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88
제188화
티머시는 성벽 밖으로 나왔다. 그의 뒤에 있던, 성벽에 뚫린 구멍이 스르르 사라졌다.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마법사를 자칭하는 인간들은 의뢰를 수행하며 몇 번 만나봤지만, 마르할과 의뢰하며 만나는 마법사들은 명백히 수준이 달랐다.
비단 이번 의뢰만이 아니라, 마르할이 얽힌 의뢰는 대부분 특별한 신비를 가진 용병이나 마법사가 한 명은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전부 마르할이 고용한 사람이라거나.”
-정답이에요.
“흐익?!”
티머시는 겁먹은 여아 같은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그는 좌우를 살폈다.
-가죽에 새겨진 마법이에요. 이걸로 그쪽 상황을 살피고, 제가 실시간으로 조언도 해줄 거예요.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게 이 뜻이었어?”
-거짓말도 못 하는 사람한테 전적으로 맡기겠어요?
하긴 그랬다. 티머시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마르할과 같은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도움이 있을 거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형태일 줄은 몰랐다.
티머시는 사소하면서도 심각한 사안에 대해 물었다.
“화장실은?”
-그 정도는 감내해야죠?
“…그래. 그렇겠지. 뭘 하면 돼?”
-재르보라는 남자를 찾아주세요. 근처에서 연설을 하고 있을 거예요. 다음에는 셰이븐이라는 남자를 찾아요.
“이간질?”
-제 도움 없어도 될 것 같은데요?
“끔찍한 소리를. 너한테는 쉬워도, 나한테는 아니라고.”
두 사람을 이간질해 함께 없앤다. 말이 쉽지 한 발 잘못 디디면 역으로 두 명에게 공격당하는 일이다.
마르할이라면 능숙하게 해내겠지만, 티머시는 그런 전략과는 인연이 없다.
티머시는 재르보라는 남자를 찾아 나섰다.
재르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통나무 위에 올라가서 일장 연설 중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히 미쳤다.
“서부 사람들은 미개하다. 나는 그들이 미개한 수십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서부의 미개함은 단 하나의 사실로 설명 가능하다! 바로 마족이다! 서부는 마족에게 멸망했다.”
연설은 막 시작한 걸로 보였다. 하지만 듣는 티머시는 벌써 정신이 아찔해졌다.
서부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저런 개소리를 하면 사지가 찢겨 개 먹이가 된다.
재르보의 연설은 계속됐다.
“서부의 패자라 불리던 바체아 제국도 그깟 마족의 공격을 버티지 못했다. 1년도 안 되어 서부가 멸망했다! 하지만 동부를 보라! 공국과 그 속국이 근 5년을 마족의 공격을 버텨냈다. 서부 전체를 합친 것보다 공국과 그 속국들이 족히 5배는 더 유능하고 강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마족이 어떤 경로로 서부를 멸망시켰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귀도 기울이지 않을 개소리지만, 여기 있는 용병들은 글도 읽을 줄 모르는 돌머리가 태반이다.
그럴싸한 이유를 대면 고개를 끄덕인다.
재르보의 근처에 있던 수십 명의 용병이 그의 연설에 환호했다.
“저 새끼도 서부 출신으로 보이는데.”
-맞아요. 베스타롤라 출신이죠.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개새끼네. 그런데 서부 출신이 저런 말을 하는 걸 용병들이 두고 본다고?”
-그건 앞으로 더 보면 알겠죠.
재르보의 연설은 계속되었다.
“서부는 열등하다! 서부 문화와 서부인들도 열등하다! 그러니 체계적이고 신속한 서부의 말살이 필요하다! 우리는 살인마가 아니다. 동부의 발전을 위해 대륙의 환부를 도려내는 고귀한 의사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뭉쳐야 한다! 뭉쳐 저 도시를 함락시키고 도시 안에 숨은 열등 인자와 열등 문화를 세상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옳소! 옳소!”
“서부를 도려내라! 우리는 대륙을 위해 일하는 열사다!”
재르보에게 동조하는 용병의 숫자는 백이 넘었다.
저만한 무리가 하나 있으면, 근처 용병들은 자연스레 큰 무리를 따르게 된다.
자기들끼리 뭉쳐봐야 뚜렷한 대책도 나오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의 작전에 편승하는 게 편하다.
티머시도 마땅한 작전이 없으면 다른 용병단의 작전에 묻어가고는 했다.
그건 그거고.
“저 정신 나간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어. 있는 게 아니라 백 명도 넘다니.”
-티머시도 자기가 단순한 살인자가 아닌가 고민한 적이 한 번은 있을 거잖아요?
그의 귀에 마르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는, 솔직히 살짝 소름 끼쳤다.
“그렇지.”
극소수의 정신병자 빼고, 제정신 박힌 용병이라면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고민이다.
용병으로 살며 사람을 죽이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을 죽이다 보면, 살인에 무덤덤해지는 순간이 온다.
티머시 본인을 포함해, 많은 용병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대로 용병을 계속 하며 사람을 죽일 것이냐, 그만두고 어디 도시에 잡부로라도 정착할 것이냐.
-티머시는 어땠어요?
“선을 정했지. 나만의 선을. 다른 용병들이 그러는 것처럼.”
고민 끝에 용병으로 남기를 선택한 사람들에는 몇 종류가 있다.
그중 하나는 선을 정하는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선을 만들어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려는 자들.
-참고로, 그건 몇 년 전?
“5년 전이었나.”
-삶에 대한 고민은 먹고살 만하니 나오는 거예요. 대부분의 용병은 여유조차 없이 거리에 내몰리죠. 잘 생각해보면, 티머시가 선을 정했을 때는 이미 굶어 죽을 걱정은 없었을걸요?
“5년 전이면… 초인이 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야. 확실히 고민 같은 건 없었겠어.”
초인이 되면 그 시점에서 평생 굶어 죽을 걱정은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잡부를 해도 남들 2배 이상의 돈을 받으니 몇 년만 일하면 도시에 작은 집을 구할 수 있고, 아니면 유파를 만들어 제자를 키우는 사람도 많다.
명문 유파에서 훈련받아도 초인이 되는 사람은 소수다.
운 좋게 초인이 된 인간이 만든 유파가 제대로 된 유파일 리가 없다.
대부분이 잡스러운 유파로 초인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사라지지만, 유파를 만든 본인은 죽을 때까지 잘 먹고 잘산다.
자신만의 선을 정했을 시기의 티머시에게는 용병 일을 그만둬도 밥벌이할 여러 선택이 있었다.
-저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고민조차 사치예요. 내일 굶지 않으려면 오늘 남을 약탈해야 하죠. 말로는 못 해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불안 하나씩은 마음에 품고 있을 거예요. 재르보의 연설은 그런 사람들의 불안을 없애주죠. 내가 사람을 죽이는 건 대의를 위해서다. 동부를 위해서다. 얼마나 좋은 핑계예요?
“말재간 좋은 개새끼라는 건 확실히 알았어. 그냥 내가 저놈을 죽이면 안 될까? 저놈이 죽으면 용병들도 흩어질 것 같은데.”
-아뇨. 저런 사상은 방치하면 훨씬 귀찮아져요. 여기서 한번 밟아둬야죠.
세인에게 대략적인 내용을 듣긴 했지만, 저렇게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다닐 줄은 몰랐다.
저건 성가시다. 단순한 사상이지만, 단순하기에 이해하기 쉽고, 빠져들기 쉽다.
성경이라는 책까지 써가며 쌓아 올린 교회의 교리도 분해해서 가장 핵심이 되는 교리 하나만 남겨두라고 하면 한 줄로 요약된다.
전지전능한 신을 믿으면 현세에도 행복을 누리고, 사후에도 행복을 누린다.
그러니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 신을 믿고 신에게 기도한다.
-저기, 아까 티머시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려 해요.
“그 마법, 어디까지 보이는 거야.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티머시와 눈과 귀만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인파를 밀어내며 거구의 남자가 재르보에게 다가갔다.
이 개 같은 새끼야. 뭐라고? 베스타롤라 출신이 그런 좆소리를 지껄여? 네 말을 증명하려면 우선 네 심장부터 찔러라!
나는 서부의 열등함을 상징하는 몸! 진정한 서부의 몰락을 알리기 전까지 나는 열등함의 상징으로, 그리고 서부가 동부에 복종한다는 걸 알리기 위해 살아 있어야 한다!
옳소! 옳소!
케티아 출신 남자는 재르보에게 달려들었다. 재르보가 검을 뽑았다. 그의 검이 번뜩였고, 케티아 출신 남자의 몸이 대각선으로 쪼개졌다.
재르보가 케티아 출신 남자의 목을 베어 높게 들어 올리며 외쳤다.
보아라! 이게 서부가 미개하다는 증거다!
“씨벌. 나는 못 이기겠는데?”
-싸우라고도 안 해요. 저쪽 수법은 대강 알았어요. 일단 셰이븐이라는 남자랑 접촉해줘요. 남쪽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다시 연락할게요.
얼굴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티머시는 물병을 꺼내 손에 물을 살짝 부었다. 물을 거울삼아 얼굴을 확인하니, 여전히 모르는 얼굴이 있었다.
“하, 셰이븐. 셰이븐이라.”
티머시가 성벽 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눈을 뜬 마르할이 길게 숨을 뱉었다.
“이거 꽤 힘드네요.”
“죄송해요오… 원래 용도가 아니라서 이 이상은 힘들었어요오….”
“괜찮아요. 그래도 연결이 가능한 게 어디예요.”
티머시가 쓴 얼굴 가죽은 몇 개의 저주가 합쳐진 작품이다.
가죽은 변장을 위한 물건이고, 시야와 소리를 공유하는 건 약물 등으로 정신을 잃은 사람을 조종하는 저주의 일부다.
티머시에게 말을 거는 건 고등 저주로 원래 매개에 저주를 깃들게 해 표적과 전혀 마주치지 않고 저주를 거는 고급 수법으로 원수에게 누명을 씌울 때 자주 쓰였던 마법이다.
세 개의 저주를 하나로 엮고, 원래 일회용인 마법을 일정 기간 동안 쓰는 마법으로 바꿨다.
샤힐레에게도 상당히 힘든 일이었고, 어제 의식의 목적은 이 마법을 완성하기 위함이 반 이상이었다.
파름조차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걸 보면, 눈속임은 성공이었다.
“마리나. 그쪽은 어때요?”
마리나는 구석에서 돌로 된 의자에 앉아 한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가린 채 말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하지만 셰이븐이라는 남자. 정말 괜찮은 것 맞습니까? 저런 미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서부에 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죠?”
“선민사상을 내세운 건 괜찮은 전략이에요. 당장 동부의 가장 강대한 세력 하나가 선민사상으로 수백 년 동안 재미를 보고 있으니까요.”
간단하게 죄책감을 지우고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확보하는 사상이다. 그리고 안 그래도 갈 곳 없는 서부 출신들의 입지를 더욱 줄일 사상이다.
“제가 이 자리에 있지만 않았어도 흥미로웠을 겁니다. 사람 하나 죽이는 거라면 쉽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사상을 죽이는 건 어렵죠. 저 경우, 공감에 기대는 비논리적 사상이기에 더 없애기 어렵습니다.”
“싹 다 죽일까요오…?”
조용히 있던 샤힐레가 입을 열었다.
“그랬다간 진짜 이단심문관이 나올걸요. 말 나온 김에, 노아는 뭘 하고 있어요?”
“교회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 광인을 방치하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 비상시 막을 사람이 한 명쯤 감시하고 있어 나쁠 건 없죠.”
“마리나가 있어서 살았다니까요.”
“그럼 세 개.”
“그 정돈 아니에요.”
“칫.”
마리나가 혀를 찼다.
* * *
티머시는 셰이븐을 찾아냈다.
케르디시 출신 셰이븐은 성벽을 포위한 용병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시비가 걸린 사람은 전부 죽였다나.
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소문도 퍼졌다.
-오, 찾은 모양이네요.
“마르할, 네 소문이 퍼지고 있어.”
-저주 말이죠? 그만큼 거창하게 저지르고 안 퍼지길 바란다면 그게 더 이상하죠.
배신하면 죽는다. 간단하고 강력한 저주다.
그걸 수십 명에게 걸었다. 의뢰가 끝난 후라도 소문이 퍼질 일이었다.
-참고로 저주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전에는 제 부하들로 해결됐거든요.
“부하가 있다는 걸 숨기지도 않는구나.”
평범한 용병에게는 부하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용병단이라도 꾸리지 않는 이상 혼자 살다 혼자 가는 게 용병의 삶이다.
“저기 있다.”
셰이븐은 혼자 모닥불에 앉아 고기를 구웠다. 그의 옆에는 죽은 말이 쓰러져 있다.
고기로 쓸 수 있는 부위는 뜯겨 나갔다. 처리가 어려운 내장 부위는 이대로 땅에서 썩어갈 것이다.
“이제 뭘 할까?”
-가서 한마디만 해요.
그리고 이어진 마르할의 말을 듣고 티머시가 되물었다.
“정말 그거면 된다고?”
-몇 번 생각해 봤는데, 그래도 이게 최선일 거 같더라고요. 티머시는 이 말 듣고 가만있을 자신 있어요?
“없…겠지?”
-봐요.
티머시는 고기를 뜯는 셰이븐에게 다가갔다.
그는 거구에 어울리는 커다란 고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셰이븐. 맞나?”
“뭐야? 또 뒈지고 싶은 놈이냐?”
“아니. 재르보라는 놈에게서 전언이다. 너를 죽여 서부의 열등함을 증명하는 증명서로 삼겠다.”
“뭔 개소리야. 나는 케르디시 출신….”
“태어나긴 케르디시에서 태어났겠지.”
“…씨발.”
케르디시에는 오직 환락만을 위한 도시가 있다.
검은 손가락의 본거지이기도 했던 도시의 주 고객은 공국의 귀족들이었지만, 꼭 공국 사람만 이용했던 건 아니다.
공국은 서부와 붙어 있는 도시고, 현재 멸망한 서부 국가의 귀족들이 이용하기도 했다.
“겁먹었으면 도망쳐도 된다.”
“겁은 누가. 씨발 거! 다 덤비라고 해!”
셰이븐이 고기를 팽개치며 일어났다.