 건 성황국의, 교회의 역사가 담긴 기술이다.
기술의 완성도가 다르다.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성기사의 비전이 서쪽 용병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혼자 싸워서 되겠어요? 지금이라도 마을로 들어가 물건을 챙기는 게 낫지 않겠어요?”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를 줄 알고.”
남자가 소리를 짓씹었다. 눈에서는 마르할을 향한 분노가 타올랐다.
“아무 짓도 안 할 거예요. 제 목적은 당신들이 여길 떠나는 거니까요. 떠나려고 짐을 싸는 사람을 쫓아가 죽이는 취미는 없거든요.”
“그 말을 믿으라고?”
“안 믿으면, 여기서 계속 발이 묶여 있으려고요? 저까지 무기를 뽑으면, 승산은 있고요?”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전성기라면 용병 수십도 혼자 썰어 버리겠지만, 지금의 그는 용병 하나 상대로도 끙끙대는 처지였다.
게다가 마법사의 마법. 저건 그가 가진 기적으로는 못 막는다.
성기사 교육에서도 전투 사제의 지원 없이는 마법사와의 싸움을 피하라 가르친다.
뒤에서 비명이 들렸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불렀다.
어쩔 수 없이 남자는 등을 돌렸다. 불길에 휩싸이는 마을을 보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마을을 버린다! 불이 옮겨붙으려면 시간이 있다! 식량과 옷가지만 챙겨라!”
그제야 사람들이 마을 안으로 사라졌다.
마을에는 울타리가 없었고, 공포에 뼛속까지 물든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표정이 모두 보였다.
“마르할, 질문 하나 괜찮을까?”
“말해봐요.”
“너답지 않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
“저답다는 건 뭘까요?”
“마법을 보여준 시점에서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잖아.”
“저도 궁금했던 참입니다.”
근처에 있던 마리나도 한 손 거들었다. 파름도 이쪽을 빤히 보고 있었다.
남자는 마리나의 마법을 보자마자 마을을 떠나겠다고 했다.
남자의 표정은 다급했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을 것이다.
거기서 마르할은 마리나에게 마법을 쏘라고 했다.
“이 근처는 진짜 알짜배기 땅이에요. 쌀알과 밀알을 대충 던지기만 해도 꽉 찬 낱알을 맺는 기적의 땅이요. 티머시, 농사를 지어본 적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 기억도 희미해.”
“그러면 이 땅의 가치를 알겠죠?”
“온 세상 농부들이 침 흘릴 땅이라는 건 알겠어.”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 사이에서 티머시는 작은 손으로 잡초를 뽑고, 마른풀을 엮어 끈을 만들었다.
수확이 끝난 곡식을 쌓아두고 수확제를 벌이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한 번의 수확에 그만한 품이 들어간다.
그에 비하면 이 땅은 얼마나 편하고, 매력적인가.
“그러니, 본보기 하나쯤은 있어야 앞으로 만날 마을의 주인들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겠어요? 마리나. 잘 태우고 있죠?”
“마을에는 최대한 불이 늦게 붙도록 하고 있습니다.”
“역시 마리나가 최고예요.”
“그러면 약속부터 지키는 게 어떻습니까?”
“어떤 약속이요?”
“유물 두 개.”
정확히는 마르 실라나티엘이 만든 유물 두 개다.
“돌아가서 줄게요. 가져오려면 시간이 걸려서요.”
“믿고 있겠습니다. 인간쓰레기.”
“…믿는 거 맞죠?”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의 부탁으로 마법을 쓰지는 않습니다.”
마리나의 마법은 마을 주변의 풀을 태우고, 천천히 마을 건물도 삼켰다.
이 마을의 건물도 다른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무가 조금 섞이긴 했어도, 주재료는 진흙과 마른풀이었다.
타기 쉬운 재료와 타기 어려운 재료가 반. 그걸 고려해도 불이 옮겨붙는 속도는 느렸다.
불장난 몇 번 해본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속도였지만, 가산을 챙기는 데 정신이 팔린 마을 사람들은 그저 움직이기 바빴다.
“다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는데요.”
“그 말은 상당히 미친 사람처럼 들렸어. 전직 성기사 나리가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파름은 관심 없어요? 불장난 좋아하게 생겼는데요.”
“불장난? 특기지. 군량이 쌓인 창고에서 쌀가마 몇 개를 터뜨리고 그 안에 모닥불을 던지는 것만큼 짜릿한 순간이 없어. 그래도 여자랑 아이가 불타 죽는 걸 보는 악취미는 없어서.”
“그렇게 말하면 꼭 제가 사람이 타 죽는 걸 보며 좋아하는 미친놈 같잖아요.”
“그런 취향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미친놈은 맞는 것 같은데. 안 그래?”
파름이 티머시와 마리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고용주지만, 그건 변호해주지 못하겠어.”
“미친놈 맞습니다. 그리고 인간쓰레기죠.”
“됐어요. 제가 옳은지 그른지, 결과가 말해줄 테니까요.”
“마을이 전소한다는 결과 말고 다른 결과는 없어 보입니다만.”
마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마을이 탔다. 마을은 잘 탔다.
약탈할 것도 없이 거의 모든 물건이 전소했다.
재를 뒤집어써 검댕이 된 전 성기사가 불탄 마을 안에서 마르할을 노려봤다.
그의 옆에는 우물이 있었고, 그는 물을 뒤집어썼다.
전 성기사 말고도 비슷한 몰골을 한 사람이 열셋 더 있었다.
그들은 몸에 흉터를 달았다. 눈이 없거나, 팔이 없거나, 허리가 구부러졌다.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마르할을 노려봤다. 파름이 검으로 손을 가져갔고, 티머시가 몸에 힘을 줬고, 마리나가 한 발 물러서며 마법을 준비했다.
샤힐레는 움직이지 않았다. 약간 피곤한 눈으로 성기사를 일견했다.
마르할은, 순수하게 놀랐다.
“모종의 이유로 탈주한 성기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아니, 탈주는 했나. 처음에는 성황국의 임무였을 거예요. 곡창지대를 관찰해라. 몰래 잠입해 서부의 동태를 살펴라. 그런 거였겠죠.”
“그래. 맞다.”
전 성기사이자 하나의 소대를 이끌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마을은 불탔다. 그에게 뒤는 없었고, 돌아볼 것이 없는 남자의 입은 가벼웠다.
“하지만 임무를 포기했어요. 중간에 접선한 성기사와 싸웠군요. 허리와 하반신의 상처는 그때 입은 거예요.”
성기사는 전투 중에 상처를 치료하는 훈련을 받는다.
뛰어난 성기사라면 팔이 잘려도 잠깐의 시간만 있으면 잘린 팔을 붙이고 전선에 복귀한다.
특별한 임무를 맡아 소대를 이끌 실력의 성기사에게 치료 불가능한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건 서로를 잘 아는 같은 성기사나 성기사와 싸우는 전문 훈련을 받은 기사 정도다.
그리고 저건 같은 성기사와 싸우다 입은 상처다.
“뒤에 있는 사람들, 처음에는 수풀 사이에 숨어 있었죠. 마을에 불이 나자 중간부터 마을 사람을 구하려고 움직였어요.”
마을 인구는 수백 명이나 된다. 전직 용병이나 기사도 찾아보면 드물지 않다. 초인 열 명이 추가된 걸 알아차리는 건 힘들다.
하지만 마르할은 수만 인파 사이에서 한 사람을 구분하고 추적하는 훈련을 받았다.
수백 명 사이에 십여 명이 추가된 걸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 그게 불구가 된 초인이라면 더 쉽다.
마르할은 그들이 불편한 몸으로 사람을 구하고 가산을 나르는 걸 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간절했고, 움직이지 않는 몸에 대한 원망과 자책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르할은 그걸로 전후 사정을 추측했다.
“부도 명예도 없는 평범한 마을 생활이, 서부가 마음에 들었나요?”
“그래.”
한때 성기사였던, 그리고 지금은 서부인이 된 사내가 입을 열었다.
“나는 곡창지대의 동태를 살피는 임무를 맡았다. 임무를 위해 곡창지대로 들어왔다. 의심받지 않기 위해 가정을 꾸렸다. 그러던 중 명령이 떨어졌다. 흔적을 지우고 귀환하라는 명령이었다.”
“마을을 없애야 했군요. 가족과 아이도.”
“차마 내 손으로 가족을 죽일 순 없었다. 다른 놈들도 비슷했다. 뜻이 맞지 않는 놈은 죽였다. 성황국과 이어진 비선도 모두 끊었다. 네 말대로, 내 부상은 그러던 중 얻은 것이다.”
“당신들에게는 신의 뜻이 무엇보다 우선 아니었나요?”
“그 신이 내 가족을 죽이라 했다면, 나는 신을 버리겠다. 그리고 나는 신을 버렸지만, 딱히 신은 나를 버린 것 같지 않더군.”
남자가 검으로 자기 손바닥을 그었다. 피가 한 줄 흘렀고, 그걸로 끝이었다. 신경까지 보일 깊이의 상처가 날숨 세 번 뱉을 시간에 아물었다.
“지금 그러고 있는 건, 결사 항전의 뜻인가요?”
“모두 반병신이지만, 그래도 성기사다. 우리 시체를 넘어가는 건 쉽지 않을 거다.”
“당신은, 스스로를 서부 사람이라 생각하나요?”
“내 아내는 아프란체 출신이고, 나의 영육은 이 땅에 묻기로 했다. 이만하면 되었나?”
“그렇군요.”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티머시도, 마리나도, 샤힐레도 입을 벌렸다.
파름에 이르러서는 세상이 부서지는 걸 눈으로 본 사람과 같은 얼굴이었다.
마르할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였다.
왕 앞의 귀족도 한쪽 무릎을 꿇는다. 양쪽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이는 건 황제도 귀족에게 쉬이 요구할 수 없는 행동이다.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상황이 와도 저는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남자는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그러다 서서히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분노로 핏빛이 된 얼굴로 남자가 분노를 토해냈다.
“우리를 놀리는 건가? 이게 필요한 일이었다고? 멀쩡한 사람이 사는 마을을 잿더미로 만드는 일이!”
마르할은 여전히 이마를 땅에 박은 채 말했다.
“마을이 불타며 올라간 연기는 열흘 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근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깨닫겠죠. 마을 하나가 불탔다. 수십 명의 초인을 보유하고 있던 마을이었다. 그걸 가지고 다른 마을과 협상할 생각이었습니다.”
“…돈이나 보물을 노리는 인간이 아니군. 취미로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냐. 설마, 청소?”
마르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가 허탈하게 말했다.
“…어차피 비워야 할 마을이었군. 우리는 본보기였나.”
“이걸로 무의미하게 흐르는 피는 훨씬 줄었을 겁니다.”
남자는 마르할이 마을에 불을 지른 저의를 읽었다.
효율적인 방법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효율과 감성은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다.
가슴이 뜨겁다. 심장에 용암이 끓는다. 달려가 마르할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다. 팔다리를 자르고 창자를 꺼내 새 먹이로 뿌리고프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래선 안 된다.
싸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마을을 위해 싸울 것이다.
하지만 강자가 이마에 땅을 박으면서까지 대화를 청하고 있다.
치가 떨리지만, 이 분노를 표출해선 안 된다.
위치를 착각하지 마라.
그들은 약자다.
강자는 저쪽이다.
강자는 약자에게 무릎 꿇지 않아도 된다. 그게 강자의 권리다. 하지만 저기 강자가 무릎 꿇고, 땅에 이마를 박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자존심을 버려가며 강자가 약자의 기분에 맞춰주고 있다.
여기서 분수를 파악하지 못하면, 피를 보는 건 마을과 가족이다.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 용서는 강자의 특권, 나에겐 용서할 권리조차 없다. 마을을 떠나면 되나?”
마르할이 머리를 들었다. 여전히 무릎은 꿇은 채다.
마르할은 남자에게 두 가지를 제안했다. 다른 마을에서 했던 것과 같은 제안이었다.
“성황국 관계자에게 얼굴이 보여 좋을 것도 없으니 동쪽으로 가겠다. 이 근방에는 열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이 있고, 하류로 내려가면 도시가 있다.”
“도시? 이곳에서 말입니까?”
“도시라는 형태를 이루고 1년이 안 된 마을이다. 특별한 유물을 구했다는 소문만 들었다. 거기 사람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마을을 버리지 않으려 할 거다.”
“조언 감사합니다.”
남자가 몸을 돌렸다.
“불이 번지는 형태가 기이하더군. 마을이 전소하는 화재다. 하지만 죽은 사람은 없다. 그 마법사의 소행이겠지.”
“하려던 건 경고지, 학살이 아니었으니까요.”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군. 드래그마 막시온이다.”
“마르할. 성은 말해줄 수 없습니다.”
무릎 꿇는 강자. 성은 없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없다.
드래그마의 머리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책임을 지는 존재.
지도자.
그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서쪽으로 간다. 우리가 늙어 죽고, 내 자식이 늙어 죽을 때까지 피에 미친 망령들의 손길이 닿지 않을 땅으로.”
약 10년 동안 땅을 일구고 마을을 세운 땅의 주인들이 떠났다.
타고 남은 재를 남기고.
서러움에 눈물 흘리며.
원망의 소리를 눌러 참으며.
마르할은 그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저.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