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82
제182화
드래그마 막시온은 가족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서쪽으로 향했다.
그는 최대한 식량을 모았다.
마족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체질적으로 못 먹는 걸 빼면 썩기 직전의 시체도 요리해 먹는 사람들이다.
작은 동물을 잡아 육포로 만들고, 먹을 수 있는 풀도 말렸다.
곡창지대를 벗어나면 다음 펼쳐진 건 황야다.
적당한 땅을 찾아 씨를 뿌리고, 뿌린 씨가 결실을 볼 때까지 곡창지대에서 챙긴 식량만으로 살아야 한다.
마을에는 스무 명의 초인이 있었고, 초인 한 명은 성인 남성 열 명 분량의 일을 능히 해냈다.
그들의 속도는 다른 마을에 비하면 빨랐고, 기어이 이전에 서쪽으로 향한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았다.
“당신들도 내쫓겼소?”
“그렇습니다.”
노인의 질문에 드래그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쪽으로 향하던 그는 마차를 포함한 백여 명의 사람을 발견했고, 직접 말을 타고 접근했다.
도망은 제법 자신 있다. 위험하면 말을 버리고 도망가면 된다.
부상당했지만, 그는 끈질기기로는 대륙 최고라 불리는 성기사였다.
마차에 다가간 그에게 마을 지도자로 보이는 노인이 한 첫 질문이 저것이었다.
“호수 옆의 마을, 맞지? 당신들 정도면 필사적으로 싸울 줄 알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군.”
노인의 반쯤 감긴 눈이 드래그마의 몸을 훑었다.
“노인장은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그쪽이랑 다를 거 있소? 다 똑같지. 청소가 시작되었다, 선택해라. 그래서 선택했지. 평생 일군 것들을 몽땅 버려버렸어…. 버리고 말았어…!”
노인은 폐부에서 회한을 쏟아냈다.
가슴에 질척하게 들러붙은 잿더미를 내뱉는 듯했다.
“원망하십니까?”
“나는 케티아 출신이오. 천운이 따라 마족을 피해 도망치는 데 성공했지. 서부를 온통 뒤져도 나랑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서부에 있는 케티아 출신 생존자들은 청년과 중년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피신이 쉬웠던 아프란체와 그 인근 국가 출신들은 노인과 아이, 남자와 여자를 모두 찾을 수 있지만, 서부로 갈수록 생존자는 젊은 남자로 치우친다.
케티아, 베스타롤라, 안체 등의 국가에서 살아남은 노인은 정말 한 줌이다.
“내가 일군 모든 것은 케티아에 놓고 왔소. 이미 한 번 목숨을 버렸단 말이오. 그리고 내 생에 마지막으로 일군 마을이었소. 그 마을은 내 전부이고, 내 영혼이었단 말이오! 그걸…! 내 마을! 내 영혼을…!”
마르할은 드래그마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서쪽으로 떠날지.
서부에 마련해주는 일자리에 정착할지.
노인에게 주어진 선택도 똑같았으리라.
몸도 성치 않은 노인은 머나먼 서부로 가기를 택했다.
일자리까지 마련해 준다는 게 사실이라면, 서부에서 여생을 보내는 게 훨씬 편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토지 경주에 참가해 땅을 되찾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인은 그러지 않았다.
고난이 기다리는, 그 끝이 황야 어딘가의 바람이 될지도 모르는 긴 여정을 택했다.
“서부에 가는 게 편하겠지. 몸은 분명 편할 것이오. 하지만 나는 참을 수 없었다오. 내 영혼을 눈앞에서 빼앗은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 참을 수 없었어.”
마을에서 진혼은 그의 몫이었다. 드래그마는 죽음이 가까운 사람, 죽은 사람을 바로 옆에서 봐왔다.
노인이 입을 열 때마다 그 입에서 날숨을 따라 날리는 잿더미의 환영이 보였다.
세월과 함께 노인의 안에 쌓인 잿더미는 탁하고 무거웠다. 그래서 노인을 땅에 붙들고 있었으며, 또 노인을 땅으로 부르고 있었다.
노인이 폐부에 쌓인 잿더미의 무게를 버티지 못할 때, 노인은 땅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저희 마을은 그 남자의 손에 불탔습니다.”
노인의 숨결이 한결 탁해졌다. 반쯤 감겨 있던 눈이 번쩍 뜨였고, 눈에서는 광기마저 감돌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더군요. 이 방법밖에 없다고, 이게 제일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 했습니다. 저는 그자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자의 선택은 존중합니다.”
노인이 숨을 들이마셨다.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굳게 믿고 있던 가치관 하나가 붕괴하는 사람의 얼굴.
가족을 얻은 드래그마도 저런 표정을 지었다. 신과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던 시기의 드래그마는 매일 아침 얼굴을 씻으며 저 표정을 보았다.
마차가 늘었다.
케티아 출신 노인은 가구 장인이었다.
가죽, 천, 목재, 한정적이지만 철도 다룰 줄 알았다.
노인의 기술은 마을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그건 드래그마의 마을에는 없는 기술이었다.
서부에서 새로 마을을 지을 때 노인과 노인의 제자들이 가진 기술은 적잖이 도움이 될 터였다.
며칠이 지났다. 드래그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더 만났다.
이번에도 그는 정찰을 겸해 그들에게 접근했다.
드래그마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아니, 음률은 다르지만, 그에게도 익숙한 소리였다.
몇 문장의 노래와 이어지는 후렴구. 노동요였다.
내일 먹을 식량 캐자, 세아민.
물동이에 물이 없다, 세아민.
말고기는 퍽퍽하고.
옷은 또 찢어졌구나.
세상 살기 힘들구나, 세아민.
세아민.
세아민.
세아민.
노동요 사이로 악기 소리가 들렸다.
드래그마도 처음 듣는 소리였다.
음정은 떨렸고, 때론 끊어졌지만, 연주가 그치는 일은 없었다.
세상 살기 힘들다 외치는 노동요처럼 연주 또한 힘겹게 세상에 울렸다.
드래그마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 노래는 뭡니까?”
“노동요지. 당신, 호수 옆 마을에 있던 사람이군. 멀찍이서 몇 번 봤어.”
루카스가 대답했다.
“당신들도 쫓겨났습니까?”
“쫓겨나다라…. 그냥 선택한 거지. 보아하니 그 남자와 만났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드래그마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이 노동요를 부르며 일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드래그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루카스는 기꺼이 드래그마에게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그가 마르할과 만난 시간은 하루도 되지 않았다.
이야기의 끝에 루카스는 한 아이를 불렀다.
아이의 손에는 하모니카가 들려 있었다.
“아프란체의 음률을 알고, 실향한 우리를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듣고 싶은 대답은 알겠지만, 내 입에서 그 대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군.”
“같이 가시겠습니까? 사람은 많을수록 좋을 겁니다.”
루카스는 고갤 저었다.
“그쪽 사람들은 마르할을 천하에 다시없을 악당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겠지. 그럼 우리하곤 안 맞아. 괜한 분란만 만들 거라면 그냥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겠지.”
그럼 이만.
하고 루카스는 몸을 돌렸다.
아이가 하모니카를 입으로 가져갔다. 어색한, 그러나 편안한 음률이 울려 퍼졌고, 세, 아, 민. 세 음절 후렴구가 그사이를 파고들었다.
음률이 후렴구를 이끌고, 후렴구가 음률을 이끌었다.
그렇게 두 개의 소리는 함께 나아갔고, 소리와 함께 사람들도 서쪽으로 나아갔다.
드래그마는 거울을 보고 싶었다. 아마 거울을 보면 지금 자신은 몇 년 전의 자신과, 그리고 마을을 잃은 노인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리라.
* * *
도시를 하루 앞두고 노아가 합류했다.
“늦었슴다. 죄송함다.”
담백한 사과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노아의 옷은 피로 검붉었고, 그녀가 탄 말도 털에 피가 굳어 있었다.
한바탕 학살이라도 벌인 것 같은 모습의 노아를 보고 마르할이 물었다.
“대체 몇 명을 죽인 거예요?”
“스무 명은 넘고, 서른 명은 안 되는 것 같슴다. 전부 죄인이었으니 걱정할 것 없슴다.”
이단심문관이 말하는 죄인이라….
심히 신경 쓰였지만, 어차피 현재 곡창지대에 들어와 있는 사람은 전부 죽어도 싼 인간들이다.
마을을 만들고, 서부에 사는 사람에게 손대는 게 아니라면 마르할도 그녀를 말릴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무기는 안 써요?”
“주면 쓸 수는 있지만, 저는 맨손이 편함다.”
마르할은 노아의 옷과 말이 저 꼬라지인 이유를 알았다.
노아의 완력은 사람을 맨손으로 찢고도 남는다. 실제로 그녀는 그런 식으로 싸울 것이다.
그게 아니면 옷이 피로 물들고, 말까지 피를 뒤집어쓸 일이 없다.
전투에 익숙한 기사가 사람의 몸통을 반으로 가르며 싸워도 노아처럼 옷이 피로 물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람이 늘어난 것 같슴다?”
“잠깐 협력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용케 돌아왔네요? 저주가 발동했을 건데.”
“정말 죽는 줄 알았슴다.”
과장 없는 사실이다. 저주는 그녀의 장기를 망가뜨렸다.
노아가 저주 대응법을 알고 있는 이단심문관이 아니었다면, 남들보다 튼튼한 몸을 가지지 못했다면 저주를 정화하기 전에 죽었다.
“그래도 돌아왔다는 건, 변명이 있다는 거겠죠?”
“언행이 기분 나빠서 배달 도중 노예상을 죽여 버렸슴다. 그래서 저주가 터졌슴다.”
“어… 그럼 어쩔 수 없죠.”
마르할은 말을 얼버무렸다.
이단심문관이 호송 중인 죄인을 개인감정으로 죽이다니?
마르할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래서 적절한 대답을 즉석에서 떠올릴 수 없었다.
‘배신하지 않았으니 됐나.’
처음부터 배신의 가능성을 높게 두지는 않았지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최소한의 대비는 해둬야 했다.
“일이 생길 때까지는 자유롭게 있어요. 그래봤자 오늘 하루겠지만요.”
“내일 무슨 일이 있슴까?”
“도시가 있어요.”
“…도시? 여기에 말임까?”
북부 곡창지대는 누구에게도 열리지 않은, 연합이 철저하게 관리하는 땅이다.
곡창지대 내부에 사는 사람을 보면 이게 관리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북부 곡창지대의 면적은 공국과 비슷하다.
마르할의 머리에 있는 지도가 정확하다면 공국보다 약간 작다.
그런 땅을 완벽히 관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연합은 최선을 다했다. 주기적으로 곡창지대에 사람을 파견해 탐색과 청소를 시행했다.
그마저 하지 않았다면 곡창지대 안에는 지금의 수십 배는 되는 사람이 살고 있었을 것이다.
“현지인이 말했으니 틀리진 않았겠죠. 그래서 가보려고요.”
“시간상 이쪽이 마지막이 될 겁니다. 청소부에게 제일 중요한 것. 잊지 않고 있죠?”
마리나가 말했다.
청소의 궁극적 의의는 공평한 토지 경주를 위해서다.
부정 출발을 논할 것도 없이, 먼저 출발한 누군가가 이미 지어진 마을에 들어가 마을 사람들과 협력하기 시작하면, 후발 주자가 마을 인근에 깃발을 꽂으려면 토지 경주 참가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와 싸워야 한다.
그건 연합에서도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반대로 청소만 잘 끝나면 토지 경주의 나머지 요소는 연합에서 어찌 조절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연합에 의뢰받아 서부를 탐색하는 용병들은 토지 경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용병 길드로 귀환 신고를 해야 한다.
귀환 신고가 늦으면 바로 목에 현상금이 걸린다.
“알고 있어요. 넉넉잡아도 일주일. 깃발까지 사려면 그 안에는 돌아가야죠.”
마르할은 청소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천하를 담은 땅을 건 토지 경주에도 참가해야 한다.
서부의 식량 구조가 얼마나 기형적인지는 저번 기근이 증명한다.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천하를 담은 땅이다.
반대로 말하면, 서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한 경계 도시라도 안정적인 식량 공급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마르할은 이번 토지 경주에 참가해야 한다. 참가해 최대한 넓은 땅을 얻어야 한다.
그게 마르할이 가진 것들을 지키는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다.
“현지인 말로는 유물로 도시를 만들었다고 해요. 노아, 당신이 할 일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거라면 전문임다.”
유물은 특별한 역사를 쌓은 물건이다.
들개 기사단 기사단장이자 배신자 클리프가 가지고 있던 마족을 베는 검. 마족을 베며 마족에 대항할 힘을 얻은 검.
그 검은 마르할이 회수해 모처에서 빛을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어쨌든, 생물을 죽이는 건 유물을 만드는 제일 쉬운 방법 중 하나다. 거기에 다른 이유가 더해지면 훨씬 좋다.
산 제물을 바치며 여러 이유를 붙여 물건을 숭배하면, 숭배 대상은 유물이 된다.
그리하여 이단의 유물이 만들어진다.
도시를 만든 유물이 어떤 물건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그게 이단의 유물이라면 이단심문관은 큰 도움이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